흔적, 그리고 재구성> 1부: 흔적의 발견장면 1: 무신사 매장오전 10시 30분.늦가을의 서늘한 공기가 매장 안까지 스며든 듯한 날이었다. 아린은 매장 한쪽에 서서 옷걸이에 걸린 재킷을 만지작거렸다. 가벼운 소재의 재킷이었지만, 그 안에 얽힌 기억들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익숙한 곡선의 라펠, 손목 끝의 자수 디테일, 그리고 재킷 안쪽에 새겨진 브랜드 태그.“J.H DESIGN.”그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 채 멈춰 섰다. 준후의 이니셜이었다. 3년 전, 그의 작업실에서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던 패턴과 실루엣들이 스쳐 지나갔다.그녀의 손끝이 태그를 쓸어내리던 찰나, 매장 스태프인 혜연이 다가왔다.“이 디자인, 마음에 드시나요? 최근에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특히 이번 컬렉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