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Literature) 23

Poem) 이상, <오감도 1>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

Poem) 이상,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또꽤닮았소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ref.:https://namu.wiki/w/%EA%B1%B0%EC%9A%B8(%EC%9D%B4%EC%83%81)https://barlo.tistory.com/187#google_vignette

Poem) 김억, <봄은 간다>

밤이로다.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님은 탄식한다.   ref.:『태서문예신보』 1918.1.30봄은 간다 - 위키문헌, 우리 모두의 도서관 (wikisource.org)

Poem)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ref.:1926..

Poem) 김기림, <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ref.:1939년 김기림이 발표https://namu.wiki/w/%EB%B0%94%EB%8B%A4%EC%99%80%20%EB%82%98%EB%B9%84https://ko.wikisource.org/wiki/%EB%B0%94%EB%8B%A4%EC%99%80_%EB%82%98%EB%B9%84/%EB%B0%94%EB%8B%A4%EC%99%80_%EB%82%98%EB%B9%84

Poem) 백석, <수라>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하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어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

Poem)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바로 날도 저물어서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헌 샅을 깐,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딜옹배기에 북덕불이라도 담겨오면,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위에 뜻 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또 문밖에 나가지두 않고 자리에 누어서,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내 가슴이 꽉 메어올 적이며,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Poem) 정지용,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사철 발 벗은 아내가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

Poem) 정지용, <유리창1>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아아, 늬는 산(山)새처럼 날아갔구나!    #ref.:1930년 1월 『조선지광』 89호에 발표https://namu.wiki/w/%EC%9C%A0%EB%A6%AC%EC%B0%BDhttps://ko.wikisource.org/wiki/%EC%9C%A0%EB%A6%AC%EC%B0%BD1

Poem)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밭이 한참갈이괭이로 파고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강냉이가 익걸랑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웃지요.  #ref.:1934년 2월 《문학》제 2호https://ko.wikisource.org/wiki/%EB%A7%9D%ED%96%A5_(%EC%8B%9C%EC%A7%91)/%EB%82%A8%EC%9C%BC%EB%A1%9C_%EC%B0%BD%EC%9D%84_%EB%82%B4%EA%B2%A0%EC%86%8Chttps://namu.wiki/w/%EB%82%A8%EC%9C%BC%EB%A1%9C%20%EC%B0%BD%EC%9D%84%20%EB%82%B4%EA%B2%A0%EC%86%8Chttp://m.hwasunnews.co.kr/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