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4

Short story) 빛을 드리블하다

1장: 낡은 교회와 부서진 꿈낡은 교회의 지붕 위로 노을이 어스름히 내렸다. 금이 간 예배당 창문으로 빛이 스며들며 긴 복도를 오랜 세월처럼 비췄다. 교회의 관리인 이준혁은 묵묵히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닳아빠진 빗자루, 그의 눈에는 감정 없는 무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하지만 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소리가 있었다.“탁, 탁, 탁…”어디선가 농구공이 튕겨지는 소리였다.준혁의 손이 멈췄다.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교회 뒤편으로 걸어 나갔다. 낡고 버려진 농구장. 과거의 자취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작은 키에 불규칙한 움직임. 그녀는 농구공을 힘껏 튕겼지만 공은 금세 삐딱하게 굴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눈빛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반짝였다.“거기서 뭐 하는 거야?”낯선 ..

Short story) 당신을 보았습니다

제1장: 무적격자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공기는 마치 오래된 폐기물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시의 변두리, '외곽지'라 불리는 이곳은 자원이 배급되지 않는 무적격자들의 터전이었다. 여기는 생존자라는 말보다 '잔류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마르코는 철제 상자와 낡은 천 조각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깨어났다. 어제의 허기를 오늘로 이어받은 그의 몸은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가방에서 마지막 남은 단백질 캡슐을 꺼내 쪼개며 자신을 달랬다. 그것마저도 이웃 소년에게서 훔친 것이었다. "누이 엘레나였다면 날 비난했겠지," 그는 스스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양심이 사치였다. 생존의 투쟁변두리는 무질서한 야생이었다. 자원 배분 시스템에서 제외된 무적격자들은 서로의 생존을..

Poem) 홍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 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맨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 하는 그 소리였지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니의 흘리..

Short story) 나의 첫 투자 이야기: 리스크와 춤을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때 문득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던 그 날이 떠올랐다. 아, 그때 그 시절... 꿈꾸는 청춘, 주식에 빠지다 "야, 너도 들었어? 김민수가 주식으로 대박 났대!"교실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곤거림에 귀가 쫑긋 섰다. 평소 그저 그랬던 김민수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그 순간, 나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걸 직감했다."나도 할 수 있어. 아니, 나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열여덟의 패기 넘치는 나는 그렇게 투자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이 결정이 얼마나 큰 파도를 몰고 올지를. 첫 거래, 심장이 쿵쾅쿵쾅 첫 거래를 하던 날, 내 심장은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쿵쾅거렸다. 떨리는 손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