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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6

Short story) 꽃잎의 속삭임

1편: 잊힌 공원의 목소리고요한 퇴근길야근을 마치고 나온 윤하는 텅 빈 회사 앞 거리에서 한숨을 쉬었다.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더 복잡했다. 이번 광고 캠페인에서도 그녀의 기획은 끝내 채택되지 않았다."너무 무겁잖아. 고객이 원하는 건 단순하고 가벼운 거야."팀장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단순하고 가벼운 것. 윤하는 이런 말이 사람들에게 더 이상 고민하지 말라는 듯 들려 답답했다.집으로 향하는 길, 윤하는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녀는 발길이 닿는 대로 걸어갔고, 어느새 익숙하면서도 오래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은 오래된 공원, 그녀의 어린 시절이 묻어 있던 장소였다.낡고 버려진 풍경공원 입구는 녹슬어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듯 보였다. 공원의 안쪽은 ..

Short story) 빛나는 이별, 그리고 시작

1장: 우리들의 소소한 추억은서는 운동장의 끝에 서서 바람을 맞았다. 졸업식 준비로 친구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들뜬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은서는 그런 소란스러움을 한 발짝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손에는 언제나처럼 작은 공책이 들려 있었다. 친구들과의 마지막 시간이 될지 모르는 이 순간들을 기억해두고 싶었다.멀리서 지윤의 목소리가 들렸다.“은서야! 거기 서서 뭐해? 얼른 와!”지윤은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은서를 손짓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녀의 밝은 미소는 마치 태양처럼 반짝였다.은서는 걸음을 옮기며 미소를 지었다. “도와줄 거라도 있어?”“도와줄 건 당연히 있지! 의자 정리, 그리고 민혁 잡기.”“민혁?” 은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지윤은 고개를 돌려 운동장..

Short story) 빛을 드리블하다

1장: 낡은 교회와 부서진 꿈낡은 교회의 지붕 위로 노을이 어스름히 내렸다. 금이 간 예배당 창문으로 빛이 스며들며 긴 복도를 오랜 세월처럼 비췄다. 교회의 관리인 이준혁은 묵묵히 바닥을 쓸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닳아빠진 빗자루, 그의 눈에는 감정 없는 무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하지만 이 고요함을 깨뜨리는 소리가 있었다.“탁, 탁, 탁…”어디선가 농구공이 튕겨지는 소리였다.준혁의 손이 멈췄다. 그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교회 뒤편으로 걸어 나갔다. 낡고 버려진 농구장. 과거의 자취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한 소녀가 서 있었다.작은 키에 불규칙한 움직임. 그녀는 농구공을 힘껏 튕겼지만 공은 금세 삐딱하게 굴러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녀의 눈빛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기로 반짝였다.“거기서 뭐 하는 거야?”낯선 ..

Short story) 당신을 보았습니다

제1장: 무적격자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공기는 마치 오래된 폐기물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시의 변두리, '외곽지'라 불리는 이곳은 자원이 배급되지 않는 무적격자들의 터전이었다. 여기는 생존자라는 말보다 '잔류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마르코는 철제 상자와 낡은 천 조각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깨어났다. 어제의 허기를 오늘로 이어받은 그의 몸은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가방에서 마지막 남은 단백질 캡슐을 꺼내 쪼개며 자신을 달랬다. 그것마저도 이웃 소년에게서 훔친 것이었다. "누이 엘레나였다면 날 비난했겠지," 그는 스스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양심이 사치였다. 생존의 투쟁변두리는 무질서한 야생이었다. 자원 배분 시스템에서 제외된 무적격자들은 서로의 생존을..

Poem) 홍사용,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그러나 시왕전(十王殿)에서도 쫓기어 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맨 처음으로 내가 너에게 준 것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은 사랑이었지요마는 그것은 눈물이더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것도 많지요마는…….“맨 처음으로 네가 나에게 한 말이 무엇이냐?” 이렇게 어머니께서 물으시며는“맨 처음으로 어머니께 드린 말씀은 ‘젖 주셔요’ 하는 그 소리였지마는, 그것은 ‘으아!’하는 울음이었나이다” 하겠나이다. 다른 말씀도 많지요마는……. 이것은 노상 왕에게 들리어 주신 어머니의 말씀인데요.왕이 처음으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어머니의 흘리..

Short story) 나의 첫 투자 이야기: 리스크와 춤을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식 차트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때 문득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던 그 날이 떠올랐다. 아, 그때 그 시절... 꿈꾸는 청춘, 주식에 빠지다 "야, 너도 들었어? 김민수가 주식으로 대박 났대!"교실 뒤편에서 들려오는 소곤거림에 귀가 쫑긋 섰다. 평소 그저 그랬던 김민수가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그 순간, 나의 인생이 180도 바뀌는 걸 직감했다."나도 할 수 있어. 아니, 나는 반드시 성공할 거야!"열여덟의 패기 넘치는 나는 그렇게 투자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이 결정이 얼마나 큰 파도를 몰고 올지를. 첫 거래, 심장이 쿵쾅쿵쾅 첫 거래를 하던 날, 내 심장은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쿵쾅거렸다. 떨리는 손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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