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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3

Short story) 백록담의 노래

백록담의 노래> 1장: 끝나지 않는 어둠 속으로비 오는 늦여름 저녁, 제주도의 한적한 주택. 서윤은 작고 어두운 다락방에 홀로 앉아 딸이 생전에 그린 그림들을 하나씩 펼쳐본다. 노란 해와 푸른 백록담이 그려진 한 장의 그림에서 손길이 멈춘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눈에 고인 눈물이 종이 위로 떨어진다.5년 전 교통사고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서윤은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잃었고, 자신은 살아남았다. 그 사실은 그녀를 매일 고문했다. "왜 하필 나만?"이라는 질문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를 옭아맸고, 삶의 의욕은 고갈된 지 오래다. 그녀는 심리 치료사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능력조차 없었다.탁자 위에 놓인 한라산 백록담 사진이 그녀의 시선을 잡아끈다. 사진 속 백록담의 물은 눈부시게 푸르고, ..

Poem) 정지용, <백록담>

1 절정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키가 점점 소모된다. 한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마루 위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옷 내다본다. 화문처럼 판박힌다.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끝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신처럼 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않어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옮긴다. 나는 여기서 기진했다. 2 엄고란, 환약 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 옆에서 백화가 촉루가 되기까지 산다. 내가 죽어 백화처럼 흴 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앟는 한모롱이, 도체비꽃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니여기고 산다. 말이 ..

Long story) 언덕 위의 시, 잃어버린 꿈 - 29, 30, 31, 32

제29장: 잃어버린 지도의 비밀밤이 깊어지며 마을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별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하늘 아래에서 윤서와 수진은 도훈의 지도를 펴 놓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지도에는 분명히 중요한 단서가 숨겨져 있었지만, 수수께끼 같은 기호와 낯선 언어들로 가득 차 해석이 어려웠다.“이것 봐, 여기 마을 이름 옆에 이런 표시가 있어,” 윤서가 손가락으로 작은 기호를 가리켰다. 그것은 사라져가는 듯한 별 모양이었다. 수진은 그것을 살피며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빛냈다.“이건 천문학적 위치일지도 몰라. 별자리를 나타내는 표식일 가능성이 높아,”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그 순간, 도훈이 남긴 단서들이 수진의 머릿속에서 퍼즐처럼 맞춰졌다. 그녀는 즉시 윤서와 함께 근처의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 정상..

Image) 징검다리와 비 그리고 너

행복은 마음 먹기 나름이 아닐까? #link: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Poem-정지용-비" data-ke-align="alignCenter" data-og-description="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 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여 세우고, 죵죵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여 수척한 흰 물살, 갈갈히 손가락 펴고, 멎은듯 새삼 듣" data-og-host="sosohantry.tistory.com" data-og-source-url="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Poem-정지용-비" data-og-image="https://scrap.kakaocdn.net/dn/bbeKFK/hyXGH1FGeG..

Short story) 흐르는 진실: 비의 철학

흐르는 진실: 비의 철학> 제1막: 일상의 균열 (상실과 각성)1장: 빗물 속의 고요서울의 이른 봄, 차가운 빗방울이 도시를 적신다. 회색빛 아침은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이도현의 무기력한 마음을 닮았다.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진리’라는 추상적 개념에 몰두하던 그는, 몇 주 전 해고 통보를 받았다. 무너진 자존감과 함께 찾아온 정적은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커피잔을 손에 든 채, 그는 벽에 걸린 낡은 시계를 본다. 9시 30분. 시계 초침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아침이다.해고 이후, 그는 자신을 철저히 고립시켰다. 메일함에는 쌓인 구직 알림, 반쯤 열려 있는 책장에는 손길 닿지 않은 철학 서적들이 널브러져 있다. 무기력한 하루하루가 흘러가는 가운데, 그는 책장 구석에서 먼지에 덮인 오..

Poem) 정지용, <비>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 섰거니 하야 꼬리 치날리여 세우고, 죵죵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여 수척한 흰 물살, 갈갈히 손가락 펴고, 멎은듯 새삼 듣는빗낯 붉은 닢 닢 소란히 밟고 간다.    #perspectives## 역사적 배경이 시는 일제강점기에 쓰여졌습니다.## 당시 한국인의 관점- 자연의 섬세한 묘사를 통해 민족의 정서와 한을 표현- 비와 자연 현상을 통해 암울한 시대 상황을 은유적으로 표현- 일상적인 자연 현상 속에서 민족의 생명력과 희망을 발견## 미국인의 관점- 동양적 자연관과 철학이 반영된 시적 표현-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묘사한 서정시-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시적 기법## 시 분석1. 이미지의 연쇄: 돌, 바람,..

Long story) 언덕 위의 시, 잃어버린 꿈 - 26, 26, 27, 28

제25장: 밤의 속삭임어두운 밤하늘 아래, 깊은 숲속에서는 희미한 달빛이 나뭇잎 사이로 새어 들어가며 땅을 비추고 있었다. 윤서와 수진은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의 주변에는 풀벌레 소리가 간간이 들렸고, 멀리서 들려오는 올빼미의 울음소리가 긴장감을 더했다. 이곳은 아무도 찾지 못할 은밀한 피신처였다.윤서의 손에는 아버지가 남긴 오래된 지도가 있었다. 지도는 세월의 흔적으로 인해 일부 글자가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그들에게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윤서는 긴장된 표정으로 지도를 살펴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수진은 희미한 웃음을 띠며 "괜찮아, 윤서. 우리가 찾는 곳은 멀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배어 있었지만, 결의가 느껴졌다.한참을 걷던 그들 ..

Short story) 푸른 고향의 갈림길

1장: 귀향 - 상처투성이의 귀환봄의 끝자락.윤성우는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창밖 풍경을 응시했다. 벚꽃이 흩날리는 도로 위, 햇살은 무심하게 쏟아지는데, 그가 마주할 풍경은 기억 속 고향과 너무 다를 것이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감돌던 차가운 기운은 그의 심장에 가시처럼 박혀 있었다.“환영한다, 성우야.”문득 정현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낯익은 얼굴에 담긴 피로가 눈에 띄었다. 정현은 예전과 다름없이 따뜻했지만, 그의 어깨는 이제 책임과 갈등의 무게로 휘어 있었다. 성우는 정현을 따라 고향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그러나 고향이라 부르기엔 어울리지 않는, 낯선 풍경들이 그의 시야를 파고들었다.고향의 변질버스가 멈춰선 곳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솟은 고층 건물들,..

Poem) 정지용,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perspectives## 역사적 배경 "고향"은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쓰여졌습니다. 이 시기는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 지배 아래에서 민족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시기였습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고향과 전통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하거나 문학을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고양하려 했습니다. ## 당시 한국인의 관점 - **고향에 대한 그리움**: 고향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개인의..

Long story) 언덕 위의 시, 잃어버린 꿈 - 21, 22, 23, 24

제21장: 희생의 맹세돌문이 열렸지만, 그 너머는 공허함뿐이었다. 윤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이게 다야? 우리가 모든 걸 걸고 여기까지 왔는데…”하지만 타케시는 굳은 표정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자신의 손끝으로 공허함을 느끼며 중얼거렸다.“아니야. 이건 진짜가 아니야. 뭔가가 숨어 있어. 우릴 시험하는 거야.”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공간은 갑자기 흔들리더니, 벽처럼 보였던 공허함이 찢어지듯 갈라졌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거대한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는 하늘 높이 솟아있었고, 뿌리는 땅 깊숙이 박혀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세 개의 조각상이 놓여 있었는데, 각각 불, 물, 빛의 구체를 들고 있었다.수진이 조각상을 보며 중얼거렸다.“조화의 삼위일체… 전설 속에 등장하는 희망의 상징..

Short story) 바늘과 금실의 노래

바늘과 금실의 노래> 1장: 뿌리의 흔들림1972년, 한국 전라남도 한적한 시골 마을.연수는 날이 저물어가는 황금빛 들판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천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반쯤 만들어진 작은 보자기, 오래된 누더기 천 조각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 보자기는 그녀의 유일한 유품이었다. 어머니가 전쟁이 터지기 직전, 그녀를 품에 안고 달아나다가 남긴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 보자기를 완성하고 싶었지만, 그날의 기억은 마치 어둠 속에 갇힌 유령처럼 희미하고, 천마다 얽힌 실타래는 그녀의 머릿속에 남은 상처를 자꾸 끄집어냈다.연수의 어린 시절: 흔들리는 뿌리6살 연수는 비 내리는 밤, 낯선 마을 길 한가운데에 홀로 서 있었다. 폭격의 잔향이 들려왔고, 연수의 작은 몸은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녀가 ..

Long story) 언덕 위의 시, 잃어버린 꿈 - 17, 18, 19, 20

제17장: 비밀의 열쇠윤서는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불안감을 떨치며 교문을 빠져나갔다. 그녀의 손끝에는 노트의 차가운 감촉이 남아 있었다. 노트 안에는 자신과 수진이 만든 새로운 시와 음악의 일부가 담겨 있었다. 그날 밤은 서울의 어둠이 더욱 깊어져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슴속에는 꺼지지 않는 작은 불씨가 있었다.길 한복판에서 윤서는 발길을 멈췄다. 익숙한 골목에 들어서자 그녀는 오랜 친구 도훈을 떠올렸다. 오빠처럼 의지했던 그는 독립운동에 가담한 이후 소식이 끊겼다. 그가 떠나기 전 남긴 말은 여전히 그녀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진실은 감춰질 수 없어. 우리의 목소리는 결국 모두에게 닿을 거야."윤서는 그 말을 되새기며 주머니 속에 든 열쇠를 꽉 쥐었다. 그것은 오래전 도훈이..

Poem) 한용운, <수의 비밀>

나는 당신의 옷을 다 지어 놓았습니다. 심의도 짓고, 도포도 짓고 자리옷도 지었습니다. 짓지 아니한 것은 작은 주머니에 수놓는 것뿐입니다. 그 주머니는 나의 손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짓다가 놓아두고 짓다가 놓아두고 한 까닭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바느질 솜씨가 없는 줄로 알지마는 그러한 비밀은 나밖에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의 마음이 아프고 쓰런 때에는 주머니에 수를 놓으려면 나의 마음은 수놓는 금실을 따라서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고 주머니 속에서 맑은 노래가 나와서 나의 마음이 됩니다. 그리고 아직 이 세상에는 그 주머니에 넣을 만한 무슨 보물이 없습니다. 이 작은 주머니는 짓기 싫어서 짓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짓고 싶어서 다 짓지 않는 것입니다.    #perspectives## 시대적 배경이 시는..

Short story) 흔적, 그리고 재구성

흔적, 그리고 재구성> 1부: 흔적의 발견장면 1: 무신사 매장오전 10시 30분.늦가을의 서늘한 공기가 매장 안까지 스며든 듯한 날이었다. 아린은 매장 한쪽에 서서 옷걸이에 걸린 재킷을 만지작거렸다. 가벼운 소재의 재킷이었지만, 그 안에 얽힌 기억들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익숙한 곡선의 라펠, 손목 끝의 자수 디테일, 그리고 재킷 안쪽에 새겨진 브랜드 태그.“J.H DESIGN.”그 이름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 채 멈춰 섰다. 준후의 이니셜이었다. 3년 전, 그의 작업실에서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던 패턴과 실루엣들이 스쳐 지나갔다.그녀의 손끝이 태그를 쓸어내리던 찰나, 매장 스태프인 혜연이 다가왔다.“이 디자인, 마음에 드시나요? 최근에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특히 이번 컬렉션..

Poem) 김소월, <님의 노래>

그립은 우리님의 맑은 노래는 언제나 제 가슴에 젖어있어요 긴 날을 문밖에서 서서 들어도 그립은 우리님의 고운 노래는 해지고 저물도록 귀에 들려요 밤들고 잠들도록 귀에 들려요 고히도 흔들리는 노래가락에 내 잠은 그만이나 깊이 들어요 고적한 잠자리에 홀로 누워도 내 잠은 포스근히 깊이 들어요 그러나 자다 깨면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잃어버려요 들으면 듣는대로 님의 노래는 하나도 남김없이 잊고말아요     #perspectives## 시대적 배경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 아래 있었고, 민족의 정체성과 문화가 억압받던 시기였습니다.## 현대 한국인의 관점1. 민족의 정서: "님"을 잃어버린 조국이나 민족정신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2. 그리움의 정서: ..

Short story) 사랑의 변증법: 철학하다 사랑에 빠진 그들

제1장: 완벽한 사랑을 꿈꾸다서울의 어느 늦은 오후, 트렌디한 카페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소크라테스의 다방’. 오래된 책방을 개조한 이곳은 낮은 조도와 은은한 재즈 음악, 그리고 커피와 책 향기로 채워져 있었다. 벽에는 유명 철학자들의 초상화와 명언이 걸려 있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펴고 있었다.창가 자리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엘린, 30대 중반의 로맨스 소설 작가. 그녀는 노트북 화면에 빼곡히 써 내려간 문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손가락으로 잔을 돌리고 있었다.“그는 완벽했다. 그의 눈빛엔 별빛이 깃들었고, 목소리는 은방울처럼 맑았다. 그의 미소 하나로 세상은 환해졌고, 손끝만 스쳐도 온몸이 전율했다.”엘린은 그 문장에서 눈을 떼고, 한숨을 쉬며 카페 창문 너머를 바..

Poem) 한용운, <복종>

남들은 自由(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服從(복종)을 좋아하여요自由(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服從(복종)만하고 싶어요服從(복종)하고 싶은데 服從(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自由(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幸福(행복)입니다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服從(복종)하라면 그것만은 服從(복종)할 수가 없습니다다른 사람에게 服從(복종)하려면 당신에게 服從(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perspectives## 역사적 배경일제 강점기(1910-1945)는 한국인들에게 심각한 억압과 차별을 가져온 시기였습니다. 한용운은 이 시기에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며 민족의 자존심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힘썼습니다. 그의 시 "복종"은 외부의 억압에 대한 저항을 내포하고 있으며, 복종이 단순한..

Long story) 언덕 위의 시, 잃어버린 꿈 - 13, 14, 15, 16

### **제13장: 밤의 그림자 속에서**서울의 밤은 어둡고 고요했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 아래 도시는 마치 숨죽인 듯 침묵에 빠져 있었다. 강당의 벽에 붙은 포스터가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작은 소리를 냈다. 포스터에는 단순한 글씨로 "음악회"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것이 지닌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것은 저항과 희망을 노래하는 작은 봉화였다. 강당 안에서는 마지막 준비가 한창이었다. 도훈은 강당 입구 쪽에서 동지들과 함께 긴장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작은 노트를 펼치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그에게 이 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잃어버린 시간을 위한 헌사이자, 조국의 해방을 위한 서곡이었다.“준비는 다 됐어?” 윤서가..

Short story) 당신을 보았습니다

제1장: 무적격자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공기는 마치 오래된 폐기물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도시의 변두리, '외곽지'라 불리는 이곳은 자원이 배급되지 않는 무적격자들의 터전이었다. 여기는 생존자라는 말보다 '잔류자'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곳이었다.마르코는 철제 상자와 낡은 천 조각으로 만든 임시 거처에서 깨어났다. 어제의 허기를 오늘로 이어받은 그의 몸은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는 가방에서 마지막 남은 단백질 캡슐을 꺼내 쪼개며 자신을 달랬다. 그것마저도 이웃 소년에게서 훔친 것이었다. "누이 엘레나였다면 날 비난했겠지," 그는 스스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양심이 사치였다. 생존의 투쟁변두리는 무질서한 야생이었다. 자원 배분 시스템에서 제외된 무적격자들은 서로의 생존을..

Poem) 한용운, <당신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가신 뒤로 나는 당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까닭은 당신을 위하느니보다 나를 위함이 많습니다나는 갈고 심을 땅이 없으므로 추수(秋收)가 없습니다저녁거리가 없어서 조나 감자를 꾸려 이웃집에 갔더니 주인(主人)은 "거지는 인격(人格)이 없다 인격(人格)이 없는 사람은 생명(生命)이 없다 너를 도와주는 것은 죄악(罪惡)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그 말을 듣고 돌아나올 때에 쏟아지는 눈물 속에서 당신을 보았습니다나는 집도 없고 다른 까닭을 겸하여 민적(民籍)이 없습니다"민적(民籍) 없는 자(者)는 인권(人權)이 없다 인권(人權)이 없는 너에게 무슨 정조(貞操)냐"하고 능욕(凌辱)하려는 장군(將軍)이 있었습니다그를 항거(抗拒)한 뒤에 남에게 대한 격분(激憤)이 스스로의 슬픔으로 변(化)하는 찰나(刹那)에 당신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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