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의 노래> 1장: 끝나지 않는 어둠 속으로비 오는 늦여름 저녁, 제주도의 한적한 주택. 서윤은 작고 어두운 다락방에 홀로 앉아 딸이 생전에 그린 그림들을 하나씩 펼쳐본다. 노란 해와 푸른 백록담이 그려진 한 장의 그림에서 손길이 멈춘다. 그녀의 손이 떨리고, 눈에 고인 눈물이 종이 위로 떨어진다.5년 전 교통사고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서윤은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잃었고, 자신은 살아남았다. 그 사실은 그녀를 매일 고문했다. "왜 하필 나만?"이라는 질문은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를 옭아맸고, 삶의 의욕은 고갈된 지 오래다. 그녀는 심리 치료사였지만,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능력조차 없었다.탁자 위에 놓인 한라산 백록담 사진이 그녀의 시선을 잡아끈다. 사진 속 백록담의 물은 눈부시게 푸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