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흐르는 시간, 멈춘 페이지비가 그친 오후.창밖으로 흘러내리는 빗방울 자국들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도시의 골목길은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은 제각기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작은 서점이 있던 자리. 그곳에는 이제 공터만이 남아 있었다.이윤은 그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없어졌구나.”낡은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멘 채, 그는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문우당.이윤에게 그 이름은 언제나 비 오는 날의 고요와 같았다. 철학과 시가 사람들에게 속삭이는 공간이었고, 그가 펜을 들 때마다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던 유일한 자리였다.“당신의 시는 시대와 맞지 않습니다.”출판사 편집장의 말이 다시금 귓가를 때렸다. 첫 시집 **『비가 그친 시간』**이 세상에 나왔지만, 평은 냉혹했다. 아름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