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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 27

Poem) 양태사(楊泰師), <야청도의성(夜聽擣衣聲)>: 밤에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고향을 그리워하다

양태사(楊泰師), 원문:1야청도의성(夜聽擣衣聲) 2霜天月照夜河明 (상천월조야하명)3客子思歸別有情 (객자사귀별유정)4厭坐長霄愁欲死 (염좌장소수욕사)5忽聞隣女擣衣聲 (홀문린여도의성) 6서리 하늘 달 밝은데 은하수 빛나7이국땅 머무는 나그네 귀향 생각 깊도다8긴긴 밤 홀로 앉아 시름 이기지 못하는데9홀연 들리나니 이웃 아낙 다듬이 소리 10聲來斷續因風至 (성내단속인풍지)11夜久星低無暫止 (야구성저무잠지)12自從別國不相聞 (자종별국불상문)13今在他鄕聽相似 (금재타향청상사) 14바람결 따라서 끊일 듯 이어지며15별들이 기울도록 잠시도 멎지 않네16고국을 떠난 후로 저 소리 못 듣더니17먼 이역땅에서 그 소리 다시 듣네 18不知綵杵重將輕 (불지채저중장경)19不悉靑砧平不平 (불실청침평불평)20遙憐體弱多香汙 (요련..

Poem) 백석, <안동>: 이방 거리의 이국적 풍경과 그리움

백석, 원문:이방 거리는비 오듯 안개가 나리는 속에안개 가튼 비가 나리는 속에이방 거리는콩기름 쪼리는 내음새 속에섭누에 번디 삶는 내음새 속에이방 거리는 독기날 별으는 돌물네 소리 속에되광대 켜는 되양금 소리 속에손톱을 시펄하니 길우고 기나긴 창꽈쯔를 즐즐 끌고 시펏다만두꼭깔을 눌러쓰고 곰방대를 물고 가고 시펏다이왕이면 향내 노픈 취향리 돌배 움퍽움퍽 씹으며 머리채 츠렁츠렁 발굽을 차는 꾸냥과 가즈런히 쌍마차 몰아가고 시펏다. ---현대어 변환 시도: 이 고장 거리는비 오듯 안개가 내리는 속에안개 같은 비가 내리는 속에이 고장 거리는콩기름 지지는 냄새 속에누에고치 실 삶는 냄새 속에이 고장 거리는도깨비불 켜는 돌무더기 소리 속에되놈(광대) 타는 되양금 소리 속에손톱을 시원하게 길러서 기다란 창꽈쯔를 질질..

Poem) 백석, <동뇨부>: 어린 시절의 오줌과 추억의 풍경

백석, 원문:봄철날 한종일내 노곤하니 벌불 작난을 한 날 밤이면 으례히 싸개 동당을 지나는데 잘망하니 누어 싸는 오줌이 넙적다리를 흐르는 따끈 따끈한 맛 자리에 펑하니 괴이는 척척한 맛첫 녀름 일은 저녁을 해치우고 인간들이 모두 터 앞에 나와서 물외 포기에 당콩 포기에 오줌을 주는 때 터 앞에 밭마당에 샛길에 떠도는 오줌의 매캐한 재릿한 내음새긴 긴 겨울밤 인간들이 모두 한잠이 들은 재밤중에 나 혼자 일어나서 머리맡 쥐발 같은 새끼 오강에 한없이 누는 잘 매럽던 오줌의 사르릉 쪼로록 하는 소리그리고 또 엄매의 말엔 내가 아직 굳은 밥을 모르던 때 살갗 퍼런 망내고무가 잘도 받어 세수를 하였다는 내 오줌 빛은 이슬같이 샛맑앟기도 샛맑았다는 것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 봄날 하루 종일 나른하여 개구쟁이..

Poem) 백석, <박각시 오는 저녁>: 시골 저녁의 소박한 풍경과 그리움

백석, 원문: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쐐이는데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 감들이 한불 널리고돌우래며 팟중이 산 옆이 들썩하니 울어 댄다.이리하여 한울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현대어 변환 시도: 팥밥에 가지 냉국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박꽃이 하얀 지붕에 호랑나비들이 주르륵 윙윙 날아오면집은 안과 밖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사람들은 모두 뒷동산으로 올라가 멍석을 깔고 바람을 쐬는데풀밭에는 어느새 하얀 나비들이 한 무리 흩어져 있고뻐꾸기며 두견새가 산 곁에서 요란하게 울어댄다.이렇게 하여 하늘에 별이 좁쌀 마당 같고강낭..

Poem) 백석, <멧새소리>: 얼어붙은 삶과 서러움의 노래

백석, 원문:첨아끝에 명태를 말린다명태는 꽁꽁 얼었다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해는 저물고 날은 다가고 볓은 서러웁게 차갑다나도 길다랗고 다리한 명태다문 턱에 꽁꽁 얼어서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현대어 변환 시도: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명태는 꽁꽁 얼어 있다명태는 길고 말라빠진 생선인데꼬리에 긴 고드름이 달려 있다해는 지고 날씨는 추워지고 바람은 서럽도록 차갑다나도 길고 마른 명태와 같다문지방에 꽁꽁 얼어서가슴에 긴 고드름이 달려 있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1912~1996)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대표적인 한국 현대 시인입니다. 본명은 백기행(白基行)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의 격동기를 살아갔습니다. 그의 ..

Poem) 백석, <가무래기의 낙>: 가난한 우정과 세상에 대한 유쾌한 저항

백석, 원문:가무락조개 난 뒷간거리에빗을 얻으려 나는 왔다빗이 안 되어 가는 탓에가무래기도 나도 모도 춥다추운 거리의 그도 추운 능당쪽을 걸어 가며내 마음은 웃줄댄다 그 무슨 기쁨에 웃줄댄다이 추운 세상의 한구석에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내가 이렇게 추운 거리를 지나온걸얼마나 기뻐하며 락단하고그즈런히 손깍지벼개하고 누어서이 못된 놈의 세상을 크게 크게 욕할 것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가무락조개가 많이 나는 뒷골목에빗을 얻으려고 나는 왔다빗이 되지 않아서 가는 바람에가무래기도 나도 모두 춥다추운 거리의 그 역시 추운 언덕 쪽을 걸어가며내 마음은 웃음 짓는다 그 무슨 기쁨에 웃음 짓는다이 추운 세상의 한구석에맑고 가난한 친구가 하나 있어서내가 이렇게 추운 거리를 지나온 것을얼마나 기뻐하며 즐거워하고..

Poem) 백석, <꼴두기>: 자연과 인간의 슬픔이 교차하는 새벽의 풍경

백석, 원문:신새벽 들망에내가 좋아하는 꼴두기가 들었다갓 쓰고 사는 마음이 어진데새끼 그믈에 걸리는 건 어인일인가갈매기 날어온다.입으로 먹을 뿜는 건멫십 년 도를 닦어 퓌는 조환가앞뒤로 가기를 마음대로 하는 건손자의 병서도 읽은 것이다갈매기 쭝얼댄다그러나 시방 꼴두기는 배창에 너불어저 새 새끼 같은 울음을 우는 곁에서배ㅅ사람들의 언젠가 아훕이서 회를 처 먹고도 남어 한 깃씩 논아 가지고 갔다는 크디큰 꼴두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슬프다갈매기 날어난다. ---현대어 변환 시도: 새벽녘 들그물에내가 좋아하는 꼴두기가 걸렸다갓을 쓰고 사는 마음이 어질건만작은 그물에 걸리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갈매기가 날아온다. 입으로 먹이를 뿜어내는 것은몇십 년 도를 닦아 터득한 조화인가앞뒤로 자유자재로 다니는 것은손자의 병..

Poem) 백석, <야우소회(夜雨小懷)>: 비 내리는 밤, 작은 그리움의 노래

백석, 원문:캄캄한 비 속에새빩안 달이 뜨고하이얀 꽃이 퓌고먼바루 개가 짖는 밤은어데서 물외 내음새 나는 밤이다캄캄한 비 속에새빩안 달이 뜨고하이얀 꽃이 퓌고먼바루 개가 짖고어데서 물외 내음새 나는 밤은나의 정다운 것들 가지 명태 노루 뫼추리 질동이 노랑나뷔 바구지꽃 모밀국수 남치마 자개집섹이 그리고 천희라는 이름이 한없이 그리워지는 밤이로구나 ---현대어 변환 시도: 캄캄한 비 속에서새빨간 달이 뜨고하얀 꽃이 피고먼 마을 개가 짖는 밤은어디선가 오이 냄새가 나는 밤이다 캄캄한 비 속에서새빨간 달이 뜨고하얀 꽃이 피고먼 마을 개가 짖고어디선가 오이 냄새가 나는 밤은나의 정다운 것들인 가지, 명태, 노루, 산새, 질그릇, 노란 나비, 봉숭아꽃, 메밀국수, 남색 치마, 자개로 만든 화장품 상자, 그리고 천희..

Poem) 백석, <남향>: 바다와 마을, 그리움의 풍경

백석, 원문:푸른 바다가의 하이얀 하이얀 길이다아이들은 늘늘히 청대나무 말을 몰고대모풍잠한 늙은이 또요 한마리를 드리우고 갔다.이 길이다얼마가서 감로같은 물이 솟는 마을 하이얀 회담벽에 옛적본의 장반시게를 걸어놓은 집 홀어미와 사는 물새같은 외딸의 혼사 말이 아즈랑이 같이 낀 곳은 ---현대어 변환 시도:푸른 바닷가의 하얀 하얀 길이다 아이들은 느릿느릿 푸른 대나무로 만든 말을 몰고 자라 등껍질로 만든 비녀를 꽂은 늙은이도 소 한 마리를 끌고 갔다. 이 길이다조금 가면 감로수 같은 물이 솟는 마을, 하얀 흙벽에 옛날 그림의 시계를 걸어놓은 집, 홀어머니와 사는 물새 같은 외동딸의 혼인 이야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곳은 # perspectives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1912~199..

Poem) 백석, <대산동>: 제비의 노래와 고향의 정서

백석, 원문:비얘고지 비얘고지는제비야 네 말이다저 건너 노루섬에 노루 없드란 말이지신미두 삼각산엔 가무래기만 나드란 말인지비얘고지 비얘고지는제비야 네 말이다푸른 바다 힌 한울이 좋기도 좋단 말이지해밝은 모래장변에 돌비 하나 섰단 말이지비얘고지 비애고지는제비야 네 말이다눈빩앵이 갈매기 발빩앵이 갈매기 가란 말이지승냥이처럼 우는 갈매기무서워 가란 말이지 ---현대어 변환 시도:비얘고지 비얘고지는제비야 네 말이다저 건너 노루섬에 노루 없다는 말이지신미두 삼각산엔 가무래기만 난다는 말인지비얘고지 비얘고지는제비야 네 말이다푸른 바다 흰 하늘이 좋기도 좋다는 말이지해 밝은 모래장변에 돌비 하나 섰다는 말이지비얘고지 비얘고지는제비야 네 말이다눈빛이 하얀 갈매기 발빛이 하얀 갈매기 가라는 말이지승냥이처럼 우는 갈매기..

Poem) 백석, <물계리>: 바닷가의 소리와 삶의 결

백석, 원문:물밑-이 세모래 닌함박은 콩조개만 일다.모래장변-바다가 널어놓고 못 믿없어 드나드는명수필을 짓구지 발뒤추으로 찢으면날과 씨는 모두 양금 줄이 되어짜랑짜랑 울었다 ---현대어 변환 시도: 물속 깊은 곳의 모래톱에 박혀있는 콩조개만이 살아있네.바다가 모래사장에 널어놓고 믿음 없이 오가는명수필을 갈기갈기 찢어내면날과 씨앗은 모두 비단 줄이 되어맑고 청아하게 울부짖었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본명 백기행)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1996년까지 살았던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 시인입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의 시대를 거치며, 평안도와 함경도 등 북방의 풍경과 민중의 삶을 시로 담아냈습니다. 일본 유학 시절 모더니즘에 관심을 가졌고, ..

Poem) 백석,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소박한 행복의 이유

백석, 원문: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너무나 좋은 탓이고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꼭같은넥타이를 매고 곻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염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러고 어늬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짖인 것은맛도 있다는 말이 작고 들려오는 탓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봄날 날씨가너무나 좋은 탓이고가난한 친구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탓이고 언제나 똑같은넥타이를 매고 곧은 사람을 사랑하는 탓이다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않은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이렇게 젊..

Poem) 백석, <내가 생각하는 것은>: 상실과 자기 성찰의 밤

백석, 원문:밖은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거리에는 사람두 많이나서 흥성흥성 할것이다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단니고 싶은 밤이다그렇것만 나는 하이얀 자리우에서 마른 팔뚝의샛파란 피ㅅ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그렇게도 살튼하든 동무가 나를 벌인 일을 생각한다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즐거이 술을 먹으려 단닐 것과내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라도 들을류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현대어 변환 시도:밖은 봄날 저녁 따뜻하고 포근한 밤이다거리에는 사람도 많이 나와서 북적북적할 것이다왠지 이 사람들과 친하게 어울려 다..

Poem) 백석, <개>: 겨울밤의 고향과 개 짖는 소리

백석, 원문:접시 귀에 소 기름이나 소뿔등잔에 아즈까리 기름을 켜는 마을에서는 겨울 밤 개 짖는 소리가 반가웁다.이 무서운 밤을 아래 웃방성 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있어 개는 짓는다.낮배 어니메 치코에 꿩이라도 걸려서 산넘어 국수집에 국수를 받으려 가는 사람이 있어도 개는 짖는다.김치 가재미선 동침이가 유별히 맞나게 익는 밤아배가 밤참 국수를 받으려 가면 나는 큰마니의 돋보기를 쓰고 앉어 개짖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 접시 귀에 소기름이나 소뿔등잔에 아주까리 기름을 켜는 마을에서는 겨울 밤 개 짖는 소리가 반갑습니다.이 무서운 밤에 아래 마을, 윗마을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어서 개는 짖습니다. 낮에 친 올가미에 꿩이라도 걸려서 산 너머 국수집에 국수를 받으러 가는 사람이 있어도 개..

Poem) 백석, <외가집>: 잃어버린 고향의 풍경과 두려움

백석, 원문:내가 언제나 무서운 외가집은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그득하니 하이얀 나비수염을 물은보득지근한 복쪽재비들이 씰굴씨굴 모여서는 쨩쨩 쨩쨩쇳스럽게 울어대고밤이면 무엇이 기와곬에 무리돌을 던지고 뒤울안 배나ᇚ에쩨듯하니 줄등을 헤여달고 부뚜막의 큰 솥 적은 솥을모주리 뽑아놓고 재통에 간 사람의 목덜미를 그냥그냥 나려눌러선 잿다리 아래로 쳐박고그리고 새벽녘이면 고방 시렁에 채국채국 얹어둔 모랭이 목판시루며 함지가, 땅바닥에 넘너른히 널리는 집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내가 언제나 무서워하던 외가집은초저녁이면 안팎마당이 가득히 하얀 나비수염을 문건들거리는 개구리들이 모여서는 쨍쨍 쨍쨍금속성으로 울어대고밤이면 무엇이 기와 홈통에 돌을 던지고 뒤뜰 안 배나무에달라붙은 듯이 줄지어 매달리고 부엌의 큰 솥 작..

Poem) 백석, <고향>: 타향에서 만난 따뜻한 고향의 정

백석, 원문:나는 북관에 혼자 앓어 누어서어늬 아츰 의원을 뵈이었다의원은 여래같은 상을 하고 관공의 수염을 들이워서먼 녯적 어늬 나라 신선같은데새끼손톱 길게 도은 손을 내어묵묵하니 한참 맥을 잡드니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평안도 정주라는 곧이라 한즉그렇면 아무개 씨 고향이란다그렇게 아무개 씨-ㄹ 아느냐 한즉의원은 빙긋이 우슴을 띄고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쓰ᇎ다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의원은 또다시 넌즛이 웃고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현대어 변환 시도:나는 북관에 혼자 앓아 누워서어느 아침 의사를 만났다의사는 여래 같은 모습을 하고 관우의 수염을 기르고 있어서먼 옛날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새끼손톱 길게 다듬은 손을 내어묵..

Poem) 백석, <석양>: 장날 저녁의 해학과 인생의 노을

백석, 원문:거리는 장날이다장날거리에 녕감들이 지나간다녕감들은말상을 하였다 범상을 하였다 쪽재피상을 하였다개발코를 하였다 안장코를 하였다 질병코를 하였다그 코에 모두 학실을 썼다돌체 돗보기다 대모체 돗보기다 로이도 돗보기다녕감들은 유리창 같은 눈을 번득걸이며투박한 북관말을 떠들어대며쇠리쇠리한 저녁해 속에사나운 즘생같이들 살어젔다 ---현대어 변환 시도:거리는 장날이다장날 거리에 노인들이 지나간다노인들은말 얼굴을 하였다 호랑이 얼굴을 하였다 쪽재비 얼굴을 하였다개코를 하였다 안장 모양의 코를 하였다 질병에 걸린 듯한 코를 하였다그 코에 모두 안경을 썼다둥근 테 안경이다 거북이 등껍질 테 안경이다 로이드 안경이다노인들은 유리창 같은 눈을 번쩍이며투박한 북쪽 방언을 떠들어대며쇠잔하고 약한 저녁해 속에사나운 짐..

Poem)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눈 내리는 밤, 사랑과 도피의 환상

백석, 원문: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나타샤와 나는눈이 푹푹 쌓이는 밤 힌당나귀 타고산골로 가쟈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쟈눈이 푹푹 나리고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언제벌서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 한다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세상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눈은 푹푹 나리고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어데서 힌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 응앙 울을 것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가난한 내가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내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소주를 ..

Poem) 백석, <백화>: 순수와 평화가 머무는 산골

백석, 원문: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다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그리고 감로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산넘어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현대어 변환 시도:산골 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입니다밤이 되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도 자작나무입니다그 맛있는 모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입니다그리고 감로처럼 달콤한 샘물이 솟아나는 나무 우물도 자작나무입니다산 너머로 평안도 땅이 보인다는 이 산골은 온통 자작나무입니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본명 백기행, 1912~1996)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의 격동기를 산 대표적 시인입니다..

Poem) 백석, <야반>: 깊은 밤, 모밀국수와 삶의 온기

백석, 원문:토방에 승냥이같은 강아지가 앉은 집부엌으론 무럭무럭 하이얀 김이 난다.자정도 활신 지났는데닭을 잡고 모밀국수를 눌은다고 한다어늬 산옆에선 캥캥 여우가 운다 ---현대어 변환 시도:마루 앞 토방에는 승냥이처럼 생긴 강아지가 앉아 있는 집부엌에서는 무럭무럭 하얀 김이 올라온다.자정이 한참 지났는데도닭을 잡아 모밀국수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어느 산 옆에서는 캥캥 여우가 운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작가의 삶백석(白石, 본명 백기연)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분단, 그리고 북한에서 생을 마감한 한국 현대시의 대표적 시인입니다89. 오산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아오야마 가쿠인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엘리트였으며, 1935년 에 시 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민족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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