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변증법: 철학하다 사랑에 빠진 그들>
제1장: 완벽한 사랑을 꿈꾸다
서울의 어느 늦은 오후, 트렌디한 카페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소크라테스의 다방’. 오래된 책방을 개조한 이곳은 낮은 조도와 은은한 재즈 음악, 그리고 커피와 책 향기로 채워져 있었다. 벽에는 유명 철학자들의 초상화와 명언이 걸려 있었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펴고 있었다.
창가 자리에는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엘린, 30대 중반의 로맨스 소설 작가. 그녀는 노트북 화면에 빼곡히 써 내려간 문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손가락으로 잔을 돌리고 있었다.
“그는 완벽했다. 그의 눈빛엔 별빛이 깃들었고, 목소리는 은방울처럼 맑았다. 그의 미소 하나로 세상은 환해졌고, 손끝만 스쳐도 온몸이 전율했다.”
엘린은 그 문장에서 눈을 떼고, 한숨을 쉬며 카페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트렌디한 거리의 번잡함 속에서도 그녀의 시선은 맞은편 테이블에 앉은 남자로 옮겨갔다. 그의 이름은 루카스, 엘린의 남자친구이자 철학 강사였다.
소설 속 완벽한 남자와 현실의 루카스
루카스는 테이블 위에 철학 책을 펴 두었지만, 손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지만, 화면을 스크롤하며 드라마 리뷰를 읽고 있다는 것을 엘린은 알고 있었다.
‘책을 읽는 척하고 있지만, 저거 분명 넷플릭스 드라마 검색 중일 거야.’
엘린의 시선이 다시 노트북 화면으로 돌아왔다.
“완벽하다.”
그 단어가 그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소설 속 완벽한 남자 주인공과, 눈앞의 루카스 사이의 간극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슨 생각해?”
루카스의 목소리에 엘린이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는 어느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그냥… 마감 때문에 좀 생각이 많아서.”
엘린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루카스는 미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칸트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남겨둬야 해.”
칸트?
엘린은 내심 피곤한 표정을 지을 뻔했지만,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칸트… 무슨 말인지 다시 설명해 줄래?”
“칸트는 이성의 한계를 인정한 철학자야. 너도 이성적으로 한번 고민해봐. 너의 사랑, 혹은 네 소설 속 사랑이 진짜일 수 있을까?”
루카스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엘린은 그의 철학 강연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척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또 시작이네. 사랑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갈등의 싹
엘린은 노트북 화면에 다시 눈을 돌렸다. 글 속 남자 주인공은 여전히 완벽했다. 그의 미소는 태양보다 빛났고, 그가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방식은 엘린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랑의 전형이었다. 그러나 문득, 그녀의 손이 멈췄다.
‘이건 정말 내가 원하는 사랑일까? 아니면 단순히 누군가의 환상을 따라 쓰고 있는 걸까?’
그녀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거리의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속도로 움직이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루카스와 자신이 마주하는 현실의 관계가 소설과는 너무도 달라 보였다.
루카스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돌아가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목록을 스크롤하고 있었다. 그는 어쩌면 완벽한 사랑보다 편안한 동반자가 되어주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나쁜 건 아닐 텐데…’
하지만 엘린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장면 전환: 꿈속의 이상적인 사랑
그날 밤, 엘린은 노트북을 닫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머릿속은 계속 어지러웠다. 소설 속 사랑, 루카스와의 관계, 그리고 그녀 자신.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잠에 빠져든 엘린의 꿈속, 그녀는 자신이 쓴 소설의 세계에 서 있었다.
“당신은 완벽한 사랑을 원하잖아.”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이 그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엘린은 대답하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완벽한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깊은 눈빛. 그러나 꿈속에서도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존재가 어딘가 허전하고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장면 묘사:
카페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응시하는 엘린의 고뇌에 찬 표정. 반대편 테이블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루카스의 편안한 모습. 저녁 풍경 속, 거리의 사람들과 대비되는 그들의 조용한 순간. 마지막으로, 꿈속에서 완벽한 사랑의 환상과 마주하는 엘린의 어지러운 심리적 공간이 몽환적으로 그려진다.
다음 화 예고:
엘린은 소크라테스의 다방에서 루카스의 강의에 참석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철학적 연애에 대한 기대와 달리, 루카스는 위키백과에 의존하며 어설프게 강의를 이어간다. 엘린은 사랑의 본질을 찾기 위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랑은 논리와 감정 중 무엇에 가까운가?”
제2장: 철학적 연애의 시작
엘린은 오래된 대학 건물의 낡은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창문 너머로 비치는 햇살은 따뜻했지만, 강의실 안은 어딘가 음침한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강의 시작도 전에 시큰둥한 표정으로 각자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엘린은 한가운데 줄에 앉아 준비해 온 노트를 꺼냈다. 그녀의 시선은 앞쪽 강단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루카스, 그녀의 남자친구이자 오늘의 강연자가 서 있었다. 그는 여전히 철학 강사로서의 카리스마를 유지하려는 듯, 단정한 셔츠 차림에 한 손에는 철학서를 들고 있었다.
“철학은 사랑과 비슷합니다.”
그의 목소리가 강의실에 울렸다. 그러나 그의 말을 듣는 학생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몇몇은 눈을 감고 고개를 떨군 채 잠들 기미를 보였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말이죠.”
루카스는 말을 이어갔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해서 자신의 강의 자료 대신 스마트폰 화면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엘린은 이를 눈치채고 혼자 피식 웃었다.
‘역시 위키백과겠지.’
철학의 이면
“오늘은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을 이야기할 겁니다.”
루카스가 화면에 띄운 칸트의 사진은 거창했지만, 그의 설명은 어딘가 두서없었다. 그는 책을 넘기는 척하며 책상 아래 스마트폰을 몰래 들여다봤다.
학생들 중 한 명이 조용히 물었다.
“교수님, 그러니까 칸트가 사랑에 대해 뭐라고 했다는 거죠?”
루카스는 움찔하며 땀을 훔쳤다. 그는 손가락으로 슬며시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며 대답했다.
“음… 사랑은 이성의 범주를 넘어선다. 즉, 경험적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감정의 문제다, 뭐 그런 거지.”
엘린은 그의 어설픈 대답에 속으로 웃으며 노트를 채웠다.
‘사랑은 이성의 범주를 넘어선다… 라고 위키백과는 적혀 있겠지.’
그러나 그녀는 이 강의가 어딘가 어설퍼 보이면서도 사랑스럽다고 느꼈다.
강의실 밖의 대화
강의가 끝난 후, 엘린은 일부러 늦게 강의실을 나서며 루카스에게 다가갔다.
“오늘 강의… 정말 재미있었어.”
그녀의 말에 루카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진짜? 솔직히 내가 오늘 준비를 좀 덜 했거든.”
엘린은 장난스럽게 물었다. “혹시 오늘도 위키백과의 도움을 받은 거야?”
루카스는 당황한 듯 웃었다. “아니, 뭐… 그런 건 아니고, 약간만 참고했어.”
엘린은 그의 솔직함이 귀엽게 느껴졌다. “그런데 칸트의 사랑에 대한 정의는 멋졌어. 그건 네 생각이야, 아니면… 위키백과?”
루카스는 잠시 고민하다 솔직하게 말했다.
“사실은 내 생각이야. 사랑이 이성의 범주를 넘어선다는 말. 그건 너랑 있으면서 깨달은 거거든.”
엘린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루카스의 철학적인 언어 속에서 어딘가 진심을 느꼈다. 비록 그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 어설픔 속에서 묘하게 진실한 감정을 전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다방으로의 초대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있어? 소크라테스의 다방에서 철학 토론 모임이 열리거든. 너도 와볼래?”
엘린은 루카스의 제안에 약간 망설였다. “철학 토론 모임? 나 같은 사람한테는 좀 어려울 것 같아.”
“아니야, 오히려 재미있을 거야. 거기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의 철학은 꼭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니까.”
엘린은 그의 설득에 못 이겨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근데 내가 이상한 말 하면 넌 모르는 척하면 안 돼.”
“걱정 마, 넌 언제나 나보다 더 철학적이니까.”
루카스의 미소에 엘린은 의외로 안도감을 느꼈다.
장면 묘사:
강의실 풍경 속 루카스의 어설프면서도 진지한 강의 모습. 학생들의 무관심과 엘린의 미소가 대비된다. 강의가 끝난 후 둘만의 대화에서 루카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고, 소크라테스의 다방을 배경으로 한 다음 장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한다.
다음 화 예고:
엘린은 소크라테스의 다방에서 철학적인 분위기와 커피 향이 어우러진 독특한 토론의 세계를 접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감정적 도전을 마주한다. “사랑은 자유를 앗아가는 걸까, 아니면 자유를 더하는 걸까?”
제3장: 소크라테스의 다방에서
서울의 골목길 깊숙이 자리 잡은 소크라테스의 다방은 밤이 되자 한층 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낡은 나무 간판 위에는 철학자의 초상화가 어렴풋이 새겨져 있었고, 창문 너머로는 은은한 조명이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들어간 엘린은 잠시 멈춰섰다. 이곳은 평범한 카페가 아니었다.
벽면에는 철학자의 명언과 초상화가 걸려 있었고, 책장에는 고전 철학서부터 현대 심리학 책까지 빼곡히 꽂혀 있었다. 테이블마다 놓인 램프의 빛은 아늑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메뉴판이었다.
"니체 아메리카노"
쓴맛이 강하고 단맛은 없는, 실존적 선택의 커피.
"칸트 카페라떼"
정확한 비율로 설계된 이성적인 단맛.
"플라톤 모카"
이상적인 달콤함과 현실의 쓴맛이 조화된 음료.
엘린은 메뉴판을 읽으며 피식 웃었다.
“진짜 철학 카페네. 커피도 철학적 고민을 하면서 만들어진 걸까?”
루카스가 익숙한 듯 말했다. “여기 바리스타가 철학 전공자야. 철학도 커피도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하더라.”
철학 토론의 시작
엘린과 루카스는 한쪽 테이블에 앉았다. 루카스는 “니체 아메리카노”를, 엘린은 “칸트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주문을 기다리며 그들은 카페 한쪽 작은 무대를 바라봤다. 곧바로 철학 토론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무대에는 중년의 남자가 서서 청중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의 주제는 ‘사랑과 자유의 딜레마’입니다. 사랑이란 감정은 인간을 자유롭게 만드는가, 아니면 구속하는가? 함께 이야기해 봅시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이 손을 들며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사랑은 구속이죠.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의 행동이나 선택에 연연하게 되잖아요.”
“아니죠. 사랑은 자유를 줍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이 스스로 날아오를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거라고요.”
엘린은 그들의 논쟁을 들으며 혼란스러워졌다. ‘사랑은 자유인가, 구속인가?’ 그녀는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색한 철학적 대화
루카스는 엘린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사랑은 자유일까, 아니면 구속일까?”
엘린은 잠시 고민하다 대답했다.
“둘 다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은 그냥… 그 자체로 복잡한 감정일 뿐일지도 몰라.”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난 사랑이 자유라고 믿고 싶어. 적어도 너와의 사랑은 그런 거였으면 좋겠어.”
그의 말은 엘린의 마음을 묘하게 흔들었다. 그들이 나누고 있는 대화는 철학적 주제였지만, 그 안에는 서로에 대한 솔직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뜻밖의 순간
토론이 끝나갈 무렵, 무대 위 주최자가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본 가장 철학적인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혹시 공유하고 싶은 분 있나요?”
엘린은 망설였지만, 곧 손을 들었다.
“저는… 사랑이 저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고 느꼈을 때요. 그런데 가끔은 그게 저를 진짜 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사랑을 통해 나를 잃는다면, 그건 진정한 사랑일까요?”
그녀의 말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자 한 사람이 조용히 대답했다.
“그건 아마도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낸 이상에 대한 집착일지도 몰라요.”
엘린은 그 말을 곱씹으며 조용히 자리로 돌아왔다.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이 떠올랐고, 그 안에서 그녀는 여전히 방황하고 있었다.
장면 묘사:
소크라테스의 다방 내부는 아늑하면서도 철학적 요소로 가득 차 있다. 메뉴판의 독특한 묘사, 철학자 초상화가 걸린 벽, 작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진지한 토론. 엘린의 복잡한 표정과 루카스의 다정한 시선이 대비를 이루며 이들의 관계에 대한 긴장감을 더한다.
다음 화 예고:
엘린은 마르타의 인스타그램을 우연히 발견하고,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삶에 매료된다. 그러나 그녀의 일상을 엿보며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부러움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또 다른 의문을 품게 된다. “사랑은 비교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내면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제4장: SNS 스토커의 탄생
늦은 밤, 엘린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마감하지 못한 소설의 초고가 담긴 노트북이 열려 있었지만, 그 화면을 응시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대신 그녀는 루카스의 SNS 계정을 훑고 있었다.
루카스의 피드는 단조로웠다. 철학 책 사진, 강의실 풍경, 때로는 자신이 만든 허술한 요리를 자랑하는 게시물들.
‘너무도 루카스답네.’
엘린은 웃으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손은 자연스레 루카스의 팔로워 목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마르타’
엘린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그녀의 프로필 사진을 터치했다.
완벽한 사람의 이미지
마르타의 인스타그램 피드는 환상적이었다. 태양 아래에서 요가 자세를 취하는 모습, 바닷가에서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사진, 초록빛 정원에서 손수 만든 샐러드를 들고 있는 모습.
‘완벽하잖아.’
엘린은 한 장 한 장 넘기며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에게 변명했다.
‘그냥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보는 것뿐이야. 질투는 아니야.’
그러나 스크롤하던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의도치 않은 만남
며칠 뒤, 엘린은 루카스와의 약속 장소로 가는 길에 낯선 카페에서 마르타를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눈에 띌 정도로 화려한 외모와 당당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엘린은 순간적으로 피하고 싶었지만, 마르타가 먼저 다가와 미소를 지었다.
“엘린, 맞죠?”
“네… 맞아요.”
마르타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루카스가 가끔 너에 대해 얘기했어. 반가워.”
엘린은 어색한 웃음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저도… 얘기 많이 들었어요.”
‘진짜 들은 건 별로 없지만.’
마르타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카페 안으로 초대했다. 그곳에서 마르타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요즘엔 요가 강습과 콘텐츠 촬영 때문에 바쁘긴 한데, 좋아요가 많이 올라오면 뿌듯하더라고.”
그녀는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여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엘린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지만, 속으로는 혼란스러웠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도 결국 좋아요 수에 의존하네.’
완벽함의 이면
카페 한쪽, 마르타는 커피를 마시며 무심코 말했다.
“근데 가끔은 너무 지치기도 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추려다 보면 나 자신이 사라지는 것 같아.”
그 말에 엘린은 놀랐다. 마르타는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녀 역시 그 속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래도 너는 대단해 보여.” 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르타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대단해 보이는 건 쉬워. 진짜 대단한 건… 내가 그걸 진짜로 느끼는 걸지도.”
그 순간, 엘린은 자신과 마르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녀도 소설 속 완벽한 사랑을 꿈꾸며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마르타의 SNS는 완벽해 보였지만, 그것은 그녀가 만든 이미지일 뿐이었다.
작은 갈등의 씨앗
이야기가 끝난 후, 마르타는 갑자기 묻듯 말했다.
“근데… 너는 루카스와 어떤 사랑을 하고 있어? 내가 알던 그 사람은… 조금 특이한 사람이었거든.”
그녀의 말은 엘린의 마음을 묘하게 뒤흔들었다. 마르타가 루카스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엘린과는 다른 기억이 담겨 있는 듯했다.
“루카스는… 나한테는 좋은 사람이야. 그리고 평범하면서도 특별해.”
엘린은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지만, 그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음을 느꼈다.
장면 묘사:
마르타의 화려한 인스타그램 화면 속 반짝이는 사진들과,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엘린과 대화하는 그녀의 현실적인 모습. 엘린이 느끼는 질투와 동경, 그리고 마르타의 솔직한 고백이 대비되며 두 사람의 감정선이 깊어지게 그려진다.
다음 화 예고:
마르타와의 만남 이후, 엘린은 꿈속에서 또다시 자신과 루카스, 그리고 완벽함에 대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초현실적인 공간 속에서 철학자 플라톤과 니체를 만나게 된 엘린은 사랑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은 혼란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를 위한 희생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길인가?”
제5장: 꿈속의 철학자들
마르타와의 만남 이후, 엘린은 온종일 어지러운 기분을 떨쳐내지 못했다. 완벽해 보였던 마르타의 모습은 사실 그녀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이미지마저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사랑의 주인공을 떠올렸다.
밤이 되자, 엘린은 마감에 대한 압박감과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초현실적 풍경
엘린은 자신이 낯선 공간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방은 희미한 빛으로 가득했고, 멀리서 불확실한 그림자들이 벽을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었다.
저 멀리, 세 명의 남자가 와인 잔을 들고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이었지만, 모두 강렬한 존재감을 풍겼다.
“사랑은 이데아를 찾는 여정이다.”
긴 수염을 휘날리며 웅변하는 남자가 엘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은 누굽니까?” 엘린이 물었다.
“나는 플라톤이라오. 사랑을 이해하려면 먼저 사랑의 이상적 본질을 찾아야 하오.”
“하!”
다른 남자가 비웃으며 말을 끊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을 지닌 채,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이란 것은 본질이 아니라 힘의 문제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의지를 드러낼 뿐이지.”
그는 짧게 웃으며 덧붙였다. “나는 니체요.”
마지막으로 서 있던 남자는 천천히 엘린에게 다가왔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랑은 단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오. 존재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도구일 뿐.”
그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사르트르.”
철학자들과의 대화
엘린은 세 명의 철학자들 앞에 서서 그들의 논쟁을 지켜보았다.
플라톤이 말했다. “진정한 사랑은 완벽한 이데아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오. 사랑은 이상적인 존재를 추구하며, 그 속에서 우리의 불완전함을 극복하는 여정이오.”
엘린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완벽한 사랑을 찾지 못하면, 그건 사랑이 아닌가요?”
니체가 그 말을 비웃으며 끼어들었다.
“완벽? 그런 건 없다! 사랑이란 본능이자 생존 전략이오. 당신은 자신을 강화하기 위해 사랑을 택하는 것일 뿐이지.”
사르트르는 팔짱을 낀 채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결국, 사랑은 자신을 위한 선택일 뿐이오.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느낄 때조차, 당신은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서일 뿐이오.”
엘린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결국 환상인가요? 아니면 나 자신을 위한 도구일 뿐인가요?”
데이팅 앱의 철학적 풍자
갑자기 벽에 거대한 화면이 나타나더니, 데이팅 앱의 프로필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니체는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시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이상화해 적어놨소. ‘사랑은 나의 인생을 변화시킬 완벽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 적어놓은 이들처럼.”
플라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그들은 모두 자신의 이데아를 찾고 있는 것이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이상에 가까워질수록 그 간극을 느끼게 될 뿐이오.”
사르트르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모두가 얼마나 허구적이오. 데이팅 앱 속에서의 사랑은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에 관한 연극일 뿐. 당신도 다르지 않소.”
엘린은 화면 속 프로필을 바라보며 문득 마르타와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SNS 속에서 보이는 삶, 소설 속 완벽한 주인공, 그리고 현실의 사랑 사이의 간극이 그녀를 어지럽게 했다.
깨달음의 순간
엘린은 철학자들에게 물었다.
“그럼 제가 꿈꾸는 사랑은 잘못된 건가요? 사랑을 통해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그건 틀린 건가요?”
플라톤이 조용히 말했다.
“틀린 것은 아니오. 다만, 그 사랑이 진정한 것인지 질문하시오. 당신이 누군가를 이상화한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 환상일 뿐이오.”
니체는 강렬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사랑은 당신을 약하게 만들지 않고, 오히려 당신의 의지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하오. 그러지 못한 사랑은 버려라.”
사르트르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결국, 선택은 당신의 몫이오. 그러나 어떤 선택이든, 그것에 대한 책임은 당신 자신에게 있소.”
엘린은 철학자들의 말을 곱씹으며 눈을 감았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이 누군가를 이상화하거나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 진정한 사랑이길 바랐다.
깨어남
엘린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다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방 안은 고요했고, 책상 위의 노트북 화면에는 그녀가 쓰던 소설이 열려 있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트북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의 결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는 더 이상 완벽한 남자가 아니었다. 대신, 실수투성이지만 진실된 감정을 가진 남자가 되어 있었다.
장면 묘사:
초현실적인 동굴 속에서 논쟁을 벌이는 플라톤, 니체, 사르트르. 데이팅 앱 화면 속 철학적인 풍자의 장면. 깨어난 후 노트북 앞에서 글을 쓰는 엘린의 진지한 모습.
다음 화 예고:
엘린은 루카스와의 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 그러나 마르타의 예기치 못한 발언과 루카스의 숨겨진 생각이 드러나면서, 그녀는 또다시 자신의 사랑과 자아 사이의 딜레마를 마주하게 된다. “사랑은 타인을 위한 헌신인가, 아니면 나를 위한 길인가?”
제6장: 진실의 순간
엘린은 꿈속에서 깨어난 이후로 마치 마음의 안개가 걷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나 그 안개 뒤에 숨겨져 있던 것은 또 다른 질문들이었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자신이 루카스에게 바라는 사랑은 정말 현실적인 걸까? 그녀는 이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지만, 루카스와의 대화에서 점점 더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루카스의 세계
“이거 한 번 봐봐. 진짜 웃긴 장면이 나와.”
루카스는 소파에 늘어져 넷플릭스를 보고 있었다. 그는 엘린에게 스마트폰을 건네며 화면 속 코미디 드라마를 보여주려 했다. 엘린은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루카스의 관심이 자신이 아닌 화면 속에 있다는 사실이 어딘가 마음에 걸렸다.
“루카스, 넌 우리 관계에 만족해?”
갑작스러운 질문에 루카스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엘린을 바라봤다. 그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만족하지. 너랑 있으면 편안하니까.”
“그게 다야?” 엘린은 자신의 목소리에 섞인 날카로움을 느꼈다.
루카스는 놀란 듯 그녀를 바라봤다. “왜 그러는 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엘린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아니, 그냥 가끔은 내가 우리 사이에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랑이 이런 건지, 아니면 네가 원하는 모습에 맞추고 있는 건지.”
루카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내가 너한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엘린은 잠시 망설였지만 솔직하게 말했다.
“가끔은… 내가 네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 너도 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마르타의 발언
며칠 전 마르타와의 대화가 엘린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마르타는 루카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그 사람은 뭔가 이상을 가진 사람이야. 하지만 가끔은 자기 자신조차도 그 이상에 맞추지 못했지. 네가 그 이상에 맞추려고 한다면, 힘들어질 거야.”
엘린은 그 말이 의미하는 바를 그제야 조금 이해하기 시작했다. 루카스가 보여주는 여유로운 모습 뒤에도 어떤 이상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상이 현실의 그녀와 잘 맞지 않을 때 생겨나는 간극이었다.
진실과 직면하다
“솔직히 말할게.”
엘린은 루카스를 바라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내가 쓰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네가 말했던 것처럼 완벽한 사람들이야. 그건 내가 그런 사랑을 꿈꾸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현실에서 느끼지 못하는 걸 글로 채우고 싶어서일지도 몰라.”
루카스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너한테 솔직해질게. 가끔은 네가 네 소설 속 주인공을 나와 비교하는 것 같아. 그럴 때면, 내가 너한테 충분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 그런데 사실은 나도 충분히 완벽하지 않잖아.”
엘린은 그 말에 가슴이 아팠다. 루카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이상에 스스로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은 엘린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루카스, 난 네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정말이야. 그런데… 나도 완벽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고 싶어.”
그녀는 조용히 덧붙였다.
“우리가 서로를 너무 이상화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그냥 우리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
침묵 속의 깨달음
그들의 대화는 그날 밤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둘 다 무언가를 깨달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엘린은 침대에 누워 노트북을 켜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와 그녀는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괜찮았다. 사랑이란 결국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었으니까.”
장면 묘사:
루카스와 엘린이 소파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는 침묵의 순간. 엘린이 노트북 화면에 글을 써 내려가며 느끼는 감정의 변화. 방 안의 조명은 어둡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작은 희망의 빛이 어렸다.
다음 화 예고:
엘린은 소설의 수정 과정에서 자신과 루카스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출판사의 요구와 마르타와의 또 다른 만남이 그녀를 더 깊은 갈등으로 몰아넣는다. “나는 이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가, 아니면 내 이야기에 휘둘리는 사람인가?”
제7장: 불완전한 완벽
엉망진창이 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은 엘린은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계속 수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멈추고, 다시 문장을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와 그녀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완벽한 사랑을 꿈꾸던 시간은 지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뭐가 남은 걸까?’ 엘린은 잠시 손을 멈추고 생각했다. 그녀의 시선은 다시 창밖으로 향했다. 저녁 노을이 창가에 닿아 있었고, 거리엔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소설과 현실의 충돌
엘린은 고개를 돌려 책상 위에 놓인 출판사에서 온 편지를 바라보았다. 편지 속에는 그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될 가능성을 예고하며 새로운 제안이 담겨 있었다.
“사랑의 이상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시리즈를 써주세요. 독자들이 엘린 작가님만의 완벽한 사랑 이야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엘린은 이 제안을 읽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독자들은 내가 완벽한 사랑을 쓰길 바라는데, 정작 난 그런 게 현실에 없다는 걸 알아버렸잖아.’
그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루카스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가 말했던 “소설 속 완벽한 사랑과의 비교”는 이제 엘린에게도 깊은 고민을 안겼다. 그녀는 루카스가 자신의 현실적인 사랑을 이해하려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 역시 무언가를 포기하고 있음을 느꼈다.
마르타와의 또 다른 만남
다음날, 엘린은 한 요가 스튜디오에서 마르타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엘린을 보자 환하게 웃으며 손짓했다.
“엘린! 요즘 어떻게 지내? 루카스랑은 잘 돼가?”
마르타의 밝은 태도에 엘린은 조금 주저하다가 말했다.
“우린… 잘 지내고 있어. 그렇다고 해야겠지.”
마르타는 잠시 엘린을 관찰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해도 돼. 루카스랑 사랑하는 건 쉽지 않잖아. 나도 그랬으니까.”
엘린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가 당신에게도 이상을 강요했어?”
마르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니, 루카스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이상을 강요했던 사람이었지. 그래서 나와 있을 때도 늘 불안해 보였어.”
그녀는 작은 미소를 띠며 덧붙였다.
“근데 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는 너랑 있으면서 조금 더 자신을 내려놓은 것 같아. 너한테도 그럴 기회를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마르타의 말은 엘린의 마음속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녀는 자신이 루카스에게 사랑받으려 노력한 만큼, 루카스도 자신의 이상에 억눌리지 않도록 애썼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새로운 소설의 결말
그날 밤, 엘린은 노트북 앞에 앉아 결말을 다시 썼다.
이번에는 더 이상 완벽한 사랑의 이상을 쫓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두 사람이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담았다.
“그와 그녀는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노력했다. 사랑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그들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글을 마친 엘린은 노트북을 닫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신이 쓰고 있는 이 이야기가 단지 소설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현실 속 사랑을 대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루카스와의 새로운 시작
며칠 뒤, 엘린은 루카스에게 새로 쓴 소설 원고를 건넸다. 그는 조용히 읽기 시작했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그는 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이야기, 우리 이야기네.”
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우리 이야기야. 근데 결말은 너랑 나 둘 다 써나가야 할 것 같아.”
루카스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해 보자. 우리 둘만의 이야기를.”
장면 묘사:
엘린이 노트북 앞에 앉아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쓰는 모습. 창밖으로 보이는 저녁 노을과 엘린의 어지러운 마음이 묘하게 어우러진다. 마지막으로, 루카스와 함께 소파에 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새로 시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제8장: 새로운 장의 시작
엘린의 새로운 소설 『불완전한 사랑의 기술』은 출간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녀가 처음으로 이상적인 사랑 대신 현실적인 사랑의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진정성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출판사는 연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고, 엘린의 휴대전화는 인터뷰와 이벤트 요청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성공이 왜 그리도 공허하게 느껴지는지 알 수 없었다.
새로운 갈등의 시작
“축하해! 정말 대단한 성공이야.”
루카스는 소파에서 엘린의 책을 읽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의 말투는 어딘가 어색했고, 그의 표정은 진심이 담겨 있는 듯하면서도 복잡한 무언가를 품고 있었다.
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고마워. 근데… 이게 정말 좋은 건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책 속에서 우리가 이야기한 걸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루카스는 책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책 속 주인공이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돼?”
엘린은 잠시 망설였다. “응. 소설 속 이야기는 진실에서 출발했지만, 모든 게 사실은 아니잖아.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현실로 받아들일지도 몰라.”
루카스는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우리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겠지.”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루카스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예상치 못한 질문
엘린은 어느 날 유명한 문학 인터뷰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진행자는 그녀에게 소설에 대해 열정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은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을 둔 건가요? 특히 남자 주인공이 철학 강사라는 설정은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많은 독자들이 작가님의 실제 연애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고 하더군요.”
엘린은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음… 물론 창작은 항상 경험에서 출발하죠.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픽션이고, 제가 직접 겪은 모든 걸 담은 건 아니에요.”
그러나 진행자는 집요하게 물었다.
“그렇다면 작가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이 책에서 말한 대로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요?”
엘린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녀는 루카스와의 관계에서 느꼈던 모든 혼란과 갈등, 그리고 기쁨을 떠올렸다. 그리고 솔직히 말했다.
“사랑이란 이상적인 모습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하면서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완벽할 필요는 없지만,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하죠.”
루카스와의 대화
인터뷰가 끝난 뒤, 엘린은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루카스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잘 다녀왔어?”
그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의 표정은 어딘가 낯설었다.
“응. 근데… 사람들이 자꾸 우리 이야기를 책 속 이야기랑 연결 짓는 것 같아. 그게 조금 부담스러워.”
엘린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루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사실 나도 그 생각을 많이 했어. 사람들이 나를 네가 만든 캐릭터로 볼까 봐. 내가 진짜 너한테 어떤 의미가 있는지조차 흐려질까 봐.”
엘린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렇게 생각했어? 난 너를 이상화하고 싶었던 게 아니야. 오히려 네가 불완전한 모습 그대로도 충분히 좋다고 말하고 싶었던 거야.”
루카스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건 네 글 속에서 그렇게 보였겠지만, 나한테는 그게 항상 명확하지 않았어. 네가 진짜로 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지, 아니면 네 글을 위한 영감으로 보고 있는지.”
엘린은 그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자신이 글을 통해 루카스의 진실한 모습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믿었지만, 그 과정에서 루카스를 또 다른 이상 속에 가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새로운 깨달음
그날 밤, 엘린은 노트북을 열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사랑을 이상화하지도, 그 불완전함을 과장하지도 않았다. 대신 그녀는 단순히 두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적어 내려갔다.
“사랑은 때로는 불확실하고, 때로는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완벽한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여정이야말로 진짜 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장면 묘사:
엘린이 인터뷰에서 솔직하게 답변하는 모습. 집으로 돌아와 루카스와 나누는 깊은 대화 속의 긴장감과 진솔함. 마지막으로, 밤의 조용한 방에서 글을 쓰는 엘린의 모습과 그녀의 표정에 떠오르는 새로운 결심이 강조된다.
에필로그 예고:
엘린과 루카스는 각자의 불안과 갈등을 솔직히 마주하며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간다. 그러나 새로운 책이 대중들에게 큰 성공을 거두면서, 두 사람은 관계와 자아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사랑은 끝없는 여정인가, 아니면 멈춰 서야 하는 순간을 배우는 것인가?”
에필로그: 사랑의 변증법
서울의 늦가을, 공기가 차갑고 맑았다. 엘린은 오래된 서점에서 열린 작은 북토크 행사의 마지막 질문을 받고 있었다. 청중 중 한 사람이 손을 들고 물었다.
“작가님, 이 책의 메시지는 사랑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현실에서 사랑이 불완전하다는 걸 인정하기 위해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엘린은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루카스와의 모든 순간이 떠올랐다. 그들의 어설픈 대화, 때로는 서로의 기대를 오해하고 좌절했던 날들, 그리고 그 속에서도 함께 있으려 했던 노력들.
“맞아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불완전한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완벽하려 애쓰는 대신, 서로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함께 걸어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진짜 용기 아닐까요?”
청중들은 따뜻한 박수를 보냈고, 엘린은 감사의 인사를 하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마음의 균형
행사가 끝난 후, 엘린은 책을 정리하며 루카스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늘 북토크 끝났어. 집에 가는 중이야.”
곧 루카스에게서 답장이 왔다.
“고생했어. 너 좋아하는 수프 끓여 놨어. 천천히 와.”
그녀는 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넣고 집으로 향했다.
작은 일상의 기쁨
집에 도착한 엘린은 루카스가 끓여놓은 수프 냄비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수프가 이성적 비율로 잘 설계된 ‘칸트 카페라떼’ 같진 않네.”
루카스는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니체 아메리카노’처럼 쓸 수도 있어.”
둘은 웃음을 터뜨리며 식탁에 앉아 수프를 나눴다. 대단한 대화는 없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서로의 존재가 편안한 위로가 되었다.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식사를 마친 뒤, 엘린은 작업실로 들어가 책상에 앉았다. 그녀는 새 노트북을 열고 화면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다음 이야기는 더 솔직하게, 더 우리답게.”
루카스가 방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커피 마실래? 이번엔 ‘플라톤 모카’ 같은 거 한 번 만들어볼까?”
엘린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거 딱 좋아.”
루카스와 함께할 미래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녀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결론이 아니라, 사랑을 통해 계속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여정을 담으려 했다.
장면 묘사:
작은 서점에서 북토크를 마친 엘린의 단정한 모습과 따뜻한 미소. 집으로 돌아와 루카스와 함께 평범한 저녁을 보내며 느끼는 소소한 행복. 마지막으로, 작업실에서 새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화면을 응시하는 엘린의 진지한 표정이 비친다.
마지막 문장:
"사랑은 언제나 끝나지 않는 질문이고, 그 답은 서로 함께 걸어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결말
엘린과 루카스는 서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며, 관계와 자아를 동시에 성장시키는 여정을 이어간다. 완벽하지 않지만 진솔한 사랑,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기쁨들이 이야기를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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