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철학이 사라진 시대겨울의 한가운데, 대학 강의실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이종화는 책상을 두드리는 손을 멈추고 강의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놓인 그의 강의안에는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철학은 질문하는 법을 가르친다.”“철학이 왜 필요한지 아는 사람?”그는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한참이 지나 학생 하나가 어색하게 고개를 들었다.“교수님, 철학이 밥 먹여주나요?”강의실 한쪽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종화는 차가운 공기에 잠긴 듯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밥.그는 그 단어를 곱씹었다. 철학은 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질문조차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 그게 지금이었다.그날 밤, 이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