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story) 언덕 위의 시, 잃어버린 꿈 - 13, 14, 15, 16

<언덕 위의 시>

 

 

### **제13장: 밤의 그림자 속에서**

서울의 밤은 어둡고 고요했다. 구름이 가득 낀 하늘 아래 도시는 마치 숨죽인 듯 침묵에 빠져 있었다. 강당의 벽에 붙은 포스터가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작은 소리를 냈다. 포스터에는 단순한 글씨로 "음악회"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것이 지닌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그것은 저항과 희망을 노래하는 작은 봉화였다. 

강당 안에서는 마지막 준비가 한창이었다. 도훈은 강당 입구 쪽에서 동지들과 함께 긴장된 얼굴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는 손에 든 작은 노트를 펼치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몇 마디를 중얼거렸다. 그에게 이 음악회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과 잃어버린 시간을 위한 헌사이자, 조국의 해방을 위한 서곡이었다.

“준비는 다 됐어?” 윤서가 다가와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희망이 섞여 있었다. 도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준비는 끝났어. 순찰대가 움직이고 있으니 긴장을 늦추면 안 돼.” 그의 말에 윤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녀의 손끝에는 윤곽이 뚜렷한 작은 노트가 느껴졌다. 그 안에는 그녀의 시가, 수진의 곡이 담긴 악보가 들어 있었다.

강당 무대에서는 수진이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자신을 다잡았다. 손끝에서 시작된 선율은 단조로운 울림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강당 안에 있던 동지들과 윤서는 연주가 시작되자 잠시 모든 긴장을 잊고 그 소리에 빠져들었다.

수진의 연주는 점점 고조되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잃었던 가족과 지나간 시간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건반을 누를 때마다 부모님과 나누었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그 기억은 슬픔을 넘어 강한 결의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강당 밖, 그림자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일본 순찰대의 무리들이 강당 주변을 서서히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소리가 밤의 적막을 찢으며 다가오자 도훈은 날카롭게 숨을 내쉬었다. 

“오는군.”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윤서와 다른 동지들이 긴장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 **제14장:  **

강당 안의 선율은 이제 강렬해졌다. 수진은 눈을 감고 건반을 두드리며 자신을 완전히 음악에 맡기고 있었다. 연주가 점점 힘을 얻을수록 강당 안의 사람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윤서는 무대 옆에서 수진의 연주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수진이 연주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윤서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시의 한 구절을 흥얼거렸다. 그것은 희망을 노래하며 두려움을 떨쳐내는 가사였다. 

강당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차가운 밤바람이 쏟아져 들어왔다. 일본 순찰대 중 한 명이 들어서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냐!”

그 순간 수진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렬한 선율로 피아노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은 마치 불타오르는 듯 빠르게 움직였고, 연주는 점점 더 강렬해졌다. 관객들, 아니 동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 노래는 두려움에 대한 저항이었고, 억압 속에서 태어난 자유의 외침이었다.

윤서는 무대 옆에서 두 손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시가 노래로 변하고, 수진의 연주와 함께 사람들의 목소리 속에 생명을 얻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도훈은 재빨리 강당 뒤편으로 이동했다. 그는 동지들에게 작전 신호를 보내며 조심스레 강당을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순찰대가 강당 안으로 더 많은 병력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진의 피아노를 멈추려 했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 **제15장: 불꽃이 된 노래**

강당은 이제 전쟁터와도 같았다. 일본 순찰대는 강당으로 들이닥쳤지만, 동지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순찰대가 당황하도록 곳곳에 작은 함정을 설치해 두었다. 

윤서는 사람들 속에서 도훈을 찾았다. 그는 강당 뒤편에서 조용히 손짓하며 동지들을 다른 출구로 유도하고 있었다. 그녀는 도훈을 따라 움직이며 주변을 살폈다. 

“수진!” 윤서는 속삭이듯 외쳤다. 하지만 수진은 피아노 앞에서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순간 윤서는 수진의 결의를 이해했다. 그녀는 연주가 끝나기 전까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강당 안의 사람들은 점점 더 강렬하게 노래를 불렀다. 일본 순찰대는 당황스러워하며 그들을 진압하려 했지만, 그 노래는 강당을 넘어 거리까지 울려 퍼지고 있었다. 



### **제16장: 새로운 날을 향해**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강당 밖에서는 아직도 작은 소란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윤서와 도훈, 그리고 일부 동지들은 이미 강당을 빠져나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윤서는 수진이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했다. 도훈은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 지었다. “잘했어, 윤서.”

“우리 모두 잘했어.” 윤서는 피곤하지만 희망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녀는 도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덧붙였다. “이제 시작이야.”

멀리서 피아노 선율의 잔향이 들리는 듯했다. 그것은 수진의 마지막 연주였다. 그 연주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저항의 상징으로 남았다. 

그날 밤, 윤서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서울의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작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자유를 향한 갈망, 그리고 모두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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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선율과 저항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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