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바람뜰의 초입** 서울의 회색빛 거리 위를 한 대의 낡은 그랜저가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은 서하는 핸들을 고쳐 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 풍경은 날카로운 도심의 빌딩 숲에서 점차 부드러운 녹음으로 바뀌고 있었다. 사흘 전, 그녀는 해고당했다. 사건은 방송국 회의실에서 터졌다. 서하는 드라마 기획 회의에서 **"여성 캐릭터가 스토리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냉소적이었다. “서하 작가, 당신은 드라마를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려 하잖아.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고.” 그날 이후, 그녀는 사무실 책상 위에 놓인 해고 통지서를 들고 회사를 떠나야 했다. 도시의 아스팔트 도로를 지날 때마다 그녀의 마음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