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달, 붉은 단풍> 1장: 붉은 숲의 속삭임가을의 끝자락, 숲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윤도연은 낡은 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고개를 들어 단풍나무 숲을 바라보았다. 오래된 단풍나무들의 가지는 마치 거대한 손처럼 허공을 움켜쥐고 있었다. 이곳은 그가 떠난 지 10년이 된 고향 마을이었다.바람이 불자 단풍잎들이 비처럼 쏟아졌다. 한 잎이 도연의 손등에 떨어지자, 그는 마치 불에 데인 것처럼 재빨리 손을 뺐다. 그것은 단순한 단풍잎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기억, 그리고 그가 결코 잊지 못한 약속을 떠올리게 하는 신호였다.“추석날 밤, 단풍나무 아래에서 보자.”서린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떠올랐다. 여동생의 웃는 얼굴은 기억 속에서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지만, 그 약속만큼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서린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