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저가 매수 대상을 찾아라 - 내 인생의 첫 투자, 그리고 마지막 야구 경기

<고등학생의 투자 성장기: 야구장에서 찾은 인생의 홈런>

 

오늘도 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증권사 사무실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화면 속 숫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10년 전 고등학교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의 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투자는커녕 돈 관리도 제대로 못하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지. 하지만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날은 평범한 주말이었다. 친구 영호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

"야, 민수야! 오늘 저녁에 LG랑 삼성 경기 보러 갈래?"

솔직히 야구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날따라 왠지 모르게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 가자. 근데 난 야구 룰도 잘 모르는데..."

"괜찮아! 내가 다 설명해줄게. 그리고 야구장 분위기는 진짜 끝내준다고!"

야구장에 도착하니 정말 분위기가 대단했다. 응원 소리, 치맥 냄새, 그리고 들뜬 사람들의 표정... 모든 게 새롭고 신기했다. 내 가슴은 이유 모를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옆자리에 한 아저씨가 앉았다. 그는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매고 있어서 왠지 어색해 보였다. 마치 직장인이 수학여행을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학생들이구나. 야구 자주 보니?" 아저씨가 물었다.

"아뇨, 저는 처음이에요." 내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난 오늘 중요한 고객과의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 아직 안 오시네."

아저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아저씨, 혹시 무슨 일 하세요?"

"나? 난 증권사에서 일해. 주식 투자 관련된 일이지."

그 순간, 나는 왠지 모를 흥미가 생겼다. 주식? 투자?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뭔지는 몰랐다. 내 호기심은 마치 야구공이 날아가듯 커져갔다.

아저씨는 친절하게 투자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주식이 회사의 일부를 소유하는 것이라는 설명부터, 투자가 야구와 비슷하다는 비유까지. 특히 '저가 매수'라는 개념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최고의 기회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에서 발견된다." 아저씨의 이 말은 마치 주문처럼 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투자 이야기뿐이었다. '나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마치 첫 사랑에 빠진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다음 날, 나는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물론 금액은 아주 작았다. 용돈을 모아 겨우 10만원을 투자했지만, 그때의 설렘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마치 처음으로 타자 박스에 선 야구 선수처럼 긴장되고 흥분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첫 투자한 주식은 계속해서 가격이 떨어졌고, 나는 매일 밤 식은땀을 흘리며 잠들었다.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라는 노래 가사처럼, 나는 주식과 이별할 준비를 해야 했다. 마치 연속 삼진을 당한 타자처럼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러던 중 첫 번째 큰 시련이 찾아왔다. 내가 가장 많이 투자한 회사가 회계 부정 스캔들에 휘말린 것이다. 주가는 하루 만에 반 토막이 났고, 나의 투자금 대부분이 증발해버렸다. 마치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로 팀을 패배로 이끈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다. '이게 바로 투자의 현실인가...' 라는 생각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이 실패를 계기로 나는 투자에 더 깊이 빠져들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꼼꼼히 분석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하지만 이는 곧 두 번째 시련으로 이어졌다. 투자에 열중하다 보니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담임 선생님께 불려가 꾸중을 들었고, 부모님도 실망하신 눈치였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공부야, 투자가 아니라." 라는 말씀에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야구로 치면 타격 훈련과 수비 훈련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선수 같았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학업과 투자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철저한 시간 관리를 시작했다. 주중에는 학업에 집중하고,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투자 관련 책을 읽었다. 마치 슬럼프에 빠진 타자가 매일 밤늦게까지 배팅 연습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 번째 시련은 내 노력과는 상관없이 찾아왔다. 고3이 되던 해,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고 주식 시장은 폭락했다. 내가 그토록 공들여 분석하고 투자한 모든 종목들이 하락했다.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 같았다. 마치 우승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찾아온 폭우로 경기가 취소된 것 같은 좌절감이 밀려왔다.

이 모든 시련들을 겪으며 나는 깊은 자기 의심에 빠졌다. '정말 내가 이 길을 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평범한 길을 가는 게 맞는 걸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마치 연속 삼진 후 다음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의 마음처럼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투자에 관한 책을 발견했다. 그 책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최고의 기회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에서 발견된다."

그 순간, 야구장에서 만난 아저씨의 말이 떠올랐다. '저가 매수', '남들이 관심 없어 하는 것'...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투자를 이어갔다. 마치 9회 말 투아웃 풀카운트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자처럼 말이다.

경제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찾아 저평가된 우량 기업들에 투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안의 의구심과 싸우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했다. 실패할 때마다 그 이유를 분석하고 교훈을 얻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의 투자는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처음에는 떨어지기만 하던 주가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3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마치 9회 말 역전 홈런을 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경험을 통해 나는 투자의 매력에 푹 빠졌고, 결국 증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 고객들을 만나러 야구장에 간다. 그리고 그때마다 나는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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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보며 추억에 잠겨있던 나는 문득 시계를 보았다. 어? 벌써 이런 시간이네. 오늘도 중요한 고객과의 약속이 있다. 야구장에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는 넥타이를 고쳐 맸다. 오늘은 어떤 고등학생을 만나게 될까? 어쩌면 그 학생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겠지. 마치 그 날의 나처럼.

야구장으로 향하는 길, 나는 미소를 지었다. 투자의 세계는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승리가 아닐까?

오늘도 난 정숙한 세일즈맨으로서,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러 간다. 마치 그 날의 아저씨처럼.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인생이라는 야구 경기에서 우리는 모두 타자이며, 동시에 감독이라는 것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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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첫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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