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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24

Poem) 백석, <산곡>: 겨울을 기다리는 산골의 고요와 소망

백석, 원문:돌각담에 머루송이 깜하니 익고자갈밭에 아즈까리알이 쏟아지는잠풍하니 볕발은 곬작이다나는 이 곬작에서 한 겨울을 날려고 집을 한 채 구하였다집이 멫 집되지 않는 곬 안은모두 터앞에 김장감이 퍼지고뜰악에 잡곡 낙가리가 쌓여서어니 세월에 뷔일 듯한 집은 뵈이지 않었다나는 작고 곬안으로 깊이 들어갔다곬이 다한 산대 밑에 작으마한 돌능와집이 한 채 있어서이 집 남길동다ᇍ 안주인은 겨울이면 집을 내고산을 돌아 거리로 날여간다는 말을 하는데해발은 마당에서는 꿀벌이 스무나문 통 있었다낮 기울은 날을 해ㅅ볕 장글장글한 퇴ㅅ마루에 걸어앉어서지나 여름 도락구를 타고 장진땅에 가서 꿀을 치고 돌아왔다는 이 벌들을 바라보며 나는날이 어서 추워저서 쑥국화꽃도 시들고이 바즈런한 백성들도 다 제집으로 들은 뒤에이 곬 안..

Poem) 백석, <선우사>: 밥상 위의 벗들과 나누는 소박한 행복

백석, 원문:낡은 나조반에 힌밥도 가재미도 나도 나와 앉어서쓸쓸한 저녁을 맞는다힌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할 것 같다우리들은 서로 믿없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하구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바람 좋은 한벌판에서 물닭이 소리를 들으며 단이슬 먹고 나이 들은 탓이다.외따른 산골에서 소리개 소리 배우며 다람쥐 동무하고 자라난 탓이다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히여졌다착하디착해서 세괏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힌밥과 가재미와 나는우리들이 같이 있으면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현대어 변환 시도:..

Poem) 백석, <노루>: 산골의 연민과 슬픔

백석, 원문:장진땅이 집웅 넘에 넘석하는 거리다자구나무 같은 것도 있다기장감주에 기장찻떡이 흖한 데다이 거리에 산곬 사람이 노두새끼를 다리고 왔다산곬 사람은 막베 등거리 막베 잠방둥에를 입고누루 새끼를 닮었다노루 새끼 등을 쓸며터 앞에 당콩 순을 다 먹었다 하고 설흔닷 냥 값을 불은다노두새끼는 다문다문 힌 점이 백이고 배안의 털을 너슬너슬 벗고산곬 사람을 닮었다산곬 사람의 손을 핥으며약자에 쓴다는 흥정소리를 듣는듯이새깜안 눈에 하이얀 것이 가랑가랑한다. ---현대어 변환 시도: 장진 땅이 집 울타리 너머로 멀리 펼쳐져 있다.자귀나무 같은 것도 보인다.기장으로 만든 단술과 기장떡이 흔한 곳이다.이 거리에는 산골 사람이 어린 노루를 끌고 나왔다.산골 사람은 거친 삼베로 만든 겉옷과 짧은 바지를 입고노루 새끼..

Poem) 백석, <삼천포>: 따사로운 가난의 풍경

백석, 원문:졸레졸레 도야지새끼들이 간다귀밋이 재릿재릿하니 볏이 담복 따사로운 거리다재ㅅ덤이에 까치 올으고 아이 올으고 아지랑이 올으고해바라기 하기 조흘 벼ㅅ곡간 마당에볏ㅅ집가티 누우란 사람들이 둘러서서어늬 눈오신 날 눈을 츠고 생긴 듯한 말다툼 소리도 누우라니소는 기르매 지고 조은다아 모도들 따사로히 가난하니 ---현대어 변환 시도:졸졸 따라가며 돼지 새끼들이 지나간다귀 끝이 따뜻하게 간질거리고, 볕이 듬뿍 내리쬐는 거리다.재더미 위에 까치가 울고, 아이가 울고, 아지랑이도 피어오른다.해바라기 하기에 좋은, 벼 곡간 마당에볏집처럼 누렇게 된 사람들이 둘러서서어느 눈 내린 날, 눈을 치우다 생긴 듯한 말다툼 소리도 누렇다.소는 기르면서 지고, 조용히 운다.아, 모두들 따뜻하게 가난하다. # persp..

Poem) 백석, <고성가도>: 봄날의 길 위에서 피어나는 그리움

백석, 원문:고성장 가는 길해는 둥둥 놉고개 한아 얼린하지 안는 마을은해발은 마당귀에 멧방석 하나밝아코 노락코눈이 시울은 곱기도 한 건반밥아 진달래 개나리 한창 퓌엿구나가까이 잔치가 잇서서곱디고흔 건반밥을 말리우는 마을은얼마나 즐거운 마을인가어쩐지 당홍치마 노란 저고리 입은 새악시들이웃고 살을 것만 가튼 마을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고성장 가는 길해는 둥둥 떠 있고개 한 마리 어슬렁거리는 마을은마당 한쪽에 풀방석이 하나밝고 노랗고눈이 시릴 만큼 곱기도 한 흰쌀밥아, 진달래와 개나리가 한창 피었구나가까이서 잔치가 열려서곱고 고운 흰쌀밥을 말리는 마을은얼마나 즐거운 마을일까왠지 붉은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은 새색시들이웃으며 살아갈 것만 같은 마을이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

Poem) 백석, <창원도>: 남행의 길, 그리움과 자유의 노래

백석, 원문:솔포기에 숨엇다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십흔 산허리의 길은업데서 따스하니 손 녹히고 십흔 길이다개덜이고 호이호이 회피람 불며시름 노코 가고 십흔 길이다궤나리봇짐 벗고 따ㅅ불 노코 안저담배 한대 피우고 십흔 길이다승냥이 줄레줄레 달고가며덕신덕신 이양하고 십흔 길이다덕거머리 총각은 정든 님 업고 오고 십흔 길이다 ---현대어 변환 시도:솔숲에 숨어서토끼나 꿩을 놀라게 하고 싶은 산허리의 길은햇볕이 따뜻하게 비쳐서 손을 녹이고 싶은 길이다.개들이 뛰놀고, 휘파람을 불며근심을 잊고 가고 싶은 길이다.봇짐을 내려놓고 따뜻한 불을 피워앉아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싶은 길이다.승냥이가 줄지어 따라가고덩실덩실 흥겹게 걷고 싶은 길이다.머리를 땋은 총각은 사랑하는 사람을 업고 오고 싶은 길이다. # perspec..

Poem) 백석, <연자ㅅ간>: 농촌 공동체의 평화와 조화

백석, 원문:달빛도 거지도 도적개도 모다 즐겁다풍구재도 얼럭소도 쇠드랑볓도 모다 즐겁다도적괭이 새끼락이나고살진 쪽제비 트는 기지게 길고홰냥닭은 알을 낳고 소리치고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싸고개들은 게뫃이고 쌈지거리하고놓여난 도야지 둥구재벼오고송아지 잘도 놀고까치 보해 젖고신영길 말이 울고가고장돌림 당나귀도 울고가고대들보 우에 배틀도 채일도 토리개도 모도들 편안하니구석구석 후치도 보십도 소시랑도 모도들 편안하니 ---현대어 변환 시도:달빛도, 거지도, 도둑개도 모두 즐겁다풍구재도, 얼룩소도, 쇠스랑 사이 햇볕도 모두 즐겁다도둑고양이 새끼들이 뛰어다니고살찐 족제비는 기지개를 길게 켠다홰에 앉은 닭은 알을 낳고 소리치고강아지는 겨를 먹고 오줌을 싼다개들은 침을 흘리며 몰려다니고,쌈지거리를 하며 논다풀려난 돼지는..

Poem) 백석, <정주성>: 폐허 위에 피어나는 일상과 민족의식

백석, 원문:산턱 원두막은 뷔엿나 불빛이 외롭다헌깁 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터반디불이 난다 파란 혼들 같다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어두운 곬작이로 난다헐리다 남은 성문이한울빛 같이 훤 한다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현대어 변환시도: 산 언덕 위 원두막은 비어 있고 불빛이 외로워 보인다.낡은 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이조금씩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잠자리가 졸고 있는 듯 문이 허물어진 성터,반딧불이 날아다닌다. 파란 영혼들 같다.어디선가 말하는 것처럼 큰 산새 한 마리가어두운 골짜기로 날아간다.허물어져 남은 성문이하늘빛처럼 환하게 보인다.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푸른 배를 팔러 올 것이다...

Poem) 백석, <오리>: 밤길에 들려오는 고향의 소리

백석, 원문:오리야 네가 좋은 청명및게 밤은옆에서 누가 뺨을 처도 모르게 어둡다누나오리야 이때는 따디기가 되여 어둡단다아무리 밤이 좋은들 오리야해변벌에선 얼마나 너이들이 욱자짓걸하며 멕이기에해변땅에 나들이갔든 할머니는오리새끼들은 장뫃이나 하듯이 떠들석하니 시끄럽기도 하드란 승인가그래도 오리야 호젓한 밤길을 가다가까운 논배미들에서까알까알하는 너이들의 즐거운 말소리가 나면 나는 내 마을 그 아는 사람들의 짓걸짓걸하면 말소리같이 반가웁고나오리야 너이들의 이야기판에 나도 들어밤을 같이 밝히고 싶고나오리야 나는 네가 좋구나 네가 좋아서벌논의 높옆에 쭈구령 벼알 달린 집검불을 널어놓고닭이 젗올코에 새끼달은치를 묻어놓고동둑넘에 숨어서하로진일 너를 기달인다오리야 곻은 오리야 가만히 안겼거라너를 파어 술을 먹는 노장에..

카테고리 없음 2025.04.26

Poem) 백석, <절간의 소 이야기>: 인간보다 영(靈)한 소와 산사의 지혜

백석, 병이 들면 풀밭으로 가서 풀을 뜯는 소는인간(人間)보다 영(靈)해서 열 거름 안에제 병을 낳게할 약(藥)이 있는줄을 아ᇍ다고수양산(水陽山)의 어늬 오래된 절에서칠십(七十)이 넘은 로장은 이런 이야기를 하며치마자락의 산(山)나물을 추었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본명 백기행)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격동의 시대를 살았습니다. 오산학교에서 민족정신을 배웠고, 일본 유학 후 1935년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그는 민족의 아픔과 고향의 정서를 시에 담아내며, 한국 현대시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백석은 일제강점기에도 친일시를 쓰지 않았고, 해방 후 월북하여 북한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278.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Poem) 백석, <머루밤>: 머루빛 그믐밤의 쓸쓸함과 기다림

백석, 원문:불을 끈 방안에 횃대의 하이얀 옷이 멀리 추울 것같이개방위로 말방울 소리가 들려온다문을 여ᇍ다 머루빛 밤한울에송이버슷의 내음새가 났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본명 백기행/백기연, 1912~1996)은 평안북도 정주 출생의 시인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분단 이후 북한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한국 현대시인입니다. 그는 평안도 방언과 고어, 토속어를 시어로 끌어들여 한국 시의 언어적 지평을 넓혔으며, 모더니즘적 감수성과 향토적 정서를 결합한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유학을 통해 모더니즘에 관심을 가졌고, 귀국 후 신문사와 학교 등에서 일하며 시 창작에 몰두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북한에서 번역과 아동문학에도 힘썼으나, 정치적..

Poem) 백석, <산비>: 치열한 생명의 순간, 산속에서

백석, 원문:산뽕닢에 빗방울이 친다맷비들기가 니ᇍ다나무등걸에서 자벌기가 고개를 들었다멧비들기 켠을 본다 ---현대어 해석 시도: 산뽕나무 잎에 빗방울이 떨어진다.산비둘기가 날아오른다.나무 밑동에서 자벌레가 고개를 들었다.자벌레는 산비둘기 쪽을 바라본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작가의 삶백석(白石, 본명 백기연)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시대를 살았던 대표적인 한국 현대시인입니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평안도의 자연과 서민적 삶을 시로 승화시켰으며, 해방 이후에는 북한에 남아 주로 번역과 아동문학에 힘썼습니다. 그의 삶은 이상과 현실, 분단의 비극 등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34.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는 백석의 대표..

Poem) 백석, <하답(夏沓)>: 여름 논, 아이들의 천진한 기억

백석, 원문:하답(夏沓)짝새가 발뿌리에서 닐은 논드렁에서아이들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구어 먹었다.게구멍을 쑤시다 몰쿤하고 배암을 잡은 눞의피같은 물이끼에 해볓이 따그웠다.돌다리에 앉어 날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는아이들은 물총새가 되었다. ---현대어 변환 시도: 하답(夏沓) 뱁새가 발밑에서, 논두렁에서아이들은 개구리 뒷다리를 구워 먹었다.게구멍을 쑤시다가, 갑자기 뱀을 잡은 늪에서피처럼 붉은 물이끼에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었다.돌다리에 앉아 버들치를 먹고, 몸을 말리던아이들은 어느새 물총새가 되었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본명 백기행, 1912~1996)은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을 모두 겪은 시인입니다. 오산고보와 일본 아오야마학원을..

Poem) 백석, <오리 망아지 토끼>: 유년의 풍경, 아버지와의 기억

백석, 원문: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날여간 지 오래다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불으며 울다가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다 던저벌인다장날 아츰에 앞 행길로 엄지 딸어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졸으면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크다란 소리로-매지야 오나라-매지야 오나라새하려 가는 아배의 지게에 치워 나는 산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맞구멍난 토끼굴을 아배와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레로 달어났다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현대어 변환 시도: 오리 덫을 놓으러 아버지는 논으로 나가신 지 오래다.오리는 동쪽 비탈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날아가고,나는 동쪽 언덕에서 강아지처럼 아..

Poem) 백석, <모닥불>: 평등과 공동체, 그리고 슬픈 역사

백석, 원문: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집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헌겁조각도 막대꼬치도 기와장도 닭의 짗도 개털억도 타는 모닥불재당도 초시도 문장(門長)늙은이도 더부살이아이도 새사위도 갖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모달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슳븐 력사가 있다 ---현대어 변환 시도: 새끼줄도, 버려진 신발도, 소똥도, 신발 밑창도, 개 이빨도, 널빤지 조각도, 짚불도, 마른 나뭇잎도, 머리카락도, 낡은 천 조각도, 막대기도, 깨진 기와장도, 닭 깃털도, 개 털도 모두 모닥불에 탄다.육촌도, 초시(과거시험에 합격한 사람)도, 집안 어른도, 남의 집에..

Poem) 백석, <고방>: 고향의 기억, 가족의 온기

백석, 원문: 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래도록 남어 있었다오지항아리에는 삼춘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참춘의 임내를 내어 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자도 채어 먹었다제삿날이면 귀먹어리 할아버지가예서 왕밤을 밝고 싸리 꼬치에 두부 산적을 께었다손자아이들이 파리 떼같이 뫃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나 내어 둘렀다구석의 나무 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 같은 집신이 둑둑이 걸리어도 있었다녯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끼 때에 불으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하였다. ---현대어 변환 시도: 낡은 질그릇에는 떠날 줄 모르는 늙은 딸처럼 송기떡이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오지 항아리에는 삼촌이 밥보다 더 좋아하는 찹쌀 막걸리가 있어서삼촌의 술 ..

Poem) 백석, <통영(統營)>: 첫사랑, 항구,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

Poem) 백석, 녯날엔 통제사(統制使)가 있어다는 낡은 항구(港口)의 처녀들에겐 녯날이 가지 않은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많다미억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지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이 천희(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늬 오랜 객주(客主)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맞났다저문 유월(六月)의 바다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붉으레한 뜰에 김냄새나는 실비가 날였다 ---현대어로 변환 시도: 옛날에는 통제사가 있었다는 오래된 항구의 처녀들 가운데는아직도 옛날이 지나지 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은 편이다.미역오리처럼 마르고, 굴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이 천희 중 한 명을 나는 어느 오래된 객주집(여관)의생선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해가 저문 6월의 바닷가에서는 조개도 우는 저녁,소라껍데기로..

Poem) 백석, <나와 지렝이>: 생명과 소외의 시선

백석, 내 지렝이는커서 구렁이가 되었읍니다.천년동안만 밤마다 흙에 물을 주면 그 흙이 지렝이가 되었읍니다.장마지면 비와 같이 하눌에서 날여왔읍니다.뒤에 붕어와 농다리의 미끼가 되었읍니다.내 리과책에서는 암컷과 숫컷이 있어서 색기를 나헛습니다.지렝이의 눈이 보고 싶읍니다.지렝이의 밥과 집이 부럽습니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白石, 1912~1996)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의 시대를 살았던 대표적인 한국 현대시인입니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유년 시절의 자연과 농촌 풍경, 그리고 소박한 민중의 삶을 시에 담아냈습니다. 그의 시는 토속적 언어와 서정적 정서,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는 백석 특유의..

Poem) 백석, <비>: 고향의 냄새와 그리움

백석, 아카시아들이 언제 힌 두레방석을 깔었나어디로 부터 물쿤 개비린내가 온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백석(본명: 백기행, 1912~1996)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의 시대를 살아간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입니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고향의 풍경과 서민의 삶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 많습니다. 백석은 시에서 방언과 토속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냈습니다.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는 비가 내리는 고향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린 시입니다. 아카시아 꽃이 흰 두레방석처럼 깔린 마을, 그리고 비가 내리며 퍼지는 개비린내(개울이나 강에서 나는 비릿한 냄새)는 고향의 정취와 함께, 그리움과 쓸쓸함을 자아냅니다. 이 시는 일제강점기 이후 혼란스..

Poem) 윤동주, <못 자는 밤>: 헤아릴 수 없는 밤의 무게

윤동주, 하나, 둘, 셋, 네 …………………… 밤은 많기도 하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윤동주(1917-1945)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대표적인 저항 시인입니다.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고, 경성과 일본에서 유학하며 문학적 역량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일제의 감시와 억압 속에서 불안과 고통, 내면적 성찰로 점철되었습니다. 결국 일본 경찰에 의해 투옥되어 27세의 젊은 나이에 옥사하였습니다. 윤동주는 시대의 아픔과 자신의 부끄러움을 시로 풀어내며, 순수한 양심과 인간애를 지키고자 했던 인물입니다4.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은 1941년 6월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시는 매우 짧은 형식(“하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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