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철학의 서점> 1장: 위기의 문우당비가 내리는 오후였다.낡은 철학 서점 **‘문우당’**의 창문을 타고 투명한 빗방울들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윤은 카운터에 앉아 엎드린 채 펜을 쥐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손때 묻은 노트가 펼쳐져 있었지만, 오늘따라 아무런 단어도 적히지 않았다. 시를 쓰겠다는 욕심조차 비에 씻겨 내려가 버린 기분이었다.“비가 오는 날은 손님이 더 없네. 참 신기하지.”이윤이 고개를 들자, 문우당의 주인인 이종화 교수가 허공에 말을 던지고 있었다. 이종화 교수는 고색창연한 나무 선반 앞에 서 있었다. 낡은 철학서와 문학책들이 가지런히 꽂힌 그 선반은 시간이 멈춘 공간처럼 보였다. 마치 ‘여기서만큼은 어떤 변화도 허락되지 않는다’는 고집스러운 선언처럼.이윤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