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도시 속 회색빛 아침 또다시 알람 소리가 울린다. 습관처럼 손을 뻗어 알람을 끄려다가 허공을 휘저었다. 스마트폰이 자리를 옮겼나? 아, 어제 배달 음식을 주문하다가 침대 맨 끝으로 밀려났던 게 기억났다. 결국 온몸을 비틀어 간신히 알람을 껐다. 이런 아침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이제 일상이다. 삼십이 층. 내가 사는 곳은 도시의 숫자 중 하나일 뿐이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32'를 누르면서 문득 생각한다. 이 숫자가 내 나이와 같아질 때까지 여기 살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3년...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출근 준비를 하며 거울을 본다. 언제부터인가 내 얼굴에서도 도시의 색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회색빛이다. 옷장을 열어보니 모든 옷이 무채색이다. 검정, 회색, 흰색… 마치 도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