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내가 무슨 이유로 숲을 걷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히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능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으니까. 모의고사가 끝난 후 며칠 동안은 숨이 막힐 듯한 압박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왜 이토록 평범할까? 왜 특별하지 못할까?** 같은 고민이 매일같이 머리를 짓눌렀다. 오늘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생각에 숲으로 나왔다. 익숙한 산책로를 걸으며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바랐지만, 기분은 한층 더 무거워질 뿐이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다. 걷던 길이 점점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크게 울려 퍼졌고, 나무들 사이로 어둠이 짙어졌다. 그 순간,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