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우물가에서 만난 그놈산모퉁이를 돌자, 논가에 외딴 우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오늘따라 공장에서 들리는 단조로운 기계 소리가 유난히 더 거슬렸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동료들의 똑같은 농담에도 왜인지 답답함이 밀려왔다. ‘이러다 진짜 기계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나조차 그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놀랄 정도였다. 결국 나는 숨을 고르기 위해 공장을 나와 무작정 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디로 가든, 걷다 보면 무언가 나아질 것 같았다. 그렇게 걷던 도중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오래된 우물이었다. 멈춰 선 나는 고요히 가라앉은 물 위로 고개를 숙였다.그런데 우물을 들여다본 순간, 물속에 비친 내 얼굴이 어딘가 이상했다. 표정은 멍하니 고요했지만, 마치 지금과 전혀 다른 내가 저 아래에 있는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