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겨울 밤의 빛 "하진 씨, 이번에도 야간 근무예요?" 당직실 문을 열자 김수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하진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그의 몸에 밴 전선 냄새가 어둠 속에서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또 누군가의 밤을 밝혀주러 가시나 봐요." "네가 날 놀리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해요. 전기의 요정이랄까..." 하진은 픽 웃으며 안전모를 챙겼다. 그때 호출이 왔다. 도심 외곽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출동하는 차 안에서 하진은 문득 3년 전 겨울밤을 떠올렸다. "죄송해요, 이런 늦은 시간에..." 처음 만난 그날, 님은 그렇게 말했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꺼진 전기 때문에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던 그 사람. 하진은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