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시간의 균열서울의 한옥마을은 늘 고요한 오후를 품고 있었다. 초겨울의 냉랭한 공기가 공중에 맴돌고, 나무로 된 대문들은 미동도 없이 닫혀 있었다. 윤도현은 노트북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오늘도 야근이었다. 연구소에서 쏟아지는 프로젝트와 끝없는 보고서들이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그는 두 눈을 반쯤 감은 채 걸었다. "오늘도... 별다를 것 없겠지." 그때였다.왼쪽에 위치한 오래된 한옥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옆집의 전등 빛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빛의 흔들림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출렁였다. 도현은 무심히 지나치려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춰 섰다."뭐야...? 전등이 아니잖아."도현은 한옥 대문 쪽으로 다가갔다.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