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강변의 사계, 회복의 여정

 

<강변의 사계, 회복의 여정>

### 1장: 고립의 시작 - 첫 번째 한파

팬데믹의 소식은 일상에 갑작스러운 균열을 일으켰다. 번잡했던 도시는 순식간에 고요해졌고, 거리에는 긴장과 두려움이 짙게 깔렸다. 정혜진은 창밖으로 보이는 텅 빈 도로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에 비친 풍경은 정지된 시간처럼 무거웠다. 벽에 걸린 시계는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였지만, 그 소리조차 차갑게 느껴졌다.

혜진은 부엌으로 돌아가 손을 씻으며 물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생각은 점점 어두워졌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안정적이던 직장 상황이 팬데믹으로 인해 불확실해졌고, 최근 회사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해고는 멀지 않았다’는 불길한 예감이 혜진의 가슴을 조였다. 머릿속을 스치는 걱정들로 인해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물기를 닦고 자리에 앉았다.

거실 한쪽에는 이준혁이 소파에 반쯤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팬데믹이 몰고 온 경제적 파장에 그는 직장을 잃었다. 생계를 책임지던 자리에 무기력함이 자리 잡은 지금, 준혁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여전히 혜진의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었지만, 자신의 존재가 짐이 되는 것 같아 내심 괴로웠다. 혜진은 가끔 준혁을 힐끗 쳐다봤지만, 말없이 고개를 돌리곤 했다. 서로의 어깨에는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이 맴돌았다.

반면, 유나는 방 안에서 주먹을 쥐고 눈을 감았다. 17세의 그녀는 이전의 활기찬 삶을 잃어버린 듯했다. 학교의 수업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었고, 친구들과의 수다는 화면 너머에서 무미건조하게 들려왔다. 그마저도 점점 끊어지고 있었다. “이게 뭐야... 진짜 뭐하는 거야...” 유나는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그녀는 마치 갇힌 듯한 답답함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더 이상 방 안에 머무를 수 없을 것 같아 창문을 열어 외부의 공기를 들이마셨지만, 그마저도 차갑고 공허했다.

마지막으로 집 안을 채운 것은 민재의 해맑은 웃음소리였다. 7세인 그는 주변의 불안과는 상관없이 놀이터에서의 뛰어놀던 기분을 잊지 않은 듯했다. 그가 쌓은 블록탑이 넘어지는 순간, 민재는 크게 웃으며 다시 쌓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소리는 집 안의 무거움을 잠시나마 덜어주었지만, 어른들에게는 무언가 잊힌 듯한, 그러나 닿을 수 없는 희망처럼 느껴졌다.



### 2장: 희망의 불씨 - 자연 속 꿈 이야기

어느 저녁, 식탁에는 소박한 저녁상이 놓였다. 혜진은 조금 전까지의 회의에서 들은 불안한 이야기들을 털어내려 노력하며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했다. 조용한 저녁시간이 이어지던 중 민재가 큰 소리로 말을 꺼냈다. “어젯밤에 강변에서 물고기랑 얘기하는 꿈을 꿨어요!” 그의 눈은 반짝였고, 작은 손은 꿈속에서 본 것을 설명하려는 듯 허공을 그렸다.

혜진은 그 말을 들으며 잠시 미소를 지었다. 강변은 그녀에게 단순한 장소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피크닉을 즐기던 기억과, 결혼 후 아이들과 걷던 평화로운 순간들이 떠올랐다. 바람의 촉감, 물결의 부드러운 소리, 해가 질 무렵 비치는 황금빛 강물. 그곳은 혜진에게는 안전한 피난처와 같은 곳이었다. 그녀는 민재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그랬어? 그 꿈 참 멋졌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준혁은 식탁에 팔꿈치를 괴고 앉아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민재의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에게 강변은 다가가기 힘든 과거의 즐거움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 시절의 자신은 활기차고 의욕이 넘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신과는 너무나 달랐다. 그의 마음에는 ‘꿈’이라는 단어가 공허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유나는 민재의 이야기가 귀에 들리긴 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눈앞의 식사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녀는 식사를 마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방에 들어선 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혜진은 문소리에 눈을 떴지만 말을 걸지 않았다. 딸의 마음속에는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어떻게 풀어줄 수 있을지는 알지 못했다.



### 3장: 갈등의 폭발 - 두 번째 한파

밤이 되면서 집안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거실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준혁은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 리모컨을 눌렀지만,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거실에 흐르는 뉴스는 팬데믹의 재확산에 대한 경고로 가득 찼고, 그는 무심히 리모컨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냐...”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는 마치 벽에 부딪혀 사라지는 메아리 같았다.

그때, 방에서 문이 열리고 유나가 나왔다. 눈이 약간 부어 있었고, 입술은 꾹 다물려 있었다. 혜진은 그녀를 보며 다가갔지만, 유나는 고개를 돌렸다. “엄마, 이제 그만 좀 해...”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렇게 갇혀서 살다가는... 우리 다 망가질 거야. 아빠가 있었다면...” 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혜진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이 깊어졌다.

준혁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다시 주저앉았다. 그는 말없이 자신에게 짐이 된다는 죄책감과 무기력함 사이에서 갈등했다. 혜진은 딸의 반항에 상처받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는 그녀의 말이 진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혜진은 조용히 말했다. “내일... 우리 모두 강변에 가자.”

 

 

 

**4장: 치유의 시작 - 강변 방문**

다음 날 아침, 혜진은 잠이 채 깨지 않은 민재를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웠다. 그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동안,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은 밖으로 나가보자. 강변에 갈 거야.” 민재의 눈이 반짝였고,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의 해맑은 반응이 혜진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했다.

준혁은 무거운 표정으로 침대에 앉아 있었다. 어젯밤 혜진의 말이 그의 마음에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지만, 그저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창밖으로 밝아오는 햇살이 비쳤고, 그 빛은 오랜만에 집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가족은 두툼한 겉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상쾌한 기운이 감돌았다. 유나는 말없이 엄마 뒤를 따르며 거리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텅 빈 거리와 닫힌 가게들이 풍경처럼 펼쳐져 있었다. 팬데믹 이전의 활기찬 모습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침묵과 정적뿐이었다.

강변에 다다랐을 때, 민재는 먼저 달려가며 신이 난 듯 외쳤다. “엄마, 여기 봐요! 물이 반짝거려요!” 그의 웃음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다. 혜진은 그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가슴속에 따스함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고, 그녀는 눈을 감고 그 바람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 순간, 그녀는 이곳이 자신과 가족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깨달았다.

준혁은 강변에 서서 강물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그저 멍하니 서 있었지만, 바람과 물소리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뭔가를 건드렸다. 어린 시절, 그는 이곳에서 아버지와 낚시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모든 것이 단순했고, 인생이 이렇게 복잡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민재가 모래밭에서 놀며 준혁 쪽으로 웃으며 손짓하자, 그는 조금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 작지만 확실한 변화가 일어났다.

유나는 천천히 걷다가 작은 돌멩이를 발로 찼다. 머리 위로 푸른 하늘이 펼쳐졌고,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며 조용한 소리를 냈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마치 하늘의 넓이가 그녀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민재가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누나, 여기서 같이 놀아요!” 그의 작은 손의 따뜻함이 전해졌고, 유나는 놀랍게도 마음속에서 조용한 안도감을 느꼈다.

혜진은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 풀어졌다. 강변에서의 이 시간은 마치 그들 각자의 상처에 살며시 연고를 바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깊은 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이렇게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5장: 계절의 교훈 - 점진적인 변화**

날이 점점 풀리며 강변은 계절의 변화를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차가운 바람은 한결 따뜻해졌고, 강가의 나뭇가지에는 조그마한 새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가족은 몇 차례 더 강변을 방문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발걸음이 점차 자연스러워졌고, 강변의 풍경은 그들에게 익숙한 위안을 주었다.

어느 날 새벽, 준혁은 혼자 강변으로 나섰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상쾌했다. 강물 위에 아침 햇살이 비치며 반짝였고, 멀리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혁은 강물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그 얼굴이 며칠 전보다 덜 피곤해 보였다. 그는 눈을 감고 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과거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소리가 오늘은 깊숙이 가슴에 와닿았다. ‘무기력한 내가 이곳에서 무언가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는 생각했다.

강변 산책이 점점 그에게 하루의 일부가 되었다. 그는 몇 번이고 강가를 오갔다. 강변에서의 시간은 그에게 일종의 명상과도 같았다.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마다 그의 어깨에 묶인 무거운 짐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준혁은 새벽녘 강물의 고요한 움직임을 바라보며 결심했다. ‘이제는 이 무기력함을 벗어나야 할 때야.’ 그동안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유나는 어느 날 강가의 돌멩이들을 모으며 강물을 향해 던지며 놀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민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민재가 다가와 “누나, 나도 같이 해도 돼?”라고 묻자 유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나란히 돌멩이를 던지며 강변에 파문을 일으켰다. 강물의 잔잔한 움직임은 유나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던 불안을 조금씩 잠재웠다. 유나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녀는 민재의 작은 손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짐했다. ‘여기서 나 혼자만의 고립감을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야.’

혜진은 멀리서 그 모습을 보며 살며시 웃었다. 아이들이 웃고 노는 모습은 그녀에게 힘이 되었다. 그동안 혜진은 혼자만의 고군분투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잃고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였지만, 그 속에서도 가족이 함께 있기에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한 손에 들린 뜨거운 차를 천천히 마시며 바람을 맞았다. 차의 온기가 가슴속으로 퍼지며 희망이 깃드는 듯했다.

해가 더 길어지며 강변의 풍경은 더욱 생기 있게 변했다. 노란 민들레가 강가에 점점 피어나기 시작했고, 작은 벌들이 그 꽃 위를 날아다녔다. 유나는 강변에서 피어난 민들레를 바라보며 손끝으로 살며시 만졌다. 그 작고 노란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작은 희망과 같았다. 민재가 다가와 그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누나, 이 꽃 예쁘지? 우리가 여기서 계속 놀면 좋겠다.” 유나는 민재를 바라보며 오랜만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준혁은 나뭇잎에 맺힌 이슬이 햇빛에 반짝이는 것을 보며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그는 다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히 자연을 즐기는 것을 넘어 그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그는 혜진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 “혜진아, 내가 다시 일을 구해볼 생각이야.” 혜진은 그 말에 놀라 눈이 커졌지만 이내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 “그게 정말이야? 정말 기뻐.” 

이제 가족은 점차 서로의 변화를 이해하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강변은 그들에게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상징이 되었다.

 

 

 

**6장: 마지막 시련 - 팬데믹의 재발**

강변에서의 시간이 가족에게 작은 회복의 공간이 되어가던 그 무렵, 뉴스는 다시 불길한 소식을 전했다. 팬데믹의 새로운 변종이 도시를 덮쳤다는 보도였다. 사람들은 다시 긴장했고, 거리의 기운은 이전과 같은 차갑고 무거운 침묵으로 바뀌었다. 혜진은 아침 뉴스에 귀를 기울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다시 불안이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가족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준혁은 강변에서 느꼈던 고요함을 되새기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는 며칠 전부터 새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었지만,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으로 고용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것이라는 소식이 그를 압박했다. 그는 잠시 머리를 감싸 쥐고 방 안을 서성이며 자신을 다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그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가족이 있었다. 

유나는 방 안에 앉아 핸드폰을 바라보며 친구들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대부분의 채팅창은 조용했다. 이전과는 달리 그녀는 분노 대신 슬픔과 외로움을 느꼈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스로를 가둬두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서랍에서 작은 노트를 꺼내 들고 창가에 앉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나도 알겠어, 이게 얼마나 힘든지.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게 할 거야. 내가 지치지 않게, 우리 가족도 지치지 않게.' 

그날 오후, 민재는 거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강변에서의 하루를 그린 그림에는 푸른 하늘과 흐르는 강물, 그리고 웃고 있는 가족이 담겨 있었다. 그 그림을 본 혜진은 눈물이 차올랐지만 이를 애써 삼켰다. 그녀는 민재의 옆에 앉아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 “민재야, 우리 계속 이렇게 함께할 거야. 어떤 어려움이 와도.” 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았어요, 엄마.”

이날 저녁, 가족은 강변으로 다시 나가기로 했다. 전염병의 불안이 고조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이번엔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될 필요가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공기는 여전히 신선했다. 혜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유나는 강가에서 작은 돌을 주워 손가락으로 돌려보며 조용히 다짐했다. ‘다시 닫히지 않을 거야.’

준혁은 조용히 걸음을 내디뎠다. 강변의 차분한 물결이 그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는 혜진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혜진, 나 이제 더는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해. 팬데믹이 또 시작됐지만, 난 이번에는 다를 거야. 이 가족을 위해서.”

혜진은 준혁의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그제야 그녀는 다시금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우리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어.” 그녀는 준혁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그 순간, 민재가 강변에서 뛰어다니며 외쳤다. “누나, 엄마, 삼촌! 여기 강물에 노란 꽃이 떠다녀요!” 가족은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렸고, 유나는 달빛 아래에서 잔잔히 떠내려가는 노란 민들레를 보았다. 그 꽃은 그들의 희망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유나는 마음속에서 다시금 뜨거운 무언가가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린 괜찮아질 거야.”

팬데믹의 두 번째 물결은 그들을 시험에 들게 했지만, 강변에서 얻은 힘과 결속은 가족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갈 용기를 주었다.

 

 

 

**7장: 새로운 결심 - 현실과 희망의 조화**

팬데믹의 새로운 물결은 몇 주간 그들의 삶에 다시금 그림자를 드리웠지만, 이번에는 가족 모두가 이전보다 단단해진 자신을 느꼈다. 정혜진은 일상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가족을 돌보았다. 이른 아침, 그녀는 차를 마시며 창밖을 보았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새소리가 봄의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차의 따스함이 그녀의 가슴 속으로 스며들며 희망이 조금씩 피어났다.

이준혁은 강변에서 느꼈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여러 회사에 지원서를 내며 일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찾아갔다. 거절의 소식도 있었지만, 예전처럼 주저앉지 않았다. 대신 그는 강변에서 본 첫 햇살과 새들의 노래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어느 날, 그는 마침내 한 회사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깊은 숨을 내쉬며 혜진에게 다가가 말했다. “나 면접 보러 가기로 했어. 이번에는 꼭 해낼 거야.”

혜진은 그의 눈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라면 할 수 있어, 준혁. 우리 모두 널 믿고 있어.” 그 말에 준혁은 오랜만에 묵직했던 가슴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유나는 가족의 변화를 바라보며 자신 또한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이제 방에 혼자 갇혀 있기보다는 민재와 함께 강변에 나가 바람을 맞고, 자연을 만끽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강변의 민들레를 보며 자신도 그 작은 꽃처럼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음을 알았다. “민재야, 우리 여기서 매일 뛰어놀자,” 유나가 웃으며 말하자 민재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누나! 여기서 계속 놀자!”

며칠 후, 준혁은 면접에 다녀온 후 긴장된 표정으로 집에 돌아왔다. 혜진은 그를 보며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갔다. “어땠어?” 그녀의 물음에 준혁은 잠시 침묵하다가, 눈가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느낌이었어. 기다려보면 알겠지만, 이번엔 긍정적이야.”

기다림은 긴장감으로 이어졌지만, 가족은 이전과는 다르게 서로를 격려하며 시간을 보냈다. 며칠 후, 드디어 준혁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그의 얼굴이 밝아지며 가족을 향해 말했다. “됐어. 일자리 얻었어!” 순간 집안에는 기쁨의 함성이 퍼졌다. 유나는 민재를 안고 춤을 추었고, 혜진은 눈물을 글썽이며 준혁을 끌어안았다. 

그날 저녁, 가족은 강변으로 나가 다시 한 번 해가 지는 모습을 보았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서로의 체온이 전해졌다. 혜진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우린 이렇게, 이겨낼 수 있는 거야. 우리 함께라면.” 준혁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꼭 잡았다.

민재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강물에 떠오르는 달빛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우리 강변에서 계속 함께하자!” 그 말에 가족은 다시 한 번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바람이 잔잔히 불며 나뭇잎을 흔들고, 강변의 물결은 그들을 감싸 안은 듯 부드럽게 출렁였다.

강변은 그날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가족은 새로운 시작과 현실을 살아갈 용기를 다짐하며 다시금 하나로 묶여 있었다.

 

 

 

**에필로그: 강변의 사계, 끝없는 여정**

몇 개월이 지나면서 팬데믹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고, 도시에는 서서히 활기가 돌아왔다. 그러나 정혜진의 가족에게 강변은 여전히 그들의 중심이었다. 그들은 강변에서 얻은 교훈과 평화를 가슴 깊이 간직하며 새로운 일상을 맞이했다.

이준혁은 새 직장에서 다시금 활기를 찾았다. 그는 동료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책임감을 가지고 일했다. 가끔 일이 힘들어질 때면 그는 강변에서 느꼈던 새벽의 차가운 바람과 잔잔한 물결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잡았다. 준혁에게 강변은 여전히 내면의 지침이었다.

혜진은 집에서의 일과를 마친 후 가끔씩 강변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민재를 데리고 강변에 서서, 그들이 이전에 함께했던 추억을 되새기며 바람을 맞았다. 그녀는 강변의 변화무쌍한 사계를 바라보며 고요한 평안을 느꼈다. ‘우리도 이 강처럼 흐르고, 계절처럼 변화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해.’ 그녀는 속으로 다짐했다.

유나는 학교로 돌아가면서도 전과는 다른 자신감을 가졌다. 이제는 새로운 도전과 어려움이 오더라도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강변에서의 시간을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며 그곳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설명했다. 친구들은 그런 유나를 응원했고, 유나는 예전의 불안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을 발견했다.

하루는 가족 모두가 다시 강변에 모였다. 이날은 민재의 생일이었다. 유나는 작은 케이크를 준비했고, 혜진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그 순간의 소중함을 가슴속에 새겼다. 바람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강물 위에는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리고 있었다.

“엄마, 강변은 왜 이렇게 계속 흐르는 거예요?” 민재가 물었다. 혜진은 살며시 웃으며 대답했다. “강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야 새로운 물이 와서 자연이 살아날 수 있거든. 우리도 마찬가지야. 어떤 일이 있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 민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크 위의 촛불을 불었다. 그 순간, 가족은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준혁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우린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어.” 혜진과 유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민재는 환한 얼굴로 “그럼, 여기 강변에서 계속 함께해요!”라고 말했다. 가족은 그의 말에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해가 지며 노을이 강 위에 번졌다. 강변은 저마다 다른 계절을 맞이했지만, 그 흐름은 가족의 일상에 묵묵히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도 수많은 계절을 맞이할 것이고, 그때마다 강변은 그들을 부드럽게 감싸며 기억을 되새기게 할 것이다. 

강변의 사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흘러가지만, 그 속에서 가족은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있었다. 끝없는 여정이지만,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할 때 그 여정은 어떤 힘든 시련도 견딜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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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의 사계, 회복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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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