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금잔디의 봄날

<금잔디의 봄날>
 
제1장: 불안과 압박의 겨울
지우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은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싸늘한 겨울바람이 교실 창문을 때릴 때마다 유리가 덜컹거렸다. 교실 안은 온통 교재와 연습장, 시뻘겋게 표시된 시험지로 채워져 있었다. 몇몇 친구들은 속삭이며 성적 이야기를 나눴고, 그 사이로 누군가의 긴 한숨이 깊게 흘러나왔다. 마치 수능의 압박이 한 덩어리의 구름처럼 교실을 짓누르고 있는 듯했다.
지우는 무심코 연필을 굴리며 책상에 엎드렸다. 머릿속은 시험 문제들로 가득했지만, 그 모든 것이 어지럽게 섞여서 답이 보이지 않았다. “아, 왜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가냐…” 그녀는 작게 중얼거리며 연필을 입에 물었다. 바로 그때, 옆자리의 선우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지우야, 너 아직도 그 문제 못 풀었어? 세상에, 그건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선우는 눈을 크게 뜨고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지우는 속으로 불끈했다. “그래, 너는 쉬울지 몰라도 나에겐… 쉽지 않아.” 지우는 속으로 생각하며 억지로 웃어보였다. 하지만 선우의 말은 그녀의 마음속에 조그마한 파문을 일으켰다. 그 파문은 점차 불안이라는 거대한 파도로 변해, 지우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온 지우는 식탁에 앉아 겨우 밥을 몇 숟가락 떠먹었다. 부모님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특히 아버지는 한동안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지우야, 네 얼굴이 좀 피곤해 보여. 잠시 쉬었다가 오는 게 어때? 할머니 댁에 다녀오면 좋을 것 같구나.”
그 말에 지우는 젓가락을 잠시 멈추고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지금요?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요?” 그녀의 목소리엔 놀라움과 약간의 반항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할머니 댁의 평온한 풍경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어릴 적 할머니와 손을 잡고 들판을 걸으며 웃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래, 수능이 중요하지만, 네 건강이 더 중요하지 않니?” 아버지는 따뜻하게 말했다.
지우는 아버지의 진심 어린 말에 가슴이 찌릿해졌다. “잠깐만 쉬어도 괜찮겠지?” 그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잠시 후,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속의 불안이 잠시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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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시골로의 여정, 새로운 공기
기차가 역을 떠나 시골로 향할 때, 지우는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도심의 회색 건물과 인파가 점점 사라지고, 설경으로 덮인 들판과 나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지우의 뺨을 스치며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다. 마치 도심에서 쌓인 긴장이 한숨에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기차 안은 조용했다. 승객 몇몇은 졸고 있었고,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창밖을 응시했다. 지우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어보려 했지만, 곧 그 책을 덮었다. 대신 고개를 돌려 창밖의 겨울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바람에 흩날리며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기차역에 도착해 내린 순간, 시골의 공기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차갑지만 신선한 공기가 지우의 폐 속 깊이 스며들며 가슴을 맑게 했다. 할머니의 집으로 향하는 길은 어릴 적 기억 속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돌담길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그녀를 반겼고, 발밑에서 눈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지우가 돌아왔구나!” 할머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문 앞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의 얼굴은 세월의 주름이 얽혀 있었지만, 눈은 여전히 따뜻하고 빛났다. 할머니는 지우를 품에 안았다. “많이 힘들었지? 와서 앉아 보렴.”
지우는 할머니의 품에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마치 오래된 담요에 싸인 듯한 따뜻함이었다. “할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할머니 집은 변한 게 하나도 없네요.” 지우는 할머니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그래야지, 이곳은 바쁜 세상과는 다르게 천천히 흘러가니까.” 할머니는 지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차 한 잔 마시고 나가서 산책이나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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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할머니의 이야기와 자연의 교훈
지우는 할머니가 끓여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마당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차는 달콤하면서도 약간 씁쓸한 맛이 났고, 마시자마자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할머니, 이거 무슨 차예요? 너무 맛있어요.”
할머니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이건 내가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약초로 만든 차란다. 네 마음과 몸을 다스리는 데 좋지. 겨울을 견디며 힘을 모은 자연의 선물이야.” 지우는 약초라는 단어에 흥미를 느끼며 찻잔을 기울였다.
“할머니, 그런 것들은 어떻게 찾으세요?” 지우는 어린 시절처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야, 산과 자연이 알려주지. 그리 특별한 건 없단다. 겨울을 지나면 새싹들이 고개를 들고 봄을 준비하듯, 우리도 우리만의 방법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를 해야 해.” 할머니는 뒷마당의 금잔디를 가리켰다. 눈에 덮여 있지만, 그 사이로 보이는 작은 풀들이 마치 자신을 과시하듯 생기를 띠고 있었다.
“저 풀들, 참 대단해 보이네요. 어떻게 이렇게 차가운 날씨에도 살아남는 걸까요?” 지우는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금잔디는 추운 겨울 속에서도 끈기 있게 땅속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단다. 봄이 되면 누구보다 먼저 싹을 틔우며 다시 세상과 맞서지. 우리도 그래야 한단다, 지우야. 힘들고 차가운 시간은 너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거야.”
지우는 할머니의 말을 새기며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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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작은 사고, 큰 깨달음

며칠이 지나고, 지우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나섰다. 이번에는 들판을 지나 언덕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아침 일찍 내린 비로 길은 약간 질척였고, 발을 뗄 때마다 진흙이 살짝 끈적였다. 하지만 지우는 이 마을의 맑은 공기와 자연 속에서의 시간이 좋았다.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이었다.

“할머니, 오늘은 어딜 가요?” 지우는 뒤따라오는 할머니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늘은 우리가 자주 가던 언덕에 가볼 생각이란다. 어렸을 때 너랑 거기서 참 많이 놀았지.” 할머니는 눈을 살짝 찡긋하며 말했다.

지우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언덕에서 뒹굴던 어린 시절이 떠올라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그때는 비 오면 진흙투성이가 돼서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죠.”

할머니는 깔깔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네 엄마가 네 옷을 보고는 난리가 났었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너는 해맑게 웃으면서 ‘할머니가 괜찮다고 했어요!’라고 했잖니.”

지우는 그 말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요? 그땐 왜 그렇게 할머니만 믿었을까요?”

“왜냐면 내가 항상 너 편이었으니까.” 할머니는 웃으며 지우의 등을 다독였다.

언덕에 도착했을 때, 지우는 잠시 멈춰 섰다. 언덕은 여전히 어렸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부드럽게 올라간 경사와 그 위를 덮은 풀들, 그리고 언덕 꼭대기에서 보이는 마을의 풍경이 어딘가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순간, 지우는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고 말았다. “앗!” 갑작스러운 일에 지우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손에는 진흙이 묻고, 무릎은 살짝 까져 따끔거렸다. 지우는 순간 어찌할 바를 몰라 얼굴을 찡그렸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거야…’ 그녀는 속으로 자신에게 투덜거렸다.

할머니는 놀라지 않고 천천히 지우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손수건을 꺼내 지우의 손을 닦아주며 말했다. “이런, 그래도 넘어지지 않고서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단다.”

지우는 할머니의 말에 멈칫했다. “할머니, 넘어지는 건 실수 아닌가요? 항상 더 잘해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자꾸 실수만 하는 걸까요?” 지우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서글픔과 좌절이 섞여 있었다.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우야, 우리 몸은 넘어질 때마다 땅과 닿는 법을 배우고, 다시 일어설 때 강해진단다. 마음도 똑같아. 때론 실수가 네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단다.” 그녀는 부드럽게 손을 내밀어 지우를 일으켰다.

지우는 할머니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며 흙 묻은 무릎을 쓸어내렸다. 진흙이 묻어 있었지만, 그 속에서 묘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마치 그 작은 사고가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할머니,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에도 넘어져도 항상 할머니가 일으켜줬어요. 그래서 다시 달릴 수 있었나 봐요.” 지우는 말끝에 약간의 웃음을 섞었다.

“맞아. 네가 얼마나 많이 넘어지든, 나는 언제나 네 옆에 있었단다.” 할머니는 지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이젠 네가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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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꿈속의 정령과 새로운 시선

그날 밤, 지우는 피곤했던 하루를 정리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언덕에서의 작은 사고와 할머니의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창문 밖에는 달빛이 부드럽게 내려앉아 방 안을 비추고 있었다. 지우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순간, 그녀는 서서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꿈속의 풍경은 눈부실 정도로 선명했다. 그녀는 거대한 들판 위에 서 있었고, 주위는 금잔디로 가득했다. 바람이 불어 금잔디가 살랑이며 춤을 추었다. 지우는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 인물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초록색 드레스를 입고 긴 머리를 늘어뜨린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너는 누구세요?” 지우는 놀라서 물었다.

그 여인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나는 봄의 정령이란다. 너의 마음속 겨울을 녹여주러 왔지.”

정령의 목소리는 지우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닿았다. 마치 그녀의 불안과 두려움을 다 알고 있다는 듯, 그 소리는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정령은 지우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가 느끼는 두려움과 실수들은 결국 한 번의 겨울일 뿐이야.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 항상 봄이 찾아오지. 중요한 건 네가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란다.”

지우는 정령의 말을 들으며 마음속 깊이 울컥하는 감정을 느꼈다. “정말로… 괜찮아질까요?” 그녀는 작게 물었다.

정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봄은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어. 지금 너의 마음속에도 작은 새싹이 자라고 있단다.”

지우는 그 말에 위로를 받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갑자기 들판의 금잔디가 더 푸르고 선명하게 보였다.

 

 
 

 

제6장: 준비의 변화를 시작하다

꿈에서 깨어난 지우는 여전히 가슴속 깊이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보며 정령이 속삭이던 말을 되새겼다. “모든 것은 지나가고, 봄은 언제나 온다.”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닌, 마음속에 깊이 스며든 믿음이 되었다. 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차가운 겨울 아침이었지만, 그녀는 묘하게도 마음속이 따뜻했다.

할머니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며 지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방은 할머니가 끓여놓은 된장국의 향기로 가득했다. “잘 잤니?” 할머니가 지우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지우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네, 정말 잘 잤어요. 할머니, 오늘은 제가 할머니 일 좀 도울게요.”

할머니는 놀란 표정으로 지우를 쳐다봤다. “너, 시험 준비하느라 바빠서 이런 말은 안 할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눈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그래도 할머니랑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시험 준비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소중하니까요.” 지우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날 지우는 할머니와 함께 집 근처의 작은 텃밭을 손질했다. 겨울 동안 쉬고 있던 땅을 정리하며, 지우는 할머니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할머니, 이 땅도 봄이 오면 다시 싹을 틔우겠죠?”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흙을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그럼, 당연하지. 땅도 쉬면서 힘을 모으는 거란다. 식물들도 이렇게 다시 자라기 위해 쉬어가는 시기가 필요해. 너도 똑같이 힘을 모으는 중이지.”

지우는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흙을 만지는 감촉이 생각보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나도 쉬어가며 힘을 모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와 지우는 다시 책상에 앉았다. 할머니와 함께한 텃밭 작업은 몸을 피곤하게 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가벼워졌다. 시험 준비는 여전히 중요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무거운 짐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과정처럼 느껴졌다. 지우는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교재를 펼쳤다.

시간이 흘러 공부하다가 지우는 잠시 창밖을 보았다. 작은 참새 한 마리가 전깃줄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깃털을 다듬고 있었다. 지우는 그 장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이렇게 작은 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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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시험의 날, 차분한 도전

드디어 시험 날이 다가왔다. 지우는 이른 새벽에 눈을 떴다. 할머니 집의 창문 밖으로는 서리 낀 나뭇가지들이 아침 햇살을 반사하며 은빛으로 빛났다. 지우는 커다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내 할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지우야, 아침 차 준비됐단다. 어서 와서 마셔라.”

지우는 서둘러 방에서 나와 주방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따뜻한 약초차를 준비해 놓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우는 차를 마시며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꼈다. 약간 쓴맛과 함께 퍼지는 고소한 향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었다.

“할머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도와주셔서요.” 지우는 고마움이 가득한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내가 널 도운 게 아니라, 네가 스스로 여기까지 온 거야. 오늘도 차분히 해내거라. 너의 겨울은 이제 곧 끝나고 있단다.” 할머니는 손을 내밀어 지우의 손을 잡았다.

시험장에 도착했을 때, 지우는 자신이 생각보다 침착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긴장된 학생들 사이에서 한숨 소리와 시험지를 넘기는 소리가 어우러져 어지럽게 들렸지만, 그녀는 그 소음에 휘둘리지 않았다. 시험지가 눈앞에 놓이자, 지우는 큰 숨을 한 번 들이쉬고 천천히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어려운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잠깐씩 마음속에 불안이 올라왔지만, 그때마다 할머니의 말과 봄의 정령의 속삭임이 머릿속을 스쳤다. ‘겨울은 지나가고, 봄은 온다.’ 지우는 속으로 되뇌며 다시 집중했다.

시험이 끝났을 때, 지우는 깊은 숨을 내쉬며 시험장을 나섰다. 몸이 피곤했지만 마음속에는 이상한 평온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나는 최선을 다했어. 그리고 그걸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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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봄날의 언덕, 성숙과 새로운 시작

수능이 끝나고 며칠 뒤, 마을에는 드디어 봄이 찾아왔다. 겨울의 잔설이 녹아내리며 언덕에는 금잔디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지우는 할머니와 함께 그 언덕에 다시 올라갔다. 하늘은 맑고 바람은 따뜻하게 불어왔다. 금잔디는 추운 겨울을 견디고도 다시 푸른 잎을 뽐내며 힘차게 자라나고 있었다.

“할머니, 정말 봄이 오네요.” 지우는 언덕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말했다.

“그렇지. 겨울을 지나고 나서야 봄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법이란다.” 할머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지우의 친구들도 언덕에 도착했다. 그들은 웃으며 지우에게 다가왔고,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시험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저 각자가 겪은 겨울을 나누며,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이야기했다.

“야, 우리가 드디어 해냈다.” 한 친구가 외쳤다. “우리 진짜 어른 다 됐나 봐.”

“응, 근데 우리 모두 아직 멀었어. 더 많이 배우고 더 성장해야지.” 지우는 웃으며 답했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다시 다짐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내가 걸어온 길이고, 그 길 위에서 내가 배운 것들이야.”

언덕 위의 금잔디가 바람에 흔들리며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그것은 지우의 마음속 봄날을 상징하는 듯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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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잔디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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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김소월, <금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