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Writing)/짧은 이야기 (Short story with AI)

Short story) 불타는 날개의 추락과 다시 날아오른 나비

sosohantry 2024. 10. 21. 16:15

< 불타는 날개의 추락과 다시 날아오른 나비>
 
1. 푸른 바다의 나비

나는 자주 꿈을 꾼다. 내가 그토록 동경하는 나비들이 하늘을 나는 꿈. 푸른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나비들은 내가 생각하는 자유 그 자체다. 그 자유를 동경하면서도, 나는 그 안에서 두려움이나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바다는 나비에게 어울리는 장소이며, 거기서 나비는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 꿈속에서 나비는 항상 거대한 푸른 바다 위를 맴돌았다. 날개를 펄럭이며 시원한 바람을 타고, 한없이 자유롭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바다의 끝없는 푸름과 나비의 날개짓은 서로 어우러져 나에게 무한한 평화를 선사했다. 그 어떤 걱정도, 그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나비는 바람을 타고, 나는 그 나비의 뒤를 쫓으며 그저 자유롭고 평화로운 순간을 만끽했다.

하지만 어느 날 꿈속의 나비는 조금 다르게 행동했다. 나비는 점점 하늘에서 내려와 바다에 가까워졌다. 평소처럼 바람을 타고 유유히 날아다니는 대신, 나비는 마치 목적지를 향해 내려가는 듯했다. 나는 그 모습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비는 푸른 바다 위로 내려가 물결 위에 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바다의 푸름이 갑자기 차가워 보였다. 나비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나비는 그 안에서 아무런 두려움도 느끼지 못한 채 자신을 맡기고 있었다.

나비는 마침내 바다 위에 내려앉았다. 나는 그 순간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나비의 날개가 물결에 젖자, 나비는 더 이상 날 수 없게 되었다. 날개는 물에 흠뻑 젖어버렸고, 바람은 더 이상 나비를 들어 올릴 수 없었다. 나비는 서서히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바다가 나비를 삼키려는 듯, 나비의 날개는 물결에 묻히며 점점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꿈속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비가 바다에 빠져드는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펐다. 나는 왜 나비가 바다로 내려갔는지, 왜 바다의 위험을 깨닫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아름다웠던 바다와 나비가, 이제는 그토록 슬프고 위험한 존재로 변해버렸다. 나비는 더 이상 날개를 펼 수 없었고, 바다는 끝없는 깊이를 품고 있었다.

이 꿈은 내게 무언가를 말해주려는 듯 반복되었다. 매번 나비는 바다로 내려갔고, 매번 바다에 빠져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불안감은 점점 커졌다. 왜 나비는 바다의 깊이를 알지 못했을까? 왜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까? 꿈속에서 나비가 빠져드는 그 장면은 현실에서도 내 마음속 깊이 새겨지며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나비를 동경했다. 그 자유로움, 그 아름다움. 하지만 이제 나는 나비가 바다에 빠져들면서 느끼는 고통을 보게 되었다. 아무도 나비에게 바다가 얼마나 깊고 위험한지 알려주지 않았다. 나비는 그저 바다가 푸르다는 이유만으로 그 안으로 내려갔고, 결국 그 깊이에 휩쓸려 돌아오지 못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나비가 현실에서는 얼마나 무력한 존재일 수 있는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면 나는 다시 그 꿈을 잊으려 했다. 나비는 여전히 나에게 자유와 이상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바다에 빠져드는 나비는 그저 꿈속의 한 장면일 뿐, 현실에서 나비는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날 수 있는 존재라고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꿈의 경고를 무시한 채, 나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내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그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가 현실에서도 나비처럼 무력하게 바다에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내 안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2. 기온의 상승

봄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휘문고의 교정에 어느새 여름이 찾아왔다. 봄이라고 하기엔 날씨가 이상할 정도로 더웠다. 이제는 아침저녁으로도 시원한 바람이 불지 않았다. 휘문고 학생들은 모두 힘겨워했고, 그 누구도 이 기온 상승이 단순한 계절 변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이상적이고 순진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비는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루는 윤서연이 내게 물었다. “나비, 너는 이 더위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냥 여름이 빨리 온 것뿐이잖아. 곧 괜찮아질 거야.” 그녀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서연은 늘 현실적이었다. 기후 변화, 온난화, 그런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자연스러운 계절 변화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학교 곳곳에서는 기온 상승과 관련된 문제들이 속속 나타났다. 운동장에 나가서 공을 차던 학생들이 더위를 견디지 못해 쓰러지기도 했고, 교실 안에서는 선풍기마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창문을 열어도 더운 바람만이 우리를 덮쳤다. 그동안 학교는 이런 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가능한 실내에 머물라고 당부할 뿐이었다.

정석훈 선생님은 이런 기후 변화에 대해 수업 시간에 자주 이야기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기온 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의 경고는 날이 갈수록 더 무겁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 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나비의 자유였다. 그런 것들이 기후 변화로 인해 위협받는다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석훈 선생님은 나비의 생태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나비는 작은 생명이지만, 그 날개에는 자유의 상징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위험과 맞닿아 있기도 하죠. 나비의 날개는 물에 젖으면 날지 못하고, 작은 바람에도 휘말립니다. 결국 나비도 현실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그 순간, 나는 나비의 자유로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비도 현실 속에서 그저 연약한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윤서연은 나에게 계속해서 경고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 날지도 몰라. 기온이 이렇게 계속 오르면 정말 위험할 거야.”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가볍게 넘겼다. 나비는 어떤 위험에도 자유롭게 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3. 휘문고의 뜨거운 여름

봄이 깊어지면서도 휘문고는 이상할 정도로 더워지고 있었다. 여름이 오기 전에 이렇게 무더운 적은 없었다. 교정의 나무들은 아직 푸르름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초록빛은 마치 이 더위에 짓눌리는 듯 보였다. 운동장에서 뛰노는 학생들의 모습도 점점 줄어들었고, 교실 안은 마치 한여름의 열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학교 내에서 더위에 지친 얼굴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창문을 활짝 열어놓아도, 시원한 바람 대신 더운 공기만이 들어올 뿐이었다. 선풍기마저 무용지물처럼 느껴졌고, 수업 시간 내내 우리는 땀을 흘리며 버텨야 했다.

정석훈 선생님의 생물 수업은 언제나 흥미로웠다. 그는 자연과 생명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나는 그의 수업을 통해 나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나비가 어떻게 알에서 태어나 애벌레를 거쳐 성충이 되는지, 그들이 어떻게 꽃의 꿀을 빨아먹으며 살아가는지. 나는 나비의 삶에 대해 배울 때마다 그들의 가벼운 날갯짓에 담긴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비는 그저 작고 연약한 존재가 아니라, 그들만의 세상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유롭고, 가벼우며, 아름다웠다. 나는 나비처럼 살고 싶었다. 그들의 자유로움이 내게는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날 정석훈 선생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비는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존재입니다. 우리는 나비의 날개짓에서 자유를 상징하는 의미를 찾곤 하죠. 그러나 나비의 자유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닙니다." 그는 칠판에 나비의 날개 구조를 그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비의 날개는 가벼운 비늘로 덮여 있어서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고, 물에 젖으면 다시는 날 수 없습니다. 나비는 하늘을 나는 동안 끊임없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존재입니다. 그들의 날개는 그만큼 연약합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딘가 불편함을 느꼈다. 나비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나비는 늘 하늘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존재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선생님의 말처럼 나비는 물에 젖으면 더 이상 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동요시켰다. 마치 내가 동경하던 그 자유로움이 실은 아주 위태로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비가 바다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요?" 정석훈 선생님이 물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꿈속에서 보았던 나비가 떠올랐다. 그 나비도 바다 위를 날다가 결국 물에 빠지고 말았었다. 나는 손을 들어 대답했다. "날개가 젖으면 더 이상 날 수 없겠죠..."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비는 물에 젖으면 무거워져서 날 수 없습니다. 물결에 휩쓸리거나 그곳에서 생명을 잃게 되죠. 우리가 자유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항상 안전하지는 않습니다. 기후 변화처럼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더위도 단순한 계절 변화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것은 더 큰 문제의 시작일지도 모르죠."

그 순간 나는 소름이 돋았다.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나비의 자유가, 사실은 그리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나비는 바람을 타고 어디든 날아갈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들이 그토록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도 그 나비처럼 세상의 위험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이상만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윤서연과 함께 교실을 나섰다. 서연은 내 표정을 보더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챘는지 물었다. "정말 괜찮은 거야? 너 요즘 좀 이상해 보여."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생각할 게 좀 많아서."  
"나비 때문이야?" 서연이 물었다. 나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몰라. 그냥 나비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

윤서연은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네가 나비처럼 살고 싶어 하는 걸 이해는 해.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아. 현실에는 너가 상상하지 못하는 위험이 많아. 이 더위도 그렇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도 있는 거잖아."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서연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마음을 포기할 수 없었다.

휘문고의 여름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 교실 안에서 수업을 듣는 것조차 힘겨웠다. 학생들은 더위에 지쳐 있었고, 모두가 이 기온 상승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후 변화라는 말이 자주 들려왔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직 실감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우리가 느끼는 것은 무더운 날씨와 학교 곳곳에서 발생하는 불편함들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나비에 대해 생각했다. 나비는 이 더운 날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비가 푸른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바람을 타며 어디든 갈 수 있는 모습이 점점 불가능해 보였다. 혹시 나비도 이 더위에 지쳐버리지 않을까? 더 이상 나비가 꿈꾸는 자유로운 하늘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윤서연은 계속해서 나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했다. "나비는 좋지. 하지만 너도 알아야 해. 현실에는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갈 수 없는 벽들이 많다는 걸." 나는 그녀의 말을 흘려듣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서연의 말이 점점 내 마음속 깊이 스며들고 있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었던 내 꿈이, 이제는 너무나도 연약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꿈이 이 현실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커져만 갔다.

휘문고의 뜨거운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게 우리를 짓눌렀다.


4. 불길의 그림자

휘문고의 여름은 더욱더 뜨거워졌다. 그해 여름은 마치 불이 붙은 듯 온 도시가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학교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화재 사건들이 끊이지 않았다. 공기가 마른 만큼, 불씨 하나가 작은 공원이나 인근 숲으로 번져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나는 그 소식을 들을 때마다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아직까지는 그 불길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이라며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그날, 불길은 휘문고 바로 곁에서 시작되었다.

수업 중이었는데, 창문 밖으로 희뿌연 연기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먼지나 안개 같은 것이라 생각했지만, 연기 냄새가 점차 강해지면서 상황이 심각해짐을 깨달았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수군거리는 소리가 커졌고, 몇몇 학생들은 창밖을 기웃거렸다. 곧이어 학교 방송 시스템이 울렸다. "현재 학교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침착하게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방송을 듣자마자 교실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선생님은 우리를 재빨리 대피시키려 했고, 학생들은 하나둘 교실 밖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윤서연과 함께 나와 대피 구역으로 향했다. 서연은 나보다 훨씬 더 침착해 보였고, 나를 챙기며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밀려왔다. 불길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바깥으로 나오자, 우리는 그 불길이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었다. 학교 뒤쪽에 위치한 작은 산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었다. 산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득 덮었고, 불길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열기와 냄새는 생생하게 전해졌다.

"괜찮아, 나비. 우리 안전할 거야." 윤서연은 내 손을 꼭 잡고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나는 온몸이 굳어버린 느낌이었다. 불길이 나를 삼킬 것만 같았다. 그동안 꿈속에서 나비가 바다에 빠져들었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이제는 그 나비가 내가 될 것만 같았다. 내 마음 속에 무언가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그동안 나비의 자유로운 날갯짓을 꿈꾸며 현실을 외면해왔던 내가, 이제는 그 불길 속에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학생들은 모두 운동장에 모였고, 교사들은 우리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안전을 확보했다. 우리는 운동장 구석에 앉아, 여전히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서연에게 "이대로 다 타버리면 어떻게 하지?"라고 물었다. 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모든 걸 다 태워버린다면, 우리는 다시 시작해야겠지. 그렇지만 우리가 여기 있는 한, 괜찮을 거야. 우리는 이겨낼 수 있어."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쉽게 안심할 수 없었다. 서연은 언제나 현실적이었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현실이 너무나도 가혹하게 느껴졌다. 불길은 여전히 산을 타고 내려오고 있었고, 우리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협으로 느껴졌다. 공기는 점점 더 건조해졌고, 연기 속에 가라앉은 태양빛은 붉고 흐릿했다. 모든 것이 불길의 그림자에 묻히고 있는 듯했다.

시간이 흘렀고, 소방차들이 하나둘 학교 주변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운동장에 앉아 불안에 떨며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 불길이 학교까지 번지면 어쩌지? 학교에 남아 있는 소중한 것들이 전부 사라지면 어쩌지? 나의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비의 날갯짓처럼 가볍게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이 불길은 단순한 자연의 재해가 아니라, 내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현실의 일면이었다.

그날의 불길은 마치 내 안에 숨어 있던 불안을 모두 끌어올리는 듯했다. 나는 더 이상 꿈꾸던 나비의 이상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비의 날갯짓이 더 이상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 날개도 결국은 불길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그동안 이상을 좇으며 현실을 외면해왔지만, 이제는 그 현실이 나를 덮쳐왔다. 불길은 나를 따라잡고 있었다.

운동장에서 우리는 학교 건물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그 열기와 연기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나비처럼, 나도 그 현실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지금까지 내가 외면했던 모든 것들, 내가 믿고 싶지 않았던 사실들. 이 모든 것이 불길처럼 나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나비, 괜찮아." 윤서연이 내 손을 꼭 잡으며 다시 한 번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달랐다. 이 불길은 단순한 화재가 아니었다. 이것은 나비처럼 살아가던 내 꿈의 끝이었다. 더 이상은 도망칠 수 없었다. 나는 이 현실 속에서 그 불길에 맞서야 했다.

그날의 화재는 결국 몇 시간 만에 진화되었다. 소방관들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학교까지 번지지 않고 산불은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는 불안감은 그저 연기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나는 그 불길이 내 삶 속에서 다시 타오를 것만 같았다. 나의 이상, 나의 꿈, 나비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그 모든 것이 불길 앞에서는 너무나도 연약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나비의 날갯짓을 꿈꾸지 않았다. 대신 나는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불길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을 것이고, 나는 그 불길 속에서 날개를 펴고 살아가야 했다.


5. 윤서연의 손

화재가 진화되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그날의 불길이 떠올라 가슴 속에 깊이 박혀 있었다. 모든 것이 불타 사라질 것만 같은 불안감, 내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현실이 불길처럼 나를 덮쳐올 것 같은 공포는 나를 잠식하고 있었다. 마치 나비가 날아올라야 할 하늘이 불길로 가득 찬 것처럼, 나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윤서연은 그런 나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내 곁에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해왔던 친구였다. 나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그녀는 늘 논리적이고 계획적이었다. 그녀는 문제를 마주할 때 회피하기보다는 해결책을 찾아나가려고 했다. 그에 비해 나는 이상을 좇으며 현실을 외면하려고만 했다. 우리는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좋은 친구였다. 서연은 내게는 현실을 깨닫게 해주는 존재였고, 나는 그녀에게 이상을 보여주는 존재였다.

화재 이후 며칠 동안 나는 학교에 나가는 것이 두려웠다. 불길은 사라졌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도 나는 집중하지 못하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다. 그때마다 윤서연은 내 곁에서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나비, 네가 요즘 너무 힘들어 보여. 무슨 일 있어?"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저었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었다. 그동안 나비처럼 살고 싶었던 내 꿈이, 이제는 너무 무모하고 허무하게 느껴졌다. 나의 이상은 현실 속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윤서연은 내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너, 그날 화재 이후로 좀 달라진 것 같아. 나비, 너 원래 이렇게 현실을 무시하는 성격이 아니었잖아. 넌 꿈을 꾸는 사람이지. 하지만 꿈만 꾸면서 살 수는 없어. 그건 너도 알고 있잖아?"

그녀의 말이 맞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현실을 외면한 채 이상만을 좇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동안 나비처럼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는 꿈에 몰두해왔고, 그것이 내 삶의 전부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던 것이다.

"알아, 서연아. 나도 알아. 근데, 그냥... 모르겠어. 이 모든 게 너무 무섭고 혼란스러워." 나는 솔직하게 내 감정을 털어놓았다. 내 목소리는 떨렸고, 말하는 것이 힘들었다.

윤서연은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따뜻하고 단단했다. "너 혼자가 아니야, 나비. 나도 옆에 있어. 넌 현실을 마주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넘어지면 내가 손을 잡아줄게. 우린 함께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무 겁먹지 마."

그녀의 말에 나는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쌓였던 불안과 두려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윤서연의 손은 나를 현실로 이끌어주는 구명줄이었다. 그녀는 나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받아주고,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였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서연이 내 곁에 있었고, 그녀의 현실적인 조언이 나를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우리는 한참 동안 손을 잡고 있었다. 윤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안정감이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나는 이제 비로소 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비처럼 이상만을 좇는 삶에서 벗어나, 현실 속에서 날갯짓을 해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며칠 후, 나는 서연과 함께 교실에 앉아 있었다. 정석훈 선생님의 생물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나비의 생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이야기가 전과 다르게 들렸다. 나비가 어떻게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지, 그들이 얼마나 연약한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나비의 아름다움만을 보았고, 그들의 날갯짓을 동경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들의 연약함과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후, 윤서연이 나에게 물었다. "이제 좀 괜찮아졌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응, 이제는 괜찮아. 덕분에."

윤서연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웃었다. "넌 잘해낼 거야. 나비, 넌 그동안 이상만 봐왔지만, 이제는 현실도 함께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녀의 말에 나는 힘을 얻었다. 윤서연은 항상 나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었다. 그녀는 내 현실적인 조언자이자, 내가 혼란 속에서 길을 잃을 때 손을 잡아주는 친구였다. 나는 이제 다시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 나비처럼 자유롭게 날아가는 꿈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나는 이제 그 꿈을 현실 속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나는 서연의 손을 잡고, 그녀와 함께 걸어나갔다.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현실은 분명 무겁고 힘들지만, 나는 그 속에서 날개를 펴고 날아갈 것이다. 서연의 손을 잡고, 우리는 함께 그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6. 나비의 추락

그날 이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꿈을 꿨다. 그 꿈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나비가 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에서 나비는 자유롭게 날개를 펄럭이며 날았다. 하지만 그날의 화재와 불안감이 내게 남긴 흔적 때문인지, 그 꿈은 더 이상 평화롭지 않았다. 바다는 여전히 아름답고 푸르렀지만, 나는 그 바다가 나비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더 이상 나비의 자유가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았다. 나는 매번 꿈속에서 나비가 바다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며 긴장하게 되었다.

이제 나는 나비가 바다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초조해졌다. 나비는 여전히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었지만, 바다가 가까워질수록 그 날개는 무거워지는 듯했다. 나비는 여전히 바다의 깊이를 모르고 있었다. 바다가 그토록 푸르고 고요하게 보이는 이유는 그 속에 숨겨진 위험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비에게 경고하고 싶었다. ‘더 이상 내려가지 말라’고, ‘그곳은 네가 가야 할 곳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비는 여전히 바다로 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꿈속에서 그 나비가 나와 같다는 것을 느꼈다. 나 역시 현실의 깊이를 알지 못하고 이상만을 좇으며 날아가고 있었다. 마치 그 바다가 나의 미래인 것처럼, 나도 그곳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 내려가는 나비는 곧 내가 될 것만 같았다. 그동안 나는 꿈속의 나비처럼 자유를 동경하며 날아가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 자유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 나비는 끝내 바다로 내려갔다. 날개가 물에 닿는 순간, 나는 그 날개의 무게를 느꼈다. 날개는 물결에 젖어버렸고, 나비는 더 이상 날 수 없었다.

그 순간, 나비는 추락했다. 푸른 바다 속으로, 더 이상 날지 못한 채 무겁게 떨어졌다. 나비의 날갯짓은 점점 더 약해졌고, 마침내 그 작은 몸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았다. 나비는 더 이상 하늘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토록 동경했던 나비의 자유가, 그토록 연약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나는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한동안 그 장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비의 추락은 나에게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나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자유로운 삶, 나비처럼 가볍게 살아가고 싶었던 나의 꿈이 이제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느껴졌다. 현실을 외면하고 이상만을 좇았던 내가, 결국에는 바다에 빠져드는 나비처럼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그동안 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녔다. 그러나 그 꿈은 더 이상 나에게 평화를 주지 않았다. 이제는 그 꿈이 현실의 무게를 마주할 때가 되었음을 경고하고 있었다. 바다로 내려가는 나비처럼, 나도 현실 속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나 역시 그 바다 속에서 더 이상 날개를 펼 수 없을 것 같았다.

며칠 후, 학교에서 윤서연과 다시 마주쳤다. 서연은 나를 보자마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해?" 그녀는 내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서연아, 나... 나비처럼 살고 싶었던 내 꿈이 너무 무모했단 걸 깨달았어." 내 목소리는 떨렸고,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내 마음 속에 있었던 불안감이 터져나왔다.

윤서연은 내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따뜻하고 안정적이었다. "그건 너만의 문제가 아니야, 나비. 우리 모두 이상을 좇지만, 현실과 부딪히는 순간이 오면 누구나 혼란스러워해.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야.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서연의 말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녀의 말처럼, 나만이 그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나 자신만의 이상 속에서 고립되어 있었다.

나는 서연과 함께 교실로 향했다. 교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양은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 푸른 하늘만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 하늘 아래에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현실 속에서도 나는 여전히 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비록 나비처럼 이상만을 좇는 삶은 아니겠지만, 이제는 현실 속에서 그 이상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도 나는 여전히 나비의 꿈을 꾼다. 하지만 이제는 그 꿈이 나에게 경고가 아닌 배움이 되었다. 나비가 추락한 이유는 현실을 외면한 채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는 현실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나의 날갯짓을 할 준비가 되었다. 비록 바람이 거세고 바다가 깊더라도, 나는 더 이상 추락하지 않을 것이다. 나비의 추락은 나에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게 되었다.


7. 새파란 초생달

꿈속의 나비가 바다에 빠져들고 추락하는 순간이 반복되던 어느 날 밤, 나는 또다시 그 나비의 꿈을 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여전히 나비는 푸른 바다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바다 위에 무언가가 떠 있었다. 그것은 작고 선명한, 새파란 초생달이었다. 초승달의 희미한 빛이 나비의 날개를 비추며 그 아래 바다에 투영되고 있었다. 그 빛은 아름다웠지만, 동시에 차가웠다. 달빛은 나비의 날개를 감싸고 있었고, 나비는 그 빛을 따라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

초생달은 나에게 고독을 의미했다. 그 빛은 아름답고 신비로웠지만,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었고 차가웠다. 나는 나비가 그 초생달에 매료되어 더 깊이 빠져드는 것 같았다. 나비는 여전히 그 빛을 향해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갔고, 바다의 차가운 물결이 나비를 삼키려는 듯이 일렁였다. 나는 그 꿈속에서 더 이상 무력하지 않았다. 나비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었고, 그 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나비가 내려가는 길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나비는 초생달의 푸른 빛에 매료된 듯, 멈추지 않고 더 깊이 내려갔다. 그 장면은 마치, 내가 현실 속에서 이상을 좇으며 내려가고 있었던 모습과 겹쳐졌다. 초생달은 나에게 이상과 꿈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차갑고 아름다운 빛이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나를 얼어붙게 만드는 그런 이상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꿈속에서 그 초생달이 나비를 얼마나 차갑게 감싸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그 빛이 나비를 위로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 차가운 빛에 나비의 날개가 서서히 얼어붙고 있었다. 나비는 그 사실을 모른 채 그 빛을 따라 더 깊이 내려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차갑고 서늘한 감정이 나를 휘감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두려움이자, 슬픔이었다.

나는 그 꿈속에서 나비가 더 이상 추락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나비는 계속해서 내려갔다. 바다의 물결은 점점 더 거칠어졌고, 나비의 날개는 물에 젖어 무거워졌다. 이제 나비는 더 이상 날 수 없었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비는 그 초생달의 빛을 따라 내려가며,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들었다.

그 순간, 나비의 허리에 초생달이 떠올랐다. 그 푸른 빛은 나비의 허리를 감싸며 차가운 빛을 발했다. 그 빛은 서늘하고도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빛이 나비에게 닿는 순간, 나는 그 빛이 나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음을 알았다. 그것은 나비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나비의 자유로운 날갯짓을 막고 있었다. 그 초생달은 나비를 시리게 만들고 있었고, 그 빛은 나비를 더 이상 날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나를 유혹했던 이상과 꿈이, 얼마나 차가운 현실 속에서 무너질 수 있는지. 초생달은 내가 그토록 동경했던 이상을 상징하고 있었다. 그 빛은 아름다웠지만, 그 끝은 추락과 차가운 고독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이제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꿈에서 깨어난 후, 나는 한참 동안 침대에 누워 그 장면을 곱씹었다. 나비의 허리에 떠오른 초생달은 나의 이상과 같았다. 그 이상은 나를 유혹했고, 나는 그것을 좇으며 달려왔지만, 그 끝은 고독하고 차가웠다. 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그 빛에 매료되어 내려가고 있었고, 나의 날갯짓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나비의 꿈을 꾸지 않았다. 대신, 나는 내 현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꿈꿔왔던 이상과 그 이상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이 얼마나 현실 속에서 무모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비처럼 추락하지 않도록, 차가운 빛에 매료되지 않도록, 내가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서연과 다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꿈에서 본 새파란 초생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서연아, 내가 계속해서 이상만을 좇았던 것 같아. 초생달처럼, 차갑고도 아름다운 이상을. 하지만 그 이상은 나를 무너뜨리려고 했던 거였어."  
윤서연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비. 하지만 네가 그걸 깨달았다는 게 중요한 거야. 이제는 그 이상을 현실 속에서 이룰 방법을 찾으면 돼."

그녀의 말에 나는 깊이 동의했다. 나는 더 이상 나비처럼 이상에만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대신, 나는 그 이상을 현실 속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그 차가운 빛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며 나아갈 것이다.

새파란 초생달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 빛이 나를 추락하게 만들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다. 그 이상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나는 그 이상을 현실로 가져올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그 차가운 빛을 따르지 않고, 내 길을 찾을 것이다.



8. 불타는 날개

날씨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기온이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학교는 다시금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난번 화재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었고, 학교 근처의 산이나 공원에서도 또다시 작은 불씨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더위는 우리 모두를 짓눌렀고, 공기는 메말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두 번째 화재가 발생했다.

이번엔 불길이 더 거셌다. 학교 인근 산에서 시작된 불은 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강한 바람은 불길을 더 크게 만들었다. 학교에도 곧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우리는 다시 운동장으로 모였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모두가 두려움에 휩싸였고, 불길이 학교로 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우리를 감쌌다.

운동장 한쪽에 앉아있던 나는 그 검은 연기를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불길은 여전히 멀리 있었지만, 나는 그 불길이 마치 내 안으로 타오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꿈속에서 보았던 나비처럼, 나도 그 불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날개가, 나의 꿈과 이상이 그 불길 속에서 타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나비처럼 가볍게 날 수 없었다. 불길이 가까워질수록, 그 현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윤서연이 내 옆에 앉아 나를 쳐다보았다. "나비,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침착했지만, 그녀 역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내 마음 속의 불안감은 그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서연아, 나는 그동안 나비처럼 살고 싶었어. 자유롭고 가볍게, 세상의 무게에 휘둘리지 않고 날아다니고 싶었지. 하지만 이제는 그게 얼마나 허무한 꿈이었는지 알 것 같아." 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윤서연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내 손을 잡았다. "넌 언제나 나비처럼 살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현실을 보게 된 거야. 그건 나쁜 게 아니야, 나비. 그건 성장이야."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연은 나를 위로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현실을 마주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것은 꿈속의 나비였다. 그 나비는 불길 속에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그 날개는 차가운 물결에 젖었던 나비의 날개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불길 속에서 날개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나비는 더 이상 날지 못하고, 그 불꽃에 휩싸여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불꽃 속에서 날갯짓을 할 수 없는 나비의 모습을 보며, 나는 다시금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이 불길도, 그동안 내가 외면해온 현실인 것 같아." 나는 말을 이었다. "나는 그저 이상만을 좇으며, 그 끝에 있는 차가운 고독도, 지금 타오르는 불길도 보지 않으려 했어. 하지만 이제는... 이제는 피할 수 없어."

서연은 내 손을 더 꼭 잡았다. "맞아, 나비. 피할 수 없지. 하지만 네가 여기 있잖아. 넌 도망치지 않았어. 그게 중요한 거야."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도망치지 않고 이곳에 서 있었다. 불길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 불길 앞에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동안 나를 유혹했던 차가운 초생달의 빛, 그리고 지금 나를 집어삼키려는 불꽃.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내 앞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을 것이었다.

불길은 점점 더 커졌고, 우리 주위의 연기는 더 짙어졌다.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고, 교사들이 우리를 안전한 곳으로 더 멀리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그 불길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불길 속에서 무언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은 나비의 날개였다. 불타는 날개.

그동안 나는 나비처럼 날고 싶어 했지만, 이제는 그 날개가 얼마나 연약한지 알게 되었다. 불꽃 앞에서 나비의 날개는 결코 버틸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불꽃 속에서도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불길은 언제나 나를 따라다닐 것이고, 나는 그 불길 속에서도 살아남아야만 한다. 나의 날개가 그 불길에 타버리지 않도록, 나는 더 단단해져야 했다.

우리는 점점 더 멀리 대피했다. 그날의 화재는 지난번보다 더 거셌고, 진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불길 속에서 타오르는 나비의 날개는 이제 내게 두려움이 아닌 깨달음이었다. 그 날개는 불타고 있었지만, 나는 그 불꽃 속에서 나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불타는 날개는 이제 내 현실이었다. 그 현실은 차가운 초생달의 빛처럼 나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나비처럼 가볍게 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불길 속에서 강해질 것이다. 나의 날개는 불타오르지만, 나는 그 불꽃 속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다. 

윤서연과 함께 교실로 돌아오는 길,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맑았지만, 여전히 저 멀리에는 연기가 남아 있었다. 불길은 사라졌지만, 그 흔적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흔적을 내 안에 남기고 있었다. 이제 나는 불타는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었다. 그 날개는 연약하지 않다. 불길을 견딜 수 있는 날개였다. 

나는 다시 날아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9. 성장하는 이나비

그날의 화재 이후, 나는 마치 새로운 눈을 뜬 사람처럼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불타는 날개를 통해 깨달았던 것은, 이상과 현실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 둘은 서로 맞닿아 있었고, 나는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법을 배워야 했다. 이상만을 좇다가 현실을 외면한 결과는 나비의 추락과 같았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자유로운 날갯짓도 지속될 수 없었다.

나는 윤서연과 함께 교실로 돌아가면서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동안의 나의 모습, 나비처럼 살고 싶어했던 내 이상, 그리고 그 이상이 무너질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느꼈던 두려움. 그 모든 것이 이제는 과거의 내가 감당하지 못했던 무게로 다가왔지만, 나는 그것들을 하나씩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서연이 내 곁에 있어준 덕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 날,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에 갔다. 교실로 들어가니 친구들이 어제의 화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몇몇은 불길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또 다른 몇몇은 어떻게 대피했는지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불길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내 내면의 변화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롯이 나만의 경험이었고, 내가 감당해야 할 것이었다.

수업이 시작되었고, 정석훈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그는 여느 때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날의 수업 주제는 '나비의 생태와 환경 변화'였다. 나는 그 주제를 듣는 순간, 다시 한 번 나의 마음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내가 그렇게 동경했던 나비, 그리고 현실에서 마주한 불길. 그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는 수업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정석훈 선생님은 칠판에 나비의 일생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비는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됩니다. 그리고 애벌레는 고치를 만들죠. 이 고치는 마치 그들의 세상에서의 쉼터이자 변화의 상징입니다. 이 고치 속에서 나비는 천천히 변신합니다." 그는 고치 속에서 변해가는 나비의 모습을 설명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내 자신도 고치 속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의 나의 이상과 꿈은 마치 고치 안에서만 머물러 있었던 것처럼, 현실과 부딪히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고치에서 나와 날개를 펼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비는 고치를 벗어나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하지만 그 자유로운 날갯짓 뒤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나비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연약함을 딛고 날아오르는 것이야말로 나비의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정석훈 선생님의 말은 마치 나를 위한 메시지처럼 들렸다. 그동안 내가 나비의 날갯짓만을 동경하며 그 안에 담긴 위험과 고난을 외면해왔던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제 그 연약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비처럼 자유롭고 아름답게 날고 싶었던 내 꿈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현실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현실은 때때로 불길처럼 나를 위협할 것이고, 차가운 달빛처럼 나를 시리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수업이 끝나고 윤서연이 나에게 다가왔다. "정석훈 선생님 말, 어땠어? 네 생각이 났어." 서연은 내 반응을 살피듯 물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도 그랬어. 나비가 고치에서 나와 날아오르는 것처럼, 나도 이제 내 현실 속에서 날아오를 준비가 된 것 같아."

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 나비. 넌 이미 많이 성장했어. 그동안은 그걸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내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나는 나의 이상만을 바라보며 그 이면에 있는 현실의 어려움들을 외면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나는 내가 추구하는 자유와 이상을 현실 속에서 찾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고난마저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더 이상 나비처럼 연약하지 않았다. 물론, 여전히 나는 연약한 부분이 있었고, 나의 날개가 불길에 휩싸이거나 차가운 달빛에 시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불타는 날개조차 나를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 불길 속에서 다시 일어섰고, 이제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교실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보이는 푸른 하늘, 그리고 그 아래에서 여전히 피어오르고 있는 연기의 흔적들. 그 연기는 어제의 화재가 남긴 상처였지만, 나는 그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이겨낸 고난의 흔적이었고, 앞으로도 나에게 닥쳐올 어려움 속에서 내가 더욱 강해질 수 있는 증거가 될 것이다.

나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나의 날갯짓을 시작할 때였다. 불타는 날개로,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해졌다. 현실의 불길 속에서도 나는 날아오를 것이다.

10. 끝과 시작

시간이 흘러 휘문고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그날의 화재는 이제 학교 안에서 하나의 일화로 남았고, 학생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불길이 사라지고 난 후, 학교의 일부는 그을린 자국이 남아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흔적을 무심코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 불길은 단순히 지나간 사건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삶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계기였고, 그 불길 속에서 나는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았다.

윤서연과 나는 학교 복도를 걸으며 교실로 돌아가고 있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나는 나비처럼 가볍게 세상을 날아다니고 싶어 했지만, 그 꿈은 이제 더 이상 나를 얽매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나비를 동경했지만, 이제는 그 동경이 이상만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이 되었다.

"나비, 생각해보니 우리 정말 많이 변했어." 윤서연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서연아. 그동안 나는 그저 현실을 외면하고 내 꿈만을 바라봤던 것 같아. 하지만 이제는 달라. 나는 그 꿈을 현실 속에서 이룰 수 있을 거야."

윤서연은 내 손을 잡고 웃었다. "넌 항상 할 수 있었어, 나비. 단지 그걸 몰랐을 뿐이지. 이제는 그걸 알게 된 거잖아."

나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웃었다. 이제는 두렵지 않았다. 나는 현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 속에서 나의 날갯짓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동안 나를 얽매던 두려움은 사라졌고, 나는 자유로워졌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푸른 하늘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하늘이 전처럼 나에게 이상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이제는 그 하늘 아래에 있는 현실도 보였다. 그 현실 속에서 나는 나의 날개를 펴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갈 것이다. 더 이상 바다의 깊이를 모르고 추락하는 나비가 아니었다. 나는 그 깊이를 알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도 알게 되었다.

학교는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평온을 느꼈다. 나의 내면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단단해졌다.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불길과 맞서야 할 것이다. 인생은 불꽃처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번져나갈 수 있고, 그 불길 속에서 나는 다시 추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가 겪었던 고통과 두려움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이제 나는 어떤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나는 집에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저녁 하늘은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다. 마치 그 붉은 하늘이 내 앞날을 예고하는 듯했다. 나는 그 하늘을 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제 나는 나비처럼 꿈꾸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현실 속에서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나비의 추락은 더 이상 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는 그 불길 속에서 다시 일어섰고,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다.

불타는 날개는 이제 나에게 두려움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겪은 고통과 성장의 상징이었다. 나는 그 불길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그 날개는 나를 날아오르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수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그 속에서 다시 타오르는 불길을 마주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불길은 더 이상 나를 무너뜨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 불길 속에서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동안 나는 나비처럼 자유롭고 가벼운 삶을 꿈꿔왔지만, 이제는 그 자유로움이 현실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나는 나의 날개가 얼마나 연약한지를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날개로 하늘을 날 것이다. 불타는 날개는 나의 상처였지만, 동시에 나의 힘이었다. 나는 그 상처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고, 그 힘으로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이다.

이제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나의 불타는 날개는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나의 성장과 의지를 상징했다. 나는 그 날개로 앞으로의 세상을 헤쳐 나갈 것이다. 더 이상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나의 날갯짓으로 내 앞에 놓인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시작이야."

이제 나는 정말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불길 속에서 피어나는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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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김기림, <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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