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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싸락눈이 멈추지 않는 겨울밤, 흔들리는 갈매나무 아래에서 다시 서기를 다짐한 한 남자의 이야기

sosohantry 2024. 10. 19. 16:13

< 싸락눈이 멈추지 않는 겨울밤, 흔들리는 갈매나무 아래에서 다시 서기를 다짐한 한 남자의 이야기>

 

바람이 분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이 작은 방을 뒤흔들었다. 나는 그 안에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도 떨고 있었다. 바람 소리가 문틈과 창문을 요란하게 때리며 마치 나에게도 문을 열라고 하는 듯 들렸다. 그러나 나는 문을 열 생각이 없었다. 아니, 문을 열 힘조차 없었다. 몇 번이나 창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 창문은 끝내 닫히지 않았다. 마치 내 인생처럼. 닫혀야 할 것이 닫히지 않고, 무엇인가 끊임없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 빈틈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나는 침대에 몸을 웅크린 채 몇 날 며칠을 그렇게 지냈다. 마을 끝자락의 이 작은 방, 목수가 빌려준 이 방은 그야말로 나의 마지막 안식처였다. 하지만 안식처라기보다는 고립된 섬에 가까웠다. 나는 여기서 나를 지키려 했지만,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아니, 이미 무너졌는지도 몰랐다. 더 이상 나에게는 기대할 것이라곤 없었다. 모든 걸 잃었으니까.

 

한참을 방 안에 홀로 누워 있다 보니, 발끝이 시려왔다. 그리고 그때서야 내가 양말 한 짝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 짝은 여전히 내 발을 감싸고 있었지만, 다른 한쪽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참, 나답다고 생각했다. 아내를 잃고, 집을 잃고, 이제는 양말까지 잃다니. 모든 걸 차례로 잃어가고 있는 나를 이 작은 양말 한 짝이 상징하는 것 같았다. 나도 결국 그렇게 사라지고 말겠지. 양말 한 짝처럼, 조용히, 그리고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나는 아내를 떠올렸다. 그녀가 떠나던 날, 그날도 바람이 불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집을 나서는 모습을 그저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무언가를 말해야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내게 등을 돌렸고, 문이 쾅 닫혔다. 그 소리가 아직도 내 귓가에 생생했다. 나는 그 문이 다시 열릴 줄 알았다. 다시금 그녀가 돌아와 "미안해"라고 말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내가 그녀를 붙잡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가 이미 떠나기로 결심했기 때문일까? 나는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아내가 떠나고,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그녀와 함께 살았던 집도 이제는 없다. 마치 내 인생의 중심축이 사라지듯,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무너짐 속에서 나는 그저 조용히 가라앉았다. 손을 뻗어 무엇인가를 붙잡아야 했지만, 아무것도 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모든 것이 흩어져버린 세상 속에서, 나만 홀로 고립된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렇게 이 마을 끝자락으로 흘러들어왔고, 목수의 방 한 칸에 몸을 의탁했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지내면서도 나는 그저 바람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도, 앉아 있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끊임없는 한기가 몰려왔다. 나를 감싸는 이 추위는 방 안에 가득 찬 차가운 공기와는 달랐다.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고독과 상실감이었다. 그것은 물리적인 추위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었고, 이불로 덮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나는 작은 화로를 켜 보려 했다. 이 방에서 유일하게 내 몸을 녹여줄 수 있는 존재였다. 불을 붙이기 위해 나는 몇 번이나 성냥을 그었지만, 불은 쉽게 붙지 않았다. 한참을 씨름한 끝에 겨우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나는 그 불꽃을 한참 바라봤다. 마치 내 인생의 마지막 불씨처럼 보였다. 이 작은 불꽃마저 꺼지면, 나는 영영 따뜻함을 느끼지 못하게 될까 두려웠다. 그 불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했다. "불 하나 붙이는 데도 이렇게 힘드니, 내 인생에도 불을 붙이려면 얼마나 걸릴까." 불은 내 앞에서 가만히 타올랐지만, 그 불이 내 마음속까지 닿지는 않았다.

 

그렇게 불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던 어느 순간,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슬픔 속에서도 배는 고팠다. 내 몸은 감정과 상관없이 충실했다. 나는 남은 빵 한 조각을 집어 들고 천천히 씹었다. "슬픈데도 배가 고프네." 나는 혼자서 피식 웃었다. 내가 이렇게 망가져 가고 있지만, 내 몸은 여전히 충실히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 점이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감정은 다 망가졌는데, 내 몸은 그걸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며칠 뒤, 목수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늘 그렇듯 묵묵히 방으로 들어왔고, 나를 바라봤다. 그러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춥지 않소?"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내 발을 내려다봤다. 한 짝 남은 양말을 보고 나는 대답했다. "발이 멀쩡한 걸 보니 괜찮겠죠." 목수는 피식 웃었다. 그의 웃음은 짧았지만, 그 안에는 나를 이해하려는 작은 따뜻함이 숨어 있었다. 그 웃음이 내 마음에 묘하게 스며들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따라 웃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작은 온기였다.

 

목수가 떠난 뒤로, 나는 자주 창밖을 바라보았다.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한 날부터 나는 창문 너머의 갈매나무를 자주 보았다. 그 나무는 마른 가지를 흔들리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 나무는 세차게 흔들렸지만, 끝내 쓰러지지 않았다. 눈이 쌓여 나무 가지가 무거워졌을 때조차도 그 나무는 굳건히 서 있었다. 나는 그 나무를 바라보며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저 나무처럼 흔들리며 버티고 있을까? 아니, 나는 그보다 더 나약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나무가 끝내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것을 보며, 나도 어딘가에서 버티고 있다는 희망을 조금은 가질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목수가 다시 방으로 찾아왔다. 그는 나를 잠시 쳐다보다가 물었다. "이젠 뭘 할 건가?"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냥 이 방에서 얼어죽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그 말을 들은 목수는 짧게 웃더니 말했다. "그래도 살아야지 않겠소? 눈 속에서도 갈매나무는 서 있잖소." 그의 말은 마치 한겨울 차가운 바람을 가르고 내 가슴에 깊숙이 박혔다.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눈 속에서도, 바람 속에서도, 흔들리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목수의 말을 가만히 곱씹으며, 내가 저 나무처럼 서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싸락눈이 내 얼굴을 세차게 때렸고, 차가운 바람이 뺨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속에서 웃음이 나왔다. "눈을 맞으면서도 살아볼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갈매나무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치 나에게 '포기하지 마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도 다시 서 있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내 안에서 점점 커졌다. 나는 그 질문을 품은 채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가는 길, 문이 얼어붙어 쉽게 열리지 않았다. 나는 힘을 주어 문을 밀면서 중얼거렸다. "인생이란 게, 이런 거지." 그 말에 담긴 자조적 유머는 내 상황을 웃어넘기려는 나의 마지막 방어였다. 그렇게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다시 시작할 시간이었다. 싸락눈은 여전히 창밖을 두드리고 있었다.

 


 

싸락눈 속의 갈매나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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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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