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며, 나는 옛 추억에 잠깁니다. 푸른 강물과 강가의 강낭콩 꽃은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합니다. 서랍에서 꺼낸 낡은 일기장을 펼치자,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가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 3월 15일, 맑음 고등학교 2학년의 시작. 새 학기의 설렘보다는 겨울방학의 여운이 더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특히 방학 동안 우연히 만났던 그녀를 잊을 수가 없어요. 양귀비꽃처럼 붉은 입술, 나비의 더듬이처럼 섬세한 눈썹...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런데 첫날부터 황당한 일이 벌어졌어요. 학교에서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대요. 모든 학생이 돌아가며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한다니! 엄마가 사준 '탑스텝고농축세탁세제'를 들고 등교했는데, 하필 제가 첫 당번이 되었어요. "야, 김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