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의 광야: 한국시리즈 개막과 양현종의 투혼마운드 위에 서 있자니 마치 광야에 홀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사방에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지만, 나는 그들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팬들이 함성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 소리들은 모두 한 귀로 들어와 다른 귀로 나가버렸다. ‘아, 이거 오늘도 광야 체험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경기장에 들어설 때부터 알았다. 오늘은 뭔가 달랐다. 하늘은 푸르른데, 내 마음속은 이미 회색 구름이 끼어 있었다. 팀원들은 평소와 다르게 긴장한 모습이었고, 상대팀은 뭔가 잔뜩 준비해 온 것 같았다. 나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 ‘제발, 오늘은 아무 일 없이 끝났으면 좋겠다.’ 그러나 야구에서 아무 일 없는 날이 있을 리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