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 2

Short story) 별의 그림자

프롤로그: 초대장한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도시의 회색빛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공기가 무거웠다. 아니, 공기만 무거운 게 아니었다. 월급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더 빨리 빠져나가는 통장의 잔고, 냉랭한 동료들의 시선, 하루를 견디게 했던 꿈조차 희미해진 현실이 도현을 짓눌렀다.그날도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문 앞에 놓인 초대장을 보기 전까지는.검은 봉투. 금박 글씨로 쓰인 이름. “한도현 님께.”도현은 문득 무언가 잘못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초대장을 열었다."당신을 위한 특별한 기회입니다.자연 속에서의 생존 게임에 초대합니다.최후의 승자에게는 10억 원의 상금이 주어집니다.인간의 본질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세요."초대장의 내용은 간결했다. 하지만 그 아래 쓰..

Essay) 이상, <산촌여정>

이상, 1향기로운 MJB의 미각을 잊어버린 지도 20여 일이나 됩니다. 이 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 오고 체전부(遞傳夫)는 이따금 하드롱 빛 소식을 가져옵니다.거기는 누에고치와 옥수수의 사연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 때문에 수심이 생겼나 봅니다. 나도 도회에 남기고 온 일이 걱정이 됩니다.건너편 팔봉산에는 노루와 멧돼지가 있답니다. 그리고 기우제 지내던 개골창까지 내려와서 가재를 잡아먹는 곰을 본 사람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짐승, 산에 있는 짐승들을 사로잡아다가 동물원에 갖다 가둔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짐승들을 이런 산에다 내어 놓아준 것만 같은 착각을 자꾸만 느낍니다. 밤이 되면 달도 없는 그믐 칠야에 팔봉산도 사람이 침소로 들어가듯이 어둠 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