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별과 전자, 그리고 야구장의 꿈

<별과 전자, 그리고 야구장의 꿈>

 

1. 가을 하늘, 그리고 별들

가을 하늘은 그 어느 계절보다 맑고 차가웠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나의 뺨을 스치며, 어느새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이맘때쯤 언덕 위에 올라 별을 세곤 했다. "별 헤는 밤"을 읊조리며 나만의 생각에 빠지곤 했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별을 세고 있으면, 나의 청춘도 어딘가 저 별들처럼 저 멀리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그 반짝임이 점점 희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야구, 이종범처럼 그라운드 위에서 달리고 싶은 꿈이,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실과는 너무 멀어 보였다. 내 친구 태현이 항상 말하듯, 요즘 세상에선 그런 아날로그 감성이 먹히지 않는다고 한다. 요즘 세상은 테슬라와 같은 기술의 시대니까, 라고 그는 항상 나를 설득하려 든다.

"진호야, 너 또 멍 때리냐?" 태현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그는 언제나 그렇듯 자율주행차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고개를 들고 그에게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별 좀 보고 있었지. 너는 별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

태현은 어김없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테슬라 로고 떠오르지. 이 세상은 기술이 다 먹고 사는 거라고."라고 대답한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속으로 웃었다. 태현은 언제나 첨단 기술만을 생각하는 친구다. 그는 별을 봐도, 하늘을 봐도,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와 AI 기술을 생각한다. 반면 나는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의 나를 떠올린다. 공을 쥐고, 그라운드 위에서 달리는 나 자신.

그렇지만 요즘은 나조차도 흔들리고 있었다. 야구라는 꿈이, 나에게 여전히 유효한 것일까?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 가운데, 나 혼자만 과거에 머무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별을 세는 순간에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2. 테슬라의 도시

서울은 언제부터인가 테슬라의 도시가 되어버렸다. 거리를 지나가는 수많은 자율주행차와 공중을 날아다니는 드론들. 마치 우리가 꿈꾸던 미래가 이미 현실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 미래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낡은 꿈을 쫓고 있었다. 과연 나는 이런 시대에 맞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이 시대가 나에게 맞지 않는 걸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진호야, 진짜 야구 계속할 거야?" 태현이 옆에서 물었다. 그는 자율주행차 안에서 태블릿을 들고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기술로 모든 걸 대체할 수 있는데 말이야. 내가 개발한 AI 코드 좀 볼래? 네가 그걸 쓰면 경기도 훨씬 쉽게 이길 수 있을 텐데."

나는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 "태현아, 너는 정말로 모든 게 데이터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물론이지." 태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그게 대세잖아. 운동선수들도 AI로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하고, 경기 전략을 짠다고. 너도 그걸 좀 받아들이면 어떨까?"

나는 그의 태블릿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했다. 물론 데이터 분석은 중요하다. 그리고 AI의 발전이 얼마나 빠른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내가 느끼는 그 순간의 감정, 바람을 느끼고, 공이 날아가는 속도를 감각으로 체험하는 그 순간은, 데이터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야구는 감정이야." 나는 태현에게 말했다. "순간의 감각이 중요한 거라고. 그건 데이터로는 절대 설명 못 해."

태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태블릿을 다시 집어들었다. "너는 진짜 고집불통이다. 이러다 진짜 뒤처진다, 진호야."

나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자율주행차는 매끄럽게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 달리는 나 자신을 꿈꾸고 있었다. 이 세상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든, 나는 그 꿈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3. 아버지의 그림자

집에 돌아오면 항상 아버지가 계신다. 그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TV에서 야구 경기를 보고 계셨다. 아버지의 눈에는 여전히 그라운드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저놈은 타이밍을 왜 저렇게 못 맞추는 거야. 내가 던질 때는 공의 궤적을 다 읽어냈었는데." 아버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TV 속의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아빠, 요즘 선수들도 나름대로 잘하고 있잖아. 너무 구세대처럼 보지 마." 나는 아버지 옆에 앉아 그와 함께 경기를 보았다. 사실 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럽지만, 그가 아직도 그 시절을 잊지 못하는 모습은 나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아버지는 잠시 나를 쳐다보더니,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맞지. 하지만 말이야, 진호야. 나도 그때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줄 알았단다. 내가 그라운드를 떠난 건 부상 때문이지만, 그때 내가 그 꿈을 더 오래 잡았어야 했나 싶다."

나는 그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아버지는 나에게 자주 현실적인 충고를 해주셨지만, 그 충고 안에는 언제나 그리움과 후회가 섞여 있었다. 아버지가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을 때, 그가 느꼈을 상실감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충고는 나에게 더 무겁게 다가왔다.

"아빠,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어. 아빠가 겪은 건 내 이야기가 아니잖아."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아버지는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네 길은 네가 선택하는 거지."

 

4. 이종범의 유산

그날 밤, 나는 방에 들어와 이종범 선수의 경기를 다시 보았다. 이종범은 나에게 있어서 단순한 야구 선수가 아니었다. 그는 나의 영웅이었고, 나에게 야구라는 꿈을 심어준 존재였다. 그의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서 뿜어내는 자신감은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이종범 선수를 따라잡고 싶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그처럼 빛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영상 속 이종범 선수는 여전히 빠르고, 여전히 힘찼다. 나는 그 영상을 볼 때마다 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나도 그라운드 위에서 그처럼 자유롭게 뛰고,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나만의 경기를 펼치고 싶었다.

"야, 진호. 너 아직도 그거 보고 있어?" 태현이 내 방에 들어와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 컴퓨터 화면을 흘끗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종범 선수는 대단하지. 근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

"그래도 그게 내가 꿈꾸는 거야." 나는 대답했다.

태현은 나를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요즘은 다 데이터 분석으로 하는 시대야. 옛날처럼 감으로만 플레이하는 건 이제 끝났다고."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하며 다시 화면을 바라봤다. 이종범 선수는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의 플레이는 과거의 것이지만, 그가 남긴 유산은 여전히 현재에도 유효했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자기만의 플레이를 펼쳤고, 그 순간순간을 누구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그게 바로 내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였다.

태현은 내 옆에 앉아 태블릿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내가 너라면, 기술을 활용해서 더 효율적인 플레이를 할 생각을 할 텐데."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물론 태현이 말하는 것도 이해는 갔다. 요즘 세상은 확실히 기술의 세상이고, 데이터와 AI가 모든 걸 대체하는 시대가 왔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라운드 위에서 느끼는 그 짜릿함, 관중들의 시선을 느끼며 플레이하는 그 순간의 감정이 더 중요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단순한 성과가 아니었다. 나에게 야구는 그 순간의 감정과 교감, 그리고 그라운드 위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너는 모르지." 나는 태현에게 말했다. "그라운드 위에서 내가 공을 던질 때,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태현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런 감정도 결국엔 데이터로 설명할 수 있을 거야."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다시 이종범의 경기를 집중해서 보았다. 그가 남긴 유산은 나에게 그저 데이터 이상의 것이었다. 그것은 꿈이었고, 나에게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가능성이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 가능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5. 기술과 스포츠의 경계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점점 더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기술과 스포츠, 이 두 세계가 나를 양쪽에서 당기고 있었다. 한쪽에는 테슬라 같은 첨단 기술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내가 사랑하는 야구가 있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태현은 항상 나에게 기술을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게 쉽지 않았다. 야구는 내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것이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느끼는 감정, 그 순간의 긴장감과 흥분은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기술이 점점 더 우리 삶을 지배하고, 스포츠마저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진호야, 생각 좀 해봐. 네가 기술을 좀 더 받아들이면,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을 거야." 태현이 나에게 말했다. "AI가 너의 플레이를 분석해주고, 최적의 전략을 제시해준다면, 너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꼭 좋은 건 아니야. 야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야. 순간의 판단과 감각이 중요한 거라고."

태현은 나를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넌 아직도 감정에 얽매여 있구나. 세상은 점점 더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는데, 너 혼자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어떻게 해."

나는 그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세상은 점점 더 효율성을 추구하고, 기술이 모든 것을 대체하는 시대가 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 느끼는 그 감정이 중요했다. 내가 공을 던질 때, 그 순간의 바람과 관중들의 함성, 그리고 그라운드의 냄새가 나를 살아있게 만들었다. 그건 기술로 대체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고민했다. 내가 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 세상에서 뒤처질까 봐. 야구가 변하고 있는 가운데, 나 혼자 그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면, 나는 결국 도태되는 건 아닐까? 그런 불안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렇게 나는 기술과 스포츠, 두 세계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6. 별이 빛나는 밤에

가을 밤의 하늘은 언제나 차분하고 고요하다. 나는 자주 이 언덕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곤 했다. 별들이 반짝이는 이곳에서는 세상의 모든 혼란이 잠시 멈춘 것 같았다. 마치 별들이 내 고민을 들어주고, 나에게 답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 말했던 '별 헤는 밤'처럼, 나는 이곳에서 나의 꿈과 현실을 돌아보곤 했다.

"별 하나에 나의 청춘을 걸고, 별 하나에 나의 꿈을 담는다." 나는 속으로 시를 읊조렸다. 별들은 그저 가만히 내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내가 찾고 있는 답은 저 별들 속에 있을까? 아니면 이미 내 마음속에 있는 걸까?

그 순간 태현이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나를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호야, 너 또 별 보고 뭐 하는 거야? 요즘 세상에 그런 감성은 좀 구닥다리 아니냐?"

나는 피식 웃었다. 태현은 언제나 이렇게 현실적이고 이성적이었다. 그에게 별을 바라본다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일처럼 보일 것이다. "그냥... 내 꿈을 다시 생각해보고 있었어. 네 말처럼, 요즘 세상에선 내가 너무 과거에 사는 것 같아서."

"너 진짜 별에서 답을 찾으려고 하냐?" 태현은 내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는 나와 다르게 별보다는 AI 코드나 새로운 기술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런 그에게 내가 이곳에서 별을 보며 고민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 답을 찾는 건 아니야. 그냥..."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별을 보면 좀 더 차분해지잖아.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는데, 여기서만큼은 시간이 멈춘 것 같아. 그래서 내 마음도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아."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 뭐. 너답네. 그런데 진호야, 네가 그동안 고민한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정말 결정을 해야 하지 않겠냐?"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이제는 결정을 해야 했다. 내가 그동안 고민해왔던 기술과 스포츠, 두 세계 사이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결심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쉽지 않았다. 야구는 내가 사랑하는 것이었고, 내가 지켜가고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태현이 말했듯이, 세상은 점점 변하고 있었다. 내가 그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나를 따라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라운드에서 느끼는 그 감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공을 던질 때의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춘 것 같은 그 찰나의 시간은 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라운드 위에서 내가 느끼는 바람, 공이 내 손끝을 떠나며 느껴지는 그 긴장감, 그리고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태현아, 나 아직은 결정을 못 하겠어."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지." 태현은 내 말을 듣고 웃었다. "뭐, 네가 느끼는 그 감정도 중요하긴 하지. 하지만 너무 오래 고민만 하다가는 네가 말한 그 순간도 지나가버릴 거야."

나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언젠가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별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 번 나의 미래를 고민했다. 과연 내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기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방식의 야구를 만들어가는 것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지켜가야 하는 걸까?

별들은 여전히 내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마치 나에게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별들을 하나씩 헤아리며, 내 마음속에서 점점 더 확실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의 꿈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여전히 그라운드 위에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꿈을 지키기 위해 변화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7. 경기장의 꿈

며칠 후, 나는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이번에는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졌다. 내가 그동안 고민했던 모든 것들이 이곳에서 해소될 것 같았다. 나는 공을 쥐고, 마운드 위에 서서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 여전히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이제는 내가 나의 길을 선택할 때야.'

나는 기술과 야구를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경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고민했던 기술과 감정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경기였다. 태현이 제안한 AI와 자율 주행 기술을 활용하여 더 정밀한 경기를 만들고, 동시에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자 했다.

아버지에게 그 구상을 말했을 때,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 진호야. 그게 네 길이라면 난 널 응원할 거다."

그 말은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아버지의 응원 속에서 나는 조금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태현도 내 계획에 흥미를 보였다. "오, 네가 드디어 미래를 보는구나? 기술과 야구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라니. 생각보다 대단한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지켜온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길을 찾아내려고 한 거지."

그라운드 위에 서서 나는 나의 결심을 다졌다. 이제는 내가 그토록 바라던 경기장이, 나의 꿈이, 새로운 방식으로 빛날 차례였다.

 

8. 새로운 시작

드디어 첫 경기가 열리는 날이 찾아왔다. 나는 경기장에 서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라운드는 초록빛으로 가득했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잠시 마운드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들은 없었지만, 여전히 내가 그동안 품어온 꿈들이 하늘에 반짝이는 듯했다.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별을 헤며 보냈는지 떠올랐다.

아버지와 태현, 그리고 내 동생 은비까지 모두 경기를 보러 와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잠시 눈인사를 건넸다. 아버지는 나를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 안에는 미묘한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네 길을 가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길 위에 서 있었다. 태현도 응원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항상 나에게 기술을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이제는 나의 방식으로 기술과 감정을 조화시키는 법을 이해한 듯 보였다.

나는 마운드 위에서 손에 쥔 공을 단단히 잡았다. 이 순간을 위해 나는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또 준비했다. 나의 선택은 기술과 야구의 조화였다. 그라운드 위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AI의 분석력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경기. 이 경기는 내가 그동안 꿈꿔온 야구를 더 발전시키면서도, 내가 사랑하는 그 감정들을 잃지 않는 방식이었다.

경기장의 조명이 서서히 켜지면서, 나의 첫 투구가 시작될 준비가 되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포수의 글러브를 바라봤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순간은 나 혼자만의 세상이었다. 나는 하늘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보았다. 이제는 하늘에 별은 없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여전히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그 별들 말이다.

"진호야, 준비됐냐?" 포수가 내게 말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을 쥐었다. 그리고 한 번 더 깊은 숨을 들이쉰 뒤, 전력을 다해 공을 던졌다.

그 순간, 공은 정확하게 포수의 글러브로 날아갔다. 마치 내가 별을 향해 던진 것처럼,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경기장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곧이어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 함성 소리를 들으며, 그라운드 위에서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는지 깨달았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나의 방식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AI의 분석 덕분에 경기는 더 전략적이고 정밀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잃지 않았다. 공을 던질 때마다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의 긴장감과 설렘을 느꼈다. 기술은 나를 더 나은 선수로 만들어주었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살아있다는 감정은 여전히 내가 지키고 있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나는 지친 몸으로 그라운드를 천천히 걸어 나왔다. 땀으로 젖은 유니폼이 몸에 붙어 있었지만,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벼웠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달려왔고, 마침내 내 꿈을 실현시켰다는 사실이 나를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게 만들었다.

경기 후, 가족들과 친구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은비는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내 목을 힘껏 끌어안았다. "형! 정말 대단했어! 형이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어!"

아버지는 나에게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눈빛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와 나 사이에 있었던 모든 갈등과 오해가 이제는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아버지는 내가 내 길을 찾아가길 원했고, 나는 그 길을 향해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태현은 내게 다가와 웃으며 말했다. "진호야, 네 방식이 생각보다 괜찮네. 기술을 받아들이면서도, 네가 좋아하는 그 감정들을 놓치지 않았잖아."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거든."

그날 밤, 나는 다시 언덕 위에 올랐다. 하늘에는 여전히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별을 바라보며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고민들이 이제는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았다. 그리고 그 길은 내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그라운드와 기술이 조화롭게 만나는 새로운 세계였다.

별빛 아래, 나는 다시 한 번 내 꿈을 되새겼다. 내가 이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리고 이제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없이 기쁘게 만들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이 길을 걸어갈 것이다. 별이 빛나는 그라운드 위에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계속 꿈을 이루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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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 꿈을 쫓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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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윤동주, <별 헤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