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노래하는 길>
1.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나는 연구소 창가에 서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빽빽한 도심 속에서 하늘은 늘 작고 좁았다. 하늘을 가로막는 건물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내가 더 이상 하늘을 제대로 보지 못할 만큼 바빠서일까. 반도체 기술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었지만, 그 자부심의 이면에는 늘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윤하 씨, 새로운 프로젝트 회의가 곧 시작합니다."
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밖에서 시선을 돌렸다. 프로젝트 이름은 ‘그린칩’. 기술 혁신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이룬다는 목표 아래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준비한 야심 찬 계획이었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루는 건 쉽지 않았다.
회의실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자마자 커다란 스크린에 비춰진 도표들을 바라봤다. 칩의 효율성과 수익성, 개발 속도와 예상 성과. 이 모든 수치가 우리에게 이익을 안겨줄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왜 이 회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지는 걸까.
"이번 프로젝트로 우리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겁니다.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 생산할 예정입니다."
기획 담당자가 힘주어 말했지만,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트를 바라봤다. 그래, 재료는 친환경적일지 모르지만, 그 생산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전기와 물이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말하지 않지만, 그것이 내가 늘 괴로워하는 이유였다.
회의가 끝난 뒤, 나는 일부러 연구소 밖으로 나왔다. 맑은 공기가 필요했다. 이곳에서 내리쬐는 햇살은 어느덧 가을의 기운을 머금고 있었다. 하늘을 다시 한번 올려다봤다. 윤동주의 시가 생각났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나는 그 구절을 중얼거렸다.
“윤하 씨도 윤동주 시 좋아하세요?”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마주한 사람은 짧은 머리에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저는 서윤이라고 해요. 윤동주 시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는 인문학자예요."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나는 명함을 받아들며 머뭇거렸다. 연구소 앞에서 시인을 언급하는 인문학자를 만날 줄은 몰랐다.
“사실, 이곳 근처에 살고 있어서 종종 산책하러 오곤 해요. 그나저나, 무언가 고민이 많아 보이네요.”
서윤의 말에 나는 멋쩍게 웃었다. 고민이라. 맞다, 나는 늘 고민이 많았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술 발전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그 경계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반도체 연구원이시면, 기술 발전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긍정적인 입장이실 것 같은데..."
서윤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조심스레 덧붙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기술이 발전하는 건 좋죠. 그런데... 그 발전이 정말 인간과 자연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익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윤동주 시를 떠올리곤 해요. 그분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살고 싶은데, 현실은 참 어렵네요.”
서윤은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더 중요한 거예요. 기술이든 예술이든, 인간의 삶과 연결되어 있잖아요. 그 경계를 고민하는 사람이 바로 당신 같은 사람일지도 몰라요.”
그녀의 말은 의외로 큰 울림을 주었다. 나는 그제야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서윤은 인사하며 자리를 떠났지만, 그녀의 말은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2.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초아는 녹음실에서 혼자 기타를 튕기고 있었다. 요즘 들어 음악을 만드는 게 예전처럼 쉽지 않았다. 모두가 그녀의 음악이 '성공'했다고 말했지만, 그 성공의 무게는 점점 더 그녀를 짓눌렀다.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새로운 앨범이 나올 때마다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는 자신이 점점 더 진정한 음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대중의 요구와 기획사의 압박은 항상 '트렌디한 음악'을 원했고, 초아는 그 요구에 맞춰야만 했다.
"초아 씨, 곧 있으면 신곡 회의가 있어요. 다 준비되셨죠?"
매니저가 문을 두드리며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그동안 만들어온 곡들 중 하나를 내놓으면 되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이 음악들이 진정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만요, 조금만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
매니저가 나간 뒤, 초아는 기타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녹음실 밖으로 보이는 작은 정원에 나무들이 바람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 하나가 마치 그녀의 마음처럼 불안정해 보였다.
초아는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음악을 만들고 싶은지를 잊고 있었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과 자신이 원하는 음악 사이에서 그녀는 괴로워했다. 그녀가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단순했다. 그저 노래하고 싶었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초아는 책상에 놓인 작은 수첩을 집어 들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시들이 적혀 있었다. 윤동주의 <서시>도 그 중 하나였다. 그녀는 수첩을 넘기며 윤동주의 시를 읽기 시작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초아는 그 구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윤동주는 별을 노래하며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했다. 별을 노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고통과 죽음까지도 품겠다는 결의였다. 초아는 자신의 음악이 그런 깊이를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기타를 다시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아무런 계획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단순한 멜로디가 울려 퍼졌고, 그 멜로디는 그녀가 느끼는 불안과 갈등을 그대로 담아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하고 싶은 음악이었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자신을 위한 노래.
“이걸로 해보자.”
초아는 중얼거리며 새롭게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 앨범에서는 대중의 요구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보리라. 그녀는 대중적 성공과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두렵지 않았다.
“초아 씨, 회의 시간이 다 됐습니다.”
매니저가 다시 문을 열었다. 초아는 기타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회의실로 걸어가며 윤동주의 시를 다시 떠올렸다. 오늘부터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노래하리라.
3.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윤하는 회의가 끝난 후, 답답한 마음에 오랜만에 음악을 듣기로 했다. 책상 위에 놓인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플레이리스트를 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낯익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초아. 대학 시절 동기였던 그녀가 최근 유명 가수가 되어, TV와 라디오에서 자주 이름을 듣게 됐다. 그는 평소에도 초아의 음악을 들으며 힘을 얻곤 했지만, 요즘은 그녀의 음악이 이전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예전에는 맑고 순수했던 목소리가 이제는 어딘가 무겁고 복잡해 보였다.
윤하는 그녀가 과연 지금 행복한지 궁금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초아를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꽤 오래전 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서로 각자의 길을 걷느라 연락이 뜸해졌던 것이 분명했다.
그때, 휴대폰 알림음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회사 근처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 공연 광고였다. 호기심에 공연 정보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공연 목록에 초아의 이름이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이런 작은 무대에 설 줄은 몰랐다. 대형 공연장이나 TV 무대에서 보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윤하는 망설이다가 결국 그 공연에 가보기로 마음먹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었다. 초아와 나눠야 할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자신만의 진정성을 되찾으려 하고 있는 것처럼, 윤하도 자신의 길을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윤하가 도착한 공연장은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다. 그곳에는 초아의 팬들이 모여 있었지만, 예전처럼 북적거리지는 않았다. 무대에는 이미 초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기타를 들고, 마이크 앞에서 차분한 표정으로 관객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제 진짜 마음을 담은 노래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대중의 기대나 상업적인 압박 없이, 제가 하고 싶은 음악입니다.”
초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윤하는 숨을 죽인 채 무대를 응시했다. 그녀가 천천히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그 멜로디가 윤하의 마음을 흔들었다. 초아의 음악은 전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하고 잔잔했다. 그러나 그 속에는 깊은 고뇌와 갈등, 그리고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은 조용히 박수를 보냈다. 윤하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초아가 무대에서 내려오자 그는 마음을 다잡고 다가갔다.
"초아."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윤하는 짧게 웃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다. 이렇게 작은 무대에서 널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어."
초아는 놀란 눈으로 윤하를 바라보았다. “윤하...? 너 여기 어떻게...”
"네 공연 소식을 보고, 그냥 왔어. 네 음악, 정말 좋았어. 진심으로 하고 싶은 걸 찾은 것 같아.”
초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고마워. 사실 나도 요즘 내 음악이 맞는 길인지 혼란스러웠는데, 오늘은 정말 솔직해지기로 했어. 나한테 중요한 건 결국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하는 거니까.”
윤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나도 요즘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옳은 길인지 계속 고민 중이었어. 기술이 발전하는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 들거든. 그래서 오늘 네 노래를 듣고 깨달았어. 나도 내가 진짜 원하는 길을 찾아가야겠다고.”
초아는 그의 말을 듣고 미소 지었다. “우리 둘 다 각자의 분야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그 고민을 멈추지 않고 계속 생각한다는 거 아닐까? 그게 바로 우리가 진정성을 지키는 방법인 것 같아.”
윤하는 그녀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맞아. 고민이 없으면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걸지도 몰라. 앞으로도 그 고민을 계속하면서 나아가자.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초아는 그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4.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윤하는 연구실로 돌아온 후, 회의에서 느꼈던 불편함과 초아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하이닉스의 새로운 ‘그린칩’ 프로젝트는 혁신적이었지만, 윤하는 그 이면에 숨겨진 환경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했다. 과연 이 프로젝트가 진정으로 친환경적인 것일까? 개발 과정에서의 전력 소모와 자원 낭비는 과연 최소화된 것일까?
윤하는 결국 결심했다. 회사의 목표와 자신의 윤리적 신념 사이에서 더 이상 타협하지 않기로. 그는 기술이 발전함과 동시에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번째로, 그는 ‘그린칩’ 프로젝트의 생산 공정을 더 투명하게 검토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원 낭비와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팀원들과 논의하기 시작했다.
"윤하, 이 방향으로 가면 프로젝트가 지연될 수도 있어."
동료들이 걱정스레 말했다. 하지만 윤하는 굳은 결심으로 말했다. "우리가 더 나은 기술을 만들려면, 이익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어. 환경도, 우리의 책임도 잊지 말아야 해."
한편, 초아는 공연 이후로 더욱 진정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녀는 기획사의 압박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대중의 요구에만 끌려다니지 않고,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매니저와 기획사에게 자신의 음악적 철학을 설명하며, 상업적 성공보다는 자신의 길을 따르겠다고 선언했다.
"초아, 이건 위험할 수 있어. 요즘 같은 시장에서는..."
매니저는 걱정했지만, 초아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이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노래할 거야. 그게 내 음악이니까."
초아는 새로운 곡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엔 대중성이나 차트 순위가 아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담아낸 진정한 노래였다. 그녀는 그 과정에서 자유로움을 느꼈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다시 찾고 있었다.
윤하와 초아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술과 예술이 단순히 발전과 성공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그리고 진정성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5.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윤하는 ‘그린칩’ 프로젝트의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팀을 다시 모았다. 그는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적 해결책을 제시했고, 이를 구체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자료들을 준비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 과정이 예산과 시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윤하는 단호했다.
"우리가 오늘 더 좋은 선택을 하지 않으면, 내일은 더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될 겁니다."
윤하는 회의실에서 팀원들에게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가 평소부터 생각해 온 윤리적 책임을 담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 제안한 방안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었다. ‘그린칩’ 프로젝트는 그들의 목표였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었지만, 윤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성이라고 생각했다. 자연과 기술이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계속 움직이게 했다.
"윤하, 정말 이렇게 진행해도 괜찮겠어? 너의 경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팀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윤하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그렇더라도, 난 이 길을 택할 거야. 나한테 주어진 길이니까."
그는 자기 자신에게도 되뇌이듯 말했다. 기술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윤하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고, 그는 한 발짝씩 나아가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한편, 초아는 새롭게 시작한 곡 작업에서 점점 더 자신의 음악적 색깔을 찾아갔다. 그녀의 노래는 더 이상 상업적 기대에 맞춰진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개인적이고 깊은 감정을 담은 곡들이었다. 그녀는 이 곡들이 대중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이제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이었다.
"초아, 이번 앨범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할 수도 있어. 이 방향은 너무 모험적인 것 같아."
기획사의 대표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초아는 그 말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건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음악이에요. 내 길을 걷고 싶어요."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따르기로 결심했고, 그 길은 더 이상 대중의 기대에만 의존하는 길이 아니었다.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위해 노래하는 길이었다.
6. 걸어가야겠다
윤하는 ‘그린칩’ 프로젝트의 개선된 생산 공정을 구체화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사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발이 많았다. 프로젝트의 지연과 추가 비용 문제로 인해 고위 경영진은 윤하의 아이디어를 부담스럽게 여겼다.
"윤하, 기술적으로는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이건 너무 비효율적일 수 있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프로젝트 매니저가 말했다. 윤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환경과 우리의 기술 모두에게 이익이 될 거예요."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고수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결심만으로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프로젝트의 일정은 점점 지연되었고, 회사의 경영진은 점차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 윤하는 그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회의와 보고서, 그리고 반대하는 목소리들 속에서 그는 지쳤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아. 이 길을 끝까지 걸어가야 해."
윤하는 혼잣말로 자신을 다독였다. 기술이 발전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라는 생각이 그를 버티게 했다.
한편, 초아도 자신의 새로운 음악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기획사에서 더 이상 대중적인 곡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앨범이 나오자, 예상대로 초아의 음악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몇몇 팬들은 그녀의 새로운 시도를 응원했지만, 이전만큼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방송 출연과 인터뷰 요청도 예전만큼 줄어들었고, 그녀의 이름은 점점 차트에서 멀어져갔다.
"초아,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 다시 대중적인 노래로 돌아가는 게 좋지 않을까?"
매니저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초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야. 사람들이 지금 당장은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난 이 길을 걸어갈 거야."
그녀는 흔들리지 않았다. 상업적 성공이 아니라, 자신의 진정성을 위해 노래하고 싶었다. 초아는 이제 더 이상 차트 순위나 대중의 반응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믿는 예술을 위해 헌신했다.
그러나 그 길은 외롭고 힘들었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느낌은 그녀에게도 큰 부담이었고, 때로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는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아는 마음을 다잡으며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7.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하는 마침내 프로젝트의 마지막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몇 달간의 고된 연구와 논의 끝에, 그는 팀원들과 함께 새로운 친환경 반도체 생산 공정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공정은 기존보다 에너지 소모를 30% 이상 줄였고, 폐기물도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다. 경영진은 처음엔 회의적이었지만, 결과를 보고 나서야 그의 결단력을 인정했다.
"윤하, 네가 옳았어. 덕분에 우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됐어."
프로젝트 매니저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윤하는 고개를 숙이며 겸손하게 웃었다.
"팀원들이 도와준 덕분이에요.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죠."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윤하는 결국 자신이 믿었던 길을 끝까지 지켰고, 그로 인해 더 나은 기술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어느 날 밤, 윤하는 오랜만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이 흐릿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문득 윤동주의 시가 떠올랐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그는 혼자 중얼거리며 웃었다. 그 별들은 마치 그가 걸어온 길을 지켜봐 주고 있는 듯했다. 윤하는 하늘을 보며 자신이 앞으로도 해야 할 일에 대해 다시금 다짐했다. 기술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그는 앞으로도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결심했다.
초아 또한 자신의 앨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녀의 음악은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진정한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던 중, 한 음악 평론가가 그녀의 앨범을 듣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기사를 냈다. 그 평론가는 초아의 음악이 대중적 성공과는 상관없이, 예술적 깊이를 지닌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초아, 봤어? 네 앨범이 예술적인 성취로 인정받고 있어."
매니저가 기뻐하며 말했다.
초아는 그 말을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졌다. 비록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그녀가 추구했던 진정성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더 큰 의미가 있었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음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음악이 누군가에게 닿았다는 사실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게 해주었다.
그날 밤, 초아는 녹음실에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작은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기타를 들고, 창가에 앉아 조용히 연주를 시작했다. 그 소리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담아내는 진정한 음악이었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초아는 속삭이듯 노래했다. 그녀는 그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비록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라도,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8. 별과 기술, 그리고 우리의 길
몇 달 후, 윤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이번에는 회사 차원에서 그가 제안한 친환경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고, 윤하는 그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아이디어와 철학은 동료들과 회사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들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윤하는 연구실 창가에 앉아 다시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는 별을 바라보며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외롭지 않음을 느꼈다. 그 길은 기술의 발전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위한 길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길을 걸어가야지."
윤하는 속으로 다짐했다. 그가 선택한 길은 어려울 수도 있고, 많은 도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기술자로서의 사명감과 윤리적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초아 역시 자신의 새로운 앨범 작업을 마치고,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녀의 음악은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예술적으로는 깊은 인상을 남기며 천천히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팬들은 그녀의 진정성을 알아주었고, 초아는 그들 덕분에 더 큰 용기를 얻었다.
어느 날, 초아는 작은 공연장에 섰다. 이번에도 대형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녀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자리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중의 기대를 의식하지 않고,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음악만을 부르기로 했다.
"이제 시작이야."
초아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그녀의 음악적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앞으로도 진정성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리라는 결심을 다지며, 그녀는 기타를 들고 첫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관객들 사이에서 윤하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길에서 다시 만났고,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윤하는 초아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었지만, 그 길은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윤하와 초아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들은 진정성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지만, 그들의 여정은 계속될 것이다. 윤하는 기술을 통해, 초아는 음악을 통해 자신만의 별을 노래하며,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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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윤동주-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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