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을의 첫 기도퇴근길 공원의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정현은 낙엽이 쌓인 벤치에 앉아 깊어가는 저녁을 바라보았다. 며칠 전부터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다. 코끝에 스치는 바람은 아직 차갑지 않았지만, 여름의 끝자락이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정현의 입술 사이로 작은 속삭임이 새어 나왔다. 그것은 기도라기보다는 다짐에 가까웠다. 유리와 헤어진 지 육 개월, 계절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그때의 계절로 돌아왔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 가을이 오고, 그녀와의 추억이 가득했던 이 계절을 마주하자 가슴 한켠이 무거워졌다. 벤치 옆으로 노란 은행잎 하나가 떨어졌다. 정현은 그 잎을 주워들었다. 작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