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Literature)/시 (Poem)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이상화

sosohantry 2024. 10. 9. 16:2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해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서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는 고운 비로

너는 삼단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조르지 마라

민들레 제비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김을 매는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리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갔느냐 우습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음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것네

 

 

 

#ref.:

1926《개벽(開闢)6월호에 발표된 이상화의 시이다.

https://ko.wikisource.org/wiki/%EB%B9%BC%EC%95%97%EA%B8%B4_%EB%93%A4%EC%97%90%EB%8F%84_%EB%B4%84%EC%9D%80_%EC%98%A4%EB%8A%94%EA%B0%8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 위키문헌, 우리 모두의 도서관

위키문헌 ― 우리 모두의 도서관. 원문 ᄲᅢ앗긴들에도, 봄은오는가 지금은 남의ᄯᅡᆼ―ᄲᅢ앗긴들에도 봄은오는가?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밧고 푸른한울 푸른들이 맛부튼 곳으로 가름아가튼

ko.wikisource.org

 

https://namu.wiki/w/%EB%B9%BC%EC%95%97%EA%B8%B4%20%EB%93%A4%EC%97%90%EB%8F%84%20%EB%B4%84%EC%9D%80%20%EC%98%A4%EB%8A%94%EA%B0%80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년 《개벽(開闢)》6월호에 발표된 이상화 의 시이다.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과 조국에 대한 애정을 절실하고

namu.wiki

 

반응형

'문학 (Literature) > 시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Poem)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0) 2024.10.11
시) 변영로, <논개>  (0) 2024.10.10
Poem) 한용운, <님의 침묵>  (0) 2024.09.15
김소월, <접동새>  (0) 2024.09.15
김소월, <진달래꽃>  (0) 202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