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먼 나라를 향한 여정>
1. 이상향을 꿈꾸다
"어머니, 그 먼 나라가 어디에 있을까요?"
어느 늦은 오후, 난 소파에 엎드린 채로 푸념을 늘어놓았다. 어머니는 한참 열중하던 뜨개질을 잠시 멈추고, 익숙한 미소로 날 바라보며 대답했다. “멀긴, 어디 멀리 있겠니? 우리 동네 슈퍼 끝에 있잖아. 아줌마 사는 집 바로 옆.”
“아니, 엄마, 그런 슈퍼 얘기가 아니에요.” 난 한숨을 쉬며 다시 말했다. "아무도 날 방해하지 않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요. 아, 상사도 없고, 일도 없고, 그냥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곳… 그런 나라요." 그러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너, 혹시 비둘기 키워본 적 있어?”
비둘기라니. 난 잠깐 어리둥절했지만 어머니는 진지했다. “그 먼 나라에 가면 비둘기를 키우면서 사는 거야. 비둘기처럼 마음을 키워야 한다는 뜻이겠지. 비둘기는 아무리 날아가도 집으로 돌아오거든. 네 마음속 평화도 그렇지 않을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쓴웃음을 지었다. 도망가고 싶다고 했더니, 비둘기 얘기로 돌아와버린 이 상황이 어딘가 이상했다. "엄마, 그럼 나도 비둘기나 키워볼까요?" 갑자기 웃음이 터지면서, 마음속에 묘한 평화가 살짝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 먼 나라에는 네가 찾는 평화가 있을 거야. 네가 생각하는 곳보다 더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몰라.”
2. 도시의 압박
다음 날, 다시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김 대리, 이것도 아직 덜 했어?"라며 시작된 상사 김 부장님의 잔소리가 귀를 때렸다. 그 잔소리는 매일 아침 어김없이 반복됐다. "이건 오페라야," 난 속으로 생각했다. 매번 똑같은 구절과 후렴구가 있는, 명예로운 ‘김 부장 가곡’ 같은 느낌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젯밤 어머니와 이야기했던 그 먼 나라가 떠올랐다. 그곳에서는 이런 잔소리가 없겠지, 아니, 아무도 없겠지.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아, 그곳에서는 시간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텐데. 나를 재촉할 사람도 없고, 날 닦달하는 상사도 없고, 오로지 평화로운 하루하루만 있을 거야.
옆자리 동료 정우가 그때 속삭이듯 내게 말했다. “김 대리, 너무 꿈속에 사는 거 아니에요? 여긴 현실이야. 꿈만 꿔봐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정우는 언제나 현실만을 강조했다. "이 회사는 네가 발버둥 쳐도 변하지 않으니까, 현실에 발을 붙여야 한다고."
나는 정우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정우, 난 때때로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싶다고. 그러니 넌 내 상상 속의 비둘기라도 돼주지 않겠어?” 정우는 이상하다는 듯 웃었다. “비둘기라니, 네가 진짜 그 먼 나라에 가려고 생각하는 거야? 거기서 뭐 하게?”
정우의 태도에 잠시 생각했다. 이 회사는 내가 없어도 잘만 돌아가겠지, 여기엔 내 꿈과는 다른 정우 같은 사람들이 수두룩할 테니까. 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그 먼 나라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꼈다.
3.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오후가 되어 책상에 앉아 멍하니 그 먼 나라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현실적인 정우가 끼어들어 내 상상을 깨트렸다. "대리님, 아니, 김 대리. 그 먼 나라 얘기 좀 그만해요. 아니면 회사를 떠나든가! 당신 하나 나가면 회사가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아?"
정우의 농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나는 생각했다. 과연 내가 이곳을 떠난다고 이 회사가 바뀔까? 하지만 정우는 끊임없이 현실을 상기시키며 내가 이상을 쫓는 것을 비웃었다. "김 대리 같은 사람들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린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당신은 이 회사의 톱니바퀴 중 하나일 뿐이에요. 현실에 눈을 떠요!"
그때 갑자기 그 먼 나라의 풍경이 떠올랐다. 작은 섬 위에서 평온히 누워 있는 나 자신.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리는데, 그 파도는 마치 정우의 목소리처럼 밀려왔다가 사라져 버렸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이 내 삶의 전부라면 얼마나 갑갑할까. 그래, 나에겐 다른 톱니바퀴들과는 다른 뭔가가 필요해.”
정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웃었지만 나는 이상하게도 점점 이 세상의 목소리에서 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4. 첫 번째 탈출 시도와 실패
이제는 도망갈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부장님의 잔소리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듯했고, 정우는 내 뇌에 ‘현실을 직시하라’는 노래를 세뇌하듯 불어넣고 있었다. “현실을 직시하라, 김 대리! 네 꿈의 나라로 도망칠 수 없어!” 이 말이 마치 모닝콜처럼 아침 내내 들려왔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 결단을 내렸다. 오늘은 퇴근이 아니라 탈출이다! 종례가 끝나자마자 이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를 훌훌 벗어던지고 이상향으로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아, 비둘기처럼 날아가리라!
거창하게 나선 탈출이었지만 막상 발걸음이 시작되자 현실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정우는 여전히 퇴근길에 나를 따라와 "무슨 일 있어요? 어디 가려고요?"라며 묻기 시작했다. "여기서 멀리… 아주 멀리 갈 거야, 정우. 네가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나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정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멀리요? 집이라도 나가겠다는 거예요?" 하고 비웃었다. "네, 바로 그겁니다. 집 아닌 곳으로요!" 내 비장한 선언은 시작부터 어그러진 느낌이었지만, 나는 이 탈출 계획에 약간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한참을 걸어갔다. 지하철역, 번쩍거리는 빌딩 숲, 온갖 소음과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나아갔다. 현실에서 점점 멀어지려 노력했지만 도로 끝에서도 시끄러운 클락션 소리와 사람들의 북적임만 더 가까워졌다. "아, 이상향은 여기서 찾을 게 아니구나."
그러나 그때, 갑자기 배가 요동치듯 울렁거렸다. ‘아차, 저녁을 안 먹었지.’ 계획은 이상했지만 내 위장은 현실적이었다. 이상향으로 향한 내 첫 탈출 시도는, 그렇게 눈앞에 있는 작은 김밥집 앞에서 중단되고 말았다. 비둘기 같은 도망이 아니라 도시 한복판에서 김밥을 싸게 사 먹는 비둘기의 식사 시간으로.
김밥을 우적우적 씹으면서 그 먼 나라는 그저 나의 환상일까, 진짜 갈 수 없는 곳일까 생각했다. 이 첫 번째 탈출의 결말은 조금 허탈했지만, 이상하게도 김밥의 따뜻한 온기 속에서 마음이 살짝 위로받는 듯했다. “다음번엔 진짜 도망치고 말 거야.”
5. 어머니의 조언
다음 날, 김밥집에서 실패한 첫 탈출의 여운이 아직 남은 상태로 어머니 앞에 앉았다. 어머니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웃음기를 머금고 물었다. “어제 그 먼 나라에 다녀오셨나, 우리 아드님?”
나는 겸연쩍은 얼굴로 "김밥집까진 갔어요…"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빙긋이 웃더니, "그 먼 나라는 김밥집보다 멀겠구나. 하지만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네가 찾고 싶은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하고 말했다.
“그럼 그 먼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거예요?” 나는 묻고 말았다. 정말 가고 싶다. 그곳에서는 매일 부장님의 잔소리도 없고, 정우의 “현실을 직시하라”는 말도 없을 테니까.
어머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잠시 뜨개질을 멈추고 내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너, 혹시 너 자신한테 말 걸어본 적 있어?” 어머니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어머, 엄마. 내가 나한테 말 걸면 이상하잖아요!"
어머니는 고개를 젓고 미소를 지었다. “아니야, 네 안에 작은 비둘기를 키우는 일이 필요할지도 몰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편안함을 찾을 수 있는지 네 자신에게 물어보는 거지. 사람은 자기 자신과 대화할 때,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다고 하잖니.”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이상향이란 게 도망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어머니는 다시 말했다. "어디로 도망가도 진짜 네 마음을 두고 올 수는 없으니까. 그게 비둘기를 키우는 것과 같단다. 비둘기는 아무리 멀리 가도 결국 돌아오거든."
나는 그 말을 듣고 어머니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내 마음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어머니는 계속 말했다. "네 마음속의 먼 나라는 네가 있는 곳에 있어. 그 비둘기를 키우듯이 마음을 살피고, 차분히 가꾸다 보면, 어딜 가든 그 나라가 너와 함께 있을 거야."
그 말에 나는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마치 ‘그 먼 나라’가 아주 멀리 있지 않다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알겠어요, 엄마. 그럼 비둘기 키우는 마음으로… 나도 내 속의 먼 나라를 찾아볼게요."
어머니의 조언 속에서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나는 차분하게 현실 속에서도 찾을 수 있는 평화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6. 계절의 변화와 내적 성장
어머니의 조언을 마음속에 담고 지내다 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다. 창밖에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걸 보면서 문득 생각했다. “그래, 마음속 비둘기를 키우는 일도 계절이 변하듯 차근차근 하면 되겠지.”
그러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날도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상사의 고함이 귀청을 때렸다. “김 대리! 이건 완전히 엉망이잖아! 보고서가 이게 뭐야!” 평화를 찾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순간 주춤했다. 옆에 있던 정우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한마디 거들었다. “김 대리, 또 ‘그 먼 나라’로 가야겠네요?”
나는 속으로 ‘아니야, 내 비둘기야. 흔들리지 마라, 흔들리지 마라’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비둘기가 날개를 푸드득거리는 느낌이었다. 이 평화라는 것도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란 걸 절실히 느꼈다. 분명 내 마음속 어딘가에 그 ‘먼 나라’가 있겠지만, 그 나라까지 가는 길은 매일매일 산을 넘는 기분이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오는 길, 거리에는 붉고 노란 낙엽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나는 문득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낙엽들이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바람은 어디로 불어갈지 모르고, 낙엽도 어느 길로 흘러갈지 모른다. 나 역시 어디로 향해 가는지도 모르면서 이상향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순간에 내 마음속에 작은 평화가 피어났다. 정해진 길이 없다는 게, 도망갈 필요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 먼 나라가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 다시 회사로 돌아가면서도 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제는 상사의 소리가 파도처럼 내 귀에 몰려와도 조금은 웃어넘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가 소리치는 와중에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니, 상사는 더 큰 소리로 “김 대리! 뭐가 그렇게 웃겨?”라고 소리쳤다. 나는 대답했다. “그냥, 비둘기 생각이 나서요.”
정우가 옆에서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김 대리, 진짜 희한한 사람이야. 하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좀 더 차분해 보이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마도 그 먼 나라에 가까워지고 있는 중일지도."
7. 현실 속에서 찾은 평화
어느덧 이상향에 대한 생각이 나의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김 부장님의 잔소리가 들려왔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내 귀에 쿵쿵 울리지는 않았다. "김 대리, 아직도 정신 못 차리나? 보고서 이따위로 만들 거면 회사 관두지 그래!" 예전 같으면 아마 온몸이 굳어버렸겠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오케이, 마음속 비둘기야. 이번엔 네가 나서줘.’
부장님의 뒤에서 쓱 나타난 정우가 귓속말을 했다. "김 대리, 아직도 ‘그 먼 나라’에 있나 봐요?" 나는 정우를 보며 한숨 반, 웃음 반을 내쉬며 대꾸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요즘엔 부장님의 잔소리도 한편으론 클래식 음악처럼 들리거든요. 장대한 오케스트라의 합주랄까?"
정우는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더니 다시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그럼 부장님은 지휘자인가요? 김 대리는 첼로고?” 우리는 슬며시 웃음을 터트렸다. 예전이라면 상사의 잔소리로 진이 빠졌겠지만, 마음속 비둘기가 훨훨 날아가는 걸 상상하니 그 소리마저 한결 가벼워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나는 회사 옥상으로 올라가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빌딩 숲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그 먼 나라를 떠올렸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그 먼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보다는, 내가 있는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진짜 평화일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서서히 다가왔다.
바람이 불어오자, 옥상 위의 작은 화분들이 흔들렸다. 이 삭막한 도시에 자리 잡은 작은 녹색의 화분들. 어쩌면 나도 그 화분처럼, 마음 한구석에 작은 평화를 뿌리 내리고 있었던 걸까? 이제는 멀리 도망갈 필요 없이, 이 자리에서 내 비둘기를 키우며 차분히 현실을 살아가면 될 것 같았다.
그날 오후, 부장님이 다시 불호령을 내릴 때에도 나는 빙긋이 웃을 수 있었다. 내 마음의 작은 비둘기가 저 멀리 날아오르듯, 나는 그 소란 속에서도 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있었다.
8. 내면의 이상향에 도달
몇 달 전만 해도 나는 늘 도망치고 싶었다. ‘그 먼 나라’라는 환상이 매일같이 떠올랐고, 현실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상향을 쫓기 위해 멀리 떠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 마음속에 이미 그 나라가 있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이 일상도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오늘도 아침 출근길에 오르자마자 김 부장님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내 자리로 다가와 “김 대리! 보고서 잘 준비했겠지?”라며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예전 같았으면 입술을 꾹 다물고 땀을 흘렸을 테지만, 나는 웃음을 머금고 "그럼요, 부장님. 이제 보고서가 제 인생의 자랑이죠!" 하고 농담을 던졌다.
김 부장님은 한순간 멍하니 나를 쳐다보더니, "김 대리, 요즘 뭔가 달라진 것 같지 않나? 이 회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어?"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질문에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렸다. "부장님, 회사는 늘 같아요. 달라진 건… 저겠죠." 그의 물음에 그렇게 답하며 내 마음속에서 고요히 깃든 평화를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날 오후엔 정우와 커피 한잔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그는 다소 심각한 얼굴로 나를 보며 물었다. "김 대리, 진짜 그 먼 나라에 갔던 거예요? 아니면 지금도 그 나라에 살고 있는 거예요?" 그의 농담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정우야, 사실 그 먼 나라는 내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더라고. 내 안에 평화를 느끼면, 그게 곧 그 나라지."
정우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고개를 끄덕이며 "김 대리, 뭔가 엄청난 비밀을 깨달은 사람 같네요. 나중에 그 비법 좀 알려주세요. 저도 그 먼 나라에 입성 좀 하게요." 하고 장난스럽게 말하며 커피 잔을 내밀었다.
내일도, 모레도 여전히 일은 반복되고, 부장님은 잔소리를 멈추지 않겠지만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이 현실 속에서 내가 어떻게 평화를 찾을 수 있는지를. 내 마음속 비둘기는 여전히 그 먼 나라를 날고 있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그곳을 찾기 위해 도망치지 않는다. 그 나라를 품은 채 현실을 살아갈 방법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래, 그 먼 나라는 바로 이곳에 있구나. 내가 어디에 있든, 내가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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