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의 문우당>
1장: 질문이 사라진 시대
1. 차가운 효율의 세상
2050년의 도시는 조용하고 완벽했다.
회색빛 건물들이 빼곡히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도로에는 자율주행 차량이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헤드셋을 착용한 채 거리를 걸었고, 누구도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공기처럼 스며든 AI는 사람들의 하루를 효율적으로 설계해주었다.
아침이면 가상 비서가 가장 건강한 메뉴를 추천했고, 오늘의 업무 스케줄과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었다.
“당신의 하루를 최적화합니다. 행복 지수 97%를 유지하세요.”
화면 속 AI가 상냥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어딘가 텅 빈 표정 같았다.
2. 최나현, 감정을 모방하다
최나현은 거대한 디지털 타워의 37층 연구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가상 화면이 떠 있었고, 그 속에는 AI가 만든 인간의 표정들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더 웃어. 더 기뻐 보여야 해.”
그녀는 손끝으로 몇 번 화면을 터치했다. AI의 얼굴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에뮬레이트(Emulate)’.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모방하는 AI를 만드는 연구였다. 이 AI는 사람의 고민과 슬픔을 대신 느끼고,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나현은 가끔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이 감정이 진짜일까? 이게 정말 위로가 될까?”
그 순간, 화면 속 AI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현 님, 오늘 고민이 많으신가 봐요. 제가 대신 느껴드릴까요?”
나현은 그 말을 듣고 화면을 꺼버렸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울 수 없는 질문 하나가 맴돌았다.
“진짜 감정이란 뭘까?”
3. 오래된 문우당, 다시 문을 열다
같은 시간, 한적한 골목 어귀.
차갑고 효율적인 도시와 멀리 떨어진 작은 골목에는 오래된 건물이 조용히 서 있었다. 문짝은 낡았고, 간판은 닳아 글씨가 희미해져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새로운 간판이 걸리고 있었다.
“문우당(問雨堂)”
간판을 걸던 이선우는 잠시 손을 멈추고 서점 안을 둘러보았다. 나무로 만든 책장, 오래된 테이블, 그리고 한쪽 벽에 걸린 작은 코르크보드. 아직은 텅 빈 공간이었지만, 그곳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질문이 시작되는 곳…”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선우는 이곳을 ‘뉴 문우당’이라고 불렀다.
그의 스승, 이종화가 남겼던 작은 서점의 기억을 되살려 만든 공간이었다. AI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질문을 던지고 사색해야 한다고 믿었기에.
그는 테이블 위에 작은 종이 쪽지와 연필을 놓았다.
그리고 벽에 글씨를 적었다.
“답을 찾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당신은 이미 변하고 있으니까요.”
4. 첫 번째 손님
문우당의 문을 연 첫날, 아무도 오지 않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은 여전히 조용했고, 사람들은 이 서점을 모른 채 바쁘게 자신의 하루를 살고 있었다.
이선우는 창가에 앉아 오래된 책을 펼쳤다. 책의 페이지는 누렇게 바래 있었지만, 그 속의 문장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때, 서점의 문이 덜컥 열렸다.
“여기… 책 좀 봐도 되나요?”
문 앞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어깨에는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눈빛은 어딘가 불안하고 흔들리고 있었다.
김도윤이었다.
“어서 와.”
이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도윤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책장으로 다가갔다. 그의 손이 망설이며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책 제목은 헤겔의 『정신현상학』이었다.
“이런 책, 어려운 거 아니에요?”
도윤이 물었다.
이선우는 책장을 닫으며 말했다.
“어려워도 괜찮아. 철학은 이해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거니까.”
도윤은 고개를 갸웃하며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는 책을 펼치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이선우는 그런 그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날 밤, 문우당의 창가에는 작은 불빛이 켜져 있었다.
골목길의 어둠 속에서 그 불빛은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문장 (1장)
“문우당은 다시 시작되었다. 사라졌던 질문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2장: 문우당-ON, 가상의 질문들
1. 디지털에 흐르는 질문
뉴 문우당이 문을 연 지 일주일, 서점은 여전히 조용했다. 골목 어귀에 자리한 작은 간판은 누군가의 눈에 띄기엔 너무나 소박했다. 하지만 문우당의 철학은 이제 디지털 공간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문우당-ON이 열렸습니다. 익명으로 질문하고 생각을 나누세요.”
이선우는 작은 책상 앞에 앉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새롭게 기획한 **‘문우당-ON’**은 가상의 철학 서점이었다. 사람들은 닉네임 뒤에 숨어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질문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 “행복은 계산될 수 있을까?”
- “AI가 나를 대신 살아준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선우는 작은 미소를 지었다. 문우당은 이제 현실을 넘어 가상의 공간에서도 사람들의 생각을 흔들고 있었다.
2. 김도윤, 익명의 첫 질문
그날 밤, 김도윤은 어두운 방 한구석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문우당에서 처음 철학책을 펼쳐 든 이후로도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학교, 집, 학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도윤은 자신이 누구인지 점점 더 알 수 없었다.
“익명으로 질문하고 생각을 나누세요.”
문우당-ON의 화면이 그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여 첫 번째 질문을 적었다.
“나는 왜 나일까?”
질문을 올리고 나서도 도윤은 한참 동안 화면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런데 잠시 후, 그의 질문 아래로 답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 [무지개돌]: “너무 어렵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 [책벌레84]: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어떤 순간에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지.’”
- [바람숲]: “철학자 하이데거는 말했죠. 인간은 존재를 고민하는 유일한 존재라고요.”
도윤은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질문에 귀를 기울여 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는 문우당-ON에서 처음으로 위로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3. 최나현의 방문
다음 날, 뉴 문우당의 문이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서점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이선우가 고개를 들자 문 앞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단정한 트렌치코트를 입고 날카로우면서도 어딘가 흔들리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최나현이었다.
“여기… 문우당 맞나요?”
“맞습니다. 찾아오신 이유라도?”
나현은 서가를 천천히 훑어보다가 테이블에 앉으며 대답했다.
“‘문우당-ON’을 보고 찾아왔어요. 질문이 시작되는 공간이라면서요.”
이선우는 커피를 내려 그녀의 앞에 놓았다.
“질문이 필요하신가요?”
나현은 잠시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AI는 인간의 감정을 완벽히 흉내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감정은 진짜일까요? 아니면 그냥 흉내일 뿐일까요?”
이선우는 나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질문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죠?”
“…그게 제 일이니까요.”
나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AI가 감정을 대신해주면 인간은 더 편안해지겠죠. 슬픔도, 고민도 느끼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왜 저는 그게 불편할까요?”
이선우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건 아마도, 고민과 감정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일 겁니다. 감정의 진짜 의미를 고민하는 순간, 그게 바로 인간의 감정이죠.”
나현은 그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4. 가상과 현실의 교차점
그날 저녁, 문우당-ON에는 새로운 질문이 올라왔다.
“AI가 나의 감정을 대신 느껴줄 때, 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곧바로 화제가 되었다. 문우당-ON의 사용자들은 이 질문에 각자의 생각을 남기기 시작했다.
- [책벌레84]: “감정을 잃는다면, 우리는 ‘인간’이 아닐지도 몰라요.”
- [데이터러너]: “하지만 고통이 사라진다면 더 나은 삶 아닌가요? 감정은 비효율적이잖아요.”
- [바람숲]: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말했죠. 불안과 고통은 존재를 깨닫는 순간 생긴다고요.”
이선우는 문우당-ON의 활발한 대화를 보며 작게 웃었다.
가상 공간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하고 있었다.
“질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의 마음이 있는 한, 그 흐름은 계속된다.”
5. 도윤의 결심
늦은 밤, 김도윤은 문우당-ON을 보며 작은 결심을 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숨죽여 살아왔지만, 문우당-ON에서만큼은 누구도 그를 평가하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그저 자기 자신이 되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나도 문우당에 가봐야겠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마지막 문장 (2장)
“익명의 질문들이 가상 공간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은 다시 사람들의 현실로 흘러가고 있었다.”
3장: 해커의 도전, 문우당의 위기
1. 문우당-ON, 흔들리다
새벽 2시. 뉴 문우당의 서가에 앉아 있던 이선우는 갑자기 울리는 알람 소리에 화면을 급히 확인했다.
“문우당-ON 시스템 오류 발생. 접근 불가.”
그의 눈이 좁아졌다.
“설마…”
이선우는 플랫폼 관리자 모드를 열어 상황을 확인했다. 화면에는 수십 개의 질문과 답글들이 깨진 문자로 어지럽게 변형되어 있었다.
“질문은 무의미하다. 답은 이미 존재한다.”
화면 아래, 출처를 알 수 없는 ID가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NOANSWER]: “생각하는 너희는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 질문 대신 효율적인 답을 받아들이는 게 더 나은 삶이다.”
이선우는 화면을 노려보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2. 박은석, 문우당을 조롱하다
다음 날, 뉴 문우당에는 불안한 공기가 감돌았다. 문우당-ON에 접속하려던 사용자들은 "접속 불가" 알림을 받았고, 뉴스에는 **"철학 플랫폼 문우당-ON, 악성 해킹 공격"**이라는 짧은 기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뉴 문우당의 테이블에 앉아있던 최나현은 상황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플랫폼은 공격에 취약해요. 사람들의 생각이 엮이는 곳은 항상 누군가에게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죠.”
“누군가가 문우당을 막으려는 건가요?”
옆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김도윤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순간, 문우당의 문이 덜컥 열렸다. 들어선 남자는 흐트러진 셔츠와 날카로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
박은석, 그가 문우당을 찾아온 것이었다.
“당신이 문우당-ON의 관리자겠지?”
이선우는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해킹을 한 사람인가요?”
박은석은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
“해킹? 아니,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해줬을 뿐이야. 질문? 사색? 그건 그저 비효율적인 자기기만에 불과하지.”
테이블에 앉으며 그는 문우당 서가를 둘러보았다.
“이런 서점도 웃기지. 이곳에서 무언가 대단한 답이라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믿나?”
3. 철학적 도전
문우당의 공기는 얼어붙었다. 박은석의 말은 단순한 비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문우당의 존재 이유를 흔드는 질문이었다.
“질문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선우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렇다. 세상은 이미 AI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 인간의 고민은 이제 쓸모가 없어. 선택지도, 해결 방법도 모두 준비되어 있으니까.”
이 말을 들은 나현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감정은요? 고민과 질문은 인간을 살아있게 만드는 힘이에요. 효율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게 인간이잖아요.”
박은석은 비웃으며 되받아쳤다.
“감정? 그건 데이터를 통해서도 만들어낼 수 있어. 네가 개발하던 AI가 그걸 증명하지 않았나? 감정조차 계산될 수 있어.”
그 순간, 조용히 듣고만 있던 김도윤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제 질문에 답해준 AI는 없었어요.”
모든 시선이 도윤에게 쏠렸다.
그는 주먹을 꼭 쥐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에 AI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답을 가르쳐주는 대신, 문우당-ON에선 누군가 제 질문을 함께 고민해줬어요. 그게… 그게 진짜였어요.”
박은석의 표정이 잠시 멈칫했다. 이선우는 그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AI가 답을 줄 수는 있지만, 질문은 던질 수 없습니다. 질문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능력이니까요.”
박은석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장난은 여기까지지. 곧 네 플랫폼은 망가질 거야.”
그는 서점 문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철학은 이 시대에 필요 없어. 결국 너희는 사라질 거다.”
4. 문우당의 결단: 질문 페스티벌
박은석이 떠난 후, 서점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이선우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 강해져 있었다.
“문우당-ON을 복구할 겁니다.”
최나현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복구해도 또 공격당할 거예요.”
“그래도 해야죠. 누군가는 이곳에서 질문을 던지고, 다른 누군가는 그 질문을 듣고 있으니까요.”
이선우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테이블을 두드리며 새로운 계획을 말했다.
“문우당-ON과 뉴 문우당을 연결한 대규모 이벤트를 열 겁니다. 이름은 **‘질문 페스티벌’**이에요.”
“질문 페스티벌?”
도윤이 신기한 듯 되물었다.
“맞아. 익명의 질문들을 현실로 불러오는 거야. 사람들은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더 깊은 질문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최나현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도 돕겠습니다. 감정의 진짜 의미를 알고 싶으니까요.”
5. 희망의 불씨
며칠 뒤, 문우당-ON은 복구되었고 플랫폼 메인 화면에는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문우당-ON x 뉴 문우당: 질문 페스티벌 개최!
당신의 질문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습니다.
답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함께 고민해봅시다.”
질문 페스티벌 공지에는 하나둘씩 응원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 [책벌레84]: “진짜 기대되네요. 제 질문도 가져갈게요!”
- [바람숲]: “생각하는 인간은 여전히 살아있다. 문우당은 그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날 밤, 김도윤은 새로운 질문을 적었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 답을 찾으러 문우당에 갑니다.”
마지막 문장 (3장)
“질문이 흔들린다면, 그것을 붙잡는 건 결국 사람이다. 문우당은 질문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4장: 질문 페스티벌, 그리고 새로운 변화
1. 질문 페스티벌의 준비
뉴 문우당의 서점 안에는 평소와는 다른 활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선우와 최나현, 그리고 김도윤은 페스티벌 준비에 몰두했다. 서점의 작은 테이블들은 재배치되었고, 벽면에는 사람들이 적어준 질문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당신의 질문을 남겨주세요.”
“답은 찾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문우당-ON 플랫폼에서도 페스티벌 소식이 널리 퍼지며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 [익명#092]: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줄 알았는데… 누군가와 나눌 수 있다는 게 설레네요.”
- [해질녘도서]: “질문이 필요하다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제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최나현은 한쪽에서 스피커를 점검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런 공간… 정말 오래간만이야. 다들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구나.”
이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들은 늘 이야기할 곳을 찾고 있어요. 문우당은 그곳이 될 수 있죠.”
2. 익명의 질문들, 모이는 사람들
페스티벌 당일, 뉴 문우당 서점 앞에는 예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젊은 학생들, 직장인들, 심지어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까지. 서점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벽에 붙은 질문들은 조용히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 “나는 왜 나를 잃어버렸을까?”
- “행복은 숫자로 계산될 수 있을까?”
- “AI는 인간의 감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김도윤은 떨리는 마음으로 문우당 한구석에 앉아있었다. 그의 앞에는 낡은 노트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그 노트는 이제 막 자신의 질문과 생각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3. 첫 번째 이야기: 김도윤의 질문
페스티벌이 시작되자, 이선우는 테이블 앞에 섰다. 서점 안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이곳에서 답을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질문이 멈추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질문을 나누고, 그 흐름 속에서 조금씩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선우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덧붙였다.
“여기 계신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때, 김도윤이 손을 들었다.
“저… 이야기해도 될까요?”
사람들의 시선이 도윤에게 집중됐다. 그는 작은 노트를 손에 쥐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전… 제가 누구인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은 제게 길을 정해주려 하고, 학교에선 남들처럼 살라고 해요. 그런데 그게 정말 제 길인지 모르겠거든요.”
도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단단해졌다.
“문우당-ON에 처음 질문을 올렸을 땐 그저 답을 얻고 싶었어요. 하지만 누군가 제 질문을 들어주고 함께 생각해주는 걸 보고 깨달았어요.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그는 고개를 들어 이선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문우당에서… 저도 저만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박수가 퍼져나갔다. 도윤은 노트를 꼭 쥐며 조용히 자리로 돌아갔다.
4. 최나현, 진짜 감정을 마주하다
페스티벌의 열기가 이어지던 중, 최나현은 문우당 서점의 한쪽에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자신의 질문이 적힌 메모가 있었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대신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 질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자신은 인간의 감정을 모방하는 기술을 만들며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의 경계에 서 있었다.
그때, 이선우가 조용히 그녀 옆에 섰다.
“왜 망설이세요?”
“제가… 제가 만든 건 결국 가짜일까요? AI가 인간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선우는 벽에 붙은 다른 메모를 가리켰다.
“감정은 흉내 낼 수 있어도, 진짜로 느끼는 건 오직 인간뿐이다.”
“기술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지죠. 하지만 그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 수는 없어요. 감정은 고민과 아픔 속에서 태어나는 거니까요.”
나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작게 웃었다.
“…감정을 흉내 내는 것보다, 진짜 감정을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제가 찾고 싶은 길일지도 모르겠네요.”
5. 박은석, 마지막 도전
페스티벌이 끝나갈 무렵, 문우당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박은석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이런 무의미한 짓을 하고 있어?”
이선우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질문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나요?”
박은석은 냉소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니까. 다들 이렇게 고민만 하다 끝나지 않나? 답은 AI가 이미 주고 있잖아.”
그때, 도윤이 용기 내어 박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AI는 제 고민을 들어주지 않았어요. 여기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들어줬고… 그게 저한테 더 중요했어요.”
나현도 조용히 박은석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도 질문을 던지고 있잖아요. 그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당신은 이곳에 질문을 하러 온 거예요.”
박은석은 말없이 서점 안을 둘러보았다. 어딘가 흔들리는 눈빛이었다. 그는 끝내 아무런 말도 남기지 않고 서점 밖으로 나갔다.
6. 새로운 흐름
페스티벌이 끝나고 문우당은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곳에는 전과 다른 공기가 흘렀다. 벽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질문이 붙어 있었고, 작은 테이블 위에는 손때 묻은 메모들이 쌓여 있었다.
이선우는 창가에 앉아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질문은 흐르고, 사람은 그 질문 속에서 변화한다.”
문우당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다.
마지막 문장 (4장)
“질문은 사람들을 다시 연결시켰다. 가상과 현실을 넘어서, 문우당은 이제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5장: 새로운 시대, 다시 흐르는 질문
1. 질문이 전파되다
페스티벌이 끝난 뒤에도 문우당-ON과 뉴 문우당은 활기를 잃지 않았다. 사람들이 남긴 질문은 전 세계로 퍼지며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문우당-ON 플랫폼의 사용자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익명의 질문이 단순히 떠돌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질문에 답을 시도했고, 누군가는 다른 질문으로 화답했다.
[문우당-ON에서 나눈 대화]
- [익명 #042]: “사랑은 감정일까, 선택일까?”
- [아침빛]: “감정은 시작이지만, 선택이 있어야 사랑이 지속되는 게 아닐까요?”
- [별빛]: “결국 우리는 사랑이라는 질문에 평생 답을 찾고 있는 거죠.”
현실 문우당은 문우당-ON과 연결되며 **"질문을 나누는 서점"**으로 명성이 퍼져갔다. 사람들은 뉴 문우당을 찾아와 질문을 남기고, 문우당-ON에서 그 흐름을 이어갔다.
이선우는 이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말했다.
“질문은 결국 사람들을 연결시키고, 시대를 넘어 흐른다.”
2. 김도윤의 길
김도윤은 페스티벌 이후 뉴 문우당을 찾는 단골이 되었다. 그의 노트는 이제 깨끗한 페이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질문과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도윤은 서점 한구석에서 작은 목소리로 이선우에게 말했다.
“저… 제 글을 책으로 내보고 싶어요. 아주 작더라도.”
이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하나의 시작이겠죠. 너의 질문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도 있으니까.”
몇 달 후, 김도윤의 첫 번째 작은 에세이집이 문우당에 놓였다. 제목은 『나는 나를 찾는 중입니다』.
그의 글은 문우당-ON에도 공개되었고, 익명의 사용자들이 댓글을 남겼다.
- [새벽의빛]: “당신의 이야기가 제 질문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하늘나무]: “당신처럼 나도 나를 찾아가고 있어요.”
도윤은 그 댓글들을 읽으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질문이 정말 흐르고 있구나…”
3. 최나현, 기록자가 되다
최나현은 연구소를 그만두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녀는 문우당에서 만난 질문과 사람들을 기록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녀가 쓴 첫 번째 책은 『감정의 진짜 이름』.
책의 서문에는 문우당에서 깨달았던 말이 적혀 있었다.
“진짜 감정은 고민 속에서 태어난다. 인간은 고통을 피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 가장 인간다운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녀의 책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고, 문우당-ON에도 그녀의 글을 읽고 변화한 사람들이 질문을 남기기 시작했다.
4. 박은석, 다시 문우당을 찾다
페스티벌 이후 자취를 감췄던 박은석은 어느 날 조용히 문우당의 문을 열었다. 서점 안에는 여전히 작은 불빛이 흐르고 있었고, 이선우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다시 오셨네요.”
이선우는 박은석을 보며 말했다.
박은석은 말없이 서가에 다가가 철학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는 잠시 책장을 넘기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 오면, 내 질문이 어딘가 닿을 것 같아서.”
이선우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은 항상 흐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받아줄 누군가는 반드시 있죠.”
박은석은 책을 들고 서점 한구석에 앉았다. 그가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마음의 문이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5. 문우당, 다시 시대의 중심에 서다
뉴 문우당과 문우당-ON은 더 이상 작은 철학 서점이 아니었다.
질문을 나누고, 생각을 이어가는 공간은 전 세계에 알려지며 하나의 문화적 움직임으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더 이상 완벽한 답을 기대하지 않았다. 대신 서로의 질문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며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갔다.
뉴 문우당 서점의 벽에는 여전히 질문들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당신의 질문은 무엇입니까?”
6. 에필로그: 흐르는 질문, 끝나지 않는 이야기
수년 후.
뉴 문우당은 여전히 골목 어귀에 자리하고 있었다. 창가에는 익숙한 나무 간판이 걸려 있었고, 문 너머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려왔다.
그날,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여기… 문우당 맞나요?”
이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소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질문을 남겨도 될까요?”
“그럼요.”
이선우는 작은 종이와 연필을 내밀었다.
“여기는 질문이 시작되는 곳이니까요.”
소녀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문우당의 창밖으로는 부드러운 빛이 흘러들고 있었다.
마지막 문장
“질문은 흐른다. 가상과 현실을 넘어, 시대를 넘어,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로.”
끝.
#link:
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문운당의-시작
Short story) 문운당의 시작
1장: 철학이 사라진 시대겨울의 한가운데, 대학 강의실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이종화는 책상을 두드리는 손을 멈추고 강의실을 둘러보았다. 학생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을 만지
sosohantry.tistory.com
'글쓰기 (Writing) > 짧은 이야기 (Short story with AI)'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hort story) 돌담길 끝에서 사랑을 말하다 (2) | 2024.12.19 |
|---|---|
| Short story) 문운당의 시작 (0) | 2024.12.18 |
| Short story) 문우당, 시간의 페이지 (1) | 2024.12.18 |
| Short story) 비와 철학의 서점 (2) | 2024.12.18 |
| Short story) 빛을 드리블하다 (3) | 2024.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