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우당, 시간의 페이지>
1장: 흐르는 시간, 멈춘 페이지
비가 그친 오후.
창밖으로 흘러내리는 빗방울 자국들이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도시의 골목길은 여전히 젖어 있었지만,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은 제각기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작은 서점이 있던 자리. 그곳에는 이제 공터만이 남아 있었다.
이윤은 그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없어졌구나.”
낡은 가죽 가방을 어깨에 멘 채, 그는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문우당.
이윤에게 그 이름은 언제나 비 오는 날의 고요와 같았다. 철학과 시가 사람들에게 속삭이는 공간이었고, 그가 펜을 들 때마다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던 유일한 자리였다.
“당신의 시는 시대와 맞지 않습니다.”
출판사 편집장의 말이 다시금 귓가를 때렸다. 첫 시집 **『비가 그친 시간』**이 세상에 나왔지만, 평은 냉혹했다. 아름답지만 소용없는 말들의 나열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시집을 읽고 한 독자가 메일을 보냈다.
“당신의 시를 읽고 제 마음속의 시간은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어요.”
그 말이 아니었다면 이윤은 이미 펜을 꺾었을지도 몰랐다.
그날, 이윤은 문우당의 온라인 플랫폼에 들어갔다.
여전히 누군가는 시를 공유하고, 누군가는 철학을 이야기하는 공간. 그러나 그곳에서도 현실의 냉혹함은 있었다.
“시대는 이제 시를 원하지 않는다.”
새로운 시를 주창하는 지훈이라는 이름의 작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현실적이고 직설적인 그의 시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윤은 그의 글을 바라보며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시를 왜 쓰는지조차 잊어버리겠어.”
반면, 소현은 글쓰기 워크숍 준비로 바빴다.
출판사 건물의 작은 회의실에서 그녀는 준비한 자료를 가방에서 꺼내며 말했다.
“이번 워크숍은 참가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자리가 될 거예요. 기록의 힘을 느끼도록 돕는 게 목표예요.”
“그런데 소현 씨는요?”
편집자의 말에 소현은 순간 멈칫했다.
“네?”
“소현 씨는 왜 글을 쓰나요?”
그녀는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글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글은 상처를 덮기 위한 도구였을까. 아니면 상처를 드러내기 위한 또 다른 고백이었을까.
한편, 이종화 교수는 온라인 강연 준비에 몰두하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 앉아 그는 조용히 책을 펼쳤다.
“철학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철학은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그의 말은 화면을 넘어 수많은 이들에게 닿았지만, 동시에 그는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다.
상업화된 플랫폼은 그의 철학을 '조회수'와 '인기'의 틀 안에 가두고 있었다.
그날, 한 청소년이 강연에 댓글을 남겼다.
“철학이 질문을 준다면… 답은 어디서 찾나요?”
이종화 교수는 그 질문을 읽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비 내리던 날이 지나고, 하늘은 어느새 맑아졌다.
세 사람의 시간은 각기 다른 곳에서 흐르고 있었지만, 그들 모두는 문우당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흩어진 마음들 속에 남은 질문들이 다시금 하나의 페이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다시 문우당이라는 이름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2장: 잃어버린 목소리
1. 이윤의 갈등
이윤은 그날도 카페 한 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문우당 온라인 플랫폼에는 여전히 시와 철학이 공유되고 있었지만, 그곳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시는 시대에 어울려야 합니다. 삶의 언어로 말해야지요.”
지훈.
그의 글은 직설적이고, 현실적이었으며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구름 같은 말들은 이제 아무도 원하지 않아요. 그저 흐릿한 위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댓글들이 그의 말에 맞장구치고 있었다.
“맞아. 시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돼.”
“멋진 글입니다. 시대의 언어네요.”
이윤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처럼 그의 마음도 흔들렸다.
‘내 시는… 시대를 비껴가고 있는 걸까?’
문우당 온라인 플랫폼에서 낭독회가 열린 날이었다.
이윤은 단정하게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화면 너머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첫 시집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흐린 창 너머로 남겨진 언어들이 있다.
그 언어들은 말하지 않는다.
비를 기다릴 뿐이다.”
낭송을 마친 이윤은 화면을 응시했다. 하지만 그때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해가 안 되네요. 너무 애매해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지훈의 목소리가 그를 덮었다.
“역시… 쓸데없는 말들의 나열이군요. 시는 감정이 아니라 현실을 말해야 합니다.”
이윤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말없이 노트북을 덮고 카페 밖으로 나왔다. 바람이 불어오는 거리에 서서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2. 소현과 하린의 만남
소현의 글쓰기 워크숍은 시작부터 조용했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노트북과 공책을 들고 앉아 있었지만,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써보세요. 어떤 이야기든 좋아요. 기억, 상처, 기쁨… 쓰는 동안은 그 순간에만 집중하세요.”
소현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녀의 앞에 앉아 있던 하린이 노트를 펼쳤다. 아직 어린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깊었다.
시간이 흐른 뒤, 하린은 조용히 자신의 글을 읽었다.
“어릴 적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면 숨고 싶었어요. 문을 닫고, 귀를 막고… 그렇게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어요.”
그 글은 방 안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소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녀 역시 말할 수 없는 기억 속에서 살고 있었다.
“당신은 나를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하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은… 이미 괜찮아진 사람이잖아요.”
소현은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멈춰섰다. 그녀도 글로 마주하지 못한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3. 이종화 교수의 결단
이종화 교수는 오랜만에 카메라를 끄고,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강연이 끝난 직후 플랫폼 운영자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준비해 주세요. 사람들이 더 궁금해할 수 있게요.”
그는 화면을 천천히 닫았다. 철학이 사람들 속에서 퍼지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것이 상업적 수단이 되어버리는 건 그가 원했던 게 아니었다.
그날 밤, 이종화 교수는 작은 서랍을 열어 오래된 노트를 꺼냈다.
거기에는 그가 처음 문우당을 열었을 때 쓴 글이 적혀 있었다.
“철학은 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시 시작해야겠군.”
4. 다시 모이는 마음들
이윤은 그날 밤 노트를 펼쳤다.
‘시가 시대에 어울려야 한다는 말은 맞는 걸까?’
그 순간, 그에게 도착한 메시지 하나.
“당신의 시를 읽고 제 마음은 잠시 멈췄어요. 세상은 바쁘지만, 당신의 시는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가르쳐 줬어요.”
그 말에 이윤은 펜을 들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멈춘 순간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
소현은 잠들지 못하고 오래된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그녀가 어릴 적 쓴 글이 남아 있었다.
“아빠가 실패했다고 말했을 때, 나는 나도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글은 나에게 속삭였다. 너는 실패한 사람이 아니야. 아직 쓰고 있을 뿐이야.”
그녀는 그 글을 다시 노트에 옮겨 적으며 생각했다.
‘나도 하린에게 말해야지. 나는 아직 나를 기록하고 있어.’
이종화 교수는 작은 골목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 공터 앞에 멈췄다. 문우당이 있었던 자리.
그는 그곳에서 천천히 돌아서며 중얼거렸다.
“공간은 사라져도, 질문은 남는 법이지.”
비가 그친 도시의 하늘에 별빛이 떠오르고 있었다.
흩어졌던 마음들이 조금씩 문우당이라는 이름을 향해 다시 모이고 있었다.
그들이 찾는 것은 사라진 공간이 아닌, 그곳에서 시작된 질문과 목소리들이었다.
3장: 흐트러진 마음들
1. 이윤 – 시의 존재를 묻다
이윤은 작은 노트를 펼쳐 든 채로 창가에 앉아 있었다.
비는 멈췄지만, 여전히 도시의 거리는 젖어 있었다. 그의 눈길은 공터였던 문우당 자리를 향했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시라….”
지훈의 날카로운 목소리는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낭독회 이후, 이윤의 손끝은 얼어붙은 것처럼 펜을 잡을 수 없었다. 마치 그가 쓴 모든 시가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하지만 그때, 문우당 플랫폼에 올라온 한 시가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발걸음은 멈췄지만, 바람은 여전히 부네.
잃어버린 길 위에, 나는 무엇을 남겼을까.”
그 시의 작성자는 문우당 플랫폼에 최근 등장한 **“바람의 노래”**라는 필명이었다.
댓글에는 누군가 남긴 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시란 결국 누구도 대신 말하지 못한, 나만의 언어죠.”
이윤은 작은 충격을 느꼈다.
“나만의 언어….”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그 시에 답글을 남겼다.
“당신의 바람은 어디로 가나요?”
2. 소현 – 다시 쓰여지는 이야기
소현은 글쓰기 워크숍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하린을 바라보았다.
지난번, 하린의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은 여전히 소현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은 글 대신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소현의 목소리에 워크숍의 공기가 달라졌다. 참가자들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하린도 고개를 들었다.
“저도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소현은 천천히 노트를 열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모든 걸 잃었어요. 나는 그때, 내가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하린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글이 나에게 말했죠. ‘너는 사라지지 않았어. 아직 여기 있어.’”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하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저도… 그런 말을 써보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제가 제일 먼저 읽어볼 수 있게.”
소현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써보자. 우리 이야기로.”
그날 밤, 소현은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다.
그리고 글의 첫 문장을 적기 시작했다.
“비가 그치면, 세상은 조금 더 선명해진다.”
3. 이종화 교수 – 다시 모인 질문들
이종화 교수는 문우당이 있던 공터에 섰다.
사라진 서점 대신 낡은 건물과 잡초들만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문우당의 불빛이 남아 있었다.
그는 작은 메모지를 꺼내 그곳에 적힌 주소를 바라보았다.
“철학 모임: 함께 질문을 시작할 사람들을 찾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철학의 밤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공간은 새로 빌린 작은 다락방이었고, 그곳에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했다.
“공간이 사라져도, 철학은 남는다.”
그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단했다.
그날 밤, 첫 철학 모임이 열렸다.
모임에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모였고, 그 중에는 강연에 댓글을 남겼던 승민도 있었다.
“철학은 답을 주나요?”
승민이 조용히 물었다.
이종화 교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철학은 답을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 줄 뿐이야.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질문을 던지며 조금 더 나아가는 거지.”
4. 다시 모이는 문우당의 사람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겨울이 깊어가고 있었다.
이윤은 자신의 새 시를 적은 노트를 들고 문우당 플랫폼에 로그인했다.
그는 조용히 타이핑을 시작했다.
“흐린 창밖에 비가 멈춘 후,
나는 오래된 질문을 꺼낸다.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의 시가 플랫폼에 올라가자, 댓글이 하나둘씩 달리기 시작했다.
“문우당이 그립습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늘 질문을 시작했죠.”
“이 시를 읽으니 마음이 조용해지네요.”
소현은 그 글을 읽으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녀도 자신의 글을 공유하며 함께 적었다.
“글은 우리가 잊었던 목소리를 되찾아 주는 힘이 있어요.”
그 순간, 이종화 교수도 모임에서의 사진을 올리며 적었다.
“철학의 밤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함께 질문하고 답을 기다릴 이들을 기다립니다.”
비가 그친 도시의 밤.
문우당의 이름은 여전히 사람들 속에서 흐르고 있었다.
누군가는 글로, 누군가는 시로, 그리고 누군가는 질문으로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윤은 창밖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곳에 서점이 다시 세워질 수 있을지는 몰랐다. 하지만 문우당의 이야기는 이미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쓰여지고 있었다.
4장: 다시 피어난 공간
겨울의 끝자락, 차가운 공기 속에 작은 골목길이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오랜 공터였던 그 자리에 작은 공사가 끝난 듯 간판 하나가 걸렸다.
손으로 그린 듯한 글씨체, 나무판에 새겨진 이름이 조용히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문우당.”
1. 문우당 2호점, 새로운 시작
이윤은 두 손에 시집 몇 권을 들고 서점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네."
그는 깊은 숨을 들이마신 후 나무 문을 열었다.
종이 울리는 맑은 소리.
서점 내부는 옛 문우당의 분위기를 닮아 있었다.
낡은 책장이 나란히 서 있었고, 책들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테이블들과 의자들, 한 켠에는 문우당의 철학을 적은 글귀가 걸려 있었다.
“질문이 시작되는 공간, 문우당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현은 한쪽 구석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이윤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왔어요?”
“응, 생각보다 많이 닮았네.”
소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쓰다듬었다.
“여기, 예전 문우당에서 사람들이 남기고 간 책도 일부 가져왔어요. 문우당이 사라져도, 여전히 사람들의 이야기가 남아있으니까요.”
이윤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미소 지었다.
“남아있는 이야기… 좋다.”
2. 작은 서점에 모여드는 사람들
서점의 첫 날, 문우당 2호점에는 작은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하린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도 글쓰기 모임 하는 곳 맞죠?”
소현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맞이했다.
“응, 맞아. 네가 첫 손님이야. 오늘은 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어?”
하린은 어색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에 앉았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노트는 새것이었지만, 안에는 빼곡하게 그녀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한편, 창가 자리에는 중년의 남자가 커피잔 옆에 책을 펼쳐 들고 앉아 있었다. 그는 조용히 책을 읽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요, 문우당.”
그의 목소리는 마치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이 배어 있었다.
3. 철학의 밤, 다시 시작되다
어느덧 해가 지고 서점 안에 따뜻한 조명이 켜졌다.
이종화 교수는 중앙 테이블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작은 다섯 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오늘은 그 자리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철학은 답을 찾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교수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우자, 사람들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 중 한 명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럼, 우리 삶에 대한 질문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까요?”
이종화 교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여기, 여러분이 찾은 이 공간에서요. 문우당은 그런 질문을 시작하는 곳이니까요.”
이윤은 그 뒷자리에 앉아 테이블 위의 노트를 펼쳤다.
펜 끝에서 그의 새로운 시가 흐르기 시작했다.
“흐르는 시간 위에,
질문 하나를 던진다.
그 질문이 돌아오는 순간,
세상은 조금 더 선명해진다.”
4. 작은 낭독회, 그리고 시의 목소리
며칠 후, 문우당에서는 시 낭독회가 열렸다.
이윤이 서점 중앙에 섰다. 그의 손에는 새로 적은 시의 노트가 들려 있었다.
“이 시를 쓰면서 문우당을 떠올렸습니다. 질문이 사라진 세상에서 이곳은 우리가 목소리를 되찾는 공간이니까요.”
그는 천천히 시를 읽기 시작했다.
“사라진 길 위에 남은 발걸음.
묻고 또 물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여기, 문우당에 머물던 마음들이여.
다시 시작하자. 비가 그친 하늘 아래,
우리의 언어를 찾아서.”
낭독이 끝나자 서점 안에 있던 사람들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누군가 조용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고, 이내 모두가 손뼉을 쳤다.
소현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비가 그친 하늘 위로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5. 문우당, 다시 흐르는 시간
이윤은 낭독회가 끝난 후 서점 문 앞에 섰다. 골목길은 어둑해졌지만 문우당의 불빛은 여전히 따뜻하게 빛나고 있었다.
소현이 그의 옆에 섰다.
“어때요? 오늘은 조금 괜찮았죠?”
이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문우당은 여전히 여기에 있네.”
이종화 교수가 서점 문을 나서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공간은 사라질 수 있어도, 그곳에 남은 질문들은 어디서든 다시 시작될 수 있다네.”
그 말에 소현과 이윤은 동시에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맑았고 별빛이 반짝였다.
에필로그: 새로운 문우당
그날 이후, 문우당 2호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 철학을 배우려는 청년들이 질문을 던졌고,
-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다.
- 누군가는 시를 읽으며 잠시 시간을 멈추고,
- 누군가는 함께 책을 읽으며 새로운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담은 한 문장이 서점 벽에 새겨졌다.
“비가 그친 날, 우리는 다시 시작했다. 문우당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소설의 마무리
<문우당, 시간의 페이지>는 사라진 공간이 다시 태어나고, 그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와 질문을 되찾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문우당은 단순한 서점이 아닌, 질문이 시작되고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다시 살아났습니다.
끝.
#link:
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새로운-시대의-문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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