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인내의 미학

<인내의 미학>

 

5월 말의 서울은 늘 그렇듯 차가운 비를 품고 있었다. 하늘은 흐렸고, 공기는 습했다. 내일도 비가 온다고 했다. 나에게 내일은 두 가지로 중요한 날이다. 하나는 종합소득세 신고 마감일, 또 하나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투자 기회의 결단을 내릴 날이다. 둘 다 쉬운 일이 아니다. 세무사로서의 일이 마감이 다가올수록 정신없이 바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투자자로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은 언제나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오늘도 사무실에 앉아 수없이 많은 서류를 처리하고 있었다. 자영업자들, 중소기업 고객들이 하나같이 불안해하며 세금 문제로 나를 찾는다. 그들의 불안감이 고스란히 나에게로 전달되었다. “이번에 세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온 거죠?” 같은 질문을 반복해 듣는 것도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내 일이 사람들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매번 실감한다.

“최 세무사님, 올해는 정말 힘드네요. 이대로 가면 우리 가게도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아요.” 고객의 목소리에 담긴 피로와 절망이 가슴에 무겁게 내려앉는다. 나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언을 하고, 다시 책상 위로 쏟아지는 신고서들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또 다른 고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주식 시장이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종목이 급격히 하락 중이었다. 내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저가 매수의 기회가 드디어 다가온 걸까? 하지만 나는 확신할 수 없었다. 세무사로서의 일에 쫓기면서도, 투자자로서의 나를 놓지 않고 고민이 깊어졌다.

 

첫 번째 시련: 업무와 투자 결단 사이에서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나의 업무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정말 바쁜 날이었다. 종합소득세 신고 마감이 코앞이니 고객들의 문의가 폭주했고, 서류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서류를 검토하고 수정을 거듭했지만, 문득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지금이 내가 투자 결정을 내릴 순간인가?

차트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주가는 계속 하락하고 있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조급함이 밀려왔다. 오랫동안 기다렸는데, 이대로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지만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 그 순간이, 마감 업무와 뒤엉켜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투자자로서의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이 과도한 업무의 압박이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이 기회를 놓친다면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기회를 놓치지 마라, 하지만 서두르지 마라.”

최 사단의 말이 내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 조언은 나에게 늘 균형을 찾으라고 요구했다. 시장은 언제나 협조적이지 않다.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더욱더 이 순간이 중요한 듯했다.

 

두 번째 시련: 실수의 대가

그날 오후, 갑작스러운 문제가 터졌다. 한 자영업자 고객의 신고서에서 중요한 항목이 빠졌다는 걸 뒤늦게 발견한 것이다. 이 고객은 이번 신고에 재정적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나는 당황했다. 서류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최 세무사님, 이 부분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동료가 서류를 들고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건 작은 실수가 아니었다. 고객에게 큰 불이익이 갈 수 있는 중대한 실수였다. 나는 급하게 서류를 다시 검토하고 수정을 해야 했다. 고객에게도 사과를 하고 상황을 바로잡았지만, 마음속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내가 놓친 실수 하나가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

이 순간, 나는 또 다른 나의 고민이 떠올랐다. 투자에서도 내가 이런 실수를 저지르게 될까?

투자는 실수의 여지가 크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큰 대가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런데 세무사로서 서류 하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내가 과연 올바른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나는 두려워졌다. 어쩌면 내가 기다리던 기회는 또다시 놓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닐까?

 

세 번째 시련: 불안과 갈등의 심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이 복잡했다. 오늘 하루는 내 마음과 머리를 온통 어지럽히는 일들로 가득했다. 시장은 계속 하락하고 있었고, 나는 이 기회를 잡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세무사로서의 실수는 고치면 되지만, 투자에서의 실수는 다시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들으며 고민했다. 비는 내리고 있었고, 서울의 거리는 조용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은 결코 고요하지 않았다. 기다리자. 좀 더 기다리자. 나는 나 자신에게 말하며 차트를 다시 확인했다. 주가는 여전히 하락하고 있었고, 조급함은 다시금 나를 채웠다.

“스트라이크존을 그냥 지나가도 삼진 아웃 당하지 않는다.”

최 사단의 말이 떠올랐다. 시장은 내가 기대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나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갈등과 의심은 끝없이 반복되었고, 결정을 내리는 일이 점점 더 두렵게 느껴졌다.

반려견 해리가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언제나처럼 나를 조용히 응시하며 옆에 앉아 있었다. 해리의 평온한 모습은 잠시나마 내 마음을 진정시켰다. 마치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해리의 위로도 내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못했다.

 

결단의 순간: 기회는 다가오고

다음 날 아침,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빗소리가 내 마음을 조금씩 진정시켰다. 오늘은 종합소득세 마감일, 그리고 내가 기다리던 투자 결단의 날이었다. 나는 출근하기 전, 다시 한 번 차트를 확인했다. 주가는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다.

나는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느꼈다. 투자에서 중요한 건 인내와 결단의 균형이다.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분석을 끝냈고, 이제는 실행에 옮겨야 할 차례였다.

사무실에서 종합소득세 신고를 마무리한 후, 나는 마음을 정리한 상태로 투자 결정을 내렸다. 비가 내리는 서울의 풍경은 여전히 고요했지만, 내 마음속에는 더 이상 불안과 갈등이 남아 있지 않았다. 인내심 끝에서의 결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켜고 주식 거래를 시작했다. 기다림의 끝에 다가온 기회. 그 기회가 나를 성공으로 이끌지, 아니면 또 다른 시련으로 이끌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는 준비되어 있었다. 오늘은 내가 결정한 날이었으니까.

 

---

 

결단의 순간

 

 

#ref.:

Book) 투자에 대한 생각 -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기다려라

Book) 투자에 대한 생각 - 인내심을 가지고 기회를 기다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