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그린 너에게>
신사동의 가을은 유독 맑고 청명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이 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혜리는 카페 창가에 앉아 그런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돌려 다시 노트북 화면에 집중했다. 오늘은 이곳, 그녀가 자주 찾는 신사동의 작은 카페에서 일러스트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수정한 끝에도 그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지…”
혼잣말처럼 뱉은 말에 커피잔이 떨려 작은 소리를 냈다. 손에 쥐었던 스타일러스 펜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때,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또 무슨 고민 중이야?”
익숙한 그 목소리. 혜리는 펜을 내려놓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박서진, 일명 ‘신사동호랭이’라 불리는 음악 프로듀서였다. 몇 달 전, 같은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뒤 그들은 자주 마주쳤다. 처음엔 단순한 인사로 시작했지만, 그 후로는 서로의 예술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마다 혜리의 작업을 보고 묘한 감상을 남겼다. 그 말들이 신경 쓰이면서도, 때때로 그녀에게 위로가 되기도 했다.
“오늘도 그 그림?” 서진이 그녀 옆에 앉으며 물었다.
“응. 그런데 도저히 마음에 안 들어서…” 혜리는 답답한 듯 노트북 화면을 가리켰다.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혜리는 늘 그렇듯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렸다. 그의 말은 언제나 단순한 칭찬을 넘어서서, 그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의 깊이를 건드렸다.
“이건… 불안한 감정이 묻어나오네. 네가 그리는 건 그냥 예쁜 그림이 아니야. 이건 네 감정을 담은 거잖아. 그리고 그 불안감, 그게 더 솔직하게 드러나는 게 좋을지도 몰라.”
혜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서진의 말은 날카로웠지만 정확했다. 그의 시선은 늘 그녀의 그림 깊숙한 곳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다고 해서 작업에 대한 불안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그리는 그림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난 아직 확신이 없어. 사람들이 내 그림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지 모르겠어. 전시회를 연다고 해도, 내가 정말 보여주고 싶은 감정을 그들이 알아줄까?”
서진은 잠시 그녀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는 유명한 음악 프로듀서였다. 그의 음악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고, 그의 곡은 여러 차례 차트 1위를 기록했다. 그런 그에게는, 혜리가 느끼는 이 불안이 낯설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너무 멀리 느껴졌다.
그러나 서진은 고개를 저으며 혜리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가 입을 열었다.
“혜리, 사실 나도 너랑 똑같아. 사람들은 내 음악을 좋아하지만, 그게 진짜 내 음악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유행을 따르는 건지 난 여전히 헷갈려. 매번 곡을 만들 때마다 내가 사람들에게 진심을 전달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어.”
서진의 고백에 혜리는 놀랐다. 그는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대중의 기대와 자신의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그래도 넌, 이미 성공했잖아. 사람들은 네 음악을 듣고 감동받고…”
“그렇다고 해서 내 불안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서진은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사실, 너랑 얘기하면서 나도 내 음악을 다시 생각하게 됐어. 예술이라는 게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내가 어디까지 진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말이야.”
혜리는 그의 진심 어린 고백에 마음이 조금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서진 역시 자신처럼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만이 이러한 고민을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며칠 뒤, 혜리는 다시 카페를 찾았다. 이번엔 마음을 다잡고 전시회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전시회가 가까워지며 계속해서 두려움을 느꼈지만, 그 두려움 뒤에 그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진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도 자신처럼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정했어?”
서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혜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그는 언제나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응. 전시회를 열기로 했어. 두렵긴 하지만, 내가 그린 것들을 세상에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잘 생각했어. 네 그림은 이미 완성된 상태야. 너만 그걸 몰랐을 뿐이지.”
그날 이후, 혜리의 전시회 준비는 빠르게 진행됐다. 그녀의 그림은 단순한 일러스트를 넘어서,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깊이를 가지고 있었다. 서진은 그런 혜리를 지켜보며 자신 역시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되었다. 그 역시 자신의 음악을 통해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전시회 당일, 갤러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혜리는 긴장된 마음으로 사람들이 그녀의 그림을 바라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손은 떨렸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들이 하나하나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시회장 한편에서는 서진의 새로운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의 음악은 혜리의 그림과 완벽하게 어우러져,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 순간 혜리는 깨달았다. 그녀의 그림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서진의 음악과 함께, 그들은 서로 다른 예술을 통해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었다.
전시회가 끝나고, 혜리는 조용히 창가에 앉아 커피잔을 들고 있었다. 서진이 다가와 그녀 옆에 앉았다.
“어땠어?” 그가 물었다.
혜리는 미소 지었다. “생각보다 훨씬 좋았어.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무언가 느꼈다는 게,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
서진은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리 둘 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소통할 수 있었던 거야. 이제 너도 네 목소리를 찾았고, 나도 마찬가지야.”
그들은 함께 미소 지었다. 그 순간, 그들은 서로의 예술을 통해 치유되고 있었다.
에필로그
혜리와 서진은 그날 이후로도 각자의 예술 세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갔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내고 그것을 세상과 소통했다. 그들이 서로에게 준 감정적 위로는 그들의 작품 속에 녹아들었고, 그 결과물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그 모든 시작은 신사동의 작은 카페에서였다는 것을 그들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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