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입동의 빈대떡과 남대문 시인들

<입동의 빈대떡과 남대문 시인들>
 
 
**1. 잃어버린 일상**
 
코로나는 예상치 못하게 우리의 삶을 휘어잡았다. 그 시절, 서울의 거리는 생기를 잃고 정적에 잠겼다. 강민호는 여느 날처럼 출근하려 했지만, 거리는 텅 비어 있었고, 사람들은 모두 집 안에 갇혀 있었다. 아침마다 붐비던 지하철이 한산해지고, 회사는 텅 빈 공간이 되어갔다. 화면 속 동료들의 얼굴은 무감각하게 보였고, 점심시간의 수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일상이 단절되고 고립된 그 느낌은, 마치 서울이라는 큰 도시가 멈춰버린 듯했다.
 
그 시절, 정미숙은 남대문시장의 포장마차를 여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텅 빈 시장, 손님 없는 포장마차. 매일 아침 고소한 빈대떡을 부쳐도 그것을 먹을 사람은 없었다. 그래도 미숙은 포기하지 않았다. 가족, 특히 대학에 갈 아들을 생각하며 그녀는 힘겹게 포장마차를 열고, 다시 찾을 손님들을 기다렸다. ‘힘내세요, 언젠가는 예전처럼 돌아올 거예요’라는 단골 손님의 한 마디가 그녀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윤지훈은 그 시절 대학생이었다. 그의 방은 공부와 잠으로만 가득 찬 세계가 되었다. 캠퍼스에서의 웃음소리 대신, 화면 속 교수님의 얼굴과 끊김 많은 인터넷이 그의 대학 생활 전부였다. 친구들과의 소통은 채팅 앱을 넘지 못했고, 결국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지훈은 이 모든 것이 정지된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립감을 경험했다. 이젠 그냥 누군가와 직접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그 사소한 순간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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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울의 거리**
 
드디어 봉쇄가 풀리고, 서울의 거리는 다시금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무교동과 종로, 명동, 남산은 마치 긴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강민호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종로에서 만났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던 그 순간, 그는 새삼스럽게 이 장면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깨달았다. 친구와 함께 웃으며 커피 한 잔을 나누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정미숙도 남대문시장에서 다시 손님들을 맞이했다. 거리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녀의 포장마차 앞에 줄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머니, 빈대떡 한 장이요!' 밝은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녀의 마음에는 온기가 스며들었다. 미숙은 그동안의 외로움과 고독을 조금씩 씻어내는 듯했다. 빈대떡을 구우며 나누는 짧은 대화 속에서 사람들은 웃었고, 그 웃음은 시장을 가득 메우며 예전의 활기를 되찾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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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대문시장의 온기**
 
입동의 차가운 저녁, 강민호는 회사 일을 마치고 남대문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장에는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물건을 사고파는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민호는 그 소리들을 들으며 그동안 얼어붙었던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미숙의 포장마차 앞에서 빈대떡을 기다리며, 민호는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모두가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이게 진짜 서울의 모습이지.' 민호는 생각했다. 그는 빈대떡을 받으며 미숙과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도 손님이 많으시네요. 덕분에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죠? 이렇게 다시 장사할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미숙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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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입동의 빈대떡**
 
입동의 바람은 매서웠지만, 미숙의 포장마차에서는 고소한 빈대떡 냄새가 사람들을 이끌고 있었다. 윤지훈은 친구들과 함께 남대문시장에 들렀다. 친구들과 늦은 저녁 빈대떡을 나눠 먹으며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진짜, 저번 학기 내내 집에만 있으니 미칠 것 같더라고.” 윤지훈이 빈대떡을 한입 물며 말했다.
 
“그러니까! 교수님 얼굴을 영상으로만 보니까, 학교 다니는 기분도 안 났지 뭐야.” 친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모여서 빈대떡 먹으니, 진짜 다 지나갔구나 싶어.” 지훈은 웃으며 빈대떡을 한 조각 더 집었다. 따뜻한 빈대떡의 온기는 차가운 밤공기를 잊게 해주었다. 그 순간, 지훈은 진정한 일상의 행복이란 이런 사소한 것들에서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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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람들의 미소**
 
민호는 미숙의 포장마차에서 빈대떡을 다 먹고 일어섰다. 그는 시장을 거닐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시라는 게 꼭 시집 속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그는 입동의 저녁, 그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따뜻한 미소와 빈대떡을 나누는 이 평범한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시적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의 분주함 속에서도 이런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지금이야말로 시가 깃든 시간이었다.
 
미숙의 포장마차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는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빈대떡을 나눠 먹으며 서로에게 미소 짓는 장면을 목격했다. 할아버지가 투덜대듯 말했다.
 
“여보, 이거 우리 집에서 부치는 것보다 더 맛있잖아.”
 
그러자 할머니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내가 자꾸 나오자고 했잖아요. 집에만 있으면 재미없다고.”
 
민호는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혼자 피식 웃었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이 아닌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겨진 따뜻한 시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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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진정한 시**
 
민호는 빈대떡을 먹으며 옆 테이블에 앉은 지훈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들었다. 그들은 코로나 동안 잃어버린 시간과 그동안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며, 다시 만난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민호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도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음을 느꼈다.
 
“너희들 이야기 듣고 있으니, 정말 공감이 되네요. 우리 모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죠.” 민호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윤지훈과 친구들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시 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어요.” 윤지훈이 말했다. 민호는 그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며 그동안의 고립과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서로가 경험한 작은 에피소드를 나누며 웃음이 터졌고, 그 순간 그들의 대화 속에는 따뜻한 유머와 위로가 가득했다. '아니, 진짜 그때 줌 수업 중에 교수님이 음소거 안 하신 거 들었어? 그거 완전 레전드였지!' 지훈의 친구가 말하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민호도 그들과 함께 웃으며, 이런 사소한 유머들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새삼 깨달았다.
 
 
**7. 추운 날씨 속 온기**
 
입동의 날씨는 여전히 매서웠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사람들은 옷깃을 단단히 여몄다. 그러나 남대문시장 안에서만큼은 그 차가운 기운이 그리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빈대떡의 고소한 냄새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 소리, 밝게 웃으며 포장마차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곳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윤지훈과 친구들은 빈대떡을 먹고 난 뒤 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로 했다. 지훈이 말하길, "와, 진짜 오랜만에 이런 분위기야. 우리도 뭔가 사 가자!" 친구들은 여기저기 가판대에 들러 간식을 사고, 작은 소품들을 구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지훈은 한 노부부가 팔고 있는 손뜨개 모자에 눈이 멈췄다. "어? 이거 귀엽다. 하나 사볼까?" 그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물었다. "할머니, 이거 직접 뜨신 거예요?" 할머니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매일 저녁마다 앉아서 하나씩 떴지. 손이 시려워도 이렇게 만들어서 여러분이 쓰면 따뜻해지니까 얼마나 보람 있는지 몰라."
 
지훈은 웃으며 모자를 샀다. 친구들도 하나씩 고르며 그 노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아버지, 이 모자는 진짜 따뜻해 보이네요. 저희 엄마가 쓰시면 좋아하시겠어요." 친구 중 하나가 말하자, 할아버지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하나 더 가져가. 너희 같은 젊은이들이 우리 물건 좋아해 주니 고맙지."
 
그들은 손뜨개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나누었다. 모자를 쓴 친구의 모습을 보며 지훈이 농담을 던졌다. "야, 너 왜 이렇게 귀엽냐? 진짜 곰돌이 같다!" 친구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그 따뜻한 웃음소리는 시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춥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들이었다. 서로가 함께함으로써 따뜻해진 이 순간들은, 그들에게 진정한 온기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8. 삶의 시를 찾아서**
 
입동의 추위 속에서도 따뜻함을 느끼며, 윤지훈과 친구들은 시장을 돌아다니며 한참을 더 놀았다. 시장의 골목마다 활기가 넘치고, 상인들의 활기찬 목소리가 그들을 반겼다. 윤지훈은 친구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게, 결국 우리가 바라는 삶의 본질이 아닐까?'
 
강민호는 남대문시장을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일상에 묻혀 있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있었다. 요즘 들어 문득문득 일상의 순간들이 시처럼 다가왔다. 복잡한 지하철, 바쁜 일과, 그리고 퇴근 후 시장에서 먹는 빈대떡 한 조각. 그 모든 순간이 마치 시의 한 구절처럼 가슴에 와닿았다.
 
민호는 한 가판대 앞에서 멈춰섰다. 거기에는 오래된 책들이 쌓여 있었고, 그 중에는 시집도 몇 권 있었다. 민호는 한 권을 집어 들고, 그 자리에서 몇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시의 구절들이 마음속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시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우리의 일상이 바로 시네."
 
미숙의 포장마차 근처에서는 사람들이 모여들며 따뜻한 빈대떡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숙은 손님들을 맞이하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장사일지라도,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와 웃음이 무엇보다도 소중했다. 한 손님이 말했다. "빈대떡 냄새가 너무 좋아요. 이 냄새만 맡아도 마음이 편해지네요." 미숙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죠? 이렇게 와서 웃고 떠들고, 빈대떡 한 장 나누는 게 최고죠."
 
지훈, 민호, 그리고 미숙.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 속에서 시를 찾고 있었다. 빈대떡을 나누며 나오는 웃음소리, 손뜨개 모자를 쓴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모습, 그리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마음. 그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시였다. 그들은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이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느끼며, 서로에게 깊이 감사했다.
 
추위 속에서 사람들의 온기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이 남대문시장의 풍경. 그것은 일상의 아름다움이었고, 삶 그 자체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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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의 빈대떡과 남대문 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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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김종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