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Literature)/한국 시 (Korean Poetry)

Poem) 백석, <산곡>: 겨울을 기다리는 산골의 고요와 소망

sosohantry 2025. 5. 1.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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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산곡>


원문:
<산곡>

돌각담에 머루송이 깜하니 익고
자갈밭에 아즈까리알이 쏟아지는
잠풍하니 볕발은 곬작이다
나는 이 곬작에서 한 겨울을 날려고 집을 한 채 구하였다

집이 멫 집되지 않는 곬 안은
모두 터앞에 김장감이 퍼지고
뜰악에 잡곡 낙가리가 쌓여서
어니 세월에 뷔일 듯한 집은 뵈이지 않었다
나는 작고 곬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곬이 다한 산대 밑에 작으마한 돌능와집이 한 채 있어서
이 집 남길동다ᇍ 안주인은 겨울이면 집을 내고
산을 돌아 거리로 날여간다는 말을 하는데
해발은 마당에서는 꿀벌이 스무나문 통 있었다

낮 기울은 날을 해ㅅ볕 장글장글한 퇴ㅅ마루에 걸어앉어서
지나 여름 도락구를 타고 장진땅에 가서 꿀을 치고 돌아왔다는 이 벌들을 바라보며 나는
날이 어서 추워저서 쑥국화꽃도 시들고
이 바즈런한 백성들도 다 제집으로 들은 뒤에
이 곬 안으로 올 것을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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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 변환 시도:

<산곡>


돌담에 머루송이가 까맣게 익고
자갈밭에는 아주까리 열매가 쏟아진다.
잔잔하게 부는 바람과 햇살이 골짜기를 가득 채운다.
나는 이 골짜기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집 한 채를 구했다.

집이 몇 채 되지 않는 골짜기 안에는
모두 집 앞에 김장거리가 널려 있고
마당에는 잡곡 낟가리가 쌓여 있다.
아주 오래된 집들은 세월이 지나면 무너질 듯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자꾸만 골짜기 안으로 깊이 들어갔다.

골짜기가 끝나는 산기슭 아래에
작고 아담한 돌지붕 집이 한 채 있었다.
이 집 주인은 겨울이 되면 집을 내놓고
산을 넘어 마을로 나간다고 했다.
마당에는 꿀벌통이 스무 개나 있었다.

해가 기울어가는 날,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지난 여름, 산을 넘고 장진 땅까지 가서 꿀을 따고 돌아온 이 벌들을 바라보며 나는
어서 날이 추워져서 쑥국화꽃도 시들고
이 부지런한 사람들도 모두 제 집으로 들어간 뒤에
이 골짜기 안으로 올 것을 생각했다.

 

 


산곡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

백석(白石, 본명: 백기연)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분단의 시대를 살았던 대표적인 한국 시인입니다. 일본 유학 후 조선일보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 『사슴』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백석은 향토적 언어와 민족적 정서를 시에 담아내는 데 탁월했으며, 평생을 가난하고 외로운 이웃, 자연,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의 격동기를 살아가면서도 친일시를 쓰지 않았고, 해방 후에는 고향에 남아 조용히 생을 마감했습니다1012.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

<산곡>은 1937년 발표된 작품으로, 함경남도 함주 지방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연작시 ‘함주시초’ 중 하나입니다. 시인은 산골짜기의 늦가을 풍경-머루송이, 아주까리, 김장감, 잡곡 낟가리 등-을 토속적 언어로 그려내며, 한적한 골짜기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어하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이 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도시와 현실의 소란함을 피해 자연과 고요 속에서 안식을 찾으려는 화자의 내면을 보여줍니다2613.

 

작품의 흥미로운 뒷이야기

이 시가 쓰인 시기는 백석이 조선일보 기자직을 그만두고 함흥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던 때입니다. 당시 그는 ‘자야’(김영한)와의 사랑, 시대적 현실, 그리고 내면의 번민 속에서 산골의 고요함을 동경했습니다. 실제로 백석은 도시의 소란과 사회적 혼란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신을 정리하고자 하는 소망을 여러 시에 담았습니다212.

 

영향력 분석

 

이 작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산곡>은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자연과 고요, 그리고 자기만의 공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공감을 줍니다. 시인은 도시의 소란과 인간관계의 피로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의 평화와 안식을 노래하며, 우리에게도 때로는 ‘골안’(골짜기 안)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쉼을 찾을 필요가 있음을 일깨워줍니다813.

 

이 작품에게 영향을 받은 분야

  • 현대 한국시에서 향토적 언어와 방언의 적극적 활용
  • 자연주의적 서정시의 전통 계승
  • 시적 공간의 상징성(도피, 안식처 등)에 대한 탐구
  • 일상과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재발견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선정 및 답변 제공

Q) 왜 화자는 골짜기 깊은 곳으로 들어가 한적한 집을 찾으려 했나요?
A) 화자는 현실의 소란함과 단절되어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산골짜기의 고요함과 자연 속에서의 평화, 그리고 부지런히 일하다 겨울이 오면 쉬는 벌들의 모습에서 자신도 쉼을 얻고자 했습니다. 이는 일제강점기의 불안한 현실과 개인적 번민 속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와 휴식을 갈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61113.

 

용어 및 배경 설명

 

핵심 용어 및 어려운 용어 설명

  • 돌각담: 돌로 쌓은 담장
  • 머루송이: 머루(산포도) 덩어리
  • 아즈까리알: 아주까리(피마자) 열매
  • 잠풍하니: 잔잔한 바람이 부는 모습(잔풍, 殘風)
  • 곬작(골짝): 골짜기, 산과 산 사이의 좁고 깊은 곳
  • 남길동: 저고리 소맷부리에 이어 대는 남색 천
  • 장글장글: 해가 따갑게 내리쬐는 모양
  • 돌능와집: 돌로 만든 너와(지붕)집, 돌지붕집
  • 바즈런한: 부지런한(방언)
  • 쑥국화: 가을에 피는 국화의 일종

 

시 제목의 의미 및 설명

  • 산곡(山谷): 한자로 ‘산(山)’은 산, ‘곡(谷)’은 골짜기를 뜻합니다. 즉, ‘산골짜기’라는 의미로, 도시나 마을에서 벗어난 깊은 산속의 한적한 공간을 상징합니다. 이 제목은 시 전체의 공간적 배경이자, 화자가 찾고자 하는 안식처를 의미합니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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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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