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다시 강가에 나와 있다. 이곳은 내게 언제나 쉼을 주는 공간이었다. 차가운 도심의 분주함 속에서, 이 강물만큼은 나에게 고요한 위안을 준다. 오늘도 나는 물결을 따라 흐르는 내 마음을 바라본다. 강물처럼 내 마음에도 끝없이 무언가가 흘러가는 것 같다. 그러나 그 흐름이 어디로 향하는지,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다.
2년 전 이곳에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하면 많이 변했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강물은 똑같이 흐르지만,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조금 더 나 자신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회상 – 꿈과 현실의 충돌

대학 시절,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분명했고, 그 길을 가기만 하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문학을 전공하면서 내가 언젠가 이름난 작가가 될 것이라 기대했고, 글을 쓰는 것만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이 내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졸업 후,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글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한한 경쟁 속에서 버텨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출판사, 언론사에 무수히 많은 이력서를 보냈고, 그 중 몇 군데에서 면접을 봤지만 결과는 냉혹했다. "더 나은 이력과 경력을 가진 후보를 선택했다"는 답변이 돌아올 때마다 내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이 상황이 몇 달간 지속되면서 나는 점점 무기력해졌다.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좋았지만, 그것이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은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그때 나는 혼자 강가로 나와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내 인생도 이렇게 흘러가버리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다.

사회와 나의 거리

그 시절이 길어질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을 세상에서 동떨어진 존재로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은 기술 혁신과 빠르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친구들은 모두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거나, 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고 있었다.
특히 ASML 같은 기술기업들이 첨단 반도체 기술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나는 내 글쓰기가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얼마나 무력해 보이는지 절감했다. 친구들이 개발자, 엔지니어가 되어 현실적인 성공을 이루는 동안, 나는 혼자만 다른 세계에 갇혀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친구가 나에게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건넸다. 그 책은 국가나 경제 체제에 관한 것이었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내 실패의 원인을 찾으려 애썼다. "세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나는 왜 변하지 못하고 있을까?" 내 문제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사회와 내가 맞물리지 않는 데서 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은 빠르게 성공의 길로 달려가고 있었지만, 나는 그 속도에 맞추지 못한 채 뒤처져 있었다.

내면의 갈등과 인간관계

그 시기에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가까운 친구들이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 혼자만 도태된 기분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길을 걷던 친구들마저 점차 현실적인 길을 택해 나아가면서, 나는 그들로부터도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대화를 할 때마다 나는 점점 나 자신의 초라함을 느꼈고, 그들과의 만남이 점점 부담스러워졌다.
그러다 결국 나는 연락을 끊었다. 그들에게서 도망친 것이다. 내가 그들과 어울릴 자격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을 볼 때마다 내 실패가 더 크게 느껴졌다. 이젠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나는 강가로 더 자주 나오게 됐다. 자연의 고요함만이 나에게 잠시나마 위안을 주었다.

강가에서 얻은 깨달음

오늘 아침, 나는 다시 그 강가에 서 있다. 이곳에서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나처럼 무기력하게 강물에 휩쓸리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여전히 세상의 빠른 흐름 속에서 나는 느리게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강물은 항상 흐른다. 그 물의 속도와 방향을 내가 정할 수는 없지만, 그 물이 언젠가 도달할 곳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내가 겪은 실패와 좌절은 내게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그 상처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다. 나를 괴롭히던 것은 세상의 잣대였다. 나는 그 잣대에 맞추려고 스스로를 밀어붙였지만,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천천히 찾아가기로 했다. 성공의 기준이 나에게 강요될 필요는 없다.
나는 더 이상 세상의 속도에 억지로 맞추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내 강물처럼, 나만의 방식으로 천천히 흐를 것이다.

새로운 시작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내디뎠다. 강물은 여전히 잔잔하게 흐르고 있다. 하지만 내 마음속의 강물은 이제 조금씩 맑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와 실패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았다.
인생은 이 강물처럼 끝없이 흐를 것이다.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섰을 뿐이다. 그리고 다시 흘러가리라. 어딘가 나만의 목적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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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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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