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 마이 네임>
1. 마음의 호수
서울예대 연기과에서 지윤은 늘 혼란 속에 있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나는 거울을 보는 듯했다. 그 속의 나는 연기가 아니라 내 자신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매번 대사를 외칠 때마다 목소리는 깊이를 잃고, 감정은 얕아졌다.
“지윤, 넌 여전히 감정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너의 연기 속에 너 자신이 보이지 않아.” 민우 교수의 목소리는 늘 냉정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마치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더 깊이 갇혀버렸다.
'세이 마이 네임'이라는 연극에서 나는 주연을 맡아야만 했다. 그 역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회였고, 그 무대에서 나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왜 나는 내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까? 그 대답을 찾을 수 없었다.
연습이 끝난 뒤, 나는 캠퍼스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나갔다. 호숫가에 앉아 물을 바라봤다. 내 마음도 이 호수와 같았다. 잔잔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나의 감정들이 마치 바닥에 가라앉은 돌처럼 고요하게 묻혀 있었다.
“내 마음은 호수다…” 나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문득 시 한 구절이 떠올랐다. 김동명의 시처럼, 누군가 내 마음의 호수로 노를 저어 다가와 주길 바랐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오지 않았고,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찾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내 안의 호수 깊이 가라앉은 감정을 끌어올리겠다고.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직면해야만 했다.
2. 촛불처럼 흔들리다
며칠 후,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연극의 가장 중요한 장면, 인물이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장면에 감정을 쏟아내야 했다. 그러나 입술이 떨리며 말문이 막혔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해.” 민우 교수는 엄격하게 말했다. 그의 말에는 실망이 담겨 있었다.
나는 다시 대사를 외쳤다. 그러나 여전히 내 목소리는 약하고 떨렸다. 무대 위에서 나는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작은 바람에도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것 같았다. 왜 나는 내 감정을 이토록 두려워하는 걸까? 나의 불안은 깊어만 갔다.
리허설이 끝난 후, 나는 무대 뒤에서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혜민이 다가왔다. "지윤아, 괜찮아?" 그녀는 항상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냈지만, 그날만큼은 진지했다.
"나… 무대 위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어." 나는 솔직히 털어놓았다.
혜민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말했다. "너 자신을 너무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아. 네 감정을 드러내는 게 두려운 거지?"
그 말은 나를 찔렀다. 맞다. 나는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진짜로 무대 위에서 나를 표현할 수 없을까 봐, 실패할까 봐, 민우 교수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봐. 그러나 그 두려움이 나를 계속 가로막고 있었다.
나는 혜민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촛불을 켜고 그 앞에 앉았다. 타오르던 불꽃은 미세하게 떨리며 서서히 작아져갔다. 내 마음도 그 촛불 같았다. 내가 두려움을 직면하지 않으면, 나는 끝내 타오르지 못할 것이다.
3. 바람에 떠도는 나그네
시간은 흘렀고, 공연 날이 가까워졌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무대 위에서 불안했다. 민우 교수는 내가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너는 여전히 감정이 부족해. 네가 느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줘야 해.” 그의 말은 차갑지만 정확했다.
나는 그가 왜 나에게 이렇게까지 엄격한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기대하는 것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왜 나는 이런 평가를 받을까? 왜 내 자신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을까?
연습이 끝나고 나는 혼자 공원을 찾았다. 낙엽들이 바람에 쓸려가고 있었다. 그 낙엽들은 마치 나와 같았다. 바람에 떠밀려 여기저기 떠도는 나그네 같은 존재. 나는 언제쯤 이 떠도는 삶을 멈추고 내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호숫가 벤치에 앉아 나는 두려움과 맞서기 위해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누구지?” 그러나 그 질문은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나는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았다. 나는 그 질문을 곱씹으며, 내 안의 두려움과 직면하기로 결심했다.
4. 세이 마이 네임
드디어 공연 날이 다가왔다. 나는 여전히 두려웠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두려움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민우 교수의 말이 떠올랐다. “연기는 네 이름을 외치는 거야. 네가 누구인지 보여줘야 해.”
무대 뒤에서 나는 숨을 고르고 마음을 다잡았다. 내가 이 순간을 기다려온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내 이름을 외치고, 내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조명이 켜지고, 나는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순간, 내 안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이 서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마음속의 호수가 흔들리고, 촛불이 흔들렸지만 이제는 괜찮았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내 이름은 지윤이야!” 나는 외쳤다. 그 순간, 내 목소리는 무대 위를 가득 채웠다. 내 안에 감춰둔 두려움과 불안이 모두 풀어져나갔다. 나는 더 이상 나그네처럼 떠도는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내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공연이 끝난 후, 민우 교수는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잘했어, 지윤. 이제야 너 자신을 찾았구나.” 그의 말에 나는 미소 지었다. 나는 나 자신을 마주했고, 그를 통해 진정한 나를 발견했다.
에필로그
공연이 끝난 후, 나는 다시 호숫가에 나갔다. 이번에는 바람이 불어도 내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 안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고, 나는 이제 더 이상 나그네처럼 떠도는 존재가 아니었다. 나는 내 이름을 찾았고, 그 이름을 자랑스럽게 외칠 수 있었다.
#ref.:
Poem) 김동명, <내 마음은>
김동명, 내 마음은 호수(湖水)요,그대 노 저어 오오.나는 그대의 흰 그림자를 안고, 옥(玉)같이그대의 뱃전에 부서지리다. 내 마음은 촛불이요,그대 저 문을 닫어 주오.나는 그대의 비단 옷자
sosohantry.tistory.com
'글쓰기 (Write) > 이해를 돕기 위한 단편 (Short story with AI)' 카테고리의 다른 글
| Short story) 빛을 그린 너에게 (6) | 2024.10.17 |
|---|---|
| Short story) Anatomy of Lies (2) | 2024.10.16 |
| Short story)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5) | 2024.10.16 |
| Short story) Until the Peonies Bloom (5) | 2024.10.15 |
| Short story) 히든페이스의 비밀 (0) | 2024.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