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히든페이스의 비밀

<히든페이스의 비밀>

나는 집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내가 무슨 이유로 숲을 걷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단순히 벗어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능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으니까. 모의고사가 끝난 후 며칠 동안은 숨이 막힐 듯한 압박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왜 이토록 평범할까? 왜 특별하지 못할까?** 같은 고민이 매일같이 머리를 짓눌렀다.

오늘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생각에 숲으로 나왔다. 익숙한 산책로를 걸으며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기를 바랐지만, 기분은 한층 더 무거워질 뿐이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다. 걷던 길이 점점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귀에 크게 울려 퍼졌고, 나무들 사이로 어둠이 짙어졌다.

그 순간, 누군가 내 앞을 막아섰다. 짙은 검은 망토를 입은 사람. 그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 나는 순간 멈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낯선 기운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너, 나와 함께 해야 해." 그가 말했다.

"누구세요?"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너는 내 세계에 초대받았어. 네가 원한다면, 이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의 목소리는 신비하고도 묘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벗어난다. 그 말이 내 마음을 자극했다. 수능, 부모님의 기대, 그 모든 압박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나는 그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나와 함께 와." 그는 나를 이끌었다. 우리는 짙은 숲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발걸음을 내디딜수록 주변이 변해갔다. 어둡고 음침했던 숲이 점점 환상적인 모습으로 바뀌었다. 나무들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햇살이 그 사이를 가로지르며 빛났다. 나무들 사이로 웅장한 초록빛이 펼쳐졌다. 눈앞에는 거대한 열대 우림이 펼쳐져 있었다. 더 이상 이곳은 내가 아는 숲이 아니었다.

"이곳은 어디죠?"

"여기는 아프리카의 깊은 숲이야. 이곳에서 너는 네가 찾던 답을 찾게 될 거야." 그가 말했다.

 

**첫 번째 시련: 영원의 모란을 찾아라**

그는 내게 첫 번째 시련을 던졌다. "네가 이 숲에서 '영원의 모란'을 찾아야만 해. 그 꽃을 찾지 못하면 너는 이곳에서 돌아갈 수 없을 거야."

나는 숲 속을 걸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숲은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 무언가 살아있는 듯했다. 짙은 풀과 덩굴들 사이로 나는 그가 말한 꽃을 찾아 나섰다. 이 숲이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끝도 없이 이어지는 숲 속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이 빠져들고, 점점 지쳐갔다. 그때, 내 앞에 한 줄기 빛이 비추었다. 빛나는 꽃이 나무 그늘 아래 숨겨져 있었다. 그것은 찬란한 모란이었다. 하얗게 빛나면서도, 어느 순간 금방이라도 시들 것 같은 연약함이 느껴졌다.

나는 그 꽃을 잡았다. 손에 닿는 순간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히든페이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첫 번째 시련을 통과했구나. 하지만 이 꽃은 영원하지 않아. 두 번째 시련으로 가야 해."

 

**두 번째 시련: 시험지를 마주하라**

그와 함께 걷다 보니, 어느새 내 눈앞에 책상이 놓여 있었다. 책상 위에는 익숙한 시험지가 놓여 있었다. 10월 모의고사.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시험이었다. 시험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자,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 시련은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마주하는 것이야. 너는 이 시험을 풀어야 해."

나는 펜을 들었다. 시험지에 답을 적어 내려가야 했지만, 손이 떨렸다. **이건 현실이 아니다**라고 계속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그 두려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시험에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를 옥죄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며 다시 펜을 잡았다. 하지만 그 순간 시험지의 글자들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글자가 사라질수록, 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내가 이 시험에 갇힌 게 아니라, 내가 만든 두려움에 갇혀 있었던 거였어."

시험지는 어느 순간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세 번째 시련: 히든페이스의 얼굴을 봐라**

"이제 마지막 시련이야." 히든페이스가 말했다. "너는 나의 얼굴을 마주해야 해. 그게 네 마지막 시련이야."

나는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두려움이 다시 밀려왔다. 그를 마주해야만 했지만, 나는 그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련을 넘기지 않으면 현실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의 망토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의 얼굴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마주하고 말았다. 그 얼굴은 내가 숨기고 싶었던 내 가장 나약한 모습이었다. 시험에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평범하다는 무력감, 그리고 내가 도망치고 싶어하던 현실의 모든 것들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 얼굴을 바라봤다. 히든페이스의 얼굴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그래, 내가 진짜로 도망치고 싶었던 건 바로 나 자신이었어."

그 순간 그의 얼굴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리고 모든 것이 사라졌다.

 

**결말: 돌아온 현실**

눈을 뜨니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숲은 여전히 고요했고,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었다. 집으로 향하는 길에, 더 이상 그 무거운 압박이 나를 짓누르지 않았다. 이제는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과 마주하는 힘을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모란이 피기까지, 나는 다시 찬란한 봄을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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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페이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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