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문양>
1장. 시간의 균열
서울의 한옥마을은 늘 고요한 오후를 품고 있었다. 초겨울의 냉랭한 공기가 공중에 맴돌고, 나무로 된 대문들은 미동도 없이 닫혀 있었다. 윤도현은 노트북 가방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오늘도 야근이었다. 연구소에서 쏟아지는 프로젝트와 끝없는 보고서들이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반쯤 감은 채 걸었다. "오늘도... 별다를 것 없겠지." 그때였다.
왼쪽에 위치한 오래된 한옥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옆집의 전등 빛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빛의 흔들림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출렁였다. 도현은 무심히 지나치려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춰 섰다.
"뭐야...? 전등이 아니잖아."
도현은 한옥 대문 쪽으로 다가갔다. 대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그 아래로 빛이 꿈틀대며 흘러나오고 있었다.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그는 초인종을 누르려다 멈췄다. 대문은 약간 밀리며 열려 있었다.
“혹시... 안에 사람 있나요?”
대답이 없었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집 안은 고요했다. 한옥의 내부는 예상보다 훨씬 깨끗했으며, 고풍스러운 가구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지만 공기가 이상했다. 너무 차가웠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이 어딘가 어긋난 듯 느껴졌다.
거실 한가운데, 오래된 책상이 놓여 있었다. 그 위에는 고서 한 권이 펼쳐져 있었고, 고서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뭐지...? 저건..."
그가 고서 가까이 다가가자, 공중에서 한글 문양들이 떠올랐다. 자음과 모음이 조화롭게 움직이며 빛을 발했다. 도현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초침이 멈춰 있었다.
"이게 어떻게..."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윤도현."
도현은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낯설지만 너무도 익숙한 얼굴. 나이가 든 남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남자는 마치 도현이 거울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넌 지금부터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해." 남자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하는 모든 선택은 시간을 바꿀 수도, 파괴할 수도 있어."
도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당신 누구야? 이게 무슨 일이야?"
남자는 고서의 빛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건 열쇠다. 하지만 열쇠는 항상 책임을 요구하지."
그 순간, 한옥의 천장이 빛으로 갈라졌다. 무언가 거대한 것이 시간의 틈새를 통해 밀려들어오는 것 같았다. 도현은 자신이 상상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혼란에 빠졌다.
"선택은 너의 몫이다, 도현. 하지만 기억해. 어떤 선택도 대가를 요구한다."
남자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리고 빛과 함께 사라졌다.
2장. 한옥의 비밀
윤도현은 한옥의 현관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자신이 겪은 일이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래의 자신이라는 남자, 빛나는 한글 문양, 그리고 멈춰버린 시계. 모든 것이 꿈처럼 비현실적이었다.
그는 다시 고서가 놓여 있던 책상으로 눈길을 돌렸다. 방금 전 떠올랐던 빛나는 문양들은 사라지고, 책상 위에는 고서만 남아 있었다. 조심스레 고서의 표지를 만져보았다. 얇고 거친 종이는 오래된 세월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 책... 도대체 뭐야?"
고서의 첫 장에는 세로로 적힌 한글이 눈에 띄었다. 그 내용은 이렇게 쓰여 있었다.
"시간은 흐르는 강이 아니다. 이는 선택으로 쌓이는 돌이며, 돌이 다리를 만들기도 하고 강을 막아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도현은 숨을 삼켰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당장 연구소로 돌아가 이 책을 분석하고 싶었지만, 책에서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가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내가 정말... 이걸 가져가도 괜찮은 걸까?”
잠시 망설이던 도현은 고서를 품에 안고 한옥을 나섰다. 찬 바람이 그의 얼굴을 때리며 현실로 돌아왔다는 기분을 들게 했다. 그러나 마음은 무거웠다. 그가 한옥을 빠져나오며 뒤를 돌아보자, 한옥의 문이 저절로 천천히 닫혔다. 마치 그곳에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처럼.
며칠 후, 연구소
도현은 고서를 연구소로 가져와 조심스럽게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는 책의 표면을 스캔하고, 종이의 성분을 조사하며 고서의 연대를 추정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이게 말이 돼? 이 종이는 19세기 조선 시대 것으로 보이는데, 내용 중 일부는 현대의 과학적 개념을 암시하고 있어."
고서 속에는 현대에 발명된 원자론이나 상대성 이론 같은 내용을 암시하는 구절들이 암호처럼 흩어져 있었다. 도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 그의 컴퓨터 화면이 깜박이며 알림이 떴다.
[익명 메시지: 고서를 돌려놔라. 네가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질 것이다.]
도현은 메시지를 읽으며 뒷목이 서늘해졌다. "이게 뭐야...?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거야?"
그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것도 이상한 점은 없었다.
밤, 집
도현은 연구소에서 분석한 데이터를 집으로 가져왔다. 그는 책의 내용을 다시 읽어보며 단서가 될 만한 구절을 찾기 시작했다.
책의 뒷부분에는 복잡한 한글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다. 자음과 모음이 원형으로 배열된 도형은 마치 어떤 지도를 암호화한 것 같았다.
그가 문양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건 익숙한 목소리였다.
“윤도현. 내가 말했지. 네가 선택한 모든 것이 결과를 초래한다고.”
미래의 도현이었다. 이번에는 그의 표정이 더 단호해 보였다.
"네가 그 고서를 가져간 순간, 균열이 시작됐어. 지금 당장 그걸 되돌려놔야 해."
"무슨 소리야? 이 고서에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도현이 소리쳤다.
"그건 열쇠야. 시간을 연결하는 열쇠. 네가 이걸 잘못 사용하면 모든 게 무너져버릴 거야."
다음 날, 한옥마을
도현은 다시 한옥으로 돌아갔다. 고서를 돌려놓으라는 미래의 자신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계속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한옥의 대문은 이번에도 열려 있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자, 고서가 처음 놓여 있던 책상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거대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바닥을 가로지르는 한글 문양은 빛나며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듯했다. 도현은 무릎을 꿇고 그 문양을 바라보았다.
그때, 누군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돌아보니 한 여성이 서 있었다. 그녀는 서늘한 눈빛으로 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윤도현 씨죠? 고서를 돌려놓으라는 경고를 받지 않았나요?"
도현은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누구죠?"
그녀는 조용히 대답했다.
"리사 김이에요. 뉴욕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당신과 함께 해야 할 일이 있어요."
3장. 뉴욕의 암호
서울의 오후 하늘은 청명했지만, 윤도현의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 방금 만난 여성, 리사 김이라는 인물은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단서를 너무도 단호하게 던졌다. 뉴욕에서 온 그녀는 고서를 품에 안고 마치 이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당신이... 뉴욕에서 왔다고요?" 도현은 리사를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이 고서를 연구하기 위해 왔어요. 그리고 당신은 그 비밀의 일부인 것 같군요."
리사는 고서의 첫 장을 펼치며 한글 문양을 가리켰다. "이 문양들, 당신은 본 적 있나요?"
도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봤어요. 한옥에서 처음 나타났어요. 그런데... 왜 그걸 당신이 알고 있죠?"
리사는 한숨을 쉬며 고서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이 고서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닙니다. 이건 시간이 엮인 암호입니다. 뉴욕에서 이 고서를 해독하는 중에 알게 됐어요. 그 중심에 있는 단어는 '선택'이에요."
리사의 과거
리사는 뉴욕의 작은 연구소에서 한글 고서를 처음 접했다.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탐구하기 위해 이 고서를 연구하다가, 한글 문양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단순히 조선 시대의 문화적 유산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상한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죠."
고서의 특정 부분에는 현대적 개념과 과학적 이론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텍스트의 문제가 아니었다. 문양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은 특정 주파수의 빛을 내뿜고 있었다.
리사는 뉴욕의 첨단 장비를 통해 문양의 구조를 분석하던 중, 그것이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도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를 더 깊이 파헤치기 위해 서울로 왔다.
두 사람의 충돌
도현은 리사의 설명을 듣고 난 뒤에도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시간의 지도라고요?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초현실적인 게 어떻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거죠?"
리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건 많아요. 하지만 이건 그냥 이론이 아니에요. 고서를 해독하다 보면, 당신도 알게 될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도요."
두 사람은 고서와 문양을 중심으로 논쟁을 벌였다. 도현은 여전히 문양의 초현실적 특성을 믿기 어려워했지만, 리사는 고서 속의 단서와 도현이 경험한 시간 왜곡 현상이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간의 균열이 확산되다
바로 그때, 한옥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길을 걷던 사람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상태에 빠졌다.
도현은 깜짝 놀라며 리사를 쳐다보았다. "이건... 대체 무슨 일이죠?"
리사는 고서의 문양이 빛을 내뿜는 것을 보고 말했다. "시간 균열이 더 확산되고 있어요. 고서가 반응하고 있네요.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고서를 다시 펴고 문양의 배열을 살폈다. 리사는 고서의 문양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이건 단순히 글자가 아니에요. 이건 좌표예요. 시간의 틈새 공간으로 들어가는 길을 가리키고 있는 거죠."
도현은 리사의 말을 믿기 힘들었지만, 고서의 문양이 실제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문양은 빛나는 선으로 연결되며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뉴욕에서 온 경고
리사는 고서의 마지막 장을 가리켰다. 거기엔 영어와 한글이 혼합된 문장이 적혀 있었다.
"시간은 선택의 결과다. 잘못된 선택은 균열을 낳고, 그 균열은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리사는 말했다. "뉴욕의 연구소에서 이 문장을 해독했을 때, 곧바로 서울로 와야 한다고 느꼈어요. 시간의 틈새가 여기서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도현은 문득 미래의 윤도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선택은 대가를 요구한다." 그는 리사의 말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었다.
"좋아. 그럼 이 문양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 보죠."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조심하세요. 시간의 틈새 공간에 들어간다는 건 단순한 탐험이 아니에요. 당신이 하는 선택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바꿀 겁니다."
4장. 미래의 그림자
한옥마을은 점점 더 낯설어지고 있었다. 윤도현과 리사 김이 고서의 문양을 따라 걸어가자, 주변 풍경은 점차 기이한 빛으로 물들었다. 골목 끝으로 다다르자, 도현은 숨을 삼켰다.
거대한 문양이 땅 위에 새겨져 있었다. 원형의 문양은 마치 살아 있는 듯 빛을 내며 꿈틀거렸고, 중심에는 그들이 품고 있던 고서와 똑같은 문양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리사가 문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게 틈새의 입구예요. 문양이 열리면 우리는 시간의 경계로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도현은 고서를 열고 마지막 장의 문양을 문양 위에 맞추어 놓았다. 순간, 강렬한 빛이 터지며 주위의 공기가 흔들렸다. 두 사람은 마치 공간이 뒤틀리는 듯한 감각에 휘말리며 눈앞이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의 틈새 공간
두 사람이 눈을 떴을 때, 주변은 완전히 다른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빛의 파편들이 공중에 떠다니고, 바닥은 아무것도 없는 투명한 유리처럼 보였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은 과거의 한옥마을과 미래의 도시 풍경이 겹쳐진 기묘한 모습이었다.
"여기가 시간의 틈새 공간인가요?" 도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리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여긴 과거와 미래가 겹쳐진 공간이에요. 시간의 선택이 분기되며 만들어진 균열이죠."
도현은 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발밑이 불안정해 보였다. 리사가 그의 손목을 잡으며 말했다. "조심해요. 여기선 우리가 내딛는 걸음 하나도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그 순간, 그들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미래의 윤도현과의 만남
"드디어 왔군."
깊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윤도현의 미래 모습이 서 있었다. 그는 더 나이가 들어 보였지만, 눈빛은 강렬하고 단호했다.
"당신... 진짜 미래의 나인가요?" 도현은 그의 모습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쳐다보았다.
미래의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지금 여기 있는 이유는 모든 균열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하지만 동시에, 이건 너에게 내려진 마지막 시험이기도 하지."
리사가 끼어들었다. "시험이라뇨? 우리가 해야 할 건 분명해요. 균열을 막고 시간을 안정시키는 거죠."
미래의 도현은 그녀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고서에 담긴 문양은 단순한 열쇠가 아니야. 그것은 선택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도구다. 네가 이걸 사용하는 순간, 선택의 대가는 피할 수 없다."
"대가라니... 무슨 말이에요?" 도현이 물었다.
미래의 도현은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이 문양을 사용하면 시간을 안정화시킬 수 있어. 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이 필요해. 그것은 바로 나, 윤도현의 존재다."
진실과 갈등
리사는 그 말을 듣고 고서를 움켜쥐었다. "무슨 소리예요? 당신의 존재가 왜 희생되어야 하죠?"
미래의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균열의 증거야. 나는 선택의 잔재다. 시간이 안정되려면 나라는 존재가 사라져야 해."
도현은 혼란스러웠다. "그럼 내가 고서를 사용하지 않으면 당신은 살아남을 수 있는 거예요?"
미래의 도현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래. 하지만 그 대가는 더 큰 균열로 돌아올 거야. 시간이 완전히 무너져내릴 수도 있지."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도현은 고서를 쳐다보며 소리쳤다. "내가 해야 할 선택은 이 고서를 사용하는 건가요, 아니면 당신을 살리는 건가요?"
리사의 선택 제안
리사가 조용히 말했다. "윤도현 씨,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감정적인 선택이 아니라, 모든 시간을 위해 옳은 결정을 내리는 거예요."
도현은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리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래의 당신이 희생되더라도, 우리는 이 고서를 사용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시간은 더 큰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거예요."
균열 속의 결단
그 순간, 틈새 공간이 흔들리며 더 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변의 빛이 불안정하게 깜박이며 과거와 미래의 장면들이 번갈아 나타났다.
미래의 도현이 말했다. "결정해라. 선택은 너의 몫이다. 하지만 기억해. 어떤 선택이든 대가는 항상 따른다."
도현은 고서를 들고 문양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이 떨렸다. 이 선택은 단순히 자신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시간 전체의 흐름을 좌우하는 것이었다.
"윤도현 씨, 결정을 내려요!" 리사가 소리쳤다.
도현은 눈을 감았다가 뜨며 고서를 문양 위에 내려놓았다. 순간, 빛이 폭발하듯 터지며 공간 전체가 하얗게 물들었다.
5장. 균열의 근원
강렬한 빛이 사라지자, 윤도현과 리사는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정신을 차렸다. 주변은 다시 고요해졌지만, 그들이 있던 시간의 틈새 공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텅 빈 한옥마을의 땅 위에 서 있었다.
도현은 한 손에 고서를 쥔 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끝난 건가요?"
리사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직 아니에요. 틈새는 닫혔지만, 시간이 완전히 안정되려면 더 확인해야 해요."
그 순간, 고서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문양이 스스로 움직이며 새로운 구절을 형성했다. 도현은 손에 든 고서를 내려다보았다.
"시간은 균열의 끝에서 다시 시작된다. 균열의 근원을 찾지 않으면 모든 것이 반복될 것이다."
"균열의 근원이라니..." 도현은 중얼거렸다.
과거의 흔적
리사는 고서의 내용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문구는 단서예요. 우리가 시간의 균열이 왜 처음 시작되었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뜻이에요. 과거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라요."
도현은 리사의 말을 곱씹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은... 단순히 틈새를 닫았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군요."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시간은 여전히 불안정해요. 틈새를 봉합했지만, 균열을 만든 근원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리고 그건... 우리가 알아내야 할 문제예요."
알렉스의 등장
그 순간, 한옥마을 골목 끝에서 낯선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뉴욕에서 시간 조작 실험을 주도했던 알렉스 하워드였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도현과 리사를 바라보며 천천히 다가왔다.
"도현, 리사. 두 사람 덕분에 시간이 잠시 안정된 것 같군." 알렉스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잠시라니, 그게 무슨 뜻이에요?" 도현이 경계하듯 물었다.
알렉스는 두 사람 앞에서 멈춰 섰다. 그의 손에는 또 다른 고서가 들려 있었다. "너희가 닫은 균열은 시작에 불과해. 진짜 문제는 아직 남아 있어. 그리고 그것은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정리하지 않으면 절대 해결되지 않아."
리사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당신은...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죠?"
알렉스는 고서를 열어 문양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도현과 리사가 가진 고서와는 또 다른 모양이었다. "이건 시간 조작 실험의 초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문양이야. 네가 가진 고서는 시간의 균형을 잡기 위한 열쇠라면, 이건 과거로 돌아가는 문을 여는 열쇠지."
알렉스의 목적
알렉스는 고서를 손에 쥔 채 차분하게 설명했다. "나는 시간을 조작해 과거를 바꾸고 싶었어. 그리고 너희는 그것을 방해했지."
도현은 화난 얼굴로 소리쳤다. "당신의 실험 때문에 모든 균열이 생긴 거라면서요! 왜 과거를 더 망치려고 하는 거죠?"
알렉스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너희는 이해하지 못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으려면 균열은 필수적이야. 과거의 한순간만 바꿀 수 있다면,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리사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시간을 조작해 개인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거예요. 그 대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지 모른 채로."
"그럼 너희는?" 알렉스가 반문했다. "내가 아니라 너희가 고서를 사용해 시간을 조정한 건 정당했단 말인가? 선택의 대가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야. 너희도 이미 균열을 만들었어."
결정의 순간
알렉스는 고서를 펴고 손을 문양 위에 올렸다. "지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그 선택은 또 다른 균열을 낳겠지."
도현은 알렉스를 막으려 했지만, 리사가 손을 잡았다. "잠깐만요, 윤도현 씨. 우리가 해야 할 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게 아니에요. 알렉스를 막으려면 우리가 먼저 균열의 근원을 찾아야 해요."
리사의 말을 듣고 도현은 잠시 멈칫했다. 그는 알렉스를 막으려는 충동을 억누르고, 고서를 다시 열어 문양을 살폈다.
"이 문양...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가리키고 있어." 도현은 고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우리가 가야 할 장소예요. 알렉스가 균열을 만든 첫 순간. 거기로 돌아가야 해요."
과거로의 이동
고서에서 빛이 터져 나오며 새로운 문양이 형성되었다. 도현과 리사는 문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고, 알렉스는 그들을 따라가려 했다.
"너희가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할 거야." 알렉스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뒤를 쫓았다.
6장. 문양의 해독
과거로의 이동
윤도현과 리사는 고서가 빛을 발하는 순간, 그들 자신이 문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차갑고도 무거운 공기가 피부를 스치는 듯한 느낌,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 속에 섞인 희미한 목소리.
눈을 떴을 때,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어딘지 알 수 없는 낯선 풍경이었다.
주변은 조선 후기의 전통 건물들로 가득했다. 한옥마을처럼 보였지만, 길을 걷는 사람들의 복장은 오래된 기록에서나 볼 법한 모습이었다. 하늘은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고, 공기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리사가 숨을 삼켰다. "우리가... 과거로 온 거군요."
도현은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고서가 가리키던 문양이 여길 안내한 건가..."
알렉스의 흔적
도현은 문득 발밑에 떨어진 낯선 기계 부품을 발견했다. 현대적인 디자인이었지만, 흙과 먼지에 뒤덮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주워들며 말했다.
"이건... 현대의 장비인데?"
리사가 부품을 살펴보더니 얼굴이 굳어졌다. "이건 알렉스가 뉴욕 연구소에서 사용하던 실험 장비예요. 그가 여기 먼저 왔다는 뜻이겠죠."
그들은 알렉스가 남긴 흔적을 따라 걸었다. 길을 따라가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점차 그들에게 쏠렸다. 도현과 리사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심해야겠어요. 우리를 의심할지도 몰라요." 리사가 경고했다.
첫 번째 실험의 장소
둘은 오래된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예상외로 현대적인 장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중심에는 큰 원형 기계가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고서와 같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실험이 이루어진 것 같아요." 리사가 기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게 시간 균열의 시작점인가요?" 도현이 물었다.
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시간이 처음으로 조작됐을 거예요. 이 문양을 사용해서요."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알렉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가 여기까지 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군." 알렉스는 고서 한 권을 손에 들고 있었다. "환영한다, 시간의 근원지에."
알렉스의 진정한 동기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도현이 소리쳤다.
알렉스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왜냐고? 아주 단순해. 시간을 조작하면 과거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으니까."
리사가 알렉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시간을 망가뜨린 건 단순히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었군요."
"욕망?" 알렉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너희는 왜 시간을 조작하려 하는 거지? 이 고서를 사용하면서도 스스로는 정의롭다고 믿는 건가?"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격앙되었다. "내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야. 과거로 돌아가, 내가 잃은 사람을 되찾는 것. 이 문양이 그 열쇠라는 걸 알았을 때, 나는 이미 모든 걸 걸었어."
"잃은 사람?" 도현이 물었다.
알렉스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표정에는 슬픔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내 아내와 딸이다. 그들은 내가 한 선택 때문에 죽었어.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걸 바로잡으려는 거다."
결정적인 단서
알렉스가 문양이 새겨진 기계를 작동시키려 하자, 리사가 소리쳤다. "멈춰요! 그걸 작동시키면 또 다른 균열이 생길 거예요."
"내가 해야 할 일을 방해하지 마라." 알렉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도현은 알렉스의 기계 쪽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기계의 중심부에 손을 올리며 문양을 살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문양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게 아니야. 이건 서로를 분리하는 장치야!"
리사가 놀라며 물었다. "분리한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도현은 고서를 펼치며 문양을 가리켰다. "시간의 균열은 단순히 조작의 결과가 아니야. 이건 우리가 잘못된 선택을 반복했기 때문에 생긴 거야. 이 기계는 선택을 분리해 시간을 더 많은 갈래로 나누는 거야. 그러면 균열은 멈추지 않아."
최후의 갈등
알렉스는 도현의 말을 무시하고 기계를 작동하려 했다. "나는 멈출 수 없어. 선택을 바꾸는 것만이 내가 살 길이야!"
리사가 알렉스를 막으려 했지만, 그는 리사를 밀쳐냈다. "너희는 이해하지 못해. 선택은 대가를 요구한다고 했지? 나는 그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됐다!"
그러나 도현은 고서를 들고 기계의 문양 위에 올려놓았다. "당신의 선택이 시간을 망가뜨리는 원인이 될 거예요. 하지만 이 고서는 균열을 봉합할 열쇠예요. 당신이 무엇을 하든, 우리는 멈추게 할 겁니다."
시간의 결말을 향해
고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기계가 멈췄다. 알렉스는 절망한 듯 고개를 떨궜다. "너희는 나를 막았지만, 내가 바라는 건 단순히 이기적인 게 아니었어..."
리사가 조용히 말했다. "알렉스, 당신의 고통은 이해하지만, 그 선택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야 했어요."
7장. 희생의 순간
강렬한 빛이 번쩍이며 기계가 멈췄다. 윤도현과 리사는 눈앞에서 알렉스가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주변의 공기가 묘하게 진동하며 균열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사는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도현 씨, 끝난 게 아니에요. 시간의 균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도현은 고서를 내려다보았다. 고서의 문양이 빛을 잃어가며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언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뭘까."
그때, 주변이 또 한 번 요동치며 틈새 공간이 다시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익숙한 모습이 나타났다. 미래의 윤도현이었다.
미래의 윤도현과의 마지막 대화
"이제 알겠지, 도현. 네가 해야 할 선택이 무엇인지." 미래의 윤도현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의 표정은 단호하면서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도현은 미래의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이제야 이해했어요. 균열의 진짜 원인은... 내가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반복했기 때문이었죠."
미래의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균열을 완전히 봉합하려면, 이 틈새를 만들어낸 잔재인 내가 사라져야 해."
리사가 놀란 얼굴로 끼어들었다. "뭐라고요? 당신이 사라져야 한다고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미래의 도현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내 존재는 이미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진 잔재일 뿐이야. 내가 사라진다는 건, 시간의 균열이 정리된다는 뜻이지."
도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게 맞다고 해도... 당신은 나예요. 당신이 사라진다는 건, 내가 당신처럼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 아닌가요?"
"바로 그거야." 미래의 도현은 도현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네가 새로운 선택을 통해 나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가 시간의 균열을 봉합할 마지막 열쇠가 되는 거야."
알렉스의 마지막 움직임
그러나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던 알렉스는 다시 움직였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고서를 집어 들며 문양을 기계 위에 올리려고 했다. "너희가 무엇을 하든, 난 과거를 되돌릴 거야!"
리사는 그를 막으려고 뛰어들었지만, 알렉스는 이미 기계를 다시 작동시키고 있었다. 시간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고, 틈새 공간은 더욱 거칠게 흔들렸다.
도현은 알렉스를 향해 외쳤다. "멈춰요! 당신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이건 당신의 과거를 되돌리는 게 아니라, 시간을 완전히 붕괴시킬 겁니다!"
하지만 알렉스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눈은 절망에 가득 차 있었다.
결정의 순간
미래의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내가 막아야 한다."
그는 천천히 기계 쪽으로 걸어갔다. 도현은 그를 붙잡으려 했다. "안 돼요! 당신이 사라진다는 건..."
미래의 도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 이제 네가 새로운 길을 선택할 차례야."
그는 마지막으로 고서를 손에 쥐고, 기계의 중심부에 올려놓았다. 순간, 고서가 빛을 내뿜으며 모든 문양이 활성화되었다.
"이제 끝내자."
미래의 도현이 고서를 작동시키자, 강렬한 빛이 퍼지며 균열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알렉스는 자신의 고서가 불타는 것을 보고 절망하며 주저앉았다.
희생의 여운
빛이 사라지고 시간이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도현과 리사는 한옥마을에 서 있었다. 하지만 미래의 윤도현은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다.
도현은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정말 사라졌네요..."
리사는 조용히 도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는 자신을 희생했어요. 시간을 바로잡기 위해."
8장. 시간의 회복
시간의 안정
한옥마을은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윤도현과 리사는 오래된 나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주변의 공기는 맑았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얽혀 있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도현은 손에 들린 고서를 내려다보았다. 고서는 더 이상 빛을 내뿜지 않았다. 마치 그 역할이 끝났다는 듯, 고요하고 단단한 무게만 남아 있었다.
"이제 정말 끝난 걸까요?" 도현이 나지막이 물었다.
리사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의 균열은 닫혔어요. 틈새도 더 이상 열리지 않을 거예요."
"그럼... 미래의 나는 어떻게 된 거죠?"
리사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는 존재 자체가 균열의 일부였으니까요. 시간이 안정되면서... 사라진 거겠죠."
도현은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자신이 만든 선택의 결과가 가져온 희생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알렉스의 최후
멀지 않은 곳에서 알렉스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불에 탄 고서의 잔해가 들려 있었다. 그는 패배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눈에는 희미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그래... 이게 내가 받아야 할 대가였겠지."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리사는 알렉스 쪽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도현에게 말했다. "그를 그냥 둘 순 없어요. 그의 행위가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어요."
도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한 일은 반드시 책임져야 하죠. 하지만 그도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 했던 인간일 뿐이에요. 그걸 감안해서 처리해야 해요."
리사는 경찰과 정부 기관에 알렉스의 존재를 알리는 준비를 했다. 알렉스는 저항하지 않았고, 스스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체념했다.
고서의 마지막 메시지
도현은 한옥마을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고서를 펼쳐 보았다. 고서의 문양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지만, 마지막 페이지에는 새로운 문장이 나타나 있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선택이 그 길을 만든다. 선택의 무게를 안고 살아가라."
그 문장은 도현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그는 고서를 닫으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기를..."
리사의 결단
리사는 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당신도 느끼겠죠. 시간이 단순히 흐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거라는 걸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앞으로의 선택이 더 무거워질 것 같아요. 내가 무엇을 하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항상 생각하게 될 거예요."
리사는 고서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일어섰다. "이 고서는 다시 안전한 곳에 보관할 거예요. 시간을 조작하려는 욕망을 가진 사람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요."
새로운 연결
몇 주가 지나고, 도현은 연구소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시간이 남긴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가끔 한옥마을을 떠올리며, 사라진 미래의 자신과 알렉스의 마지막 말을 되새기곤 했다.
어느 날, 그의 책상 위에 낯선 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한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고서의 문양이 빛나고 있었고,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선택은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도현은 사진을 들고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새로운 긴장감과 함께, 이상한 설렘이 피어올랐다.
"리사... 이건 당신인가요?" 그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밖 하늘은 고요했지만, 그는 알 수 있었다. 시간은 그 자체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선택은 계속될 것이고, 언젠가 다시 한 번, 고서와 함께 새로운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에필로그
한옥마을의 오래된 집 한 구석, 고서가 봉인된 유리 상자 안에서 은은히 빛을 내기 시작했다. 고서의 문양은 다시 움직이며 새로운 형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시간은 항상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나 선택은 언제나 남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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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1 - [문학 (Literature)/한국 시 (Korean Poetry)] - Poem) 이상, <삼차각설계도 - 선에 관한 각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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