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Writing)/짧은 이야기 (Short story with AI)

Short story) 여름 새벽, 빛을 잇는 전선

sosohantry 2024. 10. 27. 21:50

<여름 새벽, 빛을 잇는 전선>

 


## 1. 겨울 밤의 빛

"하진 씨, 이번에도 야간 근무예요?"
당직실 문을 열자 김수현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하진은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그의 몸에 밴 전선 냄새가 어둠 속에서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또 누군가의 밤을 밝혀주러 가시나 봐요."
"네가 날 놀리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진심으로 멋있다고 생각해요. 전기의 요정이랄까..."

하진은 픽 웃으며 안전모를 챙겼다. 그때 호출이 왔다. 도심 외곽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출동하는 차 안에서 하진은 문득 3년 전 겨울밤을 떠올렸다.

"죄송해요, 이런 늦은 시간에..."
처음 만난 그날, 님은 그렇게 말했었다. 한밤중에 갑자기 꺼진 전기 때문에 당황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던 그 사람. 하진은 그때 님의 눈빛이 달빛처럼 맑았다는 걸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전기가 나가면 얼마나 불편한지 잘 알아요."
그렇게 대답하며 전선을 점검하던 하진의 손길에, 님은 따뜻한 커피를 건넸다. 그때부터였을까. 차가운 겨울밤이 갑자기 봄처럼 포근해졌던 것은.

오늘도 어김없이 끊어진 전선을 이으며, 하진은 님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때처럼 밤하늘에는 달이 떴지만, 이제 그 빛은 더 이상 님의 눈빛을 닮지 않았다. 

 

 


## 2. 산길의 갈등과 비

"하진 씨는 너무 감정적이에요."
빗속에서 김수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산길의 전신주를 오르내리며 전선을 점검하는 동안, 둘의 갈등은 점점 깊어져 갔다.

"난 그저 더 꼼꼼히 확인하고 싶을 뿐이야."
"매뉴얼대로만 하면 되는 거예요. 왜 매번 이렇게 시간을 끌어요?"

비가 더욱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다. 하진의 안전모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때 님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신은 왜 이렇게 완벽하려고 해요?"
"그게...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고 싶지 않아서요."
"하지만 그게 당신을 힘들게 하잖아요."

김수현의 말이 맞았다. 하진은 늘 필요 이상으로 신중했고, 그것이 님을 지치게 했던 걸지도 모른다. 빗물에 젖은 전선을 바라보며 하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네 말대로 하자."
하진의 갑작스러운 양보에 김수현은 의아한 눈빛을 보냈다. 

 


## 3. 강변 도로에서의 두 갈래 전선

"어이쿠!"
전신주 위에서 작업하던 하진이 케이블을 잘못 잡는 바람에 살짝 흔들렸다. 아래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수현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선배님! 그러다가 정말 감전되세요!"
"진짜 감전된 건 3년 전이었지..."
"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혼잣말이야."

강변 도로의 흐린 하늘 아래서 하진은 두 갈래로 갈라진 전선을 바라보았다. 마치 님과의 관계처럼, 한때는 하나였다가 어느 순간 둘로 갈라져버린 모양새가 아이러니했다.

"하진 씨, 여기 붕어빵 사왔어요."
김수현이 따뜻한 붕어빵 봉지를 들고 왔다. 
"너 이러다가 정말 살쪄서 전신주도 못 올라갈걸?"
"에이, 선배님도 드세요. 전기 기사한테 살이 좀 있어야죠. 감전됐을 때 버틸 수 있게..."
"그건 또 무슨 엉터리 이론이야?"

웃으며 붕어빵을 나눠 먹는 동안, 하진은 님과 마지막으로 강변을 걸었던 날을 떠올렸다. 그날도 이렇게 흐렸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님의 말은 끊어진 전선처럼 갑작스러웠다. 
"내가... 좀 더 노력할게."
"당신의 노력이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는 게 문제죠."

지금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었다. 하진은 늘 완벽한 복구를 위해 애썼고, 님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즐기고 싶어했다. 전선이 서로 다른 극성을 가진 것처럼, 둘의 성향은 너무나 달랐다.

"선배님, 이쪽은 다 끝났어요. 이제 가시죠."
김수현의 목소리에 하진은 정신을 차렸다. 수리를 마친 전선이 이제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 4. 봄날의 희미한 흔적

벚꽃이 흩날리는 거리를 지나며 하진은 코를 벌름거렸다. 
"아... 아... 에취!"
"선배님, 꽃가루 알레르기 있으세요?"
"응. 봄만 되면 이래."
"그런데 왜 마스크는 안 쓰세요?"
"아... 그게..."

님이 좋아했던 벚꽃을 보고 싶어서, 라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다. 대신 하진은 재채기를 하면서도 고집스럽게 벚꽃 길을 걸었다.

"여기 계시면 제가 저쪽 전신주 점검하고 올게요."
김수현이 가고 난 뒤, 하진은 길가의 벤치에 앉았다. 3년 전 봄, 님과 함께 앉았던 그 벤치였다.

"당신 알레르기 있으면서 왜 이러고 있어요?"
"당신이 좋아하니까..."
"바보 같은 사람..."

그때 님은 웃으면서 손수건을 건넸었다. 지금도 그 손수건을 가지고 있다. 주머니에서 꺼내보니 구겨진 손수건에는 희미하게 님의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선배님! 큰일 났어요!"
김수현의 다급한 외침에 하진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무슨 일이야?"
"저쪽 전신주에 고양이가... 올라가서는 내려올 생각을 안 해요!"

하진은 한숨을 쉬며 김수현을 따라갔다. 전신주 꼭대기에서 우아하게 햇살을 즐기고 있는 고양이를 보며 하진은 피식 웃었다.

"뭐가 웃겨요?"
"저 고양이... 님이랑 좀 닮았네."
"네?"
"아니... 내가 데려올게."

 

 

 

## 5. 눈 덮인 거리에서의 이별

"하진 씨, 이거 보세요. 첫눈이에요!"
김수현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하진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첫눈이 내리는 날, 님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그 순간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 그러네."
무심한 대답을 던진 하진을 보며 김수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선배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우울해 보이세요? 첫눈인데!"
"그게... 난 눈이 오면 전선이 걱정돼서."
"에이, 거짓말쟁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죠?"

작업 도중 갑자기 눈발이 거세져졌다. 하진은 장갑 낀 손으로 전선의 눈을 털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있지... 첫눈 오는 날, 내가 님을 놓쳤어."
"네? 갑자기 무슨..."
"전봇대 위에서 작업하다가 님한테서 전화가 왔거든. 헤어지자고..."
"전봇대 위에서요? 너무하시네요, 그분."
"아니야, 내가 그날도 일한다고 만나주지 않았거든."

하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았어. 매일 남의 집 전기는 고치면서, 정작 우리 사이의 단선된 관계는 수리할 생각도 못했으니까."

"어휴, 선배님. 전기 관련해서 드라마틱한 비유는 그만하시죠."
김수현의 말에 하진도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는 좀 웃으실 수 있네요?"
"응. 시간이 약이긴 한가 봐."

그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지금 출동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하진이 김수현을 향해 외쳤다.
"어서 가자. 삼거리 쪽 변압기가 눈 때문에 고장 났대."
"아... 또 야근이네요."
"그러게. 우리 운명이 이런 거지 뭐. 남들 첫눈 구경할 때 우린 눈과 싸워야 해."

둘은 서둘러 차에 올랐다. 차창 밖으로 눈송이들이 흩날렸다. 마치 3년 전 그날처럼.

 

 


## 6. 침묵 속에서의 깨달음

새벽 두 시, 한적한 변전소에서 하진은 혼자 점검을 하고 있었다. 김수현은 다른 현장에 급히 출동한 상태였다. 조용한 공간에 델타텍터의 '삐빅' 소리만이 울렸다.

"어? 이건..."
작업복 주머니를 뒤적이다 낡은 수첩 하나를 발견했다. 님이 썼던 메모장이었다. 3년 동안이나 이런 게 있었다니.

"당신, 오늘도 늦겠죠?"
"전기가 나간 집이 있어서..."
"알아요. 늘 그렇듯이."

수첩 구석에 적힌 대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나도 당신의 일이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읽다 만 문장 끝에 물방울 자국이 있었다. 그제야 하진은 깨달았다. 님은 결코 그의 직업을 미워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하진의 마음이 언제나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스스로 물러난 것이었다.

"여보세요? 선배님?"
김수현의 전화에 하진은 깜짝 놀라 수첩을 떨어뜨렸다.
"응, 왜?"
"저기... 제가 지금 곤란한 상황인데요..."
"무슨 일이야?"
"아까 그 고장난 냉장고 수리하다가... 제 작업복이 냉장고 문에 끼었어요."
"뭐라고?"

하진은 웃음을 참으며 차 키를 들었다. 
"알았어. 내가 지금 갈게. 근데 잠깐, 사진 좀 찍어도 될까?"
"선배님! 이럴 때가 아니에요!"

 

 

 

## 7. 여름 새벽, 연결되는 전선

"아, 더워..."
한여름 새벽, 하진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전신주 위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도시 전체가 정전된 상황이라 복구 작업이 시급했다.

"선배님, 물 드세요!"
김수현이 아래에서 물병을 던졌다. 하진은 날렵하게 받아냈다.
"야, 이러다가 감전사고 날라."
"에이, 선배님이 받으실 줄 알았죠. 전기의 신이신데..."
"또 시작이네."

작업을 하는 동안 김수현은 계속 수다를 떨었다.
"있잖아요, 선배님. 제가 요즘 누나랑 연락하고 있거든요."
"누나? 아, 지난번 정전됐던 카페 주인 말이야?"
"네!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너한텐 과분한데?"

김수현은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말씀 조심하세요. 전 이제 실력 있는 전기 기사라고요. 누나도 제가 마음에 든대요."
"그래? 뭐가?"
"전기처럼 믿음직하대요."
"으... 오글거려."

하진은 웃으며 마지막 전선을 연결했다. 순간 도시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우와, 예쁘다!"
김수현의 탄성이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하진이 문득 중얼거렸다.
"뭐요?"
"님도 이런 말을 했었어. 도시의 불빛이 예쁘대..."
"아, 또 시작이시네."
"아니, 이번엔 달라. 난 이제 알아. 님은 이미 내 인생의 한 페이지였다는 걸."

하진의 말에 김수현이 놀란 듯 쳐다봤다.
"어머, 이게 누구시죠? 우리 선배님 맞으세요?"
"야!"
"농담이에요. 근데 정말 달라지셨네요."
"그래... 나도 이제 새로운 전선을 이을 때가 된 것 같아."

 

 


## 8. 새벽의 빛과 새로운 시작

"전기 엔지니어 하진씨, 제가 불렀습니다만..."
도시전력공사 사무실에서 부장이 하진을 호출했다.
"네, 부장님."
"자네 승진 제안을 거절했다면서?"

하진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아직은 현장이 좋습니다."
"자네가 현장직을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그게... 제가 좋아하는 일이거든요."

퇴근길, 김수현이 하진에게 물었다.
"선배님, 정말 괜찮으세요? 승진하시면 편할 텐데..."
"난 이게 좋아. 직접 빛을 잇는 게."
"하... 또 시작이네요."
"야, 이번엔 진심이야!"

그때 하진의 전화가 울렸다. 새로 생긴 카페에서 전기 점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지금 가보겠습니다."

카페에 도착하자 따스한 조명 아래 젊은 여성이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기가 자꾸 불안정해서요..."
하진은 순간 멈칫했다. 그녀의 미소가 마치 여름 새벽 같았다.

"아, 네... 제가 확인해보겠습니다."
작업을 마치고 나올 때, 그녀가 커피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제 안심이네요."
"천만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카페를 나서는 하진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여름 새벽, 도시의 불빛이 그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김수현씨, 나 오늘 카페에서 재미있는 일이..."
"어머, 설마... 선배님?"
"야, 들어보지도 않고 왜 그래?"
"직감이죠. 전기 기사의 직감..."

둘은 웃으며 돌아가는 길, 새벽하늘에 별이 반짝였다. 이제 하진은 알았다. 인생은 끊어진 전선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언제나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연결을 만드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끝]

 


여름 새벽, 다시 빛을 잇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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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한용운-님의-침묵

 

Poem) 한용운,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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