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오리 망아지 토끼>
원문:
<오리 망아지 토끼>
오리치를 놓으려 아배는 논으로 날여간 지 오래다
오리는 동비탈에 그림자를 떨어트리며 날어가고 나는 동말랭이에서 강아지처럼 아배를 불으며 울다가
시악이 나서는 등뒤 개울물에 아배의 신짝과 버선목과 대님오리를 모다 던저벌인다
장날 아츰에 앞 행길로 엄지 딸어 지나가는 망아지를 내라고 나는 졸으면
아배는 행길을 향해서 크다란 소리로
-매지야 오나라
-매지야 오나라
새하려 가는 아배의 지게에 치워 나는 산으로 가며 토끼를 잡으리라고 생각한다
맞구멍난 토끼굴을 아배와 내가 막어서면 언제나 토끼새끼는 내 다리 아레로 달어났다
나는 서글퍼서 서글퍼서 울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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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 변환 시도:
<오리 망아지 토끼>
오리 덫을 놓으러 아버지는 논으로 나가신 지 오래다.
오리는 동쪽 비탈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날아가고,
나는 동쪽 언덕에서 강아지처럼 아버지를 부르며 울다가
심술이 나서 등 뒤 개울물에 아버지의 신발 한 짝과 버선목, 바짓단 끈을 모두 던져버린다.
장날 아침, 앞길로 어미 말을 따라 망아지가 지나가는 걸 달라고 나는 졸라대면
아버지는 길을 향해 큰 소리로
망아지야 오너라
망아지야 오너라
땔나무 하러 가는 아버지의 지게에 치여 나는 산으로 가면서 토끼를 잡으리라 생각한다.
양쪽에 구멍이 난 토끼굴을 아버지와 내가 막아서면
언제나 토끼 새끼는 내 다리 아래로 달아나버렸다.
나는 서러워서, 서러워서 울상만 짓는다.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
백석(白石, 본명 백기행)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해방, 분단의 격동기를 살았던 한국 현대시의 거장입니다. 오산학교 재학 시절 김소월을 동경하며 시인의 꿈을 키웠고, 일본 유학 시절 모더니즘에 관심을 가지며 문학적 기반을 넓혔습니다. 1930년대부터 평안도 방언과 토속어, 구어체, 그리고 자신의 유년 시절을 바탕으로 한 시를 발표하며 한국 시의 영역을 크게 확장했습니다. 해방 후 월북하여 북한에서 번역과 창작 활동을 이어갔으나, 1950년대 말 이후에는 창작 활동이 거의 중단되었습니다. 1996년 사망하였습니다117.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
<오리 망아지 토끼>는 백석의 대표 시집 『사슴』(1936)에 실린 작품으로, 평안도 농촌의 유년 시절과 아버지와의 추억을 따뜻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민족적 시련기 속에서도 시인은 가족 공동체와 고향의 소박한 일상,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시적 언어로 재현합니다. 시는 이야기 구조를 띠며,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아버지와 함께한 오리 잡기, 망아지 조르기, 토끼 잡기 등 세 가지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이 속에는 아이의 투정, 기대, 좌절,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의존과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3457.
작품의 흥미로운 뒷이야기
이 시는 실제로 백석의 유년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으며, 평안도 특유의 방언과 토속적 정서를 살려냈습니다. ‘오리치’(오리 덫), ‘매지’(망아지), ‘동말랭이’(동쪽 등성이) 등 지역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어, 독자에게 고향의 풍경과 정서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백석의 시는 당시로서는 드물게 서사적 구조와 구어체, 방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현대시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1217.
영향력 분석
이 작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오리 망아지 토끼>는 가족의 따뜻함, 유년의 순수함, 그리고 소박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킵니다.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잊혀가는 가족애와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을 상기시키며, 독자들에게 위로와 공감, 그리고 삶의 본질적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또한, 지역 방언과 토속어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게 하여 우리말의 소중함을 일깨웁니다4719.
이 작품에게 영향을 받은 분야
- 현대 시인들의 서정시, 가족 시, 유년 시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방언과 구어체, 서사적 구조의 시 창작에 새로운 길을 열었습니다617.
- 문학 교육, 아동문학, 지역어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백석의 시어와 정서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선정 및 답변 제공
Q) 이 시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아배’와 ‘매지’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아배’는 ‘아버지’의 평안도 방언이고, ‘매지’는 ‘망아지’(어린 말)의 방언입니다. 백석은 고향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유년의 정서와 지역색을 살렸습니다2718.
Q) 왜 아이는 아버지의 신짝과 버선목, 대님오리를 개울에 던져 버렸나요?
A) 아이는 오리를 잡으러 간 아버지가 늦게 오고, 오리도 잡지 못하자 심술(시악)이 나서 아버지의 물건을 개울에 던져버립니다. 이는 어린아이의 투정과 아버지에 대한 의존, 그리고 좌절의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입니다3518.
Q) 시가 주는 가장 큰 울림은 무엇인가요?
A) 가족의 따뜻함과 유년의 순수함, 그리고 소박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시인은 사라져가는 고향의 풍경과 가족애를 통해 인간 본연의 정서와 삶의 가치를 일깨웁니다4719.
용어 및 배경 설명
핵심 용어 및 어려운 용어 설명
- 오리치: 오리를 잡는 올가미(덫). 삼베나 노끈으로 만든 동그란 올무2819.
- 동비탈: 동쪽 언덕의 비탈(경사진 곳)9.
- 동말랭이: 동쪽 등성이(산봉우리의 방언)210.
- 시악: 심술, 마음속에서 공연히 생기는 심통25.
- 신짝: 신발 한 짝.
- 버선목: 버선의 발목 부분.
- 대님오리: 대님(바지 끝을 묶는 끈)2.
- 엄지: 어미 짐승(여기서는 망아지의 어미 말)212.
- 매지: 망아지(어린 말)의 방언213.
- 새하려: 땔나무하러(‘나무하러’의 방언)2.
- 맞구멍난 토끼굴: 양쪽에 구멍이 난 토끼굴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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