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학교는 지옥 같았다. 시험 성적은 바닥을 쳤고, 친구들은 나를 무시했다. 특히 반장인 재석이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아직도 가슴에 박혀있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뛰어 들어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창밖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중학교 2학년, 14살의 나에겐 세상이 너무 버거웠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수야, 할아버지인데 들어가도 될까?" 나는 대답 대신 이불을 뒤집어썼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조용히 들어오셔서 내 옆에 앉으셨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할아버지의 따뜻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할아버지... 저는 왜 이렇게 못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