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이의 나는 누구지?

<민준이의 나는 누구지?>

내 이름은 민준.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계속 머릿속을 떠다니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나는 누구지?"

솔직히, 처음에는 이 질문이 좀 웃기게 들렸다. 내가 굳이 나를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나?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바로 엄마가 어느 날 내 방에 들어와서 던진 말 때문이었다.

“민준아, 너 이제 중학생이니까 슬슬 꿈이 뭔지 생각해 봐야지 않겠니?”

꿈? 나 아직 꿈 같은 거 생각할 시간도 없는데! 매일 숙제하고, 친구들이랑 놀고, 그러면 하루가 끝나잖아? 나는 그때부터 엄마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떠올랐다. 엄마는 왜 그렇게 내 꿈을 궁금해하는 걸까? 결국, 나는 나를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찾은 ‘자기 정체성 찾기’ 방법이라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됐다. 뭐, 어차피 잃을 것도 없으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해 봤다.

**1단계: 책 속에서 나를 찾기**

첫 번째 단계는 ‘관련 책 20권 읽기’였다. 책 20권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내 머릿속에 무언가가 쌓이고,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 대한 통찰이 생길 거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내가 20권이나 되는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그래도 시작해보기로 했다. 도서관에서 자기계발서, 역사책, 과학책 등을 쌓아놓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말이다. 10페이지 넘기기도 전에 눈꺼풀이 천근만근이 되는 거 있지? 처음엔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다. 그런데도 억지로 읽다 보니, 신기하게도 한 달쯤 지나니까 머릿속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책이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있어졌다. 어느새 나는 학교에서 창문 밖을 볼 때도 그냥 나무가 아니라, '이 나무는 어떤 과학적 원리로 자라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친구들이 나를 보면서 "민준, 너 왜 이렇게 어려운 말만 해?"라고 물어볼 때마다 나도 좀 이상해진 건가 싶었다.

**2단계: 지연과의 공약**

다음 단계는 공약을 걸고 반드시 지키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는 내 짝꿍이자 친한 친구인 지연에게 공약을 걸기로 했다. 지연은 정말 계획적이고 엄격한 성격이라, 내 계획에 딱 맞을 것 같았다. 나는 지연에게 다가가 말했다.

"지연아, 나 이제부터 하루 3시간씩 공부할 거야. 너가 매일 확인해줘."

지연은 날 이상하게 쳐다보더니 말했다. "뭐? 진짜 할 거야? 그럼 내가 못하면 어떻게 할 건데?"

"못 지키면 점심 때 떡볶이 쏠게." 나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게 내 인생의 큰 실수였다. 그 후로 지연은 매일 아침 학교에서 나를 기다리며 말했다.

"어제 3시간 공부했어? 안 했으면 떡볶이야."

그렇게 나는 매일 떡볶이를 걸고 지연의 압박 속에서 공부를 했다. 물론 몇 번은 떡볶이를 사줘야 했지만, 그래도 매일 조금씩 공부 습관이 생겼다. 참, 사람이 떡볶이를 살기 싫어서라도 뭔가 하게 되더라.

**3단계: 동아리의 민준**

마지막으로, 나는 학교 동아리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책에 나온 대로,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으려면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과학 동아리에 가입했다. 처음엔 로봇이 뭔지도 몰랐고, 그저 뭔가 멋있어 보이니까 선택한 거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로봇을 만드는 게 재미있어졌다. 나와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로를 짜고, 작은 부품들을 조립해서 로봇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아, 내가 이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단순히 성적이나 공부가 아니라, 뭔가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결론: 나는 지금 만들어지는 중**

이렇게 나는 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책을 읽고, 지연과 공약을 걸고, 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 나는 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물론 아직 완벽한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이제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조금 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엄마가 다시 “민준아, 꿈 정했니?”라고 물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엄마, 나는 아직 꿈을 다 정하진 않았지만, 그 과정을 즐기고 있어. 그리고 나 자신을 만드는 중이야."

그러면 엄마도 아마 나를 보고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할 것 같다.

“그래, 그게 바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