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광홍, <관서별곡(關西別曲)>
현대어 원문:
### 1
관서(關西) 명승지(名勝地)에 왕명(王命)으로 보내시매
행장(行裝)을 다스리니 칼 하나뿐이로다.
연조문(延詔門) 내달려 모화고개 넘어드니,
귀심(歸心)이 빠르거니 고향(故鄕)을 생각하랴?
### 2
벽제(碧蹄)에 말 갈아 임진(臨津)에 배 건너
천수원(天水院) 돌아드니
송경(松京)은 고국(故國)이라 만월대(滿月臺)도 보기 슬타
황망(黃岡)은 전장(戰場)이라 형극(荊棘)이 우거졌다.
산일(山日)이 반사(半斜)커늘 귀편(歸鞭)을 다시 뽑아 구현(九硯)을 넘어드니,
생강관(生陽舘) 기슭에 버들마저 푸르렀다.
감송정(感松亭) 돌아들어 대동강(大洞江) 바라보니,
십리 파광(十里波光)과 만중 연류(萬重 烟柳)는 상하(上下)에 어리었다.
봄바람이 야단스레 화선(畵船)을 비껴 보니
녹의홍상(綠衣紅裳) 비껴 앉아,
섬섬 옥수(纖纖玉手)로 녹기금(綠綺琴) 이어 타며,
호치 단순(皓齒丹唇)으로 채련곡(采蓮曲) 부르니,
태을 진인(太乙眞人)이 연엽주(蓮葉舟) 타고 옥하수(玉河水)로 내리는 듯
설마 왕사 미고(王事靡盬)한들 풍경(風景)에 어찌하리?
연광정(練光亭) 돌아들어 부벽루(浮碧樓)에 올라가니,
능라도(綾羅島) 방초(芳草)와 금수산(錦繡山) 연화(烟花)는 봄빛을 자랑한다.
천년 기양(千年箕壤)에 태평 문물(太平文物)은 어제인 듯 하다마는
풍월루(風月樓)에 꿈 깨어 칠성문(七星門) 돌아드니,
세태마 홍의(細馬駄紅衣)에 객흥(客興)이 어떠한가?
### 3
누대(樓臺)도 많이 있고 산수(山水)도 많건마는,
백상루(百祥樓)에 올라앉아 청천강(晴川江) 바라보니,
삼차(三叉) 형세(形勢)는 장(壯)함도 끝이 없다.
하물며 결승정(決勝亭) 내려와 철옹성(鐵瓮城) 돌아드니,
연운 분첩(連雲粉堞)은 백리(百里)에 펼쳐있고,
천설 중강(天設重崗)은 사면(四面)에 비꼈구나.
사방 거진(四方巨陣)과 일국 웅관(一國雄觀)이 팔도(八道)의 위두(爲頭)로다.
이원(梨園)에 꽃 피고 두견화(杜鵑花) 남았을 때
영중(營中)이 무사(無事)커늘 산수(山水)를 보려고
약산 동대(藥山東臺)에 술을 싣고 올라가니,
안저 운천(眼底 雲天)이 일방(一望)에 끝없도다.
### 4
백두산(白頭山) 내린 물이 향로봉(香爐峯) 감돌아
천리(千里)를 비껴 흘러 대(臺) 앞으로 지나가니,
반회 굴곡(盤回屈曲)하여 노룡(老龍)이 꼬리치고
해문(海門)으로 드는 듯 형승(形勝)도 끝이 없다, 풍경(風景)인들 아니 볼까?
작약 선아(綽藥仙娥)와 선연 옥빈(嬋姸玉鬂)이
운금 단장(雲錦端粧)하고 좌우(左右)에 벌여 있어
거문고 가야고(伽倻鼓) 봉생 용관(鳳笙龍管)을
불리거니 잇게커니 하는 양은
주목왕(周穆王) 요대상(瑤臺上)에 서왕모(西王母) 만나 백운곡(白雲曲) 부르는 듯
서산(西山)에 해 지고 도령(동녘)에 달 오르고,
녹빈 운환(綠鬂雲鬟)이 반함 교태(半含嬌態)하고, 잔(盞) 받드는 양은
낙포 선녀(洛浦 仙女) 양대(陽臺)에 내려와 초왕(楚王)을 놀래는 듯
이 경(景)도 좋거니와 원려(遠慮)인들 잊겠는가?
### 5
감당 소백(甘棠召伯)과 세류 장군(細柳將軍)이
일시(一時)에 동행(同行)하여 강변(江邊)으로 순하(巡下)하니,
황황 옥절(煌煌玉節)과 언건 용기(偃蹇龍旗)는
장천(長天)을 비껴지나 벽산(碧山)을 떨쳐간다.
도남(都南)을 넘어들어 배고개 올라 앉아
설한(雪寒)재 뒤에 두고 쟁백산(長白山) 굽어 보니,
중강 복관(重岡複關)은 갈수록 어렵구나.
백이 중관(百二重關)과 천리 검각(千里劒閣)도 이렇듯 하였던가?
팔만 비휴(八萬豼貅)는 계도 전행(啓道前行)하고,
삼천 철기(三千鐵騎)는 옹후 분등(擁後奔騰)하니,
호인 부락(胡人部落)이 망풍 투항(望風投降)하여
백두산(白頭山) 내린 물에 일진(一陣)도 없도다.
장강(長江)이 천참(天塹)인들 지리(地利)로 홀로 하며,
사마 정강(士馬精强)한들 인화(人和) 없이 할 수 있나?
### 6
시평 무사(時平 無事)함도 성인(聖人)의 교화로다.
소화(韶華)도 쉽게 가고 산수(山水)도 한가(閒暇)할 때 아니 놀고 어이하랴?
수항정(受降亭)에 배 꾸며 압록강(鴨綠江) 저어 내려
연강 열진(連江列鎭)은 창기 편 듯 하였거늘,
호지 산천(胡地 山川)을 역력(歷歷)히 지내보니,
황성(皇城)은 언제 쌓여 황제묘(皇帝墓)는 뉘 묘인가?
감고 흥회(感古興懷)하여 잔(盞) 다시 부어라.
비파관(琵琶串) 내리 저어 파저강(坡渚江) 건너가니,
층암 절벽(層巖絶壁) 보기도 좋도다.
구룡(九龍)소에 배 매고 통군정(統軍亭)에 올라가니,
대황(臺隍)은 장려(壯麗)하여 침이하지교(枕夷夏之交)로다.
### 7
제향(帝鄕)이 어디인가? 봉황성(鳳凰城) 가깝구나.
귀서(西歸)할 이 있으면 호음(好音)이나 보내곺다.
천배(千盃)에 대취(大醉)하여 무수(舞袖)를 떨치니,
박모 한천(薄暮 寒天)에 고적성(鼓笛聲)이 시끄럽다.
천고 지형(天高地逈)하고 홍진 비래(興盡悲來)하니, 이 땅이 어디인가?
### 8
사친 객루(思親客淚)는 절로 흘러 알 수 없네.
서변(西邊)을 다 보고 반패 환영(返旆還營)하니,
장부 흉금(丈夫胸襟)이 조금은 나아지리라.
설마 화표주(華表柱) 천년(千年) 학(鶴)인들 나 같은 이 또 보았는가?
어느 때 형승(形勝)을 기록(記錄)하여 구중천(九重天)에 아뢸까?
미구 상달(未久上達) 천문(天門) 하리라.
관서별곡의 현대적 해석:
관서 지방의 명승지로 왕의 명령을 받아 보내시니
짐을 꾸리니 칼 하나뿐이구나.
연조문을 달려 나가 모화고개를 넘어가니,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빠르지만 고향을 생각할 겨를이 있겠는가?
벽제에서 말을 갈아타고 임진강에서 배를 건너
천수원을 돌아 들어가니
송경은 옛 수도라 만월대를 보니 슬프구나
황주는 전쟁터라 가시덤불이 우거졌네.
해가 반쯤 기울 때 다시 말을 몰아 구현을 넘어가니,
생양관 기슭에 버들까지 푸르구나.
감송정을 돌아들어 대동강을 바라보니,
십 리의 물결과 만 겹의 안개 낀 버들이 위아래로 어우러졌네.
봄바람이 화려하게 화선을 스쳐 가니
녹의홍상을 입은 기녀들이 비껴 앉아,
가녀린 옥 같은 손으로 거문고를 이어 타며,
하얀 이와 붉은 입술로 채련곡을 부르니,
신선이 연잎배 타고 옥 같은 강물로 내려오는 듯
설마 왕의 일이 힘들다 한들 이 풍경에 어찌하리?
연광정을 돌아들어 부벽루에 올라가니,
능라도의 꽃다운 풀과 금수산의 안개 낀 꽃은 봄빛을 자랑하는구나.
천 년 기양의 태평한 문물은 어제 같은데
풍월루에서 꿈 깨어 칠성문을 돌아드니,
가는 말에 붉은 옷을 입은 나그네의 흥취가 어떠한가?
누대도 많이 있고 산수도 많건마는,
백상루에 올라앉아 청천강을 바라보니,
삼차의 형세는 장함도 끝이 없구나.
하물며 결승정을 내려와 철옹성을 돌아드니,
구름에 닿은 성벽은 백 리에 펼쳐있고,
하늘이 만든 중첩된 산은 사면에 둘러있네.
사방의 큰 진영과 한 나라의 웅장한 모습이 팔도의 으뜸이로다.
이원에 꽃 피고 두견화 남았을 때
군영이 평화로우니 산수를 보려고
약산 동대에 술을 싣고 올라가니,
눈 아래 구름과 하늘이 한눈에 끝없이 펼쳐지는구나.
백두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향로봉을 휘돌아
천리를 비껴 흘러 대 앞으로 지나가니,
굽이굽이 휘돌아 노룡이 꼬리치는 듯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이 장관이구나.
어찌 이 풍경을 보지 않을 수 있을까?
아름다운 선녀들과 고운 머리칼의 여인들이
운치 있는 옷차림으로 좌우에 늘어서서,
거문고와 가야금, 봉황 피리와 용 피리를
불고 타며 이어가는 모습은,
주나라 목왕이 요대에서 서왕모를 만나
백운곡을 부르는 듯하구나.
서산에 해가 지고 동쪽에 달이 떠오르니,
푸른 머리칼의 여인이 반쯤 웃음을 머금고 잔을 받드는 모습은,
낙수의 선녀가 양대에 내려와 초나라 왕을 놀라게 하는 듯하다.
이 경치도 좋지만 먼 걱정을 어찌 잊겠는가?
소백과 세류 장군처럼
강변을 따라 순행하며,
빛나는 옥 같은 깃발과 용 문양의 깃발이
하늘을 가로질러 벽산을 넘어서니,
도남을 지나 배고개에 올라앉아
눈 덮인 고개를 뒤로하고 장백산을 굽어보니,
중첩된 산과 관문은 갈수록 험난하구나.
옛날 백이의 중관과 천 리의 검각도 이렇듯 험했는가?
팔만의 군사가 앞길을 열고,
삼천 철기병이 뒤를 호위하며 달려가니,
오랑캐 마을은 바람 소리만 듣고도 투항하며
백두산에서 흘러내린 물에는 전투 흔적 하나 없구나.
장강이 천연의 방어선이라 한들 지형만으로 어찌할 수 있으며,
군사가 강하다 한들 사람들의 화합 없이 무엇을 이루겠는가?
시평 무사함도 성인의 교화 덕분이다.
봄날은 쉽게 지나가고 산수는 한가로운데,
놀지 않고 어찌하겠는가?
수항정에서 배를 꾸며 압록강을 저어 내려가니,
강변의 진영들이 창기를 펼친 듯 늘어서 있구나.
오랑캐 땅의 산천을 하나하나 지나보니,
황성은 누가 쌓았으며 황제의 무덤은 누구의 것인가?
옛일을 생각하며 감회에 젖어 잔을 다시 채우네.
비파를 타며 강을 건너 파저강에 이르니,
층암절벽마저 보기에 아름답구나.
구룡소에 배를 매고 통군정에 올라가니,
대지는 웅장하여 이민족과 우리나라의 경계임을 드러내는구나.
제향은 어디인가? 봉황성이 가까워졌구나.
서쪽으로 돌아갈 사람이 있다면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천 잔 술에 크게 취해 춤소매를 휘두르니,
저녁 하늘 추운 날씨 속에 북과 피리 소리가 요란하구나.
하늘은 높고 땅은 멀리 펼쳐졌으며 흥이 다하면 슬픔이 찾아오니, 이곳은 어디인가?
부모님 생각에 객지에서 눈물이 저절로 흐르네.
서쪽 변방을 모두 보고 깃발을 거두어 돌아오니,
장부의 가슴속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설마 천 년 된 화표주와 학이라 한들 나 같은 이를 또 보았겠는가?
언제쯤 이 경치를 기록하여 임금께 아뢸 수 있을까?
머지않아 임금께 올릴 날이 오리라.

# perspectives
시 분석 및 추가 정보
시 분석 및 비평:
<관서별곡>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행 가사로, 백광홍이 1555년 평안도 평사로 부임하면서 지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관서 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며, 임금에 대한 충정과 연군지정을 함께 표현하고 있습니다12.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화자가 부임지인 철옹성까지 가는 과정
- 부임지 주변을 순시하는 내용
- 왕에게 감사하는 내용9
시인 프로필:
백광홍(1522-1556)은 전라남도 장흥 출신의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인입니다. 그는 34세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관서별곡>을 통해 한국 기행 가사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2.
시인의 개인적 경험과 창작 과정:
백광홍은 평안도 평사로 부임하면서 관서 지방의 자연풍물을 두루 돌아다녀 보고, 그 아름다움을 노래한 작품으로 <관서별곡>을 지었습니다1. 작품의 창작 배경에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인 북로남왜와 을묘왜변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7.
역사적 및 문화적 배경
시의 역사적 배경:
<관서별곡>이 창작된 1555년은 명나라의 북로남왜(北虜南倭) 시기였고, 조선에서는 을묘왜변이 일어나는 등 심각한 국제 정세의 변화가 있었던 시기입니다27.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작품의 창작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당시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해석:
당시 한국인들에게 이 작품은 국토에 대한 애정과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특히 북방과 남방에서 동시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국토 수호에 대한 의지를 담은 작품으로 해석되었을 것입니다7.
현대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해석:
현대 한국인들에게 <관서별곡>은 우리나라 기행 가사의 효시로서 문학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국가와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잃지 않았던 선조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해석됩니다5.
현대적 변환
관서 지방의 아름다운 경치를 둘러보며
임금님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시간을 초월하지만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 또한 깊어집니다5
영향력 분석
- 이 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관서별곡>은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동시에 국가와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상기시킵니다5.
- 이 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이 시는 당시의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관리로서의 책임감과 충성심을 잃지 않았던 선조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5.
- 이 시의 영향력: <관서별곡>은 후대의 기행 가사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정철의 <관동별곡> 창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12.
추가 정보
핵심 용어 설명:
- 관서(關西): 마천령의 서쪽 지방으로 평안도와 황해도 북부 지역을 이르는 말
- 별곡(別曲): 중국과 구별되는 우리나라의 노래라는 의미5
시 제목의 의미:
"관서별곡(關西別曲)"은 "관서 지방의 풍경에 대한 우리나라의 노래"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5.
# link:
2025.04.03 - [문학 (Literature)] - List) 기행가사 목록: 시대의 반영과 감정의 표현
List) 기행가사 목록: 시대의 반영과 감정의 표현
기행가사 목록 일부 :백광홍, , 1556년정철, , 1580년조우인, , 1617년경조우인, , 1623년경송주석, , 1675년작자미상, , 1694년박권, , 1695년노명선, , 1698년경권섭, , 1704년위세직, , 1707년 이전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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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f.:
http://www.davincimap.co.kr/davBase/Source/davSource.jsp?SourID=SOUR001222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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