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인, <출새곡(出塞曲)>
원본:
북방(北方) 이십여 주(二十餘州)에 경성(鏡城)이 문호(門戶)ㅣ러니
치병(治兵) 목민(牧民)을 날을 맛겨 보내시니
망극(罔極) 성은(聖恩)을 갑플 일이 어려웨라
서생(書生) 사업(事業)은 한묵(翰墨)인가 너기더니
백수(白首) 임변(臨邊)이 진실노 의외(意外)로다
인정전(仁政殿) 배사(拜辭)하고 칼흘 집고 도라셔니
만 리(萬里) 관하(關下)의 일신(一身)을 다 닛괘라
흥인문(興仁門) 라 녹양(綠楊)의 을 니
은한(銀漢) 녯 길흘 다시 지나 간단 말아
회양(淮陽) 녜 실 긔별만 드럿더니
금달(禁闥)을 외오 두고 적객(謫客)은 무 죄고
참암(巉巖) 철령(鐵嶺)을 험 말 젼혀 마오
세도(世道)를 보거든 평지(平地)ㄴ가 너기노라
눈믈을 베고 두어 거름 도라셔니
장안(長安)이 어듸오 옥경(玉京)이 리거다
안변(安邊) 이북(迤北)은 져 즘 호지(胡地)러니
신소(迅所) 성전(腥膻)야 벽국(闢國) 천 리(千里)니
윤관(尹瓘) 김종서(金宗書)의 풍공(豊功) 위열(偉烈)을
초목(草木)이 다 아다 용흥강(龍興江) 건너 드러
정평부(定平府) 잠 지나 만세교(萬歲橋) 압희 두고
낙민루(樂民褸)희 올나 안 옥저(沃沮) 산하(山河)를
면면(面面)히 도라보니 천년(千年) 풍패(豊沛)예
울창(鬱蒼) 가기(佳氣) 어제론덧 여셰라
함관령(咸關嶺) 져문 날의 은 어이 병이 든고
만면(滿面) 풍사(風沙)의 갈 길히 머러셰라
홍원(洪原) 고현(古縣)의 천도(穿島) 라보고
대문령(大門嶺) 너머 드러 청해진(靑海鎭)에 드러오니
신신(信臣) 정졸(精卒)로 이병(利兵)을 베퍼시며
강궁(强弓) 경노(勁弩)로 요해(要害) 디킈
백년(百年) 승평(升平)에 민불(民不) 지병(知兵)니
중문(重門) 대포(待暴) 닐너 므슴 리오
거산역(居山驛) 디나 드러 시중대(侍中臺) 올나 안자
지척(咫尺) 부상(扶桑)의 일출(日出)을 구버 보고
장송(長松) 십 리(十里) 헤 정마(征馬) 다시 뵈와
단천(端川)을 겨틔 두고 사지헌(四知軒)을 자 가니
백기(伯起) 청풍(淸風)을 다시 본 뎨이고
마운령(磨雲嶺) 채 쳐 너머 마곡역(麻谷驛)을 쉬워
적설(積雪) 마천(磨天)을 허위허위 너머 드니
진관(秦關)이 어듸고? 촉잔(蜀棧)이 여긔로다
성진(城津) 설진(設鎭)이 형세(形勢) 됴커니와
난후(亂後) 변민(邊民)이 고혈(膏血)이 나시니
묘당(廟堂) 육식(肉食)은 아가 모가
백두산(白頭山) 일맥(一脈)이 장백산(長白山) 되어 이셔
천 리(千里) 한격(限隔)야 강역(彊域)을 홧거든
진보(鎭堡) 성라(星羅)고 군읍(郡邑)이 기포(碁布)니
표리(表裏) 천험(天險)은 장호미 그지업다
연천(連天) 창해(滄海)예 풍설(風雪)이 섯티
발섭(跋涉) 기구(崎嶇)야 목랑성(木郞城)의 드러오니
천심(千尋) 분첩(粉堞)은 반공(半空)의 빗겨 잇고
백장(百丈) 심호(深濠) 사면(四面)의 둘너시니
인화(人和)를 어들션졍 지리(地利)야 부족(不足)가
원문(轅門)이 무사(無事)고 막부(幕府) 한가(閑暇) 제
동산(東山) 휴기(携妓)고 북해준(北海鐏)을 거훌우랴
연화(烟花) 삼월(三月)의 원수대(元帥臺)예 올나가니
춘풍(春風) 태탕(駘蕩)야 숙경(淑景)을 부쳐 내니
만수(萬樹) 천림(千林)은 홍금(紅錦)이 되어 잇고
운도(雲濤) 설낭(雪浪)은 하을 을 사마
분박(噴薄) 뇌정(雷霆)야 대(臺) 압희 물너디니
은산(銀山)이 거듯가 옥설(玉屑)을 니가
깁 탄 쟘예 백운(白雲) 솔을 치고
천양(穿楊) 묘기(妙技)로 숭부 토거든
백대(百隊) 홍장(紅粧)은 좌우(左右)의 버러 이셔
진쟁(秦箏) 조슬(趙瑟)을 거니 니희거니
호치(皓齒) 세요(細腰)로 추거니 부르거니
소화(韶華)도 그디업고 풍경(風景)이 무진(無盡)니
일춘(一春) 행락(行樂)이 슬믜염즉 다
향관(鄕關)을 라보니 오령(五嶺)이 려 잇고
이지(異地) 산천(山川)은 육진(六鎭)이 거의로다
명시(明時) 적관(謫官)이 도처(到處)의 군은(君恩)이로
원신(遠身) 금전(金殿)을 뉘 아니 슬허며
중입(重入) 수문(修門)을 어이여 기필고
평생(平生) 먹은 디 젼혀 업다 가마
시운(時運)의 타시런가 명도(命途)의 엿가
진대(秦臺) 백수(白首)의 세월(歲月)이 쉬이 가니
초택(楚澤) 청빈(靑蘋)은 원사(怨思)도 한 제이고
이 잔 가 부어 이 시름 닛댜 니
동명(東溟)을 다 퍼내다 이내 시름 어이 고
어부(漁夫)ㅣ 이 말 듯고 낙를 둘너메고
두드리고 노래를 부른 말이
세사(世事)를 니전디 오라니 몸조차 니전노라
백사(百事) 생애(生涯) 일간죽(一竿竹)이로다
백구(白鷗) 나아 버디라 오명 가명 다
출새곡(出塞曲) 해석본:
북방 이십여 주에 경성이 변경 접경인데
군사 백성 다스리기를 나에게 맡겨 보내시니
망극한 임금의 은혜 갚을 길이 어렵구나
서생의 일은 글쓰기인가 여겼더니
늙은이의 변방 부임 진실로 뜻밖이로다
임금께 절을 하고 칼을 짚고 돌아서니
만 리 밖 변경에 내 한몸 다 잊었어라
흥인문 내달아 녹양평에서 말 갈아타니
은하수 옛길을 다시 지나 간단 말인가
회양 옛 사실 소문만 들었더니
대궐을 멀리 떠나 귀양객이 무슨 죄인가
높고 험한 철령을 험하단 말 전혀 마오
세상살이에 비하면 평지인가 여기노라
눈물을 거두고 두어 걸음 돌아서니
한양은 어디인가 대궐이 가렸도다
안변 북쪽은 저기 쯤이 오랑캐 땅이러니
오랑캐 정벌하여 천 리 밖으로 몰아내니
윤관 김종서의 풍공 위열을
초목이 다 아는 용흥강 건너 들어
정평부 잠깐 지나 만세교 앞에 두고
낙민루에 올라 안고 옥저 산하를
면면히 돌아보니 천년 풍패에
울창한 아름다운 기운 어제론듯 여기노라
함관령 저문 날에 말은 어이 병이 든고
만면 풍사에 갈 길이 멀어지네
홍원 고현에서 천도를 바라보고
대문령 넘어 들어 청해진에 들어오니
충성스런 신하와 정예병으로 날카로운 병기를 갖추고
강한 활과 튼튼한 쇠뇌로 요해처를 지키네
백년 승평에 백성들 병역을 모르니
중문 대포를 일러 무슨 소용 있으리오
거산역 지나 들어 시중대에 올라앉아
지척 부상에 일출을 굽어보고
장송 십 리 헤치고 정마 다시 몰아
단천을 곁에 두고 사지헌을 찾아가니
백기 청풍을 다시 본 듯 하여라
마운령 채찍질해 넘어 마곡역을 쉬어
쌓인 눈 하늘에 닿은 곳 허위허위 넘어 드니
진관이 어디인고 촉잔이 여기로다
성진 설진이 형세 좋거니와
난후 변민이 고혈이 나오니
묘당 육식은 아는가 모르는가
백두산 일맥이 장백산 되어 있어
천 리 한계하여 강역을 확정하니
진보 성라하고 군읍이 기포하니
표리 천험은 장하기 그지없다
연천 창해에 풍설이 섞이어
발섭 기구하여 목랑성에 들어오니
천심 분첩은 반공에 비껴 있고
백장 심호 사면에 둘렀으니
인화를 얻을지언정 지리야 부족한가
원문이 무사하고 막부 한가할 제
동산 휴기하고 북해준을 거들어랴
연화 삼월에 원수대에 올라가니
춘풍 태탕하여 숙경을 부쳐 내니
만수 천림은 홍금이 되어 있고
운도 설낭은 하늘을 삼킬 듯하다
분박 뇌정하여 대 앞에 물러지니
은산이 거듭인가 옥설을 이기는가
깁 깔은 잔디에 백운 깔린 솔을 치고
천양 묘기로 승부를 다투거든
백대 홍장은 좌우에 벌여 있어
진쟁 조슬을 거니 흔들거니
호치 세요로 추거니 부르거니
소화도 그지없고 풍경이 무진하니
일춘 행락이 슬픔을 잊게 하는구나
향관을 돌아보니 오령이 가렸 있고
이지 산천은 육진이 거의로다
명시 적관이 도처에 군은이로다
원신 금전을 뉘 아니 슬퍼하며
중입 수문을 어이 하여 기필하고
평생 먹은 마음 전혀 없다 하마
시운에 타시런가 명도에 엿는가
진대 백수에 세월이 쉬이 가니
초택 청빈은 원사도 한가지고
이 잔 가득 부어 이 시름 잊으려 하니
동명을 다 퍼내어도 이내 시름 어이 할고
어부가 이 말 듣고 낙대를 둘러메고
뱃전 두드리고 노래를 부른 말이
세사를 잊은 지 오래니 몸조차 잊었노라
백사 생애는 일간죽뿐이로다
백구는 나와 벗이라 오명가명 하나다1015
# perspectives
시 분석 및 추가 정보
시 분석 및 비평
<출새곡>은 조우인이 56세에 함경도 경성 판관으로 부임하면서 지은 기행 가사입니다5. 이 작품은 변방으로의 부임 과정과 임지 생활에서 느낀 소회를 담고 있으며, 정철의 <관동별곡>을 본보기로 하여 창작되었습니다59.
작품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공간 이동에 따른 화자의 정서 변화
- 임금에 대한 감사와 충정 표현
- 변방 목민관으로서의 처지 성찰
- 현실 비판의식과 애상적 정서 표출
시인 프로필
조우인(1561-1625)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늦은 나이에 벼슬살이를 시작했습니다7. 광해군의 잘못을 풍자했다가 3년간 옥살이를 한 후 풀려나 상주 매호에 은거하며 여생을 보냈습니다7. 시, 서, 악에 뛰어났으며, <매호별곡>, <자도사>, <관동속별곡>, <출새곡> 등 4편의 가사 작품을 남겼습니다7.
역사적 및 문화적 배경
시의 역사적 배경
<출새곡>은 1616년(광해군 8년) 가을, 조우인이 56세의 나이로 함경도 경성판관으로 부임하면서 지어졌습니다6.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여파로 국력이 쇠약해진 상태였으며, 북방의 여진족 위협이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해석
당시 한국인들에게 함경도 경성은 변방의 오지로 인식되었을 것입니다. 작품에서 "북방 이십여 주에 경성이 문호ㅣ러니"라는 구절은 경성이 북방 변경의 관문임을 나타내며, 이는 당시 사람들의 지리적 인식을 반영합니다1.
현대 한국인의 관점에서 본 해석
현대 한국인들에게 <출새곡>은 조선 시대 관리의 책임감과 애국심, 그리고 변방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학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특히 "망극한 성은을 갚을 일이 어려웨라"라는 구절은 공직자의 책임감과 임금에 대한 충성심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1.
현대적 변환
북쪽 변방 경성으로 부임하는 나
나라를 위해 군사와 백성을 다스리라 하시네
임금님의 크신 은혜, 어찌 다 갚을 수 있으랴
학자의 일은 글쓰기라 여겼건만
나이 든 몸으로 변방에 가다니, 참으로 뜻밖이네
궁궐에서 작별 인사하고 칼을 차고 떠나니
먼 변경에서 나 자신을 잊으리라
영향력 분석
이 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출새곡>은 공직자의 책임감과 애국심을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현대 사회에서도 공익을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과 책임감을 공감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 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
- 공직자의 책임과 사명감의 중요성
- 개인의 욕망보다 국가와 백성을 위한 봉사 정신
-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내적 갈등과 극복
이 시가 현실 세계를 반영하는 방식
<출새곡>은 조선 시대 관리의 삶과 내면세계를 생생하게 묘사하며,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반영합니다. 특히 중앙과 지방, 문인과 무관의 역할 등 조선 시대의 사회 구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추가 정보
핵심 용어 설명
- 출새(出塞): 변방으로 나간다는 뜻으로, 여기서는 함경도 경성으로 부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5.
- 경성(鏡城): 현재의 함경북도 경성군으로, 조선 시대 북방 방어의 중요 거점이었습니다1.
- 치병목민(治兵牧民): 군사를 다스리고 백성을 돌보는 것을 의미합니다8.
시 제목의 의미 및 설명
"출새곡(出塞曲)"은 "변경으로 나가는 노래"라는 뜻입니다10. 이 제목은 작자가 중앙에서 변방으로 부임하는 상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부임에 대한 책임감과 동시에 소외감을 내포하고 있습니다10.
# link:
2025.04.03 - [문학 (Literature)] - List) 기행가사 목록: 시대의 반영과 감정의 표현
List) 기행가사 목록: 시대의 반영과 감정의 표현
기행가사 목록 일부 :백광홍, , 1556년정철, , 1580년조우인, , 1617년경조우인, , 1623년경송주석, , 1675년작자미상, , 1694년박권, , 1695년노명선, , 1698년경권섭, , 1704년위세직, , 1707년 이전이진
sosohantry.tistory.com
# ref.:
http://www.davincimap.co.kr/davBase/Source/davSource.jsp?job=Body&SourID=SOUR002531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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