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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대도시의 질주: 사랑과 추억의 교차로

1. 조용필과 첫사랑의 노래나는 언제부터인가 조용필의 노래를 듣는 게 당연한 일상 중 하나가 되었다. 아버지는 늘 아침마다 그 노래를 틀어놓으셨고, 나도 자연스럽게 그 곁에서 같이 흥얼거렸다. 아버지가 정성스럽게 내리던 커피 향과 어우러져 울려 퍼지던 조용필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마치 그 시절 우리 집의 배경음악과도 같았다.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기보다는, 그 소리는 그저 거기 있는 것이었고, 나는 그 소리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시간이 흘러 나도 그 노래와 함께 성장했다. 사랑을 알지 못하던 어린 시절, 그리고 사랑에 빠지던 그 순간까지도 조용필은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나는 종종 그 노래를 들으며 첫사랑을 떠올리곤 했다. 첫사랑, 그녀의 이름은 혜원이었다. 그녀와 처음 만난 날, 마치 영화의 한 장..

Poem) 이상, <오감도 1>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4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5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6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7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8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9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0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12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제13의아해도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운아해라도좋소. 그중에2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그중에1인의아해가무서워하는아해라도좋소. (길은뚫린골목이라도적당하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지아니하여..

Short story)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한 차가운 겨울, 그리고 내면의 화해

1. 차가운 겨울, 거울을 마주하다 추위가 시작된 건 생각보다 빠른 시기였다. 처음에는 단순한 겨울의 시작이라고만 여겼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평소와는 달랐다. 서울의 겨울은 본래 바람이 매섭고 차갑지만, 그해 겨울은 마치 사람을 고립시키고 얼어붙게 하려는 듯 더 무자비했다. 나를 짓누르는 것 같았던 그 한파는 몸속 깊이 파고들어, 마치 내 마음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방 안은 여전히 차가운 공기로 가득했다. 두꺼운 이불 속에서조차도 한기를 느꼈고, 내가 이 차가움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창밖을 보면 매일 아침 눈이 쌓여 있었다. 새하얀 눈밭은 마치 도시 전체를 덮어 버리는 커다란 담요 같았다. 하지만 그 모습은 따뜻한 느낌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모든 것을 삼켜버리..

Poem) 이상, <거울>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내악수(握手)를받을줄모르는―악수(握手)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至今)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또꽤닮았소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ref.:https://namu.wiki/w/%EA%B1%B0%EC%9A%B8(%EC%9D%B4%EC%83%81)https://barlo.tistory.com/187#google_vignette

Poem) 김억, <봄은 간다>

밤이로다.봄이다. 밤만도 애달픈데봄만도 생각인데 날은 빠르다.봄은 간다. 깊은 생각은 아득이는데저 바람에 새가 슬피 운다. 검은 내 떠돈다.종소리 빗긴다. 말도 없는 밤의 설움소리 없는 봄의 가슴 꽃은 떨어진다.님은 탄식한다.   ref.:『태서문예신보』 1918.1.30봄은 간다 - 위키문헌, 우리 모두의 도서관 (wikisource.org)

Poem) 한용운, <알 수 없어요>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垂直)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塔)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뿌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구비구비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詩)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ref.:1926..

Short story) 불타는 날개의 추락과 다시 날아오른 나비

1. 푸른 바다의 나비 나는 자주 꿈을 꾼다. 내가 그토록 동경하는 나비들이 하늘을 나는 꿈. 푸른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나비들은 내가 생각하는 자유 그 자체다. 그 자유를 동경하면서도, 나는 그 안에서 두려움이나 불안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바다는 나비에게 어울리는 장소이며, 거기서 나비는 자신을 지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내 꿈속에서 나비는 항상 거대한 푸른 바다 위를 맴돌았다. 날개를 펄럭이며 시원한 바람을 타고, 한없이 자유롭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바다의 끝없는 푸름과 나비의 날개짓은 서로 어우러져 나에게 무한한 평화를 선사했다. 그 어떤 걱정도, 그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나비는 바람을 타고, 나는 ..

Poem) 김기림, <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청(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삼월(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ref.:1939년 김기림이 발표https://namu.wiki/w/%EB%B0%94%EB%8B%A4%EC%99%80%20%EB%82%98%EB%B9%84https://ko.wikisource.org/wiki/%EB%B0%94%EB%8B%A4%EC%99%80_%EB%82%98%EB%B9%84/%EB%B0%94%EB%8B%A4%EC%99%80_%EB%82%98%EB%B9%84

Short story) 축구공에 담긴 꿈과 도전: 작은 마을 소년이 세계 무대에서 피어나는 희망과 시련을 넘어서며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

1. 축구와 첫 만남 1999년 여름, 지민에게 축구는 그저 하나의 스포츠가 아니라, 더 넓은 세상을 향한 창문이었다. 그의 삶에서 운동장은 마치 미지의 우주처럼 보였고, 그 우주를 탐험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발끝에 놓인 축구공이었다. 지민은 공을 찰 때마다 그 공이 자신을 세상 밖으로 데려가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가졌다. 공은 단순한 물체가 아니었다. 마치 세상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마법의 도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꿈과 현실은 정반대로, 마을 사람들은 지민의 열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축구는 그저 여가 활동이었다. “너 축구로 돈이라도 벌 생각이니?”라며 비웃는 이웃의 말은 지민의 마음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축구공을 발로 찰 때마다 그의 꿈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

Short story) 랜덤워크로 걸어온 월스트리트: 한순간의 예측이 아니라, 평생의 여정을 위한 투자 레슨

1. 월스트리트와 첫 번째 도전 월스트리트에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나는 마치 새로운 세계에 들어선 것 같았다. 이곳은 내가 이전에 경험했던 그 어떤 곳과도 달랐다. 거대한 빌딩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었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며 수익을 쫓고 있었다. 모두가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결의와 열망이 가득했다. 그들 속에서 나도 자연스레 그 분위기에 휩쓸렸다. 처음엔 너무나도 흥분됐다. 주식 시장이 이렇게 활기차고, 내가 그 안에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내 눈앞의 차트는 마치 게임판처럼 보였고, 내가 조금만 분석하면 승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차트는 나에게 분명 어떤 규칙을 속삭이고 있었다. 선이 꺾이고 올라가는 패턴이 있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