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단풍>
원문:
<단풍>
밝안 물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으뇨 빩안 정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으뇨, 단풍든 시절은 새빩안 우슴을 웃고 새빩안 말을 지줄댄다.
어데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느뇨, 어데 노사를 앞둘 두려움이 있느뇨.
재화가 한끝 풍성하야 시월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따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 한울이 눈부셔한다.
시월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 단풍도 높다란 낭떨어지에 두서너 나무 깨웃듬이 오로히 서서 한들걸이는 것이 기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빩안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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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 변환 시도:
<단풍>
빨간 물이 짙게 든 얼굴이 아름답지 않은가
빨간 정이 무르녹는 마음이 아름답지 않은가
단풍든 시절은 새빨간 웃음을 웃고
새빨간 말을 지줄인다.
어디에 청춘을 보낸 서러움이 있는가
어디에 노년을 앞둘 두려움이 있는가.
재화가 한껏 풍성하여 시월의 햇살이 무색하다
사랑에 한창 익어서 살찐 그 몸이 불탄다
영화의 자랑이 한창 현란해서 청청한 하늘이 눈부시어한다.
시월 시절은 단풍이 얼굴이요, 또 마음인데
시월 단풍도 높다란 낭떠러지에 두서너 나무 드문드문 홀로 서서
한들거리는 것이 긍지로다.
시월 단풍은 아름다우나 사랑하기를 삼갈 것이니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독한 원한이
빨간 자주색으로 지지지 않는가.
# perspectives
작가와 작품 분석
작가의 삶
백석(白石, 본명 백기행, 1912~1996)은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 민족적 정서와 고향의 향수를 시에 담아낸 대표적인 시인입니다. 그는 오산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유학을 다녀온 뒤, 1935년 <정주성>으로 등단했습니다. 백석은 민족말살 정책에도 굴하지 않고,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우리말과 방언을 시에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그는 친일 시를 쓰지 않았고, 해방 후에는 평안도로 돌아가 북한에 남아 생을 마감했습니다16.
작품의 정서, 상황, 시대적 배경
<단풍>은 1937년 10월 여성지 ‘여성’의 ‘가을의 표정’ 기획란에 발표된 산문시입니다. 이 시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내면을 단풍에 빗대어 노래합니다. 붉게 물든 단풍을 ‘빨간 물 짙게 든 얼굴’, ‘빨간 정 무르녹는 마음’으로 표현하며, 인생의 한 시기(가을, 혹은 중년 이후)를 맞이한 인간의 정서―청춘의 상실, 노년의 두려움, 사랑의 깊이, 그리고 씻기지 않는 원한―을 담아냅니다. 시는 단풍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이면에 깔린 서러움과 원한, 사랑의 아픔을 함께 노래합니다245.
작품의 흥미로운 뒷이야기
<단풍>은 산문과 운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식으로, 백석의 시적 감수성이 극대화된 작품입니다. 이 시는 정식 시집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그 문학적 완성도와 정서의 깊이로 인해 많은 평론가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특히 ‘가을의 표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으며, 백석은 단풍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감정과 시대의 아픔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247.
영향력 분석
이 작품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단풍>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덧없음, 그리고 그 속에 스며든 슬픔과 원한을 단풍이라는 자연의 변화에 빗대어 보여줍니다. 이 시는 우리에게 인생의 한 시절, 즉 청춘의 끝과 노년의 시작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공감하게 하고, 자연과 인간의 삶이 맞닿아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슬픔과 한(恨), 사랑의 아픔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백석의 시적 언어는 현대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56.
이 작품에게 영향을 받은 분야
- 현대 한국 시단에서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언어 사용이 늘어났으며,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시적 전통이 강화되었습니다.
- 백석의 작품은 후대 시인들에게 ‘시인의 시인’으로 평가받으며, 윤동주, 신경림, 안도현 등 많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6.
- 문학뿐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단풍’의 상징성과 정서가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 선정 및 답변 제공
Q) <단풍>에서 ‘빨간 자주로 지지우리지 않느뇨’는 무슨 의미인가요?
A) ‘빨간 자주’는 붉은 단풍잎의 색을 뜻하며, ‘지지우리지 않느뇨’는 북방 방언으로 ‘지지다(달이다, 우러나오다)’에서 온 말로, 깊이 배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즉, 울어서도 다하지 못한 한(恨)과 원한이 단풍잎처럼 붉게 마음에 깊이 배어 있다는 뜻입니다57.
용어 및 배경 설명
핵심 용어 및 어려운 용어 설명
- 빨간 물 짙게 든 얼굴: 단풍잎이 붉게 물든 모습을 사람의 얼굴에 비유한 표현.
- 빨간 정 무르녹는 마음: 무르녹다(무르익다)와 정(情, 마음)이 결합된 말로, 깊고 익은 감정이 붉게 물든 상태를 의미.
- 노사(老死): 늙음과 죽음, 인생의 말년을 뜻함.
- 재화(才華): 재능, 능력.
- 영화(榮華): 영화로움, 인생의 화려한 시절.
- 실찐 띠몸: 실하게 자란 띠풀의 몸, 또는 단풍잎의 살이 오른 모습을 비유.
- 청청 한울: 푸르고 푸른 하늘.
- 깨웃듬이: 약간 기울어진 모양.
- 지지우리다: ‘지지다’의 북방 방언, 깊이 배어든다는 뜻57.
시 제목의 의미 및 설명 (한자 포함)
- 단풍(丹楓)
- 丹(단): 붉을 단. 붉은 색, 진한 빨강.
- 楓(풍): 단풍나무 풍. 단풍 또는 단풍나무를 의미.
- 즉, ‘붉게 물든 단풍나무’라는 뜻으로, 인생의 한 시절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서러움, 원한, 그리고 깊은 사랑의 감정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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