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Literature)/한국 시 (Korean Poetry)

Poem) 정지용, <향수>

sosohantry 2024. 10. 19. 10:49

<향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고향의 노을빛과 황소

 

#link:

https://sosohantry.tistory.com/entry/Short-story-고향으로-가는-길

 

Short story) 고향으로 가는 길

서울 외곽의 작은 음악 카페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찬바람이 유리창에 닿을 때마다, 가을이 더 깊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커피잔

sosohantry.tistory.com

 

 

 

#ref.:

1927년 3월『조선지광』 65호에 발표

향수/향수 - 위키문헌, 우리 모두의 도서관 (wikisource.org)

향수(시) - 나무위키 (namu.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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